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6 회: 넘버원 -- >
헨리는 지난 열흘동안 드래곤 공습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신지와 함께 드래곤의 공습을 피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언제 어느때에 드래곤을 만날지 알수가 없었다. 재수없으면 예전에 ㅤㅂㅞㄺ구와 함께 돌아다니다가 드래곤을 만나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철저하게 성안에 머물면서 드래곤의 공격에 대비했다.
예전과는 달리 신지의 파괴력도 무시못할 수준으로 강해졌다.
지금은 왕국에 있는 마법사들중 신지의 파괴력이 가장 강할 것이다.
그 증거로, 헨리의 눈앞에 있는 레벨 500의 소드마스터는 신지를 존경의 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소드마스터의 닉네임은 제르. 오딘이 있는 오딘 클랜원중 한명으로 그는 브루시아 왕국의 파견 요청을 명분삼아 이곳 브루시아에 오게 되었다.
사실 제르는 넘버원 초창기에 브루시아 왕국을 고향으로 지정했고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브루시아 국왕은 그점을 강조하면서 그를 섭외 요청했고, 드래곤 방어전에 참전시킬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공습은 커녕 개미새끼 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기를 어언 수차례, 제르는 무료함을 달래고자 연무장을 찾았다.
넘버원에는 대련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비슷한 레벨의 무사들과 마법사들이 대련을 해서 실력을 쌓아나갔고, 운이 좋으면 INT와 STR들의 능력치도 영구적으로 1씩 올랐다.
제르는 대련장에서 제국의 용사 헨리와 그를 따르는 신지를 우연찮게 만났다.
놀랍게도 신지는 제국의 용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중이었다.
레벨에 비해 제국의 용사는 제법 좋은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다.
레벨이 260이라는것이 단점이었지만, 아이템의 능력치와 사용하는 보법들을 감안한다면 최소 350의 기사도 상대할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신지라는 여인은 레벨이 290이었지만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은 검을 제외하고 거의가 마법 아이템이었다.
마법사와 검사는 왠만하면 서로 대련을 하지 않는다.
접근전에서 마법사는 절대로 검사를 당해낼수 없기 때문이다.
제르는 비릿하게 웃으면서 신지를 무모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의 상식으로는 신지가 절대로 제국의 용사를 꺽어 넘길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마법사인 신지가 제국의 용사를 일방적으로 몰아붙히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기술을 사용했다면 제국의 용사가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손수 초식대결을 펼치면서 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술은 사용하면 안되고, 오로지 보법만 활용할수 있었다.
초식대결에서 승리한 자는 놀랍게도 신지였다.
아무래도 인간인 헨리보다는 반신반요의 능력치가 레벨업당 40이 상승되기 때문에 스탯량에서 헨리가 신지를 이길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제국의 용사인 헨리의 스탯이 생각보다 낮은줄 알고 신지의 승리를 우연으로 치부했었던 제르였다.
제르는 신지에게 다가가 대련을 정식적으로 요청했다.
제국의 용사에게 검사란 이런것이다. 라는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레벨 500에 대한 자부심을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섰다.
신지는 생각외로 대련요청을 선선히 승낙해 주었다.
'흐흐 잘됐군. 나의 강함을 너희들에게 똑똑히 보여주마!'
처음부터 파상공세로 밀어부칠 생각이었다.
290의 플레이어가 강하면 얼마나 강할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붙어보니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르의 얼굴은 굳어져만 갔다.
'마,말도 안돼!? 이녀석은 고작 레벨 290의 마법사잖아?
마,마법사가 어떻게 나를?!'
290의 마법사가 500의 소드마스터를 거의 가지고 놀다시피 하면서 초식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오러블레이드를 뿜어낸다면 목검을 잘라내서 쉽게 승리 할수 있지만지금은 대련을 펼치고 있는 상태.
기술을 써선 안된다. 오로지 보법을 사용하면서 대결에 임해야 한다.
다행히 배워 두었던 보법을 십분 활용해 어찌어찌 버텨낼수는 있었다.
"우리 그만하죠."
숨결이 거칠어진 소드마스터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신지가 빙긋 웃으며 대련을 종료시켰다. 사실 승부를 지속적으로 끌고 갔으면 소드마스터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상대는 오딘길드의 소드마스터가 아니던가?
대련을 펼치기전 헨리는 신지에게 오딘길드의 소드마스터를 이겨서 득될게 없으니 적당히 하다가 대련을 종료시키라고 미리 언질을 넣어놨다.
만약 이 대련에서 신지가 이긴다면 소드마스터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헨리는 소드마스터의 체면도 살려주고, 신지에게 경험도 심어줄겸 해서 그렇게 명령한 것이다.
'대,대관절 이런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어찌하여 내가 마법사 따위에게 초식대결에서 질수 있단 말인가!? 으악!!'
자존심이 강했던 제르는 급기야 신지를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신지를 따라 여관에 모습을 드러낸 제르는 그녀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면서 정체를 캐물어 보았다.
여지껏 넘버원을 하면서 이토록 강한 마법사는 처음 보았다.
그의 시선이 신지의 머리쪽으로 향했다.
다행히 그녀는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오딘에게 추천을 한다면 반드시 오딘길드에 넣을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제르는 신지를 강력하게 추천하면서 오딘길드에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하지만 신지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녀가 옆에 있던 헨리를 가리키더니 대뜸 팔짱을 껴버렸다.
커다란 가슴이 헨리의 팔에 닿았고, 헨리는 징그럽다며 신지를 떼어 놓으려고 안감힘을 써댔다.
그 모습에 윤지의 이마가 꿈틀했다.
좋아하는 남자가 외간(?)여자에 의해 범해지고(?)있는데 열이 안받을 여자는 이세상에 아무도 없다.
"서,설마?"
"호호 그 설마가 맞을거에요. 전 이사람이랑 결혼할거거든요!"
헨리와 신지의 친밀도는 TOTAL에 가까운 수치였다.
그러다보니 인공지능이 높은 반신반요답게 연인처럼 대하는 것이다.
"전 헨리 오빠만 죽을때 까지 따라다닐거에요."
그말인즉 거절이었다.
그 모습에 제르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설마하니 두 남녀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니…
척 보기에도 여자가 남자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된이상 깔끔하게 포기하는것이 나아보였다.
제르는 신지의 정체를 모른다. 연무장에 모여있던 사람들도 그저 연인이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신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페이와 윤지, 그리고 윤정이 뿐이었다.
헨리는 차마 반신반요라는 정체를 드러낼수가 없었다.
인간이건 드래곤이건 마인이라는 점에서 반감을 살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철저하게 신지를 여자친구라고 소개시킬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한 여자친구를 두었군요. 도대체 스킬트리를 어떻게 작성했기에 이토록 강할수가 있단 말입니까?"
"하하. 여자친구가 절대 비밀이라면서 저에게도 알려주지 않더군요."
"스킬트리는 혼자만 간직해야 하는 비밀이지요.
그마음 이해합니다."
스킬트리에 따라 상대의 강함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예전 레오가 악명을 떨쳤을때에도 독에 대한 새로운 스킬트리가 나와서 독공 유저가 급증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제국의 용사께서 어인일로 이곳 브루시아까지 오게 되셨습니까?"
"프루나에서 지내다가 드래곤의 공격을 받고 이곳까지 쫓겨오게 되었습니다."
"허허 그렇군요. 하지만 더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는 이상 드래곤들도 감히 이곳에 쳐들어올순 없을 겁니다."
레벨 500의 소드마스터라면 엄청난 자원이다.
때문에 헨리는 빙긋 웃으며 소드마스터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괜히 그의 자존심을 건드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