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4 회: 7권 -- >
"주인 오늘따라 기분이 엄청 좋아보인다.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는건가?"
"오빠 로또 맞았어요?"
신지와 ㅤㅂㅞㄺ구가 헨리를 쳐다보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헨리의 얼굴은 계속 싱글벙글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3년전 사귀었던 첫사랑과 재회를 한 까닭이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예전에 사귀었던 꼬마가 요조숙녀로 확 바뀌었고, 얼굴이 무척이나 예뻤다. 더욱이 몸매까지 완벽에 가까운 비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강혁이 성에 대한 부끄러움이 많다곤 하나 그 또한 한낱 수컷일뿐이었다. 자고로 여자친구가 될 여인이 예쁘고 몸매또한 환상적이라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게 당연한 것이다. 여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귀는 남자가 능력좋고 얼굴까지 잘생기면 주위 여자들에게 자랑을 할수있는 것이다.
아직 강여진과 사귀는 단계는 아니지만, 3년전에 한번 사귄 경력이 있었기에 또다시 사귀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오빠 진짜 기분 좋아보이네요. 무슨 좋은일 있어요?"
곁에 있던 리나도 괜시리 궁금증이 일었다.
얼마나 좋은일이 있었으면 저렇게 싱글벙글한단 말인가?
여지껏 헨리를 많이 봐왔지만 저런 모습의 헨리는 또 처음이었다.
곁에 있던 이윤지도 궁금증이 일었는지 헨리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계속되는 물음에 헨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요약해서 전부 말해주었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ㅤㅂㅞㄺ구와 신지는 낭만적이라면서 잘됐다고 헨리를 축하해주는 반면 리나와 윤지의 얼굴은 살짝 굳어진 상태였다.
리나가 여동생 윤지를 힐끔 쳐다보았다.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윤지 저녀석 은근히 소심한데 큰일이네.'
여동생 이윤지는 여지껏 남자한번 사귀어보지 못한 쑥맥중에 쑥맥이었다.
무엇보다 남자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이 있어서 그간 남자기피증이 있냐는 질책까지 받아온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남자 기피증에서 해방이 되고 한 남자를 마음속에 두기까지 했다. 비로소 남자에 대한 공포증을 벗어던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남자의 첫사랑이 나타나고 말았다.
문제는 오늘 사모하고 있던 남자가 첫사랑과 데이트(?)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거였다. 마음속에 있는 사내가 딴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는 말에 이윤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아야 했다. 결국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넘버원을 빠져나가 버렸고, 이윤정은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말았다.
'첫사랑을 만나셨구나. 그래서 기분이 좋으신거였어.'
화장실에서 연거푸 세수를 하고 있던 이윤지가 헛웃음을 지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얼굴 한편에 어두운 그늘이 졌다. 설마했는데, 첫사랑과 재회를 했다니.
어젯밤까지만 해도 2:2 데이트를 한다는 소식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는데 이제는 두근거림이 전부 사그라들고 말았다.
걱정이 되었다. 좋아하는 남자를 빼앗길까봐 조마조마했다.
"내일 시간이 되냐구?"
"네 오빠."
갑자기 나가서 무슨일이 있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10분만에 윤지가 다시 들어왔고, 리프레 숲에 당도할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윤지가 리프레 숲에 당도하자마자 자신을 부르더니 이윽고 시간이 있냐고 물어오는게 아닌가?
"음 시간이 되긴 하지. 그런데 왜그래?"
"그냥요. 오빠랑 저녁 식사나 한번 해보고 싶어서요. 어때요?"
"윤정이랑 페이는 온대?"
"2:2가 아니라 1:1이에요."
"잉? 단둘이 먹자고?"
"싫으세요?"
"아니 싫은건 아닌데, 너가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니까 조금 의외라서 말야"
"그냥, 오빠랑 놀고, 넘버원에 관련해서 여쭤볼것도 있구 해서 말이에요. "
"여기서 하면 안되는거야?"
이윤지는 순간적으로 답답함을 느꼈지만, 대놓고 표출할순 없어서 그저 웃는 낯으로 네라고 말할뿐이었다.
"음. 그럼 몇시에 만날까?"
"저녁 6시에 어때요?"
"6시라……"
헨리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6시라면 어찌어찌 될것 같아서였다.
"좋아요 그럼 내일 6시에 봐요. 아참. 언니랑 페이에게는 말하지 말아줘요알겠죠?"
"그러지 뭐."
이후 네명의 일행은 리프레숲 초입지역으로 이동했다.
전쟁이 지속되는 시점에서 ㅤㅂㅞㄺ구와 신지가 전쟁에 개입한다면 많은 애로사항을 겪을수 있기 때문에 헨리가 드라이언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제국의 용사가 출현하자 엘프의 수호성자가 손수 그를 맞아들였다.
예전에 엘프와 인간들의 단합을 이뤄낸 공로 때문에 수호성자와의 친밀도가 어느덧 300 가깝게 형성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엘프들과의 적대지수는 0이었고, 엘프들은 헨리일행을 공격하지 않고 노란 빛을 띄면서 npc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엘프숲에 도착한 헨리는 먼저 거처로 삼을만한 여관을 하나 구한뒤 숲 주위를 살폈다. 사냥하기 용이한 던전을 찾는것이다. 다행히 엘프의 숲에도 여러가지 던전이 존재하고 있었다. 헨리가 선택한 던전은 다름아닌 다크 미스트 던전이었다.
다크 미스트.
어두운 안개라는 의미로, 다크 미스트 끄트머리에는 마계를 연결하고 있는 다크 포탈이 위치하고 있어 종종 마계의 마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엘프들이 포탈을 가동시키지 못하게 봉인을 해두었지만 흐르는 마기까지는 억제하지 못한 것이다. 다크포탈의 마기 때문에 숲 지척에 살고 있던 몬스터들이 돌연변이로 탈바꿈 했고, 몬스터들의 이름또한 마계 늑대, 마계 식인목으로 변형되어 있었다. 헨리가 노리는 몬스터는 바로 마계 식인목이었다.
마계 식인목은 주 속성이 나무라서 윤지와 리나, 그리고 신지가 발사하는 익스플로젼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트란티아에서 엠틀란트까지 워프를 했고, 엠틀란트에서 이곳 리프레까지 멀리 날아온터라 ㅤㅂㅞㄺ구는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그래서 ㅤㅂㅞㄺ구는 쉬게 해줄 요량이었다. 그 때문에 이곳 식인목 던전을 찾은 것이다.
세명이 불속성 마법을 잘 구사하니까 말이다.
헨리의 예측대로 식인목의 레벨이 450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사상자 없이 매끄럽게 사냥에 임하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500레벨을 달성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전적으로 ㅤㅂㅞㄺ구의 실드와, 신지의 개입으로 인해 빨라진 사냥덕분이었다.
드래곤과 반신반요의 가공할만한 위력. 이상태라면 넘버원의 자리를 꿰차는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닐것이다.
"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청년은 다름아닌 지강혁이었다.
그는 지금 한 S여고 후문에 와있는 상태였다.
여고생들을 보니 일찍이 퇴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공부와는 제법거리가 멀어보였다. 치마가 짧은건 둘째치고 화장을 한 얼굴까지.
어떤 녀석은 경극을 하는것 마냥 화장을 짙게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마치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보는듯 해서였다.
그나저나 예쁜애들이 정말로 많았다. 발육또한 끝내주는 애들이 수두룩했다.
요즘 여고생들이 저렇게 변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3년전만 해도 청초한애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한동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지강혁이 저 멀리 한 여인이 시야에 들어오자 반갑게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바로 강여진이었다.
강여진이 배시시 웃으며 지강혁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팔짱을 끼더니 오빠앙~ 이라며 애교를 부려온다. 적응이 되지 않았기에 지강혁은 뒷통수만 벅벅 긁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이시간에 나와도 되는거야??"
"방학중에 자습은 5시 30분에 끝나요. "
"아 그래? 우리때는 무조건 10시까지 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구나"
"뭐, 그런셈이죠. 그런데 오빠 우리 뭐라도 좀 먹어요. 너무 머리 ㅤㅆㅓㅅ더니 배고파 죽겠어요."
"음. 뭐먹고 싶은데?"
"어제 제가 먹고 싶은거 먹었으니까, 오늘은 오빠가 먹고 싶은거 먹어요.
제가 사줄게요!"
지강혁이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아무튼 일단 어디라도 좀 가자. 애들이 너무 많아서 좀 그러네."
주변에 있는 여고생들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여자들만 있는곳이 아니던가?
괜시리 여진이랑 있다보니 절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진 지강혁은 팔짱을 끼고 있는 강여진을 질질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곳은 한 삼겹살 집이었다.
어젯밤 이윤지와 만남을 약속했던터라 고깃집을 약속장소로 잡고 그리로 오라고 한것이다. 원래 대로라면 단둘이 만나야 했지만, 여진이 녀석이 고기를 무척 좋아라 하는통에 어쩔수 없이 데리고 오고 말았다.
마음착한 윤지라면 이정도는 이해해 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