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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향기가 물씬 배어있는 조그마한 카페안이었다.
거기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키 178에 몸무게는 67정도로 되어 보였을까?
생긴건 잘생긴 편에 속했는데, 얼굴이 몹시 동안이라서 누가 보면 고등학생으로 볼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스물세살이었다. 빠른이라서 24살들과 터울을 함께 하는 그런 남자이기도 했다.
반면 여자의 미모는 가히 천상선녀가 강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무척이나 예뻤다. 여성의 키는 170이었는데 여자치곤 상당히 큰 편이나, 몸매의 비율이 너무나도 환상적이라서, 그녀의 키를 문제삼는 남자들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피부도 하ㅤㅇㅒㅆ다. 마치 백옥을 연상케 하는 피부랄까?
얼굴에는 방울 토마토를 연상케하는 자그마한 홍조가 양볼에 피어나 있었는데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보고 매우 부끄러워 하고 있다는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여성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남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법 다정다감한 말투였다.
"여진아 왜그렇게 얼굴을 푹 숙이고 있어? 혹시 어디 아픈거야?"
남성의 정체는 바로 지강혁이었다. 강여진이 고개를 도리질 치며 살짝 웃었다웃는걸 보니 아픈건 아닌것 같아서 지강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아픈거 같아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다.
3년동안 뭐하고 지냈어?"
"음.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그냥 학교다니면서 무난하게 지냈어요."
방황했다는 말은 쏙 빼고 그렇게 둘러대었다. 지강혁이 피식 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강여진이 어떻게 자신을 알아보았을까?
문득 궁금증이 일은 지강혁이 강여진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날 알아본거야?"
"오빠는 변하신게 없으시더라구요. 그래서 대번에 알아봤어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페이에게 소식을 듣고 그를 보기위해 미행까지 한 그녀가 아니던가? 악녀(?) 이윤지에게 지강혁을 떼어놓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손수 걸음을 옮긴 거였다. 강여진은 그 사실을 철저하게 엄폐하고 그렇게 둘러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강혁은 그녀의 말을 그저 곧이곧대로 믿을수밖에 없었다.
"여진이 너는 엄청 많이 변했구나."
앳된 강여진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던터라 지강혁은 강여진을 한번에 알아보지 못했고, 계속 누구냐면서 정체를 캐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강여진 이라는 말이 나왔을때도 믿지 못하고 입만 쩍 벌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많이 변해 버렸다.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아주 앳된 녀석이었는데 3년후의 모습은 그야말로 요조숙녀가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얼굴이 너무변했고, 성숙해진 몸매와 더불어, 키가 급작스럽게 큰 바람에 대번에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중3이 되고, 고1 올라가면서 키가 급작스럽게 컸어요. 그리고 얼굴에 젖살도 좀 빠졌고, 가슴도 커졌고. 뭐, 그러다보니 좀 변한것 같아요."
"푸학!"
여고생 녀석이 대놓고 저 가슴 커졌어요 라고 말하니 순간적으로 당황한 지강혁이 물을 먹다말고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그 모습에 강여진이 피식 거리며 웃었다.
"예나 지금이나 오빤 그쪽 방면으론 변한게 없으시네요."
"응? 무슨 소리야?"
"스킨쉽 말이에요."
"아. 그래?"
강여진이 3년전을 회상하며 지강혁을 쳐다보았다.
3년전. 우여곡절 끝에 연애를 하게된 두사람은 손을 잡는데만도 무려 한달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었다. 그것도 강여진이 먼저 손을 잡아서 잡게 된 거였다.
다른쪽과는 달리 지강혁은 여자와의 스킨쉽을 매우 어려워했고, 먼저 잡는게 영 내키지가 않았다. 남자쪽에서 스킨쉽을 해오지 않자 강여진이 먼저 나섰고 결국 사귄지 32일만에 손을 잡는데 성공했다.
3년만에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한 두 남녀는 3년전 일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갔고,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이윽고, 카페안에서 2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시간을 보니 벌써 시침이 6을 가리키고 있었던터라 지강혁은 강여진을 데리고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좋아하는 음식 있어?"
"음. 파스타요!"
스파게티를 먹자는 말에 지강혁이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했고, 제법 유명한 파스타집을 찾아낼수 있었다. 다행히 지척에 위치하고 있었던터라찾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가볍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강여진이 지강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마음을 정한듯 핸드폰을 불쑥 내밀었다. 휴대폰 번호를 달라는 무언의 신호였건만, 지강혁은 끝끝내 눈치를 채지 못하고, 왜? 라고 물을 뿐이었다.
답답함을 느꼈는지 강여진이 혀를 배꼼 내밀었다.
"핸드폰 번호좀 주세요~ 바보 오빠."
"아 그런거였어?"
"핏. 센스 없는건 여전하시네요."
"너도 할말 다하고 직설적인 성격은 여전하구나? 하하하"
변한거라곤 예전과 달리 말투가 고와졌고 엄청 순진해졌다는 거였다.
담배도 끊은지 오래라고 하니, 이제는 대학교에 당당하게 입학해서 고백을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게 있었다. 바로 이윤지의 존재였다.
핸드폰을 건네받은 강여진이 은근슬쩍 지강혁을 한번 떠보았다.
"오빠~"
"응?"
"혹시 말이에요. 여자친구 있으세요?"
강여진은 그렇게 물으면서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제발 없다고 말하라고 말이다. 다행히 기도가 통해서였을까?
지강혁이 웃는 낯을 지으며 강여진에게 없어 라고 말을 건넸다.
그것도 그냥 없어가 아니라, 여지껏 여자한명 못사귀어봤다는 말까지 덤으로 건네왔다. 그 소리에 놀란건 강여진이었다.
척보기에도 잘생긴 오빠였고, 무엇보다 성격 자체가 여자를 편안하게 해주고, 유머감각이 있어 웃음을 잘 유발시켰다.
더욱이 담배도 피지 않고 술도 많이하지 않은 그가 아니던가?
그런데 여지껏 여자하나를 사귀어보지 못했다니?
"사실 자금란에 시달리고 있었거든. 그래서 여자만날 시간이 애초에 없었어그저 돈벌기에 급급했거든."
"아……"
3년전에도 돈이 없어서 전기세를 내지 못한 오빠였다.
무엇보다 문제집 살 돈도 없어서 빵셔틀에게 문제집을 요구했던 그가 아니던가 불현듯 3년전 돈에 대한 아픈 기억이 떠오른 강여진이었다.
"하지만 이젠 괜찮아졌어. 집살돈도 마련해뒀고, 이제 좋은 여성 만나서 사귀고,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일만 남았지. 하하하"
수중에 있는 돈은 수억이다. 무엇보다 넘버원에는 신지와 하얀마음 ㅤㅂㅞㄺ구가 있기 때문에 돈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말 그대로 탄탄대로인 셈이었다. 이제는 여자를 만날일만 남았다.
오빠 강승일을 통해 지강혁이 넘버원내에서 제법 잘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강여진이 배시시 웃으며 지강혁에게 말했다.
"정말 다행이네요 오빠."
"예전에 가난했던 내가 아니니까 종종 연락하렴. 맛있는 파스타 많이 사줄게.
단!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 가야한다? 오빠처럼 놀고 먹으면 안돼알겠지?"
"네 오빠."
"뭐라고? 강혁이형을 만나서 저녁까지 함께 먹고 왔다고??"
"그렇다니까 그러네? 왜그렇게 놀라?"
여동생의 말에 페이 강승일이 입을 쩍 벌리면서 놀라워했다.
분명히 지강혁은 뚝섬지구에서 놀다가 먼저 집에 가버렸다.
여동생은 훨씬전에 자리를 뜬만큼 둘이 만날래야 만날수가 없었다.
그런데 만나서 저녁까지 함께 먹고 왔다는 것이다.
간혹 드라마를 보면 어찌어찌해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만나서 이어지곤하는데, 여동생이 아무래도 전생에 지강혁과 결혼을 했던 사이인가 보다.
어쩜 드라마틱하게 만남과 이별이 이어지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너랑 강혁이형은 전생에 뭐가 있었나보다. 무슨 드라마 찍는것도 아니고 어떻게 일이 그렇게 이어지냐?"
"사실 나도 깜짝 놀랐어. 지하철 타고 이동하고 있는데, 왠 치한이 자꾸만 껄쩍대서 내릴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때 강혁이 오빠가 날 구해준거야.
나도 엄청 놀랐다니까?"
"아무튼 여태까지 강혁이형을 만나서 놀다가 왔다 이거지?"
"응."
"오랜만에 만나니까 어떻든? 좋았어?"
"두말하면 입만아프지. 나 그리구 강혁오빠 핸드폰 번호도 따냈다? 히히"
한편으로는 다행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강혁을 만나게 된게 걱정이된페이였다. 여동생은 한창 공부에 매진할 고3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 첫사랑과 재회를 하고 만 것이다. 혹 공부에 방해가 되는건 아닐지 걱정이었다. 오빠의 표정이 별안간 심각해지는것을 느낀 강여진이 눈치 빠르게 선수를 쳤다.
"뭘 걱정하는지 잘 알아. 내가 공부 안하고 딴곳으로 샐까봐 그러지?
걱정마. 난 강혁오빠가 다니는 S대에 반드시 갈거니까!
그러니까 공부 걱정은 하지도 마."
"하여튼 기집애가 눈치는 더럽게 빨라요."
"후후 내가 좀 빠르긴 하지. 아무튼 난 공부좀 하다가 잘테니까 오빠는 쉬고 있어. 아니면 넘버원이라도 하던지?"
"아! 그러고보니 9시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시침을 보니 정확히 9를 가리키고 있었던 터라 페이는 부랴부랴 넘버원 캡슐장치에 몸을 실었다. 강여진은 조용히 방안으로 이동한뒤 책상 서랍장 안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들었다. 중2때, 지강혁과 처음으로 데이트하면서 찍었던 스티커 사진이 바로 그것이었다.
강여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진속 지강혁에게 뽀뽀를 하곤 수학책과 영어 문제집을 집어 들었다.
이제는 공부를 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