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180화 (180/378)

< -- 180 회: 넘버원 -- >

사립 명문 고등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명성고교 내에서도 짱이 존재했고 일진회가 존재했다. 중학교와 다른점은 윗대가리 새끼들이 거의 재벌 2세라는 점이었다. 놈들은 돈을 이용할줄 알았고 돈으로 사람들을 구워 삶았으며 돈으로 학교를 틀어쥐고 있었다. 돈만 있으면 학교 선생이고 나발이고 이사장까지 압도가 가능했다. 그때 처음으로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싸움을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치고받고 그러진 않았다.

일단 말로 위협을 가하고, 그래도 들어처먹지 않으면 그때 무력을 사용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무조건 주먹을 휘두르고만 봤는데 약간은 철이 들고 세상살이를 알아 나가서 그렇게 행동한듯 싶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나의 명성 때문에 선배들도 함부로 나를 대하지 못했다.

몇몇 여선배들은 추파를 던져오면서 나와의 하룻밤을 꿈꾸기도 했다.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어릴때부터 잘생겼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피부도 좋았고 하얘서 여자애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란 언제나 나에게 불행을 가져왔다.

고1때 썸을 타던 고 2누나가 하필이면 명성고교 총 학생회 회장이 1년간짝사랑 했던 여자였다. 학생회장은 그때부터 나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나도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고 세력을 끌어모아 그에게 대항해 나갔다.

하지만 학생회장은 영리했다. 무엇보다 돈으로 교사들을 구워 삶았고, 싸움이 벌어지면 나만 징계를 먹었고 나만 피해를 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싸움은 주먹으로 하는게 아니라 돈으로 하는거라고.

학생회장이 졸업하기를 기다려 1년동안 버로우를 탔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닥치고 사려야만 했다.

그래야지만 뒤가 있는것이다. 괜한 자존심으로 학생회장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에게 관심을 가졌던 그년도 학생회장에게 다시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돈의 무서움과 더불어 돈맛을 알아버린 탓이었다아마도 사타구니를 벌렸으리라고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널리고 널린게 여자였고, 예쁘장한 여자도 무척 많았다.

뭣하러 한 여자에게 올인하는 병신짓을 일삼는단 말인가?

돈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나는 그때부터 게임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용돈 벌이가 가능했기에 게임을 끊을수가 없었다. 대회에 나가서 1등도 해봤고, 그로인해 학교 내에서도 점차내이름이 오르락 내리락했다.

선생들도 내 게임실력을 칭찬했으며, 담임도 게임계로 나가면 잘할것 같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고 온라인게임으로 돈을 벌었다. 학교에는 나가지도 않았고 피씨방에 출퇴근 하면서 빵셔틀 1호와 함께 온라인 게임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창 폐인짓을 일삼다가 고1이 지나갔다.

이제 고2가 되고 후배들도 들어왔다.

몇몇 일진회 출신 후배들이 인사를 하고 싶다면서 도전장을 보내왔지만 나는 도전장을 보낸 세명의 1학년을 모조리 때려눕혔고, 2학년 영역을 완전히 틀어쥘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성금 모집이라는 명분하에 한달에 30씩 꼬박 내 주머니에 들어왔고, 생활이 조금씩 편해졌다. 이상태로만 간다면 할매의 병도 치료할수있을것만 같았다.

"하,할머니!!"

한창 피씨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게임하고 있을때였다.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온 전화였는데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할머니를 봤다. 의사의 멱살을 잡고, 어찌된거냐고 물었다. 암이란다. 폐암 말기란다.

돈도 없는데 폐암 말기란다……

할머니는 죽기전에 나에게 한마디의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으셨다.

"공부해서…공부해서 꼭 대학 갔으면 좋겠다 강혁아.

예쁜 색시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낳고 행복하게…"

돈이 없어서 박스를 주워 모았고, 그걸 고물상에 가서 팔았다.

하루종일 해봤자 하루에 만원도 벌기 어려운 일을, 돈을 벌려고 … 나같은 인간쓰레기에게 책한권 더 사줄려고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박스를 주웠다. 하지 말라고 소리쳐도, 책한권 더 사주고 싶어서 그러는거라고 … 그러니까 괜찮다고.

웃으며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역정이 나서 집을 뛰쳐 나온적도 많았다.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

기본적인 사고도 없는 무뇌인 내가 애시당초 공부를 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무엇보다 기초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지금 공부해도 대학을 갈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할머니의 유언대로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공부를 하기 위해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우등생 10명을 학교 체육관으로 따로 불러냈다.

그간 나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터라 우등생 놈들은 바들바들떨면서 체육관으로 나왔고, 나는 녀석들에게 기초 문제 500개를 선별.

그리고 요약 정리한 것을 모조리 토해내라고 윽박질렀다.

사랑하던 할머니까지 잃은 마당에 나에게 있어 무서울 것이라곤하나도 없었다. 안하면 그새끼들을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다행히 놈들은 지레 겁을 먹고 다음날 기초 문제를 선별해서 나에게 갖다바쳤고, 요약정리 한것들도 깔끔하게 프린트로 복사해 내가 있는 반으로 가져왔다. 어릴때부터 머리가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어서 다행히 암기하는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인건 수학과 영어같은 이해과목이었다.

암기는 잘되는데 이해가 안되니 요약정리 한것도 별 소용이 없었고, 결국 2학년 기말고사때 반에서 20등을 하고 말았다.

30명이 한반이니 20등이라면 그나마 성적이 괜찮게 나온 편이었다.

이제 남은것은 2학기 중간과 기말이다. 두개를 잘쳐서 고3 수능을 잘본다면 어찌어찌 될것 같았다.

"시발 지하철 2호선 확장공사를 하던가 하지. 개 병신 같이 존나 쫍아 터져가지고! 아 인간 존나게 많아 시팔!"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즉 나란 새끼는 온갖 욕설을 내뱉으면서 사회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중이었다. 중간고사 시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지하철에서 책을 들고 암기를하고 있는데, 이놈의 사람새끼가 존나게 많아 집중이 안됐다.

그래서 열이받아 욕설을 내뱉은 것이다.

고딩의 패기로 인해서일까?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은듯 뒤로 물러났고, 내 곁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이때부터 혼자라는 그늘에 익숙해져서 지금도 혼자 있는게 편한것 같다.

역시 버릇이라는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시발! 수학이랑 영어 어쩌지? 야 빵셔틀!"

"빵셔틀 1호! 메! 밀! 묵!"

메밀묵.

그냥 얼굴이 까매서 내가 붙힌 별명이다.

"야 너 수학 잘하잖냐? 뭐 비법같은거 없어?"

놈은 수학을 매우 잘한다. 저번 기말에도 수학성적이 무려 100점이었다.

그에 반해 나란 새끼는 고작 28점에 불과했다.

뭐 그래도 1학년때 3점을 맞았던걸 생각하면 많은 발전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에, 그,그러니까"

"이러지 말라구요!! 도대체 왜이래요 진짜!!"

한창 빵셔틀과 함께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왠 여자애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빵셔틀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자세히 보니 왠 고등학생두명이 여중생 두년에게 치근덕 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얼굴을 보니 그렇게 예뻐 보이지만도 않았다.

하지만 가슴은 조금 커보였다. 성장하면 참 야물딱지게 잘 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혈기왕성한 고딩이라서 그런지 여자만 보면 젖가슴쪽으로 눈이 가는게 사실이다.

"야 빵셔틀 신경쓰지말고 지나가."

자꾸만 여중생을 쳐다보고 있는 빵셔틀을 데리고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지금 중요한건 암기를 하는거다. 무엇보다 여중생들을 구해준다고 해서 득될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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