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0 회: 넘버원 -- >
주위를 둘러보았다.
곁에 있는 산적의 레벨은 205.
척보기에도 제법 강인해 보이는 산전 몬스터들이었다.
몬스터들이긴 하지만 인간을 매개체로 만들어진터라 그들의 지능은 제법 뛰어났다. 무턱대고 공격을 했다간 경계를 서고 있는 놈들이 신호탄을 쏘아올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 아무리 강한 플레이어라도 곤혹을 치를수밖에 없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남성 플레이어는 홀몸이 아닌 입장이다.
지켜주어야할 여성 플레이어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놀랍게도 사람이 아니었다.
신과 마인의 피가 반반 섞인 반신반요인 것이다.
플레이어와는 달리 한번 죽으면 다시 되살릴수 없는 몸이라 플레이어는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퀘스트를 수행할수밖에 없었다.
그의 정체는 바로 헨리였다
헨리는 어렵사리 라이델 자작을 만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에게 퀘스트를 받게 되었다.
퀘스트의 내용은 벌목을 해오는것이다.
어찌보면 매우 간단한 퀘스트였지만, 또 어찌보면 매우 어려운 퀘스트이기도 했다.
사실 벌목이란건 나무를 베어오면 그만이다.
대장간에서 파는 벌목용 도끼를 사들고 나무를 베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하지만 벌목을 하기 위해선 산을 타야만 한다발데스 마을 자체가 평야지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푸른 풀때기나, 초원이 자리하고 있다. 벌목을 하려면 산적단이 거처로 삼고 있는 파우스 산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파우스 산에는 산적들이 철통경계에 임하고 있어 쉬이 벌목을 하기가 어려웠다.
'젠장 퀘스트를 괜히 수락했나?'
[벌목 퀘스트요?]
[그렇습니다 제국의용사님.]
[어째서 벌목을 요청하는 겁니까??]
[저희 발데스 마을의 징집병들은 그 숫자가 현저히 적습니다.
때문에 놈들을 공격하기는 커녕 방어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지요.
방어도구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제국의용사님께서 나무들을 베어다 주신다면 목책을 만들수도 있고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것입니다. 그러니 나무 50그루만 베어다 주십시오.]
라이델 자작은 그렇게 말하며 마법배낭 하나를 내밀었다아공간으로 만들어진 신기한 마법배낭이었는데 아무래도 벌목한 나무를 거기에다가 넣어오라는듯 싶었다.
헨리는 어쩔수 없이 파우스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초입지역에 다다르니 경비병 다섯명이 두 눈을 부릅뜨고 철통경계에 임하고 있었다.
사실 5:1로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놈들의 허리춤에 신호탄이 각각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말인즉, 싸움이 시작되면 신호탄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소리다결국 헨리는 파우스산 전체를 둘러보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다행히 밤시간이 되자 경계가 조금 허술해졌다.
헨리는 산 뒤편을 넘어 벌목을 시작하고 무려 1시간만에 50그루의 나무를 벨수 있었다. 전적으로 신속한 움직임 덕분이었다.
"오오 정말 감사합니다 제국의 용사님!"
헨리가 라이델 자작을 찾아가 아공간으로 만들어진 마법배낭을 내밀었다그러자 라이델 자작이 감격해 마지않으며 헨리에게 머리를 꾸벅 숙여왔다.
"이건 퀘스트 보상입니다. 부디 받아주십시오."
[띵! 라이델 자작으로 부터 발데스 마을의 신비한 약초 50개를 받았습니다!]
발데스 마을의 신비한 약초는 모든 상태이상을 단 한번에 제거할수 있는 특수 능력을 지닌 약초입니다. 모든 질병을 치료할수 있으며, 사용시 스탯이 영구적으로 1 오릅니다. <스탯은 랜덤으로 작용됩니다>
'뭐야 이거? 엄청 좋은 보상이잖아!?'
뜻밖의 수확이었다.
사실 그동안 견문은 넓혀오면서 라이델 자작의 영지민 사랑이 투철한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상품도 별거 없겠거니 싶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탯 50을 보너스로 얻을수 있는 신비한 약초를 주는것이 아닌가? 게다가 모든 상태이상을 단 한번에 제거할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건 두고두고 써먹을수 있기 때문에 헨리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또 부탁할 퀘스트는 없습니까?"
퀘스트를 하면서 십만의 경험치를 받았다.
헨리는 경험치를 신지에게 몰아주었고 신지도 덩달아 레벨업을 해버렸다.
신지의 레벨도 올리고, 헨리 본인의 명성도 쌓고, 이 얼마나 좋은 일이란말인가!?
"이건 조금 위험한 방법이긴 한데,"
라이델 자작이 조금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헨리가 염려 말라는듯 자신의 가슴을 팡팡치며 소리쳤다.
"저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한번 말씀해 보십시오!"
그말에 용기를 얻은 라이델 자작이 헨리에게 부탁해왔다.
"사실 그동안 파우스산에 있는 산적단의 규모는 3천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맞추어 저희는 방어에 전념하면서 놈들의 총공세를 막아내왔지요.
하지만 또다른 첩보에 의하면 산적단의 수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합니다.
지금 첩자로 보낸 세명의 요원이 깜깜 무소식인만큼 산적단의 규모와 놈들의 동태를 알길이 전무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 제국의용사님께서 산적단의 동태를 좀 파악해 주실수 있겠는지요?"
말인즉 니가 첩자가 되어 산적단의 세력을 알아봐달라는 말이었다.
이건 생각부터 무척 위험한 임무다.
만에하나 정체가 탄로나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세상과 하직을 해야하는것이다.
띵! [라이델 자작의 부탁! ]
발데스 마을의 영주 라이델 자작이 파우스 산에 위치하고 있는 산적단의 동태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파우스산의 정확한 위치와, 산적단에 속한 산적들의 수효/ 군량미 등을 전부 파악해서 문서로 작성해 라이델 자작에게 넘겨줘야합니다.]
퀘스트 난이도 : D급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헨리는 별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라이델 자작의 요청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일단 죽는다고 하더라도 아이템을 전부 귀속시켜놨기 때문에 거칠게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신지였다. 신지가 죽기라도 한다면 여지껏 투자했던 돈들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린다.
"여동생은 같이 데려가기는 좀 그렇군요. 라이델 자작님이 제 여동생을 좀돌봐주셨으면 하는데,괜찮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려운 요구가 아니라서 라이델 자작은 흔쾌히 헨리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헨리는 신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없는 동안 수련 게을리하지말고 라이델 자작님과 함께 있어.
알겠지?"
"응 알았어 오빠"
"착하네."
헨리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자 신지가 배시시 웃었다.
퀘스트가 어려운지, 어렵지 않은지는 일단 부딪혀 봐야만 했기에 헨리는 곧장 파우스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파우스 산에 당도한 헨리는 벌목을 했을때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제일 시급한것은 산적단이 입고 있는 옷을 구하는 것이다.
한놈을 잡아 족친뒤 그 옷을 빼앗아 입어야만 했기에 헨리는 자신과 체격이 비슷한 산적 한놈을 물색하고 있었다.
다행히 경계를 서고 있는 놈들 중에서 헨리와 체격이 비슷해 보이는 산적단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숫자는 셋. 철저히 기습공격을 감행해야 한다!'
허리춤을 보니 역시나 신호탄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기습적으로 놈들을 습격해서 일거에 쓰러뜨려야만 한다.
물론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기절을 시킬 요량으로 놈들의 급소를 후려칠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건 뭔가가 꺼림직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많이 변했군. 레오를 할땐 거리낌없이 사람을 죽였는데 말야.'
헨리와 레오.
철처한 선과, 철저한 악으로 나뉘어진 캐릭터였다.
레오는 말그대로 사람들에게 공포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에 반해 헨리는 제국의용사 칭호 덕분에 철저한 선이 되어 버렸다.
그때문에 살생을 왠만하면 자제해왔던 헨리였다.
몬스터라곤 하나 인간을 매개체로 삼은만큼 죽이고 싶진 않았다.
'지금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헨리가 재빨리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술을 먹으면서 추위를 달래고 있었던 찰나였다.
갑작스런 기습공격이 이어져 산적 3명은 속수무책으로 헨리에게 기습을 허용하고 말았다.
헨리는 검집으로 놈들의 명치와 목덜미를 파바박 후려쳤다.
레벨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다보니 놈들은 일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물론 숨이 끊어지진 않았다. 단순히 기절만 했을 뿐이다.
'휴. 다행이다. 하마터면 들킬뻔했어'
산간지역이라 추위가 극심하다. 더욱이 야심한 시각때가 아니던가?
종종 쓰라린 홍주를 마시면서 속을 달래야만 했기에 산적들은 홍주를 마시고 있었다. 게다가 몸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태라서 헨리의 기습공격에 그만 손도 발도 써보지 못하고 픽 쓰러져버린 것이다.
일단 1단계는 무난히 성공한듯 싶었다.
헨리는 점찍어 두었던 산적복을 벗긴뒤 자신의 몸에 걸쳐 입었다.
그리고는 따스한 볏집과 자신의 가죽옷을 그 사람에게 덮어 씌워준뒤보무도 당당하게 산적소굴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첩보원 역할을 잘 수행해 내는 일만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