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5 회: 넘버원 -- >
아침일찍 일어난 강혁은 원룸을 빠져나왔다.
화창한 날씨아래, 하늘에는 구름들이 총총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것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정말로 좋은 날씨였다.
이런날씨에는 학교를 가는것보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할애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강혁에게는 여자친구가 없는 상태였다.
요즘따라 이상하게 여자에게 부쩍 관심이 많아진 강혁이다.
예전에는 넘버원을 하면서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기 바빠 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었다.
하지만 레오와 헨리 덕분에 지강혁에게는 3억이라는 거금이 있는 상태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여자친구를 만들어 결혼을 해도 가정생활을 꾸려가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집한채를 전세 들이고, 그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만끽한다.
이 얼마나 좋은 생각이란 말인가?
어릴때 부모님을 일찍이 여의고, 형제가 없는 마당에 요즘따라 지강혁은 쓸쓸함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학교에 가도 패거리가 나뉘어져 있었는데, 지강혁은 아무런 패와도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성격 자체가 혼자 있는걸 좋아하고, 단독 행동을 추구하는 탓에 밥을 먹을때도 혼자 먹고, 시험공부를 할때도 혼자만 공부하면서 틈틈히 시간을 할애해 왔다. 학과의 축제에도 모조리 빠진 상태다.
5월에 있는 학교 축제기간 2박 3일동안 그는 모습을 보이지 조차 않았다.
몇몇 선배들이 그런 강혁에게 학교행사는 왠만하면 참석하라고 단단히 훈계했지만, 지강혁은 건성으로 네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그는 그시간동안 넘버원만 해댔다.
그러다보니 학과생들과는 저절로 멀어질수밖에 없었다.
넘버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강혁은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이상 절대로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없다.
무엇보다 레오를 하면서 넘버원 던전에 관련된 정보를 모조리 알고 있는 지강혁이 아니던가?
신규던전은 현재 헨리로 체험중이다.
오히려 지강혁이 학과생들에게 정보에 대해 물어보는게 이상할정도였다.
처음에는 요리도 잘하고, 형이라는 매리트(?) 때문에 페이를 비롯한 몇몇 아이들이 그를 잘 따랐지만, 이제는 강의시간 때만 볼수 있는 형으로 전락해 버린 지강혁이었다.
강의만 끝나면 집에가서 게임만 하는 형.
폐인처럼 하루종일 넘버원만 하면서 돈만 버는 형으로 낙인이 찍혀 버린것이다대학교의 로망인 소개팅. 그리고 미팅이라는것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넘버원만 해대는 통에 생겨난 칭호(?)였다.
사실 그동안 지강혁에게 몇몇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었다.
군대를 다녀온 상태고, 게다가 얼굴까지 앳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아이들 몇몇이 틈틈히 소개팅 제안을 건넨 것이다.
넘버원에서 지강혁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그로인해 이득을 본 여자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지강혁은 그때까지만 해도 여자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첫 사랑인 강여진 사건도 있었고, 무엇보다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사랑을 나눌 시간이 있을까도 궁금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돈은 많이 모아둔 상태였고, 미래가 빵빵하다.
무엇보다 곁에는 신지가 있질 않는가?
녀석은 엄청난 레벨업을 통해 상당히 강해져 있다.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소환수 ㅤㅂㅞㄺ구 또한 돌아오겠다고 호언을 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다.
드래곤 종족이니만큼 약속은 반드시 이행할터였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곁에 소환수 드래곤과, 반신반요 한명이 호위를 해주는 겪이된다.
이정도 전력이라면 소환수가 없는 넘버원의 제 1인자 오딘과도 한판 겨뤄볼수 있을것이다.
아니 오히려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을터였다.
신지와 ㅤㅂㅞㄺ구를 이용해 보스 레이드를 하고 사냥을 한다.
그리고 득템을 해서 그 아이템을 비싼값에 처분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돈이 모인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지강혁은 돈걱정은 정리해 버리고 여자걱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폴턴트 정보학 수업은 1,2,3교시다.
지강혁은 8시 50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지강혁이 강의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예의상 지강혁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의 나이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형 어제 또 넘버원만 하면서 방에 틀어박혀 있었죠?"
눈밑에 낀 기미와, 다크써클이 나 어젯밤에 또 폐인짓 했소이다.
라고 말해주고 있어서 그렇게 물은 것이다.
지강혁의 시선이 남자에게 향했다. 페이였다.
그나마 페이가 지강혁에게 친절했고 인사를 꼬박꼬박 해주곤 했다.
"티나냐?"
"다크써클이 장난이 아니네요. 좀 쉬엄쉬엄 하세요.
그러다가 몸 상한다니까요? 방에 맨날 있지말고 헬스라도 하던가.
아니면 문화생활을 좀 즐겨봐요. 넘버원으로 돈도 많이 벌었잖아요?"
녀석도 녀석 나름대로 지강혁을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강혁은 놈의 마음씀씀이에 고마움을 느끼곤 살짝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사실 나도 이제부터 넘버원 시간을 살짝 줄이고 문화생활을 좀 해보려고 생각했거든. 여자도 좀 만나보고 말야."
"오오 정말요!?"
"하하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좀 시켜주라 한번 만나보게"
지강혁의 나이 스물셋이다.
고등학교때 강여진과 처음으로 연애를 하고 1년만에 헤어진뒤그는 단 한번도 연애를 하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연애를 하지 못한게 아니라 안한거다.
잘생긴 외모 덕분에 길거리 캐스팅도 두번이나 받아 보았고, 술집에 가서 여자들에게 번호를 따여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강혁은 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데 여자를 만나서 좋을게 무에 있단 말인가?
자고로 여자를 만나면 돈이 많이 나가기 마련이다.
더치페이를 한다고 치더라도 한달에 최소한 20-30은 잡아야 한다.
그것도 최소치로 잡았을때의 가격이었다.
지강혁의 형편상 그것은 사치였다.
돈도 있어야 여자를 만나고, 고생시키지 않는거다.
일단은 돈을 모으자. 그렇게 생각한 지강혁은 철저히 여자를 외면했고,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거금을 모을수 있었다.
아마도 이같은 마음가짐이 아니었다면 돈을 모으기는 커녕 칠레팔레써 버렸을 것이리라.
"오빠 안녕하세요~"
"오빠 또 넘버원만 했죠? 눈밑에 다크써클이 너무 찐해요!"
언제 왔는지 윤지와 윤정이 자매가 와서 지강혁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윤지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고, 윤정이는 잔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나마 지강혁에게 몇 안되는 친구들중 한명인 그녀들이었다.
물론 이성친구가 아닌 그냥 친구다.
"하하 티나니?"
"윤정아 강혁이 형이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좀 시켜달라는데 주위에 괜찮은 여자애 없냐??"
"뭐어? 정말이야!?"
이윤정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소개팅 제안을 두번이나 해준 그녀가 아니던가?
그때는 한사코 거절을 하더니, 이번에는 페이에게 소개팅을 해달라고 조른모양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지강혁에게 닿았다.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오빠 진짜에요? 소개팅 해볼거에요?"
"하하 괜찮은 애 있나봐??"
이윤정이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들어 옆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쌍둥이 여동생 이윤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호호 오빠 윤지 어때요? 윤지가 오빠같은 스타일 좋아라 하던데!"
그 소리에 윤지의 얼굴에 민망함이 서렸다.
언니가 이토록 노골적으로 말을 할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페이 또한 잘 어울린다고 노골적으로 말을 하기도 했다.
지강혁의 시선이 페이에게 닿았다.
도무지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하게 배어 나왔다.
넘버원 학과가 창설되고, 오티식이 있을때부터, 페이는 이윤지에게 관심을 드러내면서 추파를 던졌다.
공공연히 지강혁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그에게 윤지를 꼬실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까지 한 것이다.
두달간의 노력으로 이윤지와 친해졌고, 나름대로 그녀에게 많은 점수를 따냈다고 생각한 페이는 과감히 고백을 해버렸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디찬 거절이었다.
몇번을 고백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결국 페이는 이윤지의 마음을 돌려 놓지 못하고 포기를 하고 말았다.
그게 바로 3주전에 있었던 일들이었다.
매번 넘버원만 하면서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지라 아무것도 모르는 지강혁이라서 페이의 행동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리라.
임폴턴트 정보학과, 이론학을 마치고, 지강혁은 집으로 돌아왔다.
이윤정이 소개팅을 꼭 주선해 주겠다는 말만 믿고 보무도 당당히 걸음을 옮긴것이다.
이제는 좀 꾸미기도 하고,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써야할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지강혁은 넘버원에 몸을 실었다.
학교 생활이 끝났으니 이제는 넘버원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만 했다.
캐릭터 창에 두개의 아이디가 나타났다.
바로 레오와 헨리였다.
지강혁은 생각할것도 없이 헨리로 접속했다.
헨리가 가상공간 넘버원에 모습을 드러내자, 연무장에서 한창 훈련을 하고 있던 신지가 반갑게 헨리를 맞이해주었다.
가슴 습격사건(?)을 말미암아 이틀동안 씩씩 거리던 녀석이 이제는 화를 많이 푼 모양이다.
신지는 헨리에게 다가오더니 무언가를 그에게 내밀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편지 한통이었다.
"오빠. 라이델 자작님이 편지를 읽고 집무실로 찾아와달래."
"이게 뭔데?"
"자세한건 나도 잘 몰라. 다만 그걸 건네줄때 엄청 다급한 표정이었어"
신지에게 물어보는것 보다는 편지를 읽어보면 상황판단이 쉽게 될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헨리는 라이델 자작이 건넨 편지의 겉봉을 급히 뜯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