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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143화 (143/378)

< -- 143 회: 넘버원 -- >

라이델 자작은 헨리의 오른쪽 뺨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검푸르스름하게 생겨난 오른쪽 뺨이 단번에 그의 시선을 사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헨리가 겸연쩍게 웃으며 볼 한쪽을 살짝 가렸다.

'망할 녀석. 고의로 만진것도 아닌데 이렇게 세게 칠건 또 뭐람!?'

신지에게 뺨을 맞았다.

그것도 정통으로 맞은 일격(?) 데미지였다.

예전, 아니 이틀전까지만 해도 힘이 무척이나 약한 녀석이었는데 도대체 이틀동안 무얼 했기에 이토록 힘이 강해졌던 말인가?

신지가 장난스레 건넨 주먹질에도 헨리의 몸이 배겨내지 못하고 시퍼렇게 멍자국을 남길 정도였다.

그 증거로 헨리의 볼에 난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았고, 빨갛게 달아오른 볼은 시간이 지날수록 푸르스름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만큼 상처가 깊다는 증거였다.

걱정이 되었는지 라이델 자작이 표정을 굳건히 하고 헨리에게 물었다.

"제 수하중에 치료에 능한 치유성이 하나 있는데, 그를 불러다가 치료를 하게 할까요?"

헨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어넘겼다.

"하하 아닙니다."

몬스터나 적에게 피격당했다면 의당 데미지를 입고 hp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로 삼고 있는 신지에게 장난스레(?) 얻어맞은거라데미지는 단 1퍼센트도 받지 않았다.

단지 멍이 든 효과가 생겨나서 데미지가 많이 받은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나저나 저를 찾아오신 연유가 무엇이었습니까?"

헨리는 그게 궁금했다. 연무장에서 한창 신지와 대련을 하고 있던 찰나라이델 자작이 직접 찾아오지 않았던가?

수하를 시켜 부르면 될것을 본인이 직접 찾아왔다.

그말인즉 긴히 할 얘기가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용사님께서 여쭤보시니 모든걸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몇시간전 수하들을 모두 집결시켜 놓고 라이델 자작은 대책회의를 벌였다.

왕국의 파병요청 승낙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파병요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을 내세웠다.

그도 그럴것이 한창 산적단이 준동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여타의 왕국을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그에 반해, 몇몇 기사들은 국왕전하의 명을 받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병사를 파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혔다.

라이델 자작으로서는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국왕전하의 명입니다! 반드시 명을 이행해야 합니다. 영주님!"

"이보시오 파르텔! 지금 당장 병사를 파병했다간 산적들에게 발데스 마을이 떨어진다는걸 모르는게요!?"

"그렇다고 국왕전하의 명을 거절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일단 명분상으로나마 전령을 띄워 발데스 마을의 사정을 국왕전하께아뢰도록 하시지요. 지금 당장은 병력을 파병하기 어렵습니다."

기사들의 말대로 병력을 파병하자니 산적단의 공격이 두려웠고, 파병을 하지 않으려니 국왕전하에게 괜한 의심을 살까봐 겁이났다.

결국 2시간동안 회의가 벌어졌지만 도출된 결론은 없었다.

라이델 자작은 모든 기사들에게 축객령을 내린뒤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곤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병력을 파병하는것이 옳은일일까?

아니면 국왕전하에게 양해를 구해서 영지를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일까?

기사들을 다수 보내고 징집병 100명을 파견한다면 산적들이 쳐들어올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그렇다고 그 병사들을 아껴서 파병요청을 거부하자니, 국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문제는 국왕이 아니라 그가 거느리고 있는 중앙귀족들이다.

라이델 자작은 올곧은 성격으로 영지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왔다.

그 때문에 중앙귀족들에게 뇌물을 바친 이력이 단 한번도 없었다.

중앙귀족들은 지금도 알게 모르게 권력투쟁에 임하고 있었다.

권력을 사로 잡으려면 무엇보다 돈드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방 귀족들은 동아줄을 잡고자 권세있는 귀족가에 돈을 댔고, 튼튼한 끈을 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라이델 자작은 잡을 끈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를 비호해 주는 세력이 전무했다.

아니 오히려 그를 파직시켜 버리고 그 자리에 자신의 사람을 앉히려고 라이델 자작을 매번 헐뜯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국왕 로이드 3세를 보필하고 있는 카서스 총수가 라이델 자작의 됨됨이를 잘알고 그를 감싸준 덕분에 지금까지 발데스 마을의 영주로 있을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카서스 총수도 섣불리 라이델 자작을 감싸고 돌순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파병요청을 내린만큼, 그 명을 거역한다면 자칫잘못했다가 반역죄로 몰릴수도 있다.

반역죄인을 두호했다간 자기 자신도 반역자가 될수 있기 때문에 카서스 총수도 경거망동할순 없었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면서 라이델 자작에게 조금이라도 병력을 파병하라고 서신을 보내왔을 뿐이다.

"여지껏 말씀드린대로 이번에 병력을 파병하지 않는다면 저는 영주직을 박탈당하고 말것입니다. 하지만 병력을 파병하자니, 산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기가 어려울것 같아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제국의 용사 칭호는 아무나 받는게 아니다.

제국의 어려움. 나아가 인간종족의 크나큰 어려움을 파헤쳐 줘야만 얻을수있는 지고한 칭호인 것이다.

앞서 헨리는 엘프족과 인간종족의 화합을 이끌어낸 이력이 있었다.

라이델 자작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처럼 헨리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라이델 자작의 표정은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에 반해 헨리는 무언가 좋은 계책이라도 있는 마냥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라이델 자작이 한껏 기대하는 어조로 헨리에게 물어왔다.

"혹 좋은 방안이라도 있으십니까?"

"좋은 방안인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방안이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먹힐지 안먹힐지 모르겠군요."

방안이 있다는 소리에 라이델 자작의 얼굴이 번쩍 트였다.

그가 간곡한 어조로 다시금 물어왔다.

"그 방안이라는게 무엇입니까 용사님?"

"바로 산적들을 이용하는 겁니다."

"산적들을 이용한다고요?"

이틀간 산적들을 조사하면서 파우스 산의 지형지물을 비롯해산적들의 형편들을 속속히 꿰고 있는 헨리였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산적과 라이델 자작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사용해야만한다. 그래야지만 병력도 파견하고, 그에 따라 영지도 지킬수 있는 것이다.

첫번째 방법은 바로 산적들에게 권고를 요청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항복을 권유한다고 보면 된다.

산적들이 항복을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지를 내려주고 지금처럼 밭과 논을 개간해 30퍼센트의 곡물만 바친다고 하면 항복을 하고 귀속이 될수도있다.

물론 가능성은 반반이다.

두번째 방법은 산적들을 달래는 것이다.

현재 산적들은 군량미가 부족해 배를 곯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반해 발데스 마을은 식량이 매우 풍부했다.

그 때문에 산적들이 발데스 마을을 노리고 있는것이 아니던가?

일정량의 곡식을 산적들에게 내어주고 휴전을 요청하는 방법이 두번째였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큰건 사실이다.

막말로 산적들이 군량을 받아챙기고 뒤통수를 후려갈길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방법같군요 용사님. 왜 진작에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다행히 라이델 자작은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다면 먼저 수하 기사들과 다시 의견을 나눠 보시고, 전령을 산적들에게 파견해 보도록 하십시오.

라이델 자작님의 명성이 드높으니 반드시 산적들이 항복할 것입니다."

헨리의 말대로 라이델 자작은 이 근방에서 매우 유명한 인사였다.

그도 그럴것이 영지민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영지민들과는 달리 발데스 마을의 영지민들은 라이델 자작을 거의 숭배하면서 떠받들고 있었다.

무엇보다 곡식 세율이 단 30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고, 라이델 자작이 직접 영지민들을 보살피고, 어려움에 처한 영지민들을 두팔을 걷어 붙히면서까지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영지민들은 자연스럽게 라이델 자작을 아버지 모시듯 떠받들고 있었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러한 소문이 이웃 영지, 아니 나아가 프루나 왕국까지 들려올 정도니생각이 있는 산적이라면 충분히 항복 권유를 받아들일 것이다.

라이델 자작은 급히 기사들을 끌어 모은후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거기에는 헨리도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라이델 자작이 극진히 모시고 있었던 덕분에 NPC들의 회의에까지 참석하게된헨리였다.

이것은 레오로 플레이했을때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광경이라서 헨리는 신기한 눈초리로 NPC들의 회의장면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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