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139화 (139/378)

< -- 139 회: 넘버원 -- >

라이델 자작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큰 마음을 먹고 왕국으로 몸소 걸음을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이델 자작은 수하 기사들과 호위하는 징집병을 데리고 수도로 향했다.

산적들의 횡포가 너무나 심해 구원병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국왕을 알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국왕 로이드 3세가 라이델 자작의 인덕을 평소부터 흠모하고 있었던 까닭이라오히려 라이델 자작을 만나보고 싶어했다.

지방귀족들도 함께한 자리에서 라이델 자작은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열변을 토해냈다.

"산적들이 발데스 마을을 공격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성 외곽지역에 있던 논과 밭이 허물어져 그 피해가 막심합니다.

발데스 마을의 병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오니, 부디 중앙군을 파병하시어산적단을 토벌해 주시옵소서"

산적단의 규모는 3천명에 달하는 엄청난 세력이었다.

그에 비해 라이델 자작이 이끌고 있는 병력은 고작해야 오백이다기사들도 채 오십이 되질 않는다.

그 병력으로는 절대로 3천명에 달하는 산적들을 소탕할수가 없다게다가 산적들이 요새화 시킨 파우스산은 천혜의 요새이다.

방어하기는 수월하나 공격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말이었다.

때문에 파우스산을 공략하기 위해선 적어도 적의 열배에 달하는 병력이 필요했다.

마음같아선 라이델 자작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었지만, 프루나 왕국의 로이드 3세는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할수가 없었다.

먼저 중앙귀족들에게 협조를 요청해야만 했다.

"이 일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시오?"

국왕의 물음에 구렛나루가 제법 멋드러진 중년인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그가 바로 왕국의 총수이자, 프루나 왕국의 2인자인 카서스였다.

"파우스산은 천혜의 요새입니다. 그러므로 공격을 하기 위해선 최소 적의 열배에 달하는 병력을 지원해야 할것이라고 사료됩니다.

허나. 지금의 상황으로는 병력을 파병하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호오? 그건 왜그렇소 카서스경?"

"현재 아레아 대륙 전역에서 드래곤종족과 우리 인간종족이 상잔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해양도시 트란티아를 비롯해, 교역도시 트룬하운트.

그리고 아레아 제국까지 공격을 받고 있는 입장이지요.

우리 프루나 왕국이 외진곳에 위치해 있다곤 하나, 드래곤들의 표적이 된것은 사실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드래곤들의 공격을 받을수 있다는 말이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당장 중앙군을 산적토벌에 내세우기는 힘든 실정입니다."

카서스 총수는 라이델 자작의 인덕과, 통솔력을 높히사 그를 여러모로 흠모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마음같아선 그의 요청대로 발데스 마을의 어려움을 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건 왕국의 안위와 미래다.

만약 병사를 파견했다가 재수없게 드래곤의 공격을 받기라도 한다면 왕국이 멸망 당할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라이델 자작의 부탁을 철회해야만 했다.

중앙귀족들도 카서스 총수와 생각이 같았다물론 그들의 생각은 다른곳에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중앙귀족들은 한창 세력다툼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는 실정이었다.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사들이 필요한법이다.

하지만 기사들을 기르고 육성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그들은 지방귀족들을 상대로 뇌물을 받아 기사들을 길렀고 한창 정치싸움에 몰두하는 중이었다.

라이델 자작은 단 한번도 뇌물을 바친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귀족들은 그를 하나같이 무시하며 도태해왔다.

그의 요청을 들어줄 까닭이 전혀 없는것이다.

"라이델 자작은 영지로 돌아가 있으라. 내 추후에 사자를 보내 의견을 어필하겠다"

국왕 로이드 3세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라이델 자작에게 축객령을 내려버렸다.

그게 바로 3일전의 일이었다.

'파우스 산은 천혜의 요새이다. 섣불리 쳐들어 갔다간 이쪽이 되례 전멸당할수도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이렇게 된이상 자신의 힘만으로 파우스 산의 산적단들을 물리쳐야 했다.

"그러니까 라이델 자작님을 만나뵙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그시각 헨리는 라이델 자작의 저택앞에서 한창 문지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헨리의 의도는 라이델 자작에게 퀘스트를 받아 한몫 단단히 챙겨내려는 속셈이었다. 퀘스트를 깨면서 신지에게 경험도 쌓게 하고, 보상도 챙긴다!

이게 바로 헨리의 생각이었다.

다행히 경비를 서고 있던 문지기는 헨리의 머리위에 새겨진 제국의 용사 칭호를 보자마자 저택안으로 전갈을 넣었다.

"뭐라? 레벨 230에 달하는 플레이어가 나를 찾아왔다고?"

한창 산적단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고 있던 라이델 자작이었다.

그런 그가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전령을 쳐다보았다.

사실 영주를 직접 찾아오는 플레이어는 드물다.

대개가 영주들이 플레이어를 초빙해서 퀘스트를 의뢰하기 때문이다.

현재 넘버원 제 1인자인 오딘같은 경우는 여러 중앙귀족들이 서로 모셔가기 위해 안달이 난 상태다. 하루에 오는 편지만도 수십통에 달할 정도였다.

그만큼 명성이 드높은 까닭이었다.

라이델 자작도 몇몇 고위급 플레이어들에게 편지로 연통을 넣어보았다하지만 답장은 단 한군데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고 있을 무렵뜻밖의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이상하군. 고작 230의 플레이어가 나를 찾아오다니?'

라이델 자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보다 문지기들이 230의 플레이어를 소개시켜주었다는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문지기들은 상대의 레벨과 명성. 그리고 강인함을 보고 영주에게 소개시켜주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고작해야 레벨 230에 불과한 플레이어를 소개시켜주는것이다.

"혹 그 사람이 어떠한 칭호를 가지고 있던가?"

넘버원 NPC들은 유난히 칭호에 민감하다.

레벨이 1이라도 이름있는 칭호를 달고 있으면 숭배하듯 떠받들곤 한다.

라이델 자작의 물음에 경비병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꾸했다.

"제국의 용사 칭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입니다"

"뭐,뭣이!?"

제국의 용사.

넘버원에 존재하고 있는 단 한명에게 주어진 칭호이자, 아레아제국의 황제가 손수 내린 칭호였다.

때문에 그 칭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NPC와의 친밀도 50이 플러스로 상승되는 톡톡한 효과를 누리며, 모든 영주들에게도 그 효과가 부여된다.

하물며 대영주들을 만날수도 있는 혜택이 주어지고, 그들에게도 퀘스트를 받을수 있다.

그런 고위급 인사가 자신을 직접 찾아온 것이다.

라이델 자작은 부랴부랴 제국의 용사를 만나기 위해 버선발로 저택을 빠져나왔다.

"저분이신가!?"

제법 잘생긴 청년이 검을 빼어들고 서있었다.

곁에는 어여쁜 여인 하나가 있었는데 척보기에도 둘이 연인으로 보였다.

라이델 자작은 황송하다는듯 재빨리 플레이어에게 다가가 목례를 취했다.

그는 바로 헨리였다.

헨리 또한 마주 목례를 취하며 예를 올렸다.

"일단 제 저택안으로 좀 드시지요."

"아예 감사합니다."

그윽한 향기의 커피 한잔이 헨리의 앞에 놓여졌다.

라이델 자작이 권하는 커피였다헨리는 커피를 한입 먹고는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먼저 말문을 연건 다름아닌 라이델 자작이었다.

"이 누추한 곳에 어인일로 방문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혹 그 이유를 알수 있겠습니까?"

라이델 자작의 의문은 당연했다.

제국의 용사 칭호를 가지고 있다면 의당 대영주를 만나거나, 제국의 황제도 만날수 있는 고위급 인사다. 그런데 외진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간단합니다. 이곳에 볼일이 있기 때문이죠."

"볼일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전 여행 하는것을 낙으로 삼는 플레이어입니다.

여기 옆에 있는 이녀석은 제 여동생인데 경험을 쌓게 해주고자 이곳을 찾은거지요. 게다가 이곳은 드래곤과의 전쟁에서 자유롭다고 들었습니다.

이녀석에게 힘을 부여하고, 단련시키기 위해 잠시 외진 이곳에 머물게 된 것이지요"

신지의 레벨은 벌써 100을 찍었다.

이곳 발데스 마을은 레벨 80-100 던전을 비롯해 레벨 150 던전도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최소한 150레벨은 찍을수 있다.

게다가 드래곤과의 전투로 인해 신지의 존재가 드러난다면 신지가 죽을수있기 때문에 일부러 이곳에서 도피생활을 하는 것이다.

헨리는 의도적으로 신지의 정체를 숨겼다.

단순히 같이 여행하는 파티원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막말로 반신반요라는것을 누설하게 된다면 라이델 자작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인간들도 마족을 안좋게 보는 경향이 매우 짙다.

그래서 그런 결정을 내린것이다.

다행히 제국의 용사 칭호 덕분인지 라이델 자작은 헨리의 말을 전부 믿고 있었다.

"그랬군요."

"혹 영주님께서 부탁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부탁을 하십시오.

며칠더 이곳에 머물 작정이니까요."

"저,정말입니까? 정말로 부탁을 드려도 되는것입니까!?"

라이델 자작이 반색을 하며 헨리의 손을 붙잡았다.

헨리가 슬그머니 손을 내ㅤㅃㅒㅤ며 헛기침을 했다.

"제 손은 여자들만 잡을수 있습니다."

그제서야 자신의 실착을 알아차린 라이델 자작이 얼른 손을 회수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