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9 회: 넘버원 -- >
제법 간교한 인상의 사내였다.
그의 닉네임은 샤크인.
살수대의 대주이자, 오딘의 심복으로 레벨 480에 달하는 전문 헌터가 바로 그였다. 그는 수하 50명을 이끌고 난파선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수행해야할 임무는 단하나. 제국의 용사와 동행하고 있는 마족 여인
[신지]를 척살하는 것이었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집단답게 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명령을 이행할 생각이었다.
"샤크인님 저기 스피드 길드원 하나가 오고 있습니다"
요원의 말대로 좀전의 헨리와 같이 있었던 어쌔신 여인 세리나가 샤크인에게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레벨 450의 어쌔신 세리나는 샤크인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여인이었다. 그녀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두달만인가?"
샤크인의 솥뚜껑만한 손이 어느새 세리나의 엉덩이에 닿아 있었다.
세리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가 샤크인의 손을 살짝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네가 살수대에서 탈퇴한 뒤로 살수대는 전원이 남자로 구성되었지.
그래서 계집 꽤나 그리웠다고. 어때? 이 참에 스피드 길드생활을 때려 치우고 다시 살수대에 들어오는것이?"
그말에 세리나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살수대.
예전에는 남녀 성비율이 50대 50으로 이루어진 어쌔신 집단이었다.
전 대주로 활동했던 오라클은 살수대원들을 잘 다독이고 사람이 착실했다.
동료들과 함께 동고동락을 할만큼 사교성도 매우 깊었고 동료를 동료라 생각하지 않고 친구라고 생각했으며 현실에서도 종종 만나서 뜻깊은 자리를 많이 마련해 대원들을 제법 잘 통솔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라클은 세달전에 오딘과의 마찰로 인해 넘버원을 그만둔 상태였고, 그 다음 대주로 샤크인이 등극했다.
샤크인은 제법 기질이 나쁜 40대 중년인이었다.
무엇보다 여자를 매우 밝혔고, 손버릇이 지나치게 나쁘다.
그는 제일먼저 살수대의 대주라는 자리를 이용해 여성 게이머들에게 접근.
살수대에 속한 여성 플레이어들을 실제로 만나 몸을 요구하는건 물론이거니와, 매번 음란한 말을 지껄여 대면서 분위기를 흐렸다.
여성들은 제대로된 저항 한번 하지 못했다.
오딘 길드에서 대주라는 직책은 어마어마한 신분이다.
만약 그의 심기라도 거스르는 날에는 길드에서 파직당하게 됨은 물론 넘버원 내에서 매장을 당할수 있다. 이미 여러번 그런 전례가 있었던터라 여성 플레이어들은 반항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살수대를 하나둘 탈퇴.
지금의 세리나 처럼 분파(다른길드)에 들어가서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살수대원 50명이 전부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버라드 길드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니 먼저 길드장님을 만나뵙는것이 도리일듯 싶군요."
"차가운 성질머리는 아직도 여전하군. 쯧쯧"
그말에 화가 치솟았으나 상대는 자신보다 직급이 한참 위인 대주였기에 세리나는 분기를 참고 그를 버라드 앞으로 데려갔다.
버라드가 급히 샤크인을 안으로 맞아들였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드장이라곤 하나 오딘길드의 세컨 길드를 운영하고 있는 직책 낮은 길드장이다. 때문에 버라드는 오딘 길드의 직속 대주인 샤크인에게 꼬박꼬박존칭을 건넸고, 샤크인 또한 당연하다는듯이 하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놈들이 그렇게 강한가?"
"절대로 얕볼 상대가 아닙니다. 특히나 화이트 드래곤의 파괴력이 실로 무지막지할 정도입니다. 난파선의 몬스터가 그의 마법 한방에 그대로 소멸해버렸습니다. 제가 두눈으로 직접 본것이니 의심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말에 샤크인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동하다가 난파선 몬스터들을 한번 상대해봤는데 생각보다 무척이나 강했다.
그런데 그런 몬스터를 단 일격에 쓰러뜨렸다는 것이다.
"놀랍군. 하지만 걱정할건 없겠지 우리에겐 각성의 비약이 있으니까 말야."
각성의 비약.
5분동안 레벨과 스탯을 전부 2배로 상승시켜 주는 고성능 비약이다.
쿨타임은 24시간. 하루에 한번만 사용할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급성장이 가능했기에 사용폭이 매우 넓었고, 특히나 보스 레이드를 할때 많이 사용하는 비약이었다. 오딘길드의 총수 제이든은 살수대에게 각각 한개의 비약을 지급했다. 신지를 척살하려면 각성의 비약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토록 비싼 물건을 상부에서 지급해 줬단 말입니까?
그것도 50개를요?"
각성의 비약은 개당 500만원이나 하는 고가다.
즉 이번 작전에 무려 2억 5천만원을 투자했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었다.
그만큼 이번작전은 오딘에게 있어 무척 중요하게 작용했고, 실패 한다면 샤크인도 책임을 물어야 할것이다.
하지만 샤크인은 임무를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다.
"각성의 비약을 먹으면 전원이 900레벨이 되는 무적의 어쌔신이 탄생한다.
제 아무리 드래곤이 있다곤 하나 900레벨의 어쌔신 50명을 상대할순 없을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마족 여인 신지를 죽이고, 제국의 용사의 성장에 제동을 거는것! 살수 대원들은 전원 나를 따르라!"
"옛!!"
한편 그시각 헨리는 스피드 길드원중 하나인 어쌔신 세리나와 함께 크라켄의 동굴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생전 처음 와보는 던전이라서 어디가 어디인지 잘 분간이 안됐지만, 세리나가 제법 길안내를 잘해준 덕분에 무사히 크라켄의 동굴에 도착할수 있었다. 크라켄의 동굴은 무척이나 넓었다.
아무래도 보스의 동체가 워낙 크다 보니까 던전 내부도 크게 설계된것 같았다. 헨리가 세리나를 보며 물어왔다.
"길드원이 아무도 안보이는군요. 어딜 간거죠?"
"마스터님은 여러분들을 위해서 여신의 공깃방울과 물약을 사러 가셨습니다."
"그래요?"
"제국의 용사님께선 아무런 조건없이 저희의 요구를 들어주셨습니다.
그정도는 당연히 저희가 마련해 드려야 하지요."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사실 가지고 있는 물약과 여신의 공깃방울은 남아돌고 있는 상태였다.
신지와 ㅤㅂㅞㄺ구가 사냥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골드를 줍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물약이 줄어들질 않은 것이다.
"그래도 제법 매너가 좋은 길드같네요. 그쵸?"
"응 그런거 같아."
헨리가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무렵. 저 멀리서 낯익은 인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스피드 길드의 마스터 버라드와 그를 따르는 일행들이었다.
버라드는 길드원들을 시켜 헨리에게 물자를 건넸다.
물자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물약이 거의 1만개에 달했으며 여신의 공깃방울 또한 100개가 넘어서고 있었다. 어지간한 헨리 일행들도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할수 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이토록 많은 물자를 지원해 줄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너,너무 많군요. 저희는 다 필요없으니 스피드 길드장님이 챙겨 가도록하십시오."
"저희는 괜찮으니 사례라고 생각하고 받아 주십시오."
"하지만?"
"하하 괜찮습니다."
계속 거절하는것도 예의가 아니라서 헨리는 마지못해 물자들을 전부 쓸어담은 후 ㅤㅂㅞㄺ구에게 건넸다. ㅤㅂㅞㄺ구가 마법보고를 하나 소환한뒤 그 많은 물자들을 보고에 넣어두었다.
"자 슬슬 크라켄이 모습을 드러낼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멤버로 크라켄을 잡을수 있겠습니까?"
ㅤㅂㅞㄺ구와 신지가 있다곤 하나, 크라켄을 상대해 본적이 없어서 놈이 얼마나센지 또 어떤 패턴으로 공격을 감행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신지가 크라켄에게 죽을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불안한 기색으로 주위를 둘러보기만 할뿐이었다.
버라드가 그럴줄 알았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헨리의 말에 대꾸했다.
"제가 그럴줄 알고 동맹 길드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전부 400 레벨이 넘어가는 고수들이니 그들과 함께 싸운다면 충분히 크라켄을 무찌를수 있을것입니다."
그제서야 헨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사실 요구를 들어주긴 했지만서도 신지 때문에 일말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신지를 떼어놓기 위해 여관으로 보내려 했는데 녀석은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이곳까지 오고 말았다.
헨리가 신지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더 와준다니까 다행이다.
너는 뒤에서 마법으로 공격만해 접근전은 우리가 펼칠테니까."
"알았어 오빠."
"윤지야 넌 신지에게 힐좀 해줘."
"맡겨만 주세요."
"페이야 너는 나랑 어그로를 끄는데 주력하자."
"알겠어요 형."
"윤정이 너는 신지와 함께 크라켄에게 마법공격을 가해줘."
"네 그렇게 할게요."
모든 일행들에게 오더를 내리고 나서야 헨리는 전투 태세를 갖췄다.
그때였다.
스캔을 감지하면서 크라켄이 뜨기만을 기다리던 ㅤㅂㅞㄺ구가 갑자기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헨리가 ㅤㅂㅞㄺ구에게 물었다.
"왜그래?"
"크라켄 동굴 바깥쪽에서 450에 달하는 어쌔신 50여명과 480레벨의 헌터가 감지되었다."
"뭐라고? 450에 달하는 플레이어가 50여명이나 있다고?"
헨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헌터들과 어쌔신들이 동굴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피드 길드원들은 하나같이 헌터들쪽으로 내달렸다.
헨리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돌아가는 모양새가 너무나 불길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