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9 회: 넘버원 -- >
"녀석들 생각보다 무척 잘 버티는군"
프시케의 시선이 일라익에게 향했다. 일라익은 허리춤을 가볍게 움켜쥐고 있었다. 놀랍게도 거기에서 피가 살짝 배어나왔다.
500레벨의 소드마스터와 대결을 벌이다가 생겨난 상처였다.
일라익은 본체로 화하지 않고 인간 소드마스터를 상대했다.
굳이 본체로 변신하지 않아도 충분히 죽일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기존 파이어볼보다 10배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특급 파이어볼을 구사했지만 놀랍게도 소드마스터는 대마법 방어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로인해 파이어볼이 무용지물로 돌아갔고, 소드마스터의 오러에 격중당해허리품에 상처를 입고 만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일라익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구사할수 있는 최고의 화염계 마법인 헬파이어를 소환한다음 레벨 500의 소드마스터를 재로 만들어 버렸다.
소드마스터라곤 하나 드래곤의 헬파이어를 버틸순 없는 노릇.
제르는 그렇게 목숨을 빼앗기고 말았다.
"몬스터들이 지쳐 있으니 조금 쉬고 다시 총공격을 감행한다."
몬스터들도 엄연히 생명체에 속한다. 밤을 가리지 않고 싸웠기 때문에 몬스터들의 체력도 많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어느정도의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라익과 프시케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쉬고 총공세를 펼친다면 충분히 브루시아를 함락할수 있을 것이다.
그시각 헨리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은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잠시간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헨리는 먼저 잡화상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당장 물약을 다 ㅤㅆㅓㅅ기 때문에 물약 보충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었다.
'젠장 사람이 너무 많아!'
잡화상점에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그들도 엄청난 혈투로 인해 물약을 전부 사용했다. 물약을 보충하고 기력을 돋우기 위해서 잡화상점에 모여있는 것이다.
드래곤 방어전을 다시 치르기 위해선 일단 물약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체력을 회복하고 몬스터를 하나라도 더 죽일수 있다.
하지만 물약 상점에는 이미 사람이 만원인 상황.
대략 100미터정도 줄을 지어 서있다.
물약 사기가 무척 어려워서 헨리는 곡물상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거기도 역시나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를 어쩌면 좋지?"
"그러게요 오빠. 큰일이네요."
수중에 있는 물약은 오래전에 동이 난 상태.
그나마 윤지가 힐러이기 때문에 힐을 사용할수 있고, 마나물약도 제법 많이 남아서 버틸순 있지만, 헨리가 문제였다.
마법배낭에 있는 물약은 단 하나도 없었고, 신지 또한 힐러보다는 워 메이지 계열이라서 또다시 전투가 벌어지면 신지를 살리기는 커녕 자기 자신의 목숨도 위태롭다.
"HP 5000 물약 개당 5천 골드에 삽니다!!"
잡화상점에서 HP 5천을 회복시켜 주는 물약의 가격이 고작 500골드다.
헨리는 자그마치 10배의 가격을 뻥튀기 해서 물약을 사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파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상인을 통해 물약을 사려고 노력해봤지만 그들도 목숨 중요한걸 알기 때문에 물약을 전혀 팔지 않았다.
제국의 용사 칭호를 이용해서 NPC에게 사정을 했지만, 평범한 NPC를 비롯해물약을 팔고 있는 NPC들도 사정이 어려운건 매한가지라서 헨리는 단 하나의 물약도 사지 못하고 제 2차 공방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브루시아 왕국에도 포탈은 존재했다. 6서클을 능가하는 대 마법사들은 귀환주문서가 있지 않아도 포탈을 통해 이동이 가능했다.
브루시아 왕국의 궁정마법사 시리우스는 6서클의 마스터이자 브루시아왕국 최고의 마법사였다.
1차 전투에서 브루시아 왕국은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죽은 병력만 무려 5만에 달했고, 그나마 플레이어들이 힘을 써준 덕분에 제 1차 전투는 어찌어찌 드래곤을 잠시 뒤로 물릴수 있었다.
하지만 2차 전투가 벌어진다면 브루시아 왕국도 끝이었다.
무엇보다 500레벨의 소드마스터 둘이 떠난 상황이고 한명은 싸우다가 전사했다. 1만의 용병들도 오래전에 떠났고, 곁에 있는거라곤 고작 2만에 달하는 플레이어가 전부였다.
드래곤이 한마리라면 방어전에 총력을 기울일수 있겠지만, 지금은 에인션트급드래곤의 가세로 인해 전황이 급격하게 불리해져 버렸다.
결국 브루시아 국왕은 포탈을 이용해 이웃나라로 도주를 하려고 했다.
백성들을 버리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목숨을 지키려면 그방법이 최선이었다. 6서클 마스터 시리우스가 포탈에 마나를 주입하고 워프를 시전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워프가 실현 되질 않았다.
찬란한 빛무리가 공중으로 치솟더니 이내 파앗!
소리와 함께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시리우스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드래곤들이 마법왜곡장을 주변에 설치해둔 모양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포탈이 작동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국왕저하 이렇게 된이상 결사항전을 치르셔야 할것 같사옵니다!"
결국 브루시아 국왕은 결사항전을 위해 모든 민간인들을 총 동원했고 국왕 자신도 무장은 단단히 한채 드래곤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중앙광장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포탈에서 하이얀 빛무리가 조금씩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빛무리는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형상화 하더니 이내 별모양의 도형을 생성해냈다.
잠시후,
별모양의 도형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야디 하얀 백발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미남자가 바로 그의 정체였다.
미남자는 워프를 마치자 마자 인상을 팍 찌푸리면서 중앙광장 내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라익 녀석 왜곡장을 촘촘히도 설치해놨군. 해체하느라 고생좀 했어."
일라익은 에인션트급에 다달은 레드 드래곤이다.
그는 마법으로 도주를 하지 못하게끔 브루시아 전역에 걸쳐서 왜곡장을 설치해놨다. 인간마법사들은 일라익의 마법왜곡장을 파훼하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지만, 10서클 대 마법사의 왜곡장을 한낱 인간들 따위가 파훼치기란 불가능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백발의청년은 놀랍게도 에인션트급에 다달은 일라익의 마법왜곡장을 전부 파헤쳤고, 워프를 통해 이곳 브루시아 왕국에 모습을 드러낼수 있었다.
"다행히 좌표는 제대로 맞춘것 같군."
백발의 청년은 머나먼 북방에서 왔다.
그곳에서 브루시아 왕국의 지도를 구했고, 다행히 인간들을 협박해 브루시아왕국의 좌표와, 포탈의 위치를 파악할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인간들과의 교류는 정말 오랜만이군, 거진 두달만인가?"
백발의 청년은 두달동안 북단의 레어에서 힘을 길렀고, 오천년동안 봉인되어 있던 힘을 되찾을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힘을 되찾고 나서야 인간계에 강림했다. 그는 한 남자를 찾고 있었다.
제국의 용사라는 인간이었는데, 백발의 청년과는 뗄레야 뗄수 없는 아주 돈독한 사이였다. 이제 힘도 모조리 개방시켰겠다. 슬슬 제국의 용사를 찾아갈 요량이었다. 브루시아에 도착했으니 놈을 찾는건 아주 간단한 일일터.
백발의 청년은 전신에서 스캔을 개방했다.
제국의 용사를 찾는건 매우 간단한 일이다.
녀석은 마인 하나 데리고 다닌다. 제국의 용사를 직접 찾기는 어렵지만, 마인을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마인만 찾으면 제국의 용사가 쉽게 찾을수있을것이다.
"전방 5km 지점. 남쪽 성루에 있는것 같군. 자 이제 슬슬 가볼까나?"
지금쯤이면 일라익도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렸을것이다. 왜곡장을 전부 파괴했기 때문에 이를 갈고 있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발의 청년은 아무런 걱정없이 유들유들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에는 처참하게 당했지만 이번엔 결코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일라익 네놈이 덤비면 나또한 전력을 다해 상대해 주겠다"
화이트드래곤은 자신만만하게 플라이를 펼치고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