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9 회: 넘버원 -- >
'덴페롯은 5일 거리고, 프루나는 3일거리군. 그렇다면 프루나로 이동해야겠다'
발데스 마을을 떠난 헨리는 푸르나 왕국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헨리가 푸르나 왕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에 새로히 생성된 기술서들을 각지의 왕국에서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서는 팔지 않는 고급 기술서들이었다.
채집술과, 약재술, 조제술, 채광술, 그리고 각각의 스킬서까지 새로히 나온 무구들이 무척이나 많았고, 채집을 하는데 필요한 도구들도 상당수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이럴때 ㅤㅂㅞㄺ구녀석이 있었다면 금방 도착했을텐데'
ㅤㅂㅞㄺ구의 등에 타고 하늘을 날아간다면 3일거리도 하루만에 도착할수 있다.
하지만 ㅤㅂㅞㄺ구는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문득 녀석이 무얼하고 지내는지 궁금해졌지만, 연락할 방도가 없으니 헨리로서는 끙끙 앓을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이녀석을 내버려 두고 갈순 없는 노릇이고.'
헨리의 시선이 신지에게 닿았다.
스탯과 기술 능력만 본다면 자신보다 월등히 윗줄이었지만, 플라이 마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신지는 하늘을 날수 없는 몸이었다.
그에 반해 헨리는 예전에 용궁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익혀둔 플라이 마법을 구사할수 있었다. WIS와 INT도 제법 높아져서 이제는 대략 4미터 까지도 공중에 뜰수 있었다. 아마도 혼자서 날아간다면 최소 이틀안에 프루나 왕국에 당도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신지였다.
혼자 날아간다고 해도 신지가 도저히 따라올수 없는 것이다.
신지는 주위의 경치를 둘러보면서 감탄성만 토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참으로 팔자가 편한 녀석이었다.
"어? 뭐지?"
한창 이동을 하고 있던 찰나. 문득 편지 한통이 날아왔다.
전투중이었다면 편지를 보지 않았겠지만, 이동중이었다.
헨리는 발신자를 확인해 보았다.
"어? 페이네?"
주말이라 그런지 호프집 안에는 사람들이 상당히 붐비고 있었다.
지강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7번 테이블에 있다고 카톡이 왔기 때문에 7번 테이블을 찾는 것이다.
마침 7번테이블이 강혁의 눈에 들어왔다.
7번 테이블은 술집 제일 구석탱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형 여기에요."
회색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안경까지 덮어쓴 남자가 손짓을 했다.
바로 페이였다. 혹여 누가 알아볼까봐 일부러 변장을 하고 그렇게 나온듯싶었다.
지강혁이 자리에 앉자마자 물어왔다.
"니가 왠일로 술을 먹자고 날 불렀냐?"
"하하 오랜만에 형이랑 대화나 하려고 부른거죠 뭐. 혹시 바쁜데 제가 불러낸건가요?"
"아니 전혀. 너야말로 바쁜데 시간낸거 아니냐?"
"스케쥴 다 마친 상태라서 프리에요.
그나저나 넘버원에서 뭐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냥 이마을 저마을 둘러보면서 퀘스트 깨고 있지 뭐.
신지를 키우기도 하고 말야."
"아? 라이올라의 그 꼬마녀석요?"
"응. 이제는 레벨 250이 되어서 엄청나게 성장했어."
그말에 페이가 놀란듯 입을 쩍 벌려왔다.
"성장이 무척 빠른데요? 예전에는 고작 10에 불과했는데?"
"반신반요라 그런가봐. 그나저나 나랑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날 부른거야?"
지강혁은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페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벨을 누르더니 치킨과 맥주를 시키곤지강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맞이한 주말을 이용해 이윤지와 이윤정은 쇼핑에 나섰다.
옷가게를 둘러보면서 예쁜 옷을 샀고, 또한 핸드폰 악세사리에 관심을 보이면서 귀여운 악세사리를 이것저것 달아보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여자는 장장 5시간의 쇼핑을 끝마치고 고깃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외식인만큼 고기가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
"한달만에 가지는 외식인가?"
"아마 그정도 됐을걸?"
아침일찍 학교에 가서 강의들으랴, 점심 해결하랴, 집에 도착해서 넘버원하랴. 제대로된 쇼핑을 즐겨본지가 하도 오래되었고, 무엇보다 이처럼 회식을 하는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또한 일주일전부턴 기말고사에 대비해 시험공부만 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던 그녀들이 아닌가?
이제는 두달간의 방학으로 말미암아 자유가 찾아왔다.
좋아하는 쇼핑도 맘껏 할수 있고, 넘버원도 주구장창 할수 있는 것이다.
"호호 이처럼 즐거운 날에 술이 빠질수 없지.
우리 술이나 한잔 하자 언니"
왠일로 여동생 이윤지가 술을 권유해왔다.
이윤정은 술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목끝에서부터 뱃속에 이르기까지 짜릿하고, 따스한 기운이 스멀스멀피어올랐다.
이 즐거운 시간에 남자가 없는게 다소 아쉬웠지만 이윤정에게는 널리고 널린게 남자들의 번호였다. 무려 200명이 넘는 번호가 그녀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었다.
"히히 우리 강혁이 오빠 불러볼래?"
강혁이 오빠란 소리에 윤지가 움찔했다.
사실 그는 지강혁에게 모종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옛날에 감기에 걸렸을때 지강혁이 한번 간호해 준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모종의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른 것이다.
물론 지강혁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넘버원 하고 있을텐데 전화 받겠어?"
"호호 기집애. 그래도 부르지 말라는 소리는 안하네?"
눈치빠른 이윤정은 여동생이 지강혁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아차렸다.
윤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부끄러운 것이리라.
이윤정은 지강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왠일로 지강혁은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한번에 전화를 받았다.
여지껏 그런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터라 이윤정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이야~ 오빠가 왠일로 전화를 다 받네요?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이 야심한 시각에 왜 전화야?"
이윤정은 거두절미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윤지랑 같이 있는데 같이 술이나 할래요?"
"형 뭐래요?"
지강혁이 수화기를 살짝떼고 대꾸했다.
"윤지랑 윤정이가 술이나 한잔 하자고 전화를 한 모양이야.
넌 어떠냐?"
그 말에 페이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윤지에게 고백했다가 차였기 때문에 윤지를 만나기가 조금 꺼려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 나 혼자 있는게 아니야. 승일이도 같이 있는데 너희들 올래??"
"페이도 있다고요?"
"응"
페이란말에 얼굴이 어두워진건 윤지였다.
학교에서는 어쩔수 없이 만나기 때문에 밝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곤했지만, 술자리에서 만나면 어색한 상황이 연출될수가 있다.
게다가 상대는 유명인사가 아니던가?
자칫 잘못해서 매스컴에 기사가 뜨기라도 한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윤지와 윤정이는 다음을 기약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지강혁이 알수 없다는 눈길로 핸드폰을 매만졌다.
"녀석들 이상하네."
"뭐가요 형?"
"지들이 먼저 술먹자고 해놓고 다음에 먹자는데?"
페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 황급히 약속을 깨 버린 것이리라.
눈앞에 있는 지강혁은 페이가 고백했다가 차인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의 행동에 의아함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건됐고, 나더러 여자를 만나지 말라고?"
불러내길래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더니 자신더러 여자를 만나지 말라고 하질 않던가? 단 거기에는 조건이 따랐다. 2학년이 되면 근사한 여자를 소개시켜 주기로 한것이다.
연예인 뺨칠정도의 외모며, 몸매 또한 죽여준다는 여자였다.
사실 평범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착하고 마음만 맞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제 말 한번만 믿어줘요. 알겠죠?"
"인연이란게 언제 생길지 모르는데 어떻게 확답을 줄수 있겠냐?
장담은 못한다."
지강혁은 그렇게 둘러대곤 술을 입속에 털어넣었다.
페이가 사주는 술인만큼 안주와 술 하나도 남기지 않고 뱃속에 털어넣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