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7 회: 넘버원 -- >
발데스 마을은 인구가 약 3만명인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군과 진배없는 그런 마을인 것이다.
트룬하운트에 있다가 발데스 마을에 와보니 정말로 인적이 드물었고 매우 한적했다.
땅은 넓지만 사람이 적어서 생겨난 현상이었다.
"요즘따라 돈을 너무 많이 쓰는걸? 조금 아껴써야할 필요가 있겠어"
트룬하운트에서 발데스 마을까지 이동하는데 수일. 아니 수십일이 걸린다.
자칫 잘못했다간 이동하다가 드래곤을 만나 죽임을 당할수도 있었다.
그래서 헨리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발데스 마을 귀환스크롤 하나를 상인에게 300만원에 사들였다.
다행히 발데스 마을 귀환스크롤을 파는 상인이 있었다.
"일단 마을에 왔으니 먼저 견문을 넓혀야 겠지?"
아무런 정보조사 없이 사냥을 한다거나 보스를 잡는다는건 하수들이나 하는짓이다. 헨리는 레오를 했을때를 떠올리면서 먼저 마을 사람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제국의 용사 칭호 덕분에 헨리는 손쉽게 마을 사람들과 친해질수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런 헨리에게 고급 정보를 거리낌없이 말해주었다.
"이곳은 드래곤과의 전쟁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마을이라네.
하지만 너무 안심은 하지 말게나.
보리 수확을 노리는 산적단들이 많으니까 말일세"
"이곳 발데스 마을은 라이델 자작님이 관할하고 계시는 영토라네.
라이델 자작님은 우리들에게 많은 인정을 베풀고 계시지.
그분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산적들을 퇴치할 것이네"
"산적단들? 어휴 말도 말게. 레벨이 무려 200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놈들이지 아무래도 인간이다보니 몬스터들보다 지능이 뛰어난게 사실일세매번 수확때가 다가오면 노획을 하려고 마을에 수하들을 보내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
"발데스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기사의 숫자는 고작 50명 뿐이라네 오러 블레이드는 커녕, 오러를 사용할수 있는 기사가 채 열명도 되지 않지.
그에 반해 징집병들은 제법 많이 있다네. 다들 라이델 자작님을 위해 목숨을 바칠 징집병들이지. 제 아무리 산적단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라이델 자작님을 쉽게 해할순 없을 걸세"
"이곳 발데스 마을은 방어의 목적으로 영지를 요새화 시킨 곳이라네.
방어에 무척 뛰어난 이점을 보이지. 산적단들이 공격을 감행해 오면 쉽게 방어할수 있네.
놈들은 그것을 알고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있지."
"라이델 자작님은 우리들에게 30퍼센트의 곡식만 거둘뿐 다른것은 일체거둬가지 않으신다네. 그래서 우리 마을은 비약적으로 개발술과 상업술.
조예술등이 고루 발전해 있지. 다만 중앙귀족들의 빗발치는 예물 요구 때문에 라이델 자작님은 승진은 커녕, 지금의 영지도 고스란히 빼앗길 처지에 놓여버리고 말았지.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여러 정보를 수확한 끝에 헨리는 두가지를 압축해 낼수 있었다첫째. 이곳은 라이델 자작의 영지이며 모든 영지민들이 그를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사실 이점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그도 그럴것이 넘버원 귀족 NPC들은 하나같이 영지민들을 쥐어짜내면서 곡식 수확물의 70-80퍼센트를 거둬가기 마련이다.
그래야지만 자신의 부를 축적시킬수 있고, 중앙귀족에게 뇌물을 바쳐 승진을 꾀할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라이델 자작은 여태까지 본 귀족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둘째. 이곳 라이델 자작의 영지에는 산적단들의 공격이 비일비재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귀족들의 행패에 견디지 못하고 산에 들어가 산적이 되었다.
거의가 라이델 영지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하이든 영지민들이었다.
하이든 영지의 파스텔 자작은 간사하고 욕심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무려 85퍼센트의 곡식물을 세금으로 거둬들였다.
그로 인해 영지민은을 곡식을 수확하더라도 자신의 몫인 15퍼센트밖에 가져가질 못한다. 고작 15퍼센트의 수확물 만으로는 절대로 1년을 버틸수가 없기에 영지민들은 결국 산적이 되어 노략질을 일삼는 패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로인해 하이든 영지의 치안은 매우 불안정했고, 결국 파스텔 자작은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중앙귀족들에게 원군을 요청했다.
그간 받아먹은 뇌물 덕분인지 중앙귀족은 한걸음에 파스텔 자작에게 구원군을 파병했다.
산적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애시당초 잘 훈련된 정예병들을 산적따위가 감당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산적들은 하이든 영지에 위치하고 있는 중앙귀족 기사들 때문에 더는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고 산에 머물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가오는것은 추위와 굶주림 뿐이었다.
결국 그들은 제법 만만해 보이는 라이델 영지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어처구니 없게도 라이델 영지에 불똥이 튀어버리고 만것이다.
라이델 자작이 이끌고 있는 발데스 마을의 영지민들은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전적으로 라이델 자작이 민심을 잘 수습하고, 영지민들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지민들은 매우 풍족하게 살아가고 있었다자신들이 겪었던것과는 차원이 다른 풍족함이었다.
산적들은 들판에 널린 보리들을 보자마자 두 눈이 뒤집혀 버렸다.
결국 그들은 해서는 안되는 짓을 하고 말았다.
상대방 영토에 무단침입하면서 곡식을 약탈하기에 이른것이다.
제 아무리 정규군으로 편성되어 있는 병사들이라곤 하지만 산적들이 두눈에 불을켜고 달려드니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라이델 자작은 정규군을 뒤로 물리고 중앙귀족들에게 원군을 요청하면서 방어에 몰두했다.
하지만 중앙귀족들은 순순히 구원병을 내주지 않았다그간 라이델 자작이 뇌물을 전혀 바쳐오지 않은 까닭이었다.
결국 라이델 자작은 발데스 마을을 요새화 한뒤 방어전에 임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이게 바로 2년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흥미가 생기는데?"
옛말에 민심을 얻는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했었다.
라이델 자작은 민심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말인즉 통솔력이 상상을 뛰어날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런 인물들은 성격이 올곧으며 자신의 주장을 잘 굽히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의를 존중하는 인물로써, 맡기는 일은 잘 수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여지껏 중앙귀족들과, 여러 지방귀족들은 하나같이 헨리는 자신의 수하에 두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제국의 용사. 그것도 드래곤 ㅤㅂㅞㄺ구를 소환수로 거느리고 있는 인물이 자신의 뒷배경이 되어준다면 거리낌없이 세력판도를 뒤집을수 있기 때문이다예전에 제국의 용사 칭호를 받을 당시에도 여러 중앙귀족들이 헨리를 붙잡기 위해서 러브콜을 보내온적이 있었다.
헨리는 철저하게 러브콜을 무시해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사들이라서 애초에 관심조차 가지질 않았다.
하지만 라이델 자작은 왠지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다헨리는 곁에 있던 영지민 npc에게 라이델 자작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다행히 친밀도 +50 때문에 영지민은 헨리는 아군으로 판단하고 손쉽게 대꾸해 주었다.
"이번 곡식 수확물은 전체의 70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가?"
제법 꼬장꼬장하게 생긴 중년인이었다.
멋드러진 구렛나루가 입가까지 다가오는 그의 모습.
그가 바로 이곳 발데스 영지의 영주인 라이델 자작이었다.
자작의 물음에 곁에 있던 군량책임관 하나가 고개를 조아리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자작님."
"알겠네. 그럼 이만 나가보게나."
"저기 하나 여쭙고 싶은게 있습니다 자작님."
"뭔가?"
"산적들의 공격으로 말미암아 성 외곽에 개간해 놓았던 밭과 논들이 모조리없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곡식의 수확물이 작년보다 30퍼센트나줄고 말았지요."
"그래서?"
"그런데도 수확물의 30퍼센트를 거둬야 한다는 말입니까?
고작 30퍼센트로는 국왕전하에게 변변찮은 진상품조차 올리지 못합니다.
차라리 이 기회에 수확물의 50퍼센트를 거두…… "
군량책임관의 말을 채 이어지질 못했다.
라이델 자작이 그의 말을 확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국왕전하께서도 우리 영지의 사정을 훤히 알고 계신다네.
그점은 염려하지 말게나."
"국왕전하께서는 이해하실지 모르겠으나, 중앙귀족들의 반발이 거세집니다지금 당장에도 수많은 중앙귀족들이 뇌물을 바쳐오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작님을 내치려 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30퍼센트의 곡물만 거둬들인단 말입니까?
게다가 한창 산적들의 노략질로 인해 성 외곽에 배치되어 있던 논과 밭이 허물어져 성내에서 밭을 개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군량책임관의 말은 사실이었다.
2년전까지만 해도 발데스 마을은 땅이 기름지고 넓어서 대지 전체가 밭과 논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산적들의 공격아래 성 외곽을 사수할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병력의 열세가 문제였다.
제 아무리 정규군이라곤 하나 숫자 앞에는 장사가 없는법이다.
그로인해 라이델 자작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성내에서 경작을 꾸리는 일이었다.
다행히 성내가 워낙 넓었기 때문에 경작을 하는데 크나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보다 곡식의 양이 줄어드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그만큼 많은 땅을 산적들에게 내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마음같아선 산적들을 퇴치하고 싶었으나,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병력이 너무 없어서 방어에만 치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쩔수 없이 이처럼 어렵게나마 영지를 운영해 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올해였다.
군량이 전보다 70퍼센트밖에 수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인 라이델 자작은 단 30퍼센트의 곡물만 세금으로 거둬들였다.
수하 관료들이 더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라이델 자작은 요지부동이었다.
"일단 내가 국왕전하께 상소문을 넣어보겠네.
원군을 파병해 달라고 말이지."
"중앙귀족들의 반대 때문에 또 이루어지지 않을텐데요."
"그렇다면 내가 이번에 직접 국왕전하를 알현하게 오겠네.
내가 나선다면 만나는 주시겠지"
결국 라이델 자작은 특단의 조취를 취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국왕전하를 알현하는 것이었다.
제 아무리 중앙귀족들의 입김이 강하다고는 하나, 영지를 잘 다스리고 그에 걸맞게 진상품을 바쳐온 라이델 자작이라면 국왕도 틀림없이 자신을 만나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라이델 자작은 서둘러 상소문을 올린뒤 국왕이 있는 수도 카이스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를 따르는 수행원은 기사 5명. 징집병 50명이 전부였다.
그들이 걸친 옷은 잘 다듬은 판금갑옷이 아닌, 농노병들이나 입는 가죽갑옷이 전부였다.
그것도 하나같이 빈약한 무장을 하고선 영주를 따라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