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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나와 빵셔틀 메밀묵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이었다.
"부,부탁이에요! 좀 도와주세요."
"어,어쩌지 강혁아?"
"뭘어째 시발아? 그냥 가라니까? 지금 중요한건 저년들이 아니라 내 성적이야 안그냐?"
"그,그렇지."
"저런 벌레새끼들은 강간이라도 해야 여자를 한번 따먹어 볼거 아냐?
걍 냅둬. 벌레새끼들 일에 뭣하러 우리가 관여해? 가자 빵셔틀!"
"그,그래."
메밀묵이 나의 가방을 짊어지고 골목길을 빠져나갔고, 나또한 메밀묵과 함께 책을 들고 그곳을 벗어나려했다.
그때였다.
"야! 야야! 잠깐!"
벌레새끼들의 목소리였다. 아마도 내 말을 듣고 빈정이 상한것 같아 보였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그냥 가려했지만 녀석들이 빵셔틀에게 돌을 집어 던지는 통에 빵셔틀이 피하지 못하고 맞아 버리고 말았다.
감히 내 가방을 들어주는 빵셔틀에게 위해를 가하다니?
도저히 용서할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두 눈을 부라리며 녀석들을 째려봤다.
벌레 새끼중 한놈이 나의 교복을 보더니 아는체를 해온다.
"오호라? 명성고 샌님이구만??"
"벼래별공고 새끼들이냐?"
"오? 우리들을 잘 알고 있나?"
"당연히 잘 알지. 꼴통새끼들 중에 꼴통새끼만 가는곳이잖아?"
"이,이새끼가!?"
주먹을 쥐고 달려드는 벌레새끼 한마리.
가볍게 피한후 카운터를 날리고 복부를 한대 후려 줬더니 픽 쓰러져 버렸다.
그 뒤를 이어 남은 벌레새끼가 달려들었지만 뒤돌려차기 한방에 저만치날아가 버렸고, 간단하게 두 쓰레기를 처리한 나는 빵셔틀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었다.
다행히 자그마한 돌에 맞아서인지 별 이상은 없어 보였다.
"존나게 아픈것처럼 쓰러지더니 결국 엄살이었냐?"
"미,미안."
"참 미안할것도 많다. 벌레 두마리 처치했으니 일어서라 병신아"
그렇게 말하곤 가방을 휙 던져 메밀묵에게 넘겼다.
메밀묵은 당연하다는듯이 가방을 들었고, 나는 다시금 책을 집어 들고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다.
그때 아까봤던 여중딩 두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고개를 꾸벅 숙이는 귀여운 것들.
"가,감사해요. 오빠."
"뭐가?"
"도,도와주셔서요."
"인사치레는 됐고, 여긴 벼래별공고 새끼들 주 터전이다.
그러니까 밤늦게 싸돌아다니지 마라 멍청아."
공부하기 바쁜 시간이다. 더이상 할애한 시간따윈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나의 손목을 잡아채는 건방진 여중딩 녀석.
"저,저기!"
"아 씨발 바빠죽겠는데 뭐!"
갑작스러운 욕설에 놀라서였을까? 여중딩이 움찔하더니 뒤로 슬금슬금물러났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에게 슬금 다가오는 녀석.
"사,사례라도 하고 싶어요."
"사례는 니미. 야 됐으니까 그만하고 얼른 꺼져라. 안그래도 바빠죽겠는데 별 꼬마년이 다 발목잡고 지랄이야 지랄이"
1분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건방진 여중딩이 자꾸 발목을 잡아서 짜증이나 욕설을 내뱉은 거였다. 내가 막 뒤돌아서 그곳을 빠져나가려 할때였다. 기분이 나빴는지, 아니면 욕을 계속 들어서 열이 받았는지 여중딩이 대뜸 나를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야이 개새끼야!!"
고갤 돌려보니 방금전 여중딩이 악에 받친듯 소리를 빽 지르고 있었다.
어이가 없다못해 기가찼다. 감히 여중딩년이 나에게 소리를 치다니?
남자였다면 여타부타 하지 않고 죽빵을 날렸겠지만 상대는 여자다.
차마 때릴수가 없었다.
"야! 니가 뭔데 나한테 욕을해? 니가 그렇게 잘났어!? 응? 이 개새끼야!
남자 새끼가 매너라곤 쥐뿔만큼도 없고 말야!! 그래서 장가나 가겠어!?"
"이,이년이 미쳤나!?"
"그래 나 미쳤다 개새끼야! 왜 때리게? 때려봐! 나 겁 하나도 안나!!"
"여,여진아?"
친구인 소연이가 말리고 나섰지만,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강여진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지강혁에게 소리를 꽥꽥 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애가 당돌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성격이 좀 있어뵈는 스타일이었다.
"넌 가만히 있어봐! 난 저새끼한테 기필코 사과를 받아내고야 말겠어!"
"이년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너 내가 누군지 아냐?"
"모른다 이 나쁜놈아!!"
"야! 내가 그 유명한 명성고교 짱 지강혁이야. 지강혁! 너도 귀가 있다면 들어봤을거 아냐?"
지강혁.
명성고 2학년 생으로 3학년을 찍어누르고 현재 명성고를 장악하고 있는 실세이자 우두머리였다. 그런 그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여진은 전혀 흔들림없이 지강혁의 말을 받아쳤다.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떠벌리니? 응?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을 해야하는게 도리아냐? 나이 처먹고 왜 그따구로밖에 못사니?"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살다살다가 저렇게 당돌한 년은 난생 처음이었다.
여지껏 나에게 이렇게 대한 여자는 단 한명도 없었고, 그저 내가 얼굴을 들이대기만 하면 부끄러워서 고개를 돌리는 년들이 다반사였다. 그런데 저년은 오히려 욕을 하면서 대들고 있는중이다.
더 가관인건 쳐보라면서 몸을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오! 진짜!"
"뭐어! 뭐어어어!!"
"에효 씨발..야! 그냥가자 빵셔틀."
결국 그자리를 떠버렸다. 여자를 이겨서 좋을게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자를 때렸다는 소문이 돌면 학교 내에서도 명성이 바닥을 길수 있다. 지금은 그냥 무시하는게 가장 나아보였다.
"여,여진아 너 정말 대단하다. 어쩜 지강혁 앞에서 그렇게 당당할수 있니?"
"사,사실 나도 겁나 죽는줄 알았어. 다행히 여자는 안때리나 봐."
이판사판으로 대든거였는데 상대는 자신을 무시하고 그냥 가버렸다.
김소연이 대단하다는듯 강여진에게 엄지를 치켜 들었다.
"정말 대단해 넌."
"말을 좀 함부로 해서 그렇지. 사람이 그렇게 나빠보이진 않네.
아무튼 우리도 얼른 이곳을 뜨자. 벼래별 공고 사람들 오면 무슨짓을 당할지 몰라."
"그래 그게 좋겠어."
다음날.
어젯밤 무리하게 공부를 해서 늦잠을 자는 통에 1교시가 끝나고 학교에 오고 말았다. 학생과에 끌려가서 가볍게 몽둥이 찜질 10방을 맞아주고 교실에 들어서니 메밀묵이 반갑게 나를 맞이해준다.
"어? 뭐지 이건?"
서랍을 보니 왠 문제집이 두개나 들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수학 문제집이었다. 돈이 없어서 빵셔틀에게 부탁좀 하려고 했는데 빵셔틀 놈이 눈치있게 문제집을 사온 모양이었다.
"니가 드디어 철이 든 모양이구나 빵셔틀! 핫핫!!
센스가 많이 늘었어??"
"그,그게 말야 강혁아. 이건 내가 보낸게 아냐."
"엥? 그럼 누가 보낸건데?"
"나,나도 잘 몰라"
빵셔틀이 보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혹시나 싶어 문제집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문제집 첫장에 왠 편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재빨리 편지를 뜯어보았다.
[우연찮게 당신이 수학책 들고 있는걸 봤어요. 길거리를 거닐면서 공부하는 모습이 엄청 멋졌는데, 말투는 영 아니더라구요.
이 문제집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공부 열심히 해요.
그런데 명성고 지강혁씨 맞으려나 모르겠네? 나도 급히 보내는거라서~~ ^^ 아무튼 어제일 정말 고마웠어요.]
<성격만 고치면 인기 많을거 같은데 아쉽군요. 바보 ㅗ >
딩동댕동~~ 딩동댕도오옹~~
학교 종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드디어 방과후 시간이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강여진은 친구인 소연이와 함께 정문을 나섰다.
막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 소연이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 닿아 있었다.
그녀는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그도 그럴것이 어제 봤던 흉폭한(?)남자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맞게 찾아왔군.'
빵셔틀의 기억력을 믿고 여중을 찾아왔는데 기가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어젯밤 여중딩의 교복을 봤기에 어느학교에 다니는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찾아온 것이다.
목적은 단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