소설리스트

넘버원-186화 (186/378)

< -- 186 회: 7권 -- >

"조심해서 들어가 여진아."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오빠"

지강혁에게 인사를 하고 강여진은 곁에 있던 이윤지를 보면서 고개를 꾸벅숙이며 말했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언니."

이윤지는 생긋 웃으며 응이라고 짤막히 대꾸했다. 강여진이 집으로 들어가고, 지강혁이 시계를 보았다. 시침이 벌써 11을 가리키고 있는 중이었다.

밥먹고 노래방 갔다가 카페에 들려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난 것이리라.

둘은 조용히 거닐면서 갈림길에서 마주보았다.

이제는 정말 헤어질 시간이었다.

"오빠 저도 가볼게요."

오른쪽길로 가야 집이 나온다. 반대로 지강혁은 왼쪽 길이었다.

하지만 지강혁은 집으로 가지 않고 이윤지와 함께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이윤지가 알수 없다는 눈길로 물었다.

"집에 안가세요?"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가기 좀 그렇잖아? 데려다줄게."

걸어서 15분이나 걸리는 거리라서 차마 부탁하기가 뭐했다.

그런데 지강혁이 제발로 데려다준다는것이 아닌가?

너무 미안해서 이윤지가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지강혁은 거의 막무가내로 이윤지를 앞장세우고 그녀를 이끌었다.

"다큰 처자가 혼자 돌아다니면 안된다. 요즘 세상 엄한거 몰라서 그래?"

"괘,괜찮은데…"

"내가 안괜찮아. 그러니까 얼른 가자."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장성한 두 남녀가 아무런 말없이 으슥한 골목길을 거닐다 보니 사방이 쥐죽은듯 고요했고, 둘다 워낙 말이 없는 숙맥이라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묵묵히 걷고만 있을뿐이었다.

"아까 노래 엄청 잘하더라?"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것은 지강혁이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이윤지가 몸둘바를 몰라했다. 괜시리 민망하기도 했지만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은것도 사실이었다. 마음에 두고 있는 남성에게 칭찬을 들으니 하늘을 날아갈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오빠도 잘하시던데요."

"나야 뭐 그냥 평범하달까?? 대충 부르는 정도였지.

너랑 여진이는 무슨 가수 뺨 후려치는줄 알았다니까?

둘이서 같이 오디션 보면 왠지 될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

지강혁은 이윤지와 강여진이 한껏 친해진줄 알고 그렇게 말한거였다.

"고마워요."

"하하 사실을 말한것 뿐인데 뭘… 그런데 윤지야"

"네?"

"윤정이에게 들었는데 여태껏 남자친구를 한번도 안사귀어 봤다며?"

사실이 그러했기에 이윤지가 별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말했다.

"흠. 그래서 말인데, 너 소개팅 한번 해보지 않을래?"

"네? 소개팅이요?"

"응. 내 친구중에 강진영이라는 놈이 하나 있는데, 그놈이 여자친구 없는지 꽤 ㅤㄷㅚㅆ더라고. 내가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성격도 괜찮고, 여자도 잘 배려하고, 매너도 좋아."

"소개팅이라……"

"지금 당장 대답을 해달라는건 아냐. 그냥 한번 생각해 보라는거지.

참고로 말하자면 녀석 능력도 무척좋아서 돈도 잘 벌어."

갑작스러운 돈얘기에 이윤지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팍 상하는걸 느꼈다.

"돈보단 마음이 중요하죠. 마음이."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래도 나중에는 돈이 중요하더라고.

아무튼 생각한번 해봐. 녀석 생긴것도 무척 잘생겼으니까."

"……"

"언니 나왔어."

집에 도착한 여동생을 보면서 이윤정이 잽싸게 침대로 이끌고 여동생을 앉혔다. 이어진것은 다름아닌 질문공세였다.

"강혁오빠랑 데이트 잘하고 왔어? 영화는 잘봤고? 밥은 먹었지??"

"응. 근데 영화는 못보고 그냥 노래방 다녀왔어. 카페에서 커피도 먹구."

"어머어머 왠일이니!! 우리 윤지가 이리도 달라지다니 말야!!

시집도 못갈줄 알았는데 용기있게 남자랑 데이트도 하고~ 호호호"

"근데, 1:1로 한거 아냐."

꺌꺌 거리면서 여동생의 자신감을 칭찬하던 이윤정이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1:1로 데이트를 한게 아니라면 누군가가 개입을 했다는 소리가 아니던가??

"그,그러니까, 강혁오빠의 첫사랑과 셋이서 같이 먹고 놀고, 카페에서 커피먹었다. 뭐 이소리야?"

언니가 계속 물어오는 통에 이윤지는 결국 자초지종을 말해버렸고, 이야기를 듣고난 이윤정은 괜시리 울화통이 터지는걸 느꼈다.

여동생이 멍청해도 이렇게 멍청할 줄이야.

"아니 기집애야. 너 바보니? 당당하게 고딩년한테 자리좀 비켜달라고 그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려워??"

"첫사랑이라면서 강혁오빠가 웃으며 말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

"으이구 이 답답아!! 너 진짜 그러다가 고딩한테 강혁오빠 뺏긴다!?"

걱정이 되서 그렇게 말한거였지만, 이윤지에겐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잔소리로 다가와버렸다. 결국 그녀는 언니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옷을 훌렁 벗어제낀후 샤워를 하러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지금은 머리를 식히는게 가장 시급했다.

머리를 식히고 라이벌(?)을 어떻게 견제하고, 또 어떻게 지강혁을 남자친구로 만들지 그것을 생각 해야했다.

'짝사랑의 길은 엄청 힘든거구나…'

"강혁이형이 좋아하는게 뭐냐고?"

"그래 오빠! 좀 알려줘봐바"

샤워를 마치고 방안으로 기어들어오더니 대뜸 지강혁이 좋아하는것이 뭐냐고 물어보는 여동생의 태도에 페이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도그럴것이 3년전에 잠깐 사귀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장점이 뭐고 단점이 뭔지, 나아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본인이 더 잘알것이다. 그런데 대뜸 자신더러 뭘 좋아하냐고 물어오니 어이가 없는게 사실이었다.

"너도 참 골때린다. 그걸 왜 나한테 묻고 지랄이야 지랄이?"

"너 강혁오빠랑 맨날 같이 다니면서 넘버원 한다며? 그럼 좀 알꺼 아냐!?"

"이년아 너 3년전에 사귀었다며? 그런데 왜 그걸 나한테 묻고 지랄이야.

그리고 옷 제대로 입지 못해? 가슴 보여 이것아!!"

강여진이 웃통을 제대로 입고 매달리는듯한 어조로 다시 물어왔다.

제법 예쁘장하고 착한 경쟁자가 생긴 탓에 그녀또한 기댈곳이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오빠에게 의지하는것과 지강혁의 환심을 사는일이었다.

환심만 산다면 이후는 일사천리다.

"음. 강혁이형은 요리 하는걸 좋아해. 그러니까 요리 잘하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겠냐?"

계속해서 징징대는 여동생의 성화에 못이겨 페이는 지강혁의 특징을 가르쳐주었다. 그러고보니 3년전에 혼자살때도 혼자 요리하면서 밥을 해먹었고 밥을 얻어먹은적도 있었다.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오죽했으면 칭찬에 인색한 강여진이 지강혁더러 음식점을 차려보라고 권유까지 했겠는가?

"또또??"

"음. 좀 숙맥이긴 한데 말야. 은근히 섹시한걸 좋아해"

"잉? 정말이야?"

"특히 검정색 스타킹을 좋아하더라고. 이건 나한테 직접 말해준거니까사실일거야."

"호호 내가 또 한 섹시하는데 정말 잘됐다. 다음에 데이트할때 섹시하게 입고 나가야겠어."

"그렇다고 너무 싼티 내지 말아라 멍청아."

"다 알고 있으니까 잔소리좀 그만해 돼지야."

"돼지? 이게 도랐나. 야 시끄럽고! 알려줬으니까 방으로 꺼져.

나 내일 스케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해"

왠일로 넘버원을 안하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나 했더니 스케쥴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강여진은 방을 빠져나간뒤 침대에 머리를 박은후 방금전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확신을 내렸다.

첫번째. 윤지 언니는 100퍼센트 강혁오빠에게 관심이 있다.

두번째. 다행히 강혁오빠가 윤지 언니를 여자로 안보고 동생으로 보고 있다.

세번째. 강혁 오빠에겐 여자친구가 없다!

이게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다. 여자친구가 없다는 말은 이제부터 여자친구를 사귄다는 말이 아니던가? 강여진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곤 실성한 여자처럼 배시시 웃기에만 바빴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지강혁으로 인해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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