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133화 (133/378)

< -- 133 회: 넘버원 -- >

서울에서 제일 유명한 S대학교 넘버원 학과.

임폴턴트 정보학 강의실 안이었다학생들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한창 넘버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타의 학생들과는 달리 게임 하나만 보고 넘버원 학과에 지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넘버원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생계와 더불어미래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최선을 다해 가상공간을 즐기고 많은 노력을 기울어게임을 분석해왔다. 무릇 정보란 아는 것이 많을 수록 도움이 많이 되는 법이다. 그들은 넘버원에 관련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한편으로는 학과에서 도움이 되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 서로서로를 도와갔다. 모르는것이 있으면 묻고, 아는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물론 개중에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개인플레이를 펼치는 종자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은 같은 길드에 속해 있다보니 서로를 존중해 주면서 정보를 공유해왔다.

"뭐라고? 너도 당했어?"

이윤정.

넘버원 학과의 과대이자, 갓 20살이 된 여성은 리나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면서 넘버원을 플레이하고 있다. 이제 레벨이 230이 된 그녀는 어젯밤 재수없게도 라이올라 섬에서 기웃거리다가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에게 공격당해 단 한방에 즉사를 하고 말았다.

피해는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리나를 비롯해 넘버원 길드원 대부분이 라이올라섬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던 까닭에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아침에 모이자마자 넘버원 학과생들은 머리를 맞대며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에게 당한 사실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전쟁이 발발 한다고 공지가 떴던데 그게 정말인가봐"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패치되고 하루만에 바로 플레이어들을 몰살 시킨담?"

"뭐 그건 어쩔수 없는 노릇이잖아? 공지를 띄웠으니까."

"그나저나 블랙드래곤 너무 쌔지 않니? 난 파이어볼 한방에 죽어 버렸어.

HP가 4천인데도 말야!"

"나도 파이어볼에 죽어버렸지. 정말 쌔더라."

"앞으로가 걱정이네 정말. 이렇게 된 바에는 귀속아이템을 써야할까바"

귀속아이템

쉽게 말하면 아이템을 자신에게 귀속시킨다는 의미다귀속을 시키는건 어렵지 않다. 아이템을 취했을때 귀속하겠냐고 문구가 뜨니까.

하지만 귀속을 시키고 나서가 문제였다. 귀속을 시킨 아이템을 절대로 거래가 불가능하다. 거래를 굳이 하려면 귀속 해제 주문서를 사용해야 하는데 넘버원측에서 그 주문서를 현금 500만원에 판매를 하고 있다.

귀속 주문서를 팔아먹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보스 레이드도 하지 않고, 아이템 드랍율이 높으면 얼마나 높은가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드래곤이 등장하자 상황이 달라져 버렸다.

드래곤에게 사망시 아이템 드랍율 상승폭이 1.5배로 껑충 뛰어버린 것이다.

그 일로 인해 서민들을 비롯해 아이템을 귀속시키는 인파가 엄청나게 늘어나버렸다. 다행히 넘버원측에서는 이점을 간과해 귀속 주문서의 가격을 250만원으로 낮춰주었고, 유저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잠재울수 있게 되었다.

"오빠는 라이올라를 떠나 계셔서 정말 다행이네요."

잠자코 책을 보고 있던 지강혁에게 윤지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지강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나도 드래곤에게 죽었어."

"에? 정말요?"

윤지의 얼굴이 의아함으로 가득했다.

사실 지강혁이 플레이하는 헨리는 라이올라 섬을 진즉에 떠났다.

마침 트룬하운트 성에 볼일이 있다면서 먼저 빠져나간 그가 아니던가?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는 라이올라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전멸시킨뒤곧장 수면기에 들어가버렸다.

그런데 라이올라에 없는 지강혁을 아르키우스가 처리를 했다니?

"난 블랙드래곤에게 죽은게 아니라 레드드래곤에게 죽었거든"

"레드드래곤이요!?"

지강혁의 말에 여러 동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호기심이 생긴것이다.

"형 레드드래곤에게 당했다고요?"

"그놈은 얼마나 쌔던가요?"

"뭐에 당했어요?"

질문이 쇄도해 들어왔다.

동기생들은 자신이 드래곤을 소환수로 쓰는것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제국의용사 칭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굳이 숨길 필요성은 없어보여서 레드드래곤 일라익에게 당한 사실을 전부 동기생들에게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듣고난 이윤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화이트 드래곤 ㅤㅂㅞㄺ구가 세번의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는 말에 깜짝 놀란 것이다.

"마,말도 안돼요 형! 어떻게 9미터에 달하는 ㅤㅂㅞㄺ구가 세방에 쓰러져요?"

"놈의 크기가 자그마치 20미터였거든. 웜급에 달한 레드 드래곤 같았어.

게다가 호전적인 성격답게 싸움도 잘하고,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더라.

아직 덜자란 ㅤㅂㅞㄺ구는 속수무책으로 당한거고."

"그,그럼 형도?"

"나야 파이어볼 한방에 즉사해버렸지 뭐.

사실 덱스가 높아서 한방에 죽겠어? 라고 자만 했는데 한방에 죽더라조금 허무하더라고"

"큰일이군요. 라이올라섬에 이어, 트룬하운트성 까지 공격받았다면, 제국도 곧 공격당할텐데요."

"넘버원 개발자가 아무 이유없이 드래곤들을 풀어놓진 않았을거야.

일단 상황을 조금더 지켜보는 수밖에.

너희들도 왠만하면 바깥필드에서 사냥하지 말도록 해.

괜히 아이템 날리기 싫으면 말이야"

귀속을 시켜놨다면 모를까, 귀속을 시켜놓지 않았다면 드래곤은 위험대상 1호의 강력한 생명체였다. 동기생들은 하나같이 귀를 기울이며 지강혁의 말을 경청했다.

'오호라? 이녀석이 여길 어떻게 온거지?'

드라이언의 시선이 눈앞에 있는 화이트드래곤에게 닿았다.

그의 정체는 이리우스.

헨리의 소환수인 화이트 드래곤이 놀랍게도 드라이언의 레어에 와 있는 것이었다.

ㅤㅂㅞㄺ구가 각성을 하면서부터 그는 헨리가 없이도 자유자재로 넘버원 전역을 돌아다닐수 있게 되었다.

마치 신지처럼 말이다.

신지는 소환수가 아닌 플레이어이자 동료의 개념으로 데리고 다니는 녀석이다.

그 때문에 헨리가 플레이 하지 않고 넘버원을 빠져 나가도 혼자 레벨업을 할수있고, 또 혼자 사냥을 할수도 있다.

하지만 ㅤㅂㅞㄺ구는 무리였다. 아직까지 소환수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각성을 하고 나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때부터인지 주인인 헨리가 없어도 혼자서 사냥을 하고, 혼자서 수련을 하면서 레벨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품었다.

(정말로 기이한 녀석이로군. 어떻게 몸집이 저렇게 작을수가 있는거지?)이리우스의 몸집은 거진 천년동안 살아온 헤츨링과 비슷할 정도였다.

도저히 5천년의 세월동안 살아온 드래곤이라고 생각할수 없는 것이다.

드라이언은 레드 드래곤 일라익과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5천년동안 봉인되어 있었던 까닭에 몸집이 매우 작은 모양이로군)드라이언은 그렇게 단정짓고 이리우스를 다시금 쳐다보았다이리우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예의였다.

드래곤 종족의 수장에게 건네는 일종의 예의 말이다.

"상처가 깊은것 같은데 그런 몸으로 이곳 라이올라까지 날아오다니..

정신력 하나만큼은 대단하군"

드라이언이 혀를 차며 그렇게 말했다.

드라이언의 말대로 이리우스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일라익과의 교전으로 말미암아 많은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상처도 치료하지 않고 이곳 라이올라까지 무리하게 이동한탓에 상처가 번지고 말았다.

드라이언은 이리우스에게 다가가 힐링을 시전해주었다.

푸르른 초록색 빛무리들이 이리우스의 몸속으로 잠식해 들어갔다.

놀랍게도 흉측한 외상들이 조금씩 아물더니 이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리우스는 깜짝 놀랐다.

주인인 헨리와 자신이 힐을 퍼부어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하지만 드래곤 로드가 힐을 퍼부으니 상처가 금새 아물어 버린 것이다.

"자네가 일라익을 막아서서 그렇게 되었다고 이미 보고를 들었네.

그러게 왜 인간들을 감싸고 도는겐가?"

ㅤㅂㅞㄺ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드라이언을 계속 쳐다만 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나에게 무언가 할말이 있어서 온것 같은데, 잠시 휴식을 취하는게 좋을것 같군. 이야기는 그 다음이지"

이리우스는 아직 어린 드래곤이다. 더욱이 상처까지 깊게 입질 않았던가?

그래서 드라이언은 이리우스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잠시 휴식을 명한 것이다.

일단은 같은 드래곤 종족원 이니까.

"어쩌실 요량이십니까 로드?"

일라익의 물음이었다.

사실 일라익은 애시당초 이리우스가 맘에 들지 않았다.

간악한 인간종족을 위해 몸을 날리는 그의 태도가 심기를 거스린 것이다.

마음같아선 다시한번 때려눕히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로드가 저토록 친절을 베푸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보아하니 나에게 할말이 있어서 잠시 찾아온것 같네.

일단 이야기를 좀 해보려는게 내 생각이네"

"이야기 말입니까?"

"자네도 알다시피 이리우스는 인간들과 함께 살아온 드래곤이네 우리와는 많이 다른 녀석이지. 머릿속이 제일 복잡한건 이리우스 본인일게야"

"그것도 그렇지만, 혹 인간들과의 전쟁을……"

"우리는 벨제부로님의 명을 받들어 인간계를 조율하고 있는 드래곤 종족이네.

자네가 뭘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네.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말게나"

드래곤 로드가 그렇게 말하자 일라익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빛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로드"

"그럼 이리우스를 좀 데려와 주겠나? 슬슬 이야기를 해봐야 할것 같네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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