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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176화 (176/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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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암~ 피곤하다~~"

캡슐에서 빠져나와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침 배에서도 배꼽시계가 울리고 있는 상황.

페이 강승일은 냉장고를 뒤적거리면서 먹을거를 찾아봤지만 먹을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동창회에 가신지 오래. 1박 2일 여행인지라내일오신다. 결국 여동생인 강여진과 함께 저녁을 떼워야 한다는 소리였다.

강승일이 여동생의 방문을 확 열어젖혔다.

"아 깜짝이야!! 노크 할줄 모르니? 응!?"

"야 시끄럽고 밥이나 먹자."

"밥?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강여진은 그제서야 시계를 둘러보았다.

시침은 정확히 8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런데 우리 뭐먹어?"

할줄 아는 요리라곤 라면밖에 없었다. 점심도 라면으로 떼운 상태라서 저녁에도 라면을 먹기가 좀 그랬다. 이럴줄 알았으면 요리라도 좀 배워둘걸하는 생각이었지만 고3인 그녀가 요리배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강여진이 한껏 기대하는 눈초리로 오빠 강승일을 쳐다보았다.

"친구들에게 들었는데 넘버원에도 요리 시스템이 있다며?"

"그렇지. 현실과 아주 똑같이 만들어진 요리시스템이 있지."

"그럼 오빠도 요리좀 할줄 알겠네??"

"넘버원에서 요리해본적 한번도 없다."

강승일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동하면서 물약이 떨어지면 전적으로 헨리가 요리를 하면서 물약 대용으로 사용했고 윤정이와 윤지는 헨리를 보조해 주었다.

페이가 한건 그냥 재료만 캐다가 건네주는 일이 전부였다.

"나한테 기대 하지말고 짱깨나 시켜라."

"아씨! 점심에 라면 먹어놓고 무슨 면이야!?"

"그럼 볶음밥이나 먹어 이년아"

"어떻게 밥도 할줄 모르냐? 바보 멍충이가!"

"지도 못하면서!"

"난 고3이잖아!!"

"닥쳐 그건 핑계에 불과해!!"

"아 몰라! 맘대로해! 난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먹고 올래!"

"야 임마! 밤도 늦었는데 어딜 나간다고 그래? 그냥 볶음밥 먹어!"

강승일은 중화요리 점에 볶음밥 두개를 시키곤 20분간 기다렸다.

요리는 금세 도착했다.

"진짜 누구랑 참 비교된다. 강혁 오빠는 고1때부터 요리도 잘하고 그랬는데"

"야 거기서 강혁이형 얘기가 왜나와 이것아!"

"그냥 비교된다고 말한것 뿐이야. 발끈하지마"

"참 그형도 의문이다. 너같이 짹짹 거리는 참새가 뭐가 좋다고 아직도 못잊고있냐?"

"시끄러워! 내가 이래뵈도 얼마나 매력적인데!?"

"그래 얼굴이랑 몸매는 내가 봐도 봐줄만 하다.그런데 성격이 지랄이야 지랄"

"내 성격이 뭐가 어때서!!"

"몰라서 묻냐? 지랄맞잖아 멍충아?"

"야 니 성격보단 내 성격이 낫거든!?"

"성질부리지마 이것아. 얼굴에 주름져."

"니가 자꾸 성질나게 신경 긁잖아!"

"니가 예민한거다. 너 혹시 마법이냐?"

"이,이!!"

"삼."

"하아! 진짜 이것도 오빠라고! 넌 여동생 갈구는 재미에 살지? 그렇지!?"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 너?"

"으으 말을 말자 말을! 내가 너랑 무슨 이야기를 하냐!"

"시끄럽고 볶음밥이나 먹어라 밥 퍼진다."

"쳇!"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강승일은 시침이 9에 닿자 다시 넘버원에 접속하려했다. 9시에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얼른 들어가야만 한다.

그순간 여동생이 강승일의 팔을 잡아오며 물었다.

"야 지금 강혁이 오빠 넘버원 하고 있어?"

"안들어가봐서 모르는데, 하고 있지 않겠냐?"

"으음."

"왜?"

"아,아냐. 그냥."

고3이라서 방학기간이 매우 짧았지만, 여동생은 쉬는시간을 틈틈히 애용하면서 공부에 매진했고, 그결과 우수한 성적을 거둘수 있었다.

학원에서도 1등을 차지했고, 기말고사에서도 전교 2등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이 상태만 유지한다면 S대는 충분히 합격하고도 남았다.

그러다보니 조금의 여유가 생겼고, 강여진은 일주일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마다 강승일이 계속 지강혁에 대한 정보를 넌지시 알려주었다.

오늘은 뭐했느니, 또 오늘은 강혁이 오빠랑 사냥했느니, 틈틈히 보고를 하는 것이다.

지강혁의 이야기가 나올때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만큼 오빠가 계속 거론하니 자꾸만 보고 싶어졌다.

"너 강혁이형 보고 싶냐?"

"으음. 그,그건 아닌데"

여동생이 뜸들이는걸 보니 보고는 싶은데 짐짓 빼는것 같아 보였다.

"하여간 솔직하지를 못해요. 내가 주선해 볼테니까 한번 만나볼래?"

예전에는 여동생의 공부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여동생의 S대 합격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었다.

만나게 해도 괜찮을것 같았다.

오빠의 말에 강여진이 반색을 하며 소리쳤다.

"정말!?"

"그러고보니 내일 토요일이네. 알았어. 내가 이야기 해볼게 대신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알겠냐?"

"다,당연하지!"

"그럼 난 넘버원에 들어가볼게"

"응 얼른들어가!!"

"내일 같이 놀자고?"

"네 오빠!"

"나랑 너랑 단둘이는 아닐거 아냐?"

"오~? 저랑 단 둘이 데이트 하고 싶은거에요?"

"하하 뭐 원한다면??"

"풋. 1:1은 아니고요 윤지랑 페이에게도 말할거에요.

그러니까 2:2로 놀자는거죠. 윤지는 아마도 100퍼센트 올거라고 봐요."

"근데 윤지랑 페이 아직도 서먹하지 않아?"

"아녜요. 요즘 계속 같이 다니다보니 다시 친해졌어요."

"그래? 그럼 가보지 뭐.

어차피 주말이니까 오랜만에 바깥공기 마시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요즘 한창 넘버원만 해댄탓에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었다.

바깥공기를 마셔둔지가 오래라서 지강혁은 별생각없이 윤정이의 요구를 허락했다.

"좋았어. 그럼 이제 페이에게만 물어보면 되겠네요."

"그런데 페이가 좀 유명인사잖아? 괜히 우리랑 다녔다가 매스컴에서 기사 뜨는거 아냐??"

"그냥 사람 많은곳 말고, 거리나 거닐면서 이야기나 하려구요.

한강 공원이라던가 여의도 근처라던가.

요즘 날이 더워서 사람들이 거의다 바닷가에 놀러간터라, 지금쯤이면 사람 많이 없을거에요. 쉽게 말하자면 분위기 전환하자는거죠 뭐."

한창 리나와 헨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였다.

페이가 넘버원에 접속했다고 메세지가 떴다.

리나가 재빨리 페이에게 다가갔다.

"내일 2:2로 놀자고?"

"응! 윤지랑 윤정이, 그리고 강혁오빠랑 너! 이렇게 넷이. 어때??"

"아~음~어쩌지? "

사실 페이는 지강혁에게 내일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불러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여동생을 그자리에 나오게 한뒤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이 조금 꼬여 버리고 말았다.

'뭐, 여진이는 일요일날 만나게 하면 되니까. 별 상관없겠지?'

금요일까지 여동생이 쉬기 때문에 금요일 안에만 지강혁을 만나게 해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자 답이 간단하게 나왔다.

"좋아. 내일 같이 놀자."

"오케이!!"

"그러니까, 2:2 데이트를 간다…? 거기에 강혁오빠도 끼어있다…?"

"그,그게 아니라…"

"후…안되겠다. 나도 갈래."

"너,너도 온다고!?"

"왜? 안돼?"

"그,그건 아닌데…"

"강혁 오빠가 2:2 데이트 간다며? 그럼 다른 기집애 만난다는 거잖아?"

"멍충아 데이트가 아니라 그냥 친목을 다질겸해서 한강 둔치 보러 가는거라니까? 우리들 네명은 서로 같은 일행이고 매번 넘버원에서 보기 때문에…"

강여진이 강승일의 말을 자르며 조용히 말했다.

"갈거야"

"……"

"가서 강혁오빠 만날거야. 그리고 그 기집애가 강혁오빠한테 얼씬 못하게 막고 말거야."

"야 그게 아니라니까!?"

강여진은 강승일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었다.

여름이기 때문에 날이 제법 더운터라 반팔티에 청바지 하나만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몸매가 잘빠지고 얼굴이 예뻐서 옷이 그렇게 잘어울릴수가 없었다.

"앞장서."

"야 너 진짜 따라오게?"

"나 한다면 하는년인거 몰라? 떼어낼 생각 꿈에도 하지마.

무조건 따라갈거니까"

"하 미치겠네…"

약속이 취소되었다는 소리에 강여진이 자초지종을 캐물었고, 강승일은 어쩔수 없이 강혁이형이 약속이 생겼다는것을 말해주고 말았다.

그 약속이란 바로 한강 둔치에 놀러를 간다는 약속이었다.

남자 둘이서 한강 둔치에 갈리가 없다.

눈치 빠른 강여진이 그걸 모를리가 없었다.

결국 심문끝에 2:2 데이트 간다는것을 알수 있었고, 강여진은 열이 받아 공부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강승일과 함께 한강둔치로 향하고 있는중이었다.

'갑자기 긴장된다…'

호기있게 따라나서긴 했는데, 오빠를 만나는게 거진 3년? 아니 4년만이었다.

그러다 보니 많이 변해있을 공산이 컸다.

무엇보다 강여진 자신은 중2, 중3때 오빠를 보지 않았던가?

조그마한 그녀는 온데간데 없고 성숙해진 요조숙녀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가슴도 봉긋 솟아났고, 엉덩이도 자라났으며 젖살도 빠져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

'과연 오빠가 날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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