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1 회: 넘버원 -- >
"뭐라고? 드래곤이 공격해 온다고?"
"그렇다니까? 얼른 이곳을 벗어 나야해!"
여관에 도착한 헨리는 신지의 손을 붙잡고 바깥으로 빠져 나가려 했다.
하지만 신지는 내빼기는 커녕 오히려 분노어린 눈빛으로 드래곤을 저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몸속에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일종의 본능이었다. 적을 감지하고 증오하는 본능 말이다.
제 아무리 신의 피가 섞여 있다곤 하나 마족의 피도 섞여 있기 때문에 이처럼 드래곤을 증오하는듯 싶었다.
마음같아선 헨리도 신지와 함께 드래곤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레벨이 낮았고, 무엇보다 드래곤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기에 드래곤이 얼마나 강한 생명체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선 승산이 단 1푼도 없는 상황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지만 상대를 꺾어넘기는 법이다.
지금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기지 못한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헨리는 어떻게 해서든 신지를 설득해서 프루나 왕국을 빠져 나가려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넘버원 내부에서 세계후가 울려퍼지더니 경고 메세지가 급작스럽게 떠오르며 헨리의 상태창에 이상신호를 보내왔다.
[띵!! 레드 드래곤 프시케가 플레이어 [헨리]님이 있는 프루나 왕국을 공격했습니다! 프루나 왕국이 적의 몬스터로 인해 순식간에 포위 당해버렸습니다! 모든 몬스터를 물리치고 레드 드래곤 프시케의 공격을 막아내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모조리 죽게 됩니다!]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패하면 귀속이 되어 있는 아이템도 드랍당합니다.>>
"망할!!!"
하필이면 퇴각을 하려고 할때 드래곤의 공습이 이루어졌다.
이건 일종의 이벤트와 같은것이었는데, 플레이어들은 이벤트라기 보다는 그저 전쟁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게 대다수였다.
막말로 아이템을 드랍당할수도 있다는데 이게 무슨 이벤트란 말인가!?
헨리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탁상을 퍽! 치자 당황한 신지가 왜그러냐며 물어왔다.
"젠장 큰일이야! 드래곤이 공격해왔어! 이를 어쩌면 좋지?"
일라익의 파이어볼 한방에 소멸당한터라 헨리는 드래곤의 무서움을 잘알고 있었다. 게다가 곁에는 신지가 있는 상황.
신지가 죽게 되면 그간의 공들였던것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
최악의 경우 신지와 함께 죽어서 아이템을 드랍할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젠장 그렇다고 접속을 강제종료 할수도 없는데 큰일이야!"
드래곤과의 전쟁이 발발하고, 간혹 접속을 종료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다.
접속종료를 하면 드래곤에게 죽지 않으니 전쟁도 피할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플레이어들은 대다수가 접속 종료를 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연출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생각이었다.
넘버원의 드래곤들은 왕국을 멸망시키면서 그 주위를 초토화 시켜 버린다.
게다가 마법장을 설치해 다시 접속하는 플레이어들을 죽여버리기도 하며, 몬스터들을 즐비하게 깔아놓기도 한다.
게다가 드래곤과의 전쟁 이벤트가 발생 했을시 강제로 접속 종료를 한다면 아이템 하나가 드랍 당하게끔 패널티가 부여되어 있었다.
드래곤에게 죽어도 아이템 한개가 드랍되니, 차라리 싸우다가 죽는편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최선의 경우 방어에 성공할수 있으니까 말이다.
드래곤과의 전쟁이 발발했을때 좋은점도 있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몬스터들의 골드 드랍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드높다는 것이었다. 의당 드랍율 뿐만 아니라 드랍하는 골드의 양도 일반 필드에서 사냥하는것보다 무려 열배나 더 많았다.
몬스터의 숫자가 많은 만큼 범위 마법만 몇개 익히고 있으면 순식간에 떼돈을 벌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템 드랍율 까지도 2배 높기 때문에 신기한 아이템이 떨어질 공산이 매우 컸다. 아마도 넘버원은 이점 때문에 드래곤 공습을 "이벤트" 라고 칭한듯싶었다.
'유레카 이 망할 새끼! 분명히 내일 쳐들어 온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오늘 쳐들어오는거야?! 도대체 왜!?"
유레카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성루에서 바라보니 수만, 아니 족히 수십만은 되어보이는 몬스터들이 성으로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4개의 성문은 굳게 닫혔고 몬스터들로 인해빠져나갈 틈 조차 없었다. 플라이로 도주할까 생각했지만 공중에 떠있는 리치를 비롯해, 그리폰까지 수많은 몬스터들이 마법사들과 한창 교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플라이로 도주하는것도 썩 좋은 방법은 아닌듯 보였다.
'지금 중요한건 방어를 하는일이다. 일단 유레카와 손잡고 최대한 몬스터를 척살해야 한다.'
불행중 다행인건 레드 드래곤 프시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헨리는 이틈에 서쪽 망루에 올라 교전에 임했다.
그가 상대하는 몬스터들의 레벨은 거진 300 레벨 몬스터들이었다.
레벨이 240에 불과했지만 착용한 아이템이 워낙 좋다보니 300 레벨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서 한치의 밀림이 없었다.
제국의 용사가 가세하고, 파견된 레드 길드원까지 속속히 전장에 투입되자, 성안에 있던 기사NPC들과 플레이어들도 힘을내서 몬스터 토벌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방어를 하지 못하면 아이템이 드랍당하기 때문에 그들로써는 이를 악물수 밖에 없었다.
성에서 10리 떨어진 깊은 숲속이었다.
레드 드래곤 프시케는 인간으로 폴리모프 한뒤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피터지는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생각보다 인간들의 저항이 거셋기 때문이었다.
기습공격을 한다고 해서 한건데 이처럼 방어를 수월하게 해낼줄은 몰랐다.
그녀의 시선이 한 여인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알수 없다는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상하군. 저년에게 왜 마족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마나에 민감한 드래곤 종족답게 레드 드래곤 프시케는 마족의 기운을 일찌감치알아차리고 있었다.
"직접 알아봐야겠군."
드래곤은 호기심이 왕성한 종족이다.
그래서인지 궁금증이 있으면 그것을 빨리 풀어봐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프시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기를 내뿜고 있는 여인을 직접 만나볼 생각이었다.
프시케가 자리를 뜨자 곁에 있던 리치들도 덩달아 그녀를 따라나섰다.
레드 길드원과 신지, 그리고 용사 헨리의 활약으로 인해 무려 십만에 달했던 몬스터들이 반절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에 반해서 공성전을 펼치고 있던 인간들의 피해를 극히 소수였다.
무릇 공성전이란 수성하는 쪽이 열배는 유리한 법이다.
게다가 상대는 무능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몬스터들이 아니던가?
인간들은 모여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마법을 구사하면서 적절히 솎아내고, 기어 오르는 오크들을 찍어 누르며 방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기세가 꺾였다! 이틈에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자!!"
"와아아!!"
몬스터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것을 보고 유레카가 길드원들의 사기를 고취시켰다.
유레카의 진두지휘 아래 레드 길드원들이 마법을 연거푸 쏟아냈다.
꾸에엑! 꿰에엑!!
타격을 받은 오크와 트롤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처참하게 쓰러져갔고, 뒤이어 따라오던 오크 보병들은 굴러떨어지는 트롤들에게 깔려 그대로 즉사하고 말았다.
이처럼 전투는 인간들이 매우 유리한 공세속에서 치뤄지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 프시케가 나선것은 그때였다.
전투를 지켜보면서 마인을 찾고 있던 그녀는 몬스터들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리자 더는 참지 못하고 본체로 화해버렸다.
갑작스럽게 쏘아지는 하얀빛과 함께 대략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레드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자 인간들의 시선이 절로 드래곤에게 향했다.
"드,드래곤이야!"
"레,레드 드래곤이다! "
"드래곤이 나타났다! 모두 방어에 임하라!!"
띵!![레드 드래곤 프시케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레드 드래곤 프시케의 공세를 막고, 프루나 왕국을 지키십시오!!]
생전 처음보는 드래곤의 위용에 대다수의 인간들은 그만 겁을 집어 먹고 말았다. 지강 최강의 생명체를 직접보게 되니 위압감부터가 장난이 아니었고 두려움마저 치밀어 올라왔다.
"레드 드래곤이 나타났다! 길드원들은 즉각 레드 드래곤을 막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