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177화 (177/378)

< -- 177 회: 넘버원 -- >

이유정이 일행들을 이끌고 간곳은 바로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였다.

뚝섬한강공원은 한강공원으로 새단장하기 이전부터 강변 유원지로 유명했던 곳이었는데 공원 내에는 음악분수, 수변광장, 장미정원, 자연학습장, 어린이 놀이터 등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한강이 잘 조망되도록 마련한 수변광장에는 대규모 문화행사를 비롯해 야외공연 등의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특히 수변무대에 설치된 '워터스크린'은 빛을 흐르는 물에 비추어 반사되어 나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매주 주말 또는 휴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영화ㆍ애니메이션 상영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뚝섬한강공원에 몸은 가늘고 긴 원통형인 '자벌레' 형태의 길이 243m 규모의 예술과 휴식이 함께하는 복합 전망문화 콤플렉스가 있다.

뚝섬유원지역에서 연결되어 있어 누구나 이곳을 통해 편리하게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으며 '자벌레' 통로에는 카페, 찻집, 기프트숍은 물론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품전시 감상을 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낭만과 젊음을 만끽할 수 있는 윈드서핑,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 수상스포츠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봄과 가을에는 카페테리아와 계절 꽃전시장으로, 겨울철에는 눈썰매장과 스케이트장으로 사계절 내내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뚝섬한강공원에는 이 외에도 게임장, 인공암벽장, 유람선 선착장, 토요 나눔장터 운영, 수유실, 여성전용쉼터 등의 시설들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뚝섬은 사시사철 내내 활달한 이벤트성의 행사들을 시행했고,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야 사람 많은곳에 안온다며?"

어제 윤정이가 말하길 페이 때문에 인적이 드문 한강둔치에서 놀겠다고 말을 했었다. 페이는 유명인사다. 아니 유명 아이돌이다. 그런 페이가 뚝섬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많은 사람들이 페이를 알아보고 싸인요청을 할 공산이 매우커 제대로 놀수 없다. 자칫 매스컴 여파로 인해 지강혁을 비롯해 이윤지 와 이윤정 모두에게 피해가 갈수도 있는 노릇이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해요 오빠. 이히히"

"이히히가 아냐. 지금도 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잖아?"

지강혁의 말대로 사람들이 페이를 알아보고 메모지와 펜을 가지고 페이를 둘러쌓고 있는 중이었다. 요즘 인지도가 떨어져서 고민이다 뭐다 하던 녀석이었는데, 막상 이곳에 와보니 인지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꺄아 오빠! 정말 팬이에요!!"

"근데 이사람들 누구에요 오빠??"

소녀팬들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고, 페이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일행들을 친구라고 소개했다.

"응 내친구들이야."

"친구랑 뚝섬에 놀러 오셨구나~"

"그런셈이지. 자 여기있어."

"고마워요 오빠!! 재밌게 노세여!!"

몇몇 팬들은 개념있게 페이의 여가를 허락해 주었지만, 몇몇 소녀팬들은 페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 그를 졸졸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지강혁의 걱정대로 일이 흘러가 버렸다. 2:2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건데, 페이의 등장으로 인해 팬들이 몰려들어와 이제는 페이의 얼굴 보기가 어려워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정의 표정은 밝았다.

사실 이윤정은 페이의 인지도를 올려주고 기분이나 전환시켜줄겸 해서 이곳을 찾은 것이다.

예전에 오티에서 만났을때부터 페이에게 첫눈에 반한 그녀는 지금도 페이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 페이가 요즘에는 스케쥴에 허덕여 매번 넘버원만 해대는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아하는 남자와 넘버원을 같이 할수 있다는게 기쁘긴 했지만, 무릇 연예인이란 인지도가 높아야 돈을 많이 벌수 있고, 나아가 땅땅 거리며 살수 있는것이다.

우리나라의 무명연예인.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도 1만이 훌쩍 넘는다.

사모하고 있는 남자가 그런꼴이 되는걸 바라진 않았다.

결국 이윤정은 사람들이 많이 나다니는 뚝섬지구에 페이를 데려왔고, 그 작전은 보기좋게 먹혀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인기가 무척 많은걸?'

집에서도 요즘 인기가 떨어진것 같다며 동생인 자신에게 지랄을 해대던 오빠 강승일.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서 오빠를 보니 소녀팬들만 거의 2백명 가까이 강승일을 둘러싸고 있었고, 남성팬들과, 중년 팬들도 상당수 오빠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지강혁과의 2:2 데이트 사건(?)으로 말미암아 홧김에 뚝섬까지 오긴 왔는데 오빠란 작자는 팬들에게 둘러쌓여 있어 쉬이 접근하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강혁오빠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강여진의 얼굴이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져갔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순 없지. 한번 찾아보자.'

멀리서라도 오빠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오빠와 데이트(?)하는 여자의 얼굴도 한번 보고 싶었다. 도대체 얼마나 예쁘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강여진은 페이 근처에 지강혁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팬을 가장해 주위를 맴돌아 보았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팬들 뒤로 한 남자와 두여인이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저 남자가 지강혁으로 보였다.

'가,강혁오빠.'

놀랍게도 지강혁은 변한게 거의 없었다. 3년, 아니 4년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강여진은 지강혁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저,저여자들인가?'

지강혁 옆에 졸졸 따라다니는 여인 두명이 보였다. 강여진은 눈매를 가늘게 좁히고 여자들을 탐색했다. 한여자는 제법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여자의 매력이라고 할수 있는 가슴이 좀 작아보였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비컵이 되지 않는 여자다. 키도 그렇게 크지 않고 작달만할까?

강여진은 또다른 여자 하나를 살펴보았다. 처음본 여자와는 달리 얼굴도 무척예뻤고, 몸매또한 자신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게 없었다.

강여진은 평소 자신의 몸매와 얼굴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나정도면 연예인도 할수있겠지라고 생각했고, 오빠인 페이 또한 왠만한 여자 아이돌보다 너가 낫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자아이돌은 대개가 성형빨이다. 하지만 강여진는 손하나 대지않은 100퍼센트 자연산이었다.

'저여자 엄청 예쁘네. 혹시 저여자가?'

무엇보다 생긴것도 참 참하게 생긴것이 결혼을 한다면 남편 내조를 기가막히게 잘할것 같아보였다. 이윤지와 좀 비슷한 면이 있긴 했지만, 강여진은 매사가 똑 부러지는 성격이다. 그리고 할말을 다 하는 성격이기도 했다.

반면 이윤지는 상대를 존중해주고, 상대의 의견을 먼저 들어본뒤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조율을 한다. 그러다보니 성격 좋다는 말을 매번 들어왔고 강여진은 자기주장이 강하다라는 말을 매번 듣는 편이었다.

'강혁 오빠가 저 기집애랑 잘되면 안되는데……'

사랑하는 남자를 공유하고 싶은 여자는 없는법.

'한번 접근해볼까?'

4년전과 달리 강여진은 많이 변한 상태였다.

얼굴 형태와 앳된 모습은 여전했지만, 무엇보다 키가 급성장해서 169cm에 달했고, 가슴이 부풀어 올라서 섹시미를 한껏 자랑하고 있었다.

중학 시절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젖살도 거의다 빠진 상태라얼굴이 조금 달라보였다. 강여진은 마음을 굳게 먹고 지강혁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물론 지강혁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게 핑크빛 모자를 꾹 눌러 쓴채 말이다.

"꺄아아 오빠!!"

"페이오빠 같이가요!!"

처음에는 팬들이 몰려와서 기분이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사실 페이는 2:2 데이트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처음에는 팬들이 사인 요청도 해주고, 알아봐줘서 고맙기 그지 없었지만 계속 따라다니니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화장실 갈때도 눈치가 보였고, 무엇보다 다른 일행들에게 미안한게 사실이었다.

지금도 지강혁을 비롯한 일행들이 뒤를 졸졸졸 따라오고 있지 않던가?

이건 2:2 데이트가 아니라, 그저 뚝섬을 거닐면서 인기조사를 하는듯한 모습이었다.

"제가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로 약속을 해서요.

그러니까 그만 따라와주시면 감사할것 같아요. 하하하"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페이의 요청에 소녀팬들 대부분이 허락하면서 페이를 고이 돌려보내(?) 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소수의 극성팬들이었다.

몇몇 팬들은 양해를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왔고, 페이에게 찰싹 달라붙어 팔짱을 끼기도 했다. 페이는 무척이나 난감해졌다.

마음같아선 그냥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인터넷이 떠들썩 할것이다. 요즘 인터넷이 많이 발전한만큼 뭐하나 꼬투리라도 잡히면 그대로 매장 당하는게 이바닥 생리였다. 절대로 경거망동 할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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