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146화 (146/378)

< -- 146 회: 넘버원 -- >

편지내용은 간단명료했다.

회의에서 도출된 결과를 보고함과 동시에, 그간 여러명의 사신을 파견해서 권고 요청을 했지만, 산적들이 믿어주질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헨리는 편지를 다 읽고 난뒤 신지와 함께 라이델 자작의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 라이델 자작은 집무실 안에서 사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종자 하나가 다가와 라이델 자작에게 헨리가 왔다고 전했다.

라이델 자작은 황급히 헨리를 맞아들였다.

"편지를 봤습니다. 산적들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 실정이지요."

5일안에 파병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국왕에게 전령을 띄워야 한다.

그 때문에 5일안에 산적들에게 권고를 요청하고 그들을 흡수합병 시켜야만하는 라이델 자작이었다.

파병에도 응하고, 산적단을 수용하면서 마을의 평화를 되찾을수 있는 방법은 그것이 유일했다.

라이델 자작은 언변술이 뛰어난 참모들을 파견했다.

무려 세번에 걸쳐 사신을 보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귀족들의 간계에 속을 내가 아니다! 더이상 사신을 보내온다면 이제는 사신의 목을 베고 말겠다!"

산적단의 수괴 짝귀가 단단히 엄포를 놓은 상태라 라이델 자작은 감히 사신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라이델 자작이 간곡한 어조로 헨리에게 부탁을 해왔다.

"다른 사신들과는 달리 헨리님께서는 제국의 용사 칭호를 가지고 계십니다.

제 아무리 짝귀가 거칠고 무능하다곤 하나 용사님께서 설득을 하신다면 충분히 말을 들어먹을수 있을거라 사료됩니다.

그러니 저의 부탁을 한번만 들어주시고, 그들을 설득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띵! [발데스 마을의 라이델 자작의 부탁 퀘스트입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헨리는 생각할것도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시금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발데스 마을의 라이델 자작이 곤경에 처해있습니다. 산적단의 두령 짝귀가 라이델 자작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먼저 짝귀를 만나 그를 설득하고, 라이델 자작과의 만남을 주선하도록 하십시오.]]

[퀘스트 난이도:F급]

[1단계: 짝귀를 만나 대화를 나누십시오.]

[[제국의 용사 칭호를 달고 파우스 산의 산적들을 마주하면 몬스터 상태가 아닌 NPC 상태로 그들을 대할수 있으며 플레이어님에게 선제 공격을 하지 않게 됩니다. 꼭 칭호를 달고 파우스 산의 산적들을 만나십시오]]

[[띵! 퀘스트를 수락하면서 라이델 자작과의 친밀도가 30 상승하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용사님. 해결이 잘된다면 충분히 보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보상을 바라고 이일을 하는게 아닙니다. 그저 평화를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써, 자작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수락한 것이지요."

"오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띵! 라이델 자작이 플레이어 [헨리]님에게 경외어린 시선을 보내옵니다.

라이델 자작이 플레이어 [헨리]님에게 감동을 하였습니다!]]

띵! 플레이어 [헨리]님의 매력 스탯이 5 상승합니다.

매력은 플에이어의 인기도에 반영 되는만큼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물건을 싸게 구입할수 있습니다.

'아싸 횡재했다!!'

사실 헨리는 의도적으로 저런말을 내뱉은 거였다. 평화? 도움? 이건 애시당초 가당찮은 연막작전에 불과했다. 그간 레오를 하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넘버원 NPC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레오로 플레이 하던 당시 NPC들에게 무수한 욕을 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부모님 잘계시냐를 비롯해, 병신과 시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레오는 매력수치가 마이너스 100에 달했다. 때문에 물건을 사더라도 엄청나게 비싼값을 주고 사야만 했던 그였다.

헨리는 그로 인해 한가지 깨달음을 얻을수 있다.

그 깨달음이란 바로 욕을할땐 마이너스 스탯이, 그리고 친절과 감동을 베풀었을때 플러스 매력스탯이 저절로 올라간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아는 이는 매우 드물었다.

넘버원 랭커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었다.

허구한날 사냥만 하면서 경험치를 올리는 그들이 이같이 세세한 사실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만약 이 사실을 고급정보란에 올려서 판매한다면 막대한 자금을 손에 쥘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급정보를 쉽게 발설하기가 싫어서 헨리는 묵묵히 비밀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퀘스트를 허락했으니 이제는 퀘스트를 클리어할 차례였다.

헨리는 제국의 용사 칭호를 착용한뒤 보무도 당당히 파우스 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헨리가 하는양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신지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짝귀가 사신을 보내면 그 사신을 죽여버리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퀘스트를 수락한거야?"

분명히 라이델 자작으로부터 그렇게 들었다. 더이상 사신을 보내온다면 목을 베어 주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신지는 헨리가 퀘스트를 거절할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예상했던것과는 달리 헨리가 퀘스트를 수행해 버리고만 것이다.

"제국의 용사 칭호가 있는데 감히 나를 죽이기야 하겠어?"

상대가 오우거나, 오크, 트롤 따위의 몬스터가 아니라 인간을 매개체로 만들어진 NPC들이다. 제국의 용사 칭호는 인간 NPC들에게 +50 이라는 친밀도를 가져다 준다. 친밀도 50의 인간을 상대로 창칼을 겨누는 인간이 있겠나 싶어서 헨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퀘스트를 수락했다.

헨리는 신지를 데리고 파우스 산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예전 같았으면 마을에 맡기고 혼자 이동했겠지만, 5일이라는 시간동안 신지는 헨리 자신의 스탯을 월등히 초월해 버렸다.

레벨 200이 넘어가면서 제 2차 각성을 시작했고, 그로인해 변화가 찾아왔다.

보너스 스탯이 무려 100이나 생성되어, 그녀의 INT와 WIS의 수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드높아져 있었다.

1레벨업당 50 스탯이 오르는 드래곤과는 달리 1레벨업당 40의 스탯이 오르는 단점(?)이 있었지만,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1레벨업당 40 스탯이 쌓이는 반신반요도 괴물인건 매한가지였다.

막말로 인간들은 1레벨업 고작 3스탯만 오르지 않던가?

"그래도 산적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내가 오빠를 지켜줄게.

나만 단단히 믿어."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었지만, 사실이 이런걸 어쩌겠는가?

헨리는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혀를 내둘렀다.

'젠장.왜 갑자기 열이 뻗치지?'

5일간 거의 30번에 달하는 대련을 펼쳤다. 이긴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스탯의 차이가 너무나 심각히 나서 도무지 상대를 할수 없는 것이다.

그간 신지를 데리고 다니면서 경험치 비율을 1대9로 해주며 그녀를 육성시켰다뿐이랴? 수천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쏟아 부으면서 그녀에게 마법과 기술을 전수 시켰다. 아마도 대략 7천만원은 그녀에게 들어갔을 것이리라.

헨리는 경험치 비율을 1대9에서 9대 1로 바꾸었다.

이제는 헨리 본인이 성장을 할 차례였다.

"이곳이야?"

헨리와는 달리 신지는 생전 처음 파우스 산을 접해본 터라 길을 잘 몰랐다.

그저 초입지역에 배치된 세명의 산적들을 보고, 아 이곳이 파우스 산 경계령이구나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헨리는 신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보무도 당당히 산적들 앞으로 나아갔다.

산적들이 기세좋게 창칼을 겨누며 헨리에게 으르렁 거렸다.

"누구냐!?"

"죽고 싶어 환장한놈이군.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NPC들의 꼰세가 기가 막혔지만, 지금은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중이라서 경거망동할순 없었다.

헨리는 공손하게 NPC들에게 인사를 건넨뒤 서찰 하나를 내밀었다.

서찰을 받아본 경계병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헨리의 머리통쪽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머리쪽에 <제국의 용사>라는 칭호가 떡하니 자리를 하고 있었다.

제국의용사.

인간과 엘프의 단합을 이끌어 내고, 종족전쟁을 막아준 정의의 용사이자, 인간계의 구세주였다. 그런 구세주가 눈앞에 떡하니 있는 것이다.

처음과는 달리 산적들이 곧장 부동자세를 취하며 허리를 꾸벅 숙여왔다.

띵! 산적들이 플레이어 [헨리]님의 정체를 확인했습니다.

산적들과의 친밀도가 각각 [50]씩 상승합니다!

"두,두령인 짜,짝귀형님을 만나러 오셨다구요!?"

스루피라는 산적 NPC가 더듬더듬 말을 건네자 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발데스 마을 라이델 자작님의 사신으로 온것이지요.

부탁이니 그 서신을 짝귀 두령에게 전해주실수 있겠습니까?"

스루피가 염려 붙들어 매라는듯 당당하게 소리쳤다.

"그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곧장 상부에 연락을 취하도록하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스루피님. 이거 얼마되지 않는거지만 받아주시길."

헨리는 스루피를 비롯해 곁에 있던 두명의 NPC들에게 각각 돈자루 하나씩을 내밀었다. 자루에는 금화가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금화를 보자 산적들의 두눈이 뒤집혀 버렸다.

태어나서 이토록 많은 금화는 생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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