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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132화 (132/378)

< -- 132 회: 넘버원 -- >

레드 드래곤 일라익이 코웃음을 치며 이리우스와 헨리를 우롱했다.

"너희같은 것들은 떼거지로 와도 두렵지 않다!"

"크윽."

헨리의 입에서 신음이 토해졌다.

척보기에도 족히 20여미터에 달하는 웜급 드래곤이었다.

ㅤㅂㅞㄺ구보다 무려 두배의 크기!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ㅤㅂㅞㄺ구는 기죽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섰다.

[주인 최선을 다해 싸우도록 하겠다. 그러니 힘을 내자!]

[나는 괜찮은데 너는 어쩌냐?]

[뭐가 말인가?]

[같은 종족끼리 싸워도 되는거냐?]

[여기서 주인을 버리고 놈들에게 붙을수는 없지 않은가?

난 이래뵈도 의리파다! 그러니 나만 믿어라 주인!]

친밀도가 100을 형성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같이 지내온지 수개월이 흐른터라ㅤㅂㅞㄺ구는 차마 주인인 헨리를 버릴수가 없었다.

일단은 그를 살리고 보자는 생각이 지배적이라서 그는 일라익에게 맞서서 싸우려 했다. 물론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주인을 보호 해야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나선것이다.

곁에 있는 신지는 조용히 그 모습을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런 제스쳐도 취해오지 않았다. 헨리는 문득 신지가 걱정이 되었다.

'큰일이군 저녀석을 어쩐담?'

아직 레벨이 얼마 되지 않은 어린아이다. ㅤㅂㅞㄺ구와 마찬가지로 한번 죽으면 두번다시 살려낼수 없는 존재가 바로 신지다.

신드라에게 신신당부를 들었던터라 그녀를 육성하고 키워줘야만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에게도 득이되면 득이 되었지 실이 되진 않을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지상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이 무려 두마리다.

그런데 놀라운건 드래곤들이 신지의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거였다.

물론 헨리도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 때문에 신지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그가 아니던가?

[자 간다 주인!]

[ㅤㅂㅞㄺ구 너……좋아! 먼저 선제공격이다 ㅤㅂㅞㄺ구야!]

[알겠다 주인!]

ㅤㅂㅞㄺ구는 헨리에게 실드를 걸어주었다.

실드를 받은 헨리가 검을 치켜들고 레드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이 망할 괴물자식아!!"

넘버원 빌딩 314호실 안.

지강혁의 친구인 강진영이 소속되어 있는 개발삼팀실이었다.

개발삼팀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드래곤에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드래곤들끼리의 전투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어제 드래곤 종족원 사이에서 상잔이 일어나고 말았다말그대로 드래곤들의 철칙이 완전히 깨져버린 것이다.

웜급에 이른 레드 드래곤과 아직 성룡이되지 못한 화이트 드래곤의 싸움.

싸움의 결과는 당연하게도 덩치가 월등히 큰 레드 드래곤의 압승으로 끝이났다개발삼팀의 정부장이 개발 시놉시스를 담당하고 있는 강진영에게 물었다.

"담당자에게 들으니 화이트드래곤과 레드드래곤이 싸움을 붙었다고 하던데 그럴수가 있는건가 강주임?"

"원래의 설정대로라면 절대 불가능한 전투입니다.

넘버원 개발기획팀이 드래곤의 상잔은 절대 불가능하게끔 만들어 놨으니까요. 하지만 부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개발팀은 정령석에서 나오는 소환수로 드래곤이라는 카드를 꺼내놓았습니다.

어제 싸움을 치른 화이트 드래곤은 소환수로 나타난 드래곤입니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레드 드래곤과 사투를 벌인것이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드래곤끼리의 살생은 불가능하게끔 설정한터라화이트 드래곤이 죽진 않았다는 겁니다."

"참 공교롭게 되었군하필이면 드래곤들이 드래곤을 소환수로 사용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습격할줄이야."

"인공지능상 호기심이 높게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인간과 어울리는 화이트드래곤에게 호기심을 느낀 모양입니다.

녀석들의 동선을 파악해본 결과 의도적으로 접근한듯 싶습니다."

강진영이 보고서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허참. 정말인가?"

인공지능을 도대체 어떻게 부여했기에 저렇게 똑똑하단 말인가?

정부장이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다.

"그리고 개발총팀에서 아침일찍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이제 슬슬 전쟁을 일으키자고 말이지요."

"어이구. 이제 정말로 골치아파 지겠구만!"

전쟁을 일으키면 드래곤과 인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렇게 된다면 드래곤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것이다.

"드래곤을 왜 이렇게 강력하게 만들어 놨냐고 또 항의전화가 오겠군안봐도 뻔한 스토리야."

정부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매번 업데이트를 감행할때면 항상 항의전화가 오곤 했다.

드랍율이 낫다느니, 몬스터는 왜이렇게 강하냐느니.

뭐든지 맘에 들지 않으면 고객센터에 항의전화를 하며 따지고 드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하는 드래곤과의 전쟁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터였고, 그렇게 되면 항의전화가 올게 뻔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개발팀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너무 쌘거 같으니 밸런스를 조정해라.

너무 약한거 같으니 조금더 강하게 해라 등등. 요구 사항이 끝없이 늘어나버리는 것이다.

정부장을 비롯해 개발팀에 속한 모든이들은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게 소원이었다. 업데이트를 하게 되면 욕은 욕대로 먹고 일은 일대로 하기 마련이다.

그럴바엔 차라리 이상태로 밀고 나가는게 100배 천배 나아보였다.

하지만 넘버원은 게임이 아니던가?

게임은 새로운걸 창조하고 발전시켜야 재미가 있는법이다.

그 때문에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는건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어휴. 골치가 아파오는군."

"먼저 전쟁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추후에 밸런스를 맞추는것이 좋을듯싶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 일단 동태를 지켜보도록 하지."

지강혁은 넘버원에 몸을 실었다.

-넘버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초기 가동 중입니다. 홍채 인식과 더불어 지문 인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위이이잉!

맞은편에서 인식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강혁은 지문 인식란에 손을 얹은후 홍채인식까지 완료했다. 그러자 캡슐안에서 다시금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기존에 플레이 하던 캐릭터가 두개 있습니다.

-레오와, 헨리중 하나를 선택하여 주십시오.

지강혁은 생각할것도 없다는듯 헨리를 선택했다.

-헨리 캐릭터는 접속 패널티를 받은 상태입니다! 30초뒤 다시 접속해

주세요!

-헨리 캐릭터는 접속 패널티를 받은 상태입니다! 20초뒤 다시 접속해

주세요!

-헨리 캐릭터는 접속 패널티를 받은 상태입니다! 10초뒤 다시 접속해

주세요!

-헨리 캐릭터는 접속 패널티를 받은 상태입니다! 3초뒤 다시 접속해

주세요!

-헨리로 접속을 시작합니다!

우웅 하는 기계음과 함께 찬란한 빛무리들이 쏴아아 하며 쏘아졌다.

넘버원 세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헨리는 재빨리 ㅤㅂㅞㄺ구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ㅤㅂㅞㄺ구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을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매번 접속을 할때면 [주인 왔는가?] 라고 물어주던 녀석.

그런 녀석이 크나큰 상처를 입고 마법배낭 안에서 고이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녀석은 끝끝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ㅤㅂㅞㄺ구가 진지하게 말을 건네니 헨리로서도 도무지 어쩔 방도가 없었다.

결국 헨리는 배워두었던 활력스킬을 십분 활용해 ㅤㅂㅞㄺ구의 기력을 돋아주었다.

딜레이가 되는대로 한시간 동안 활력을 퍼부으니 ㅤㅂㅞㄺ구가 어렵사리 눈을떴다.

"배,ㅤㅂㅞㄺ구야!"

"주인… 왔는가…?"

드래곤에게 죽고 12시간 동안 받은 패널티가 전부 사라졌다.

ㅤㅂㅞㄺ구를 보기 위해서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고 바로 접속한 것이다.

"그,그래. 몸은 좀 어때?"

"하하, 괘,괜찮다 주인."

"지금이라도 당장 병원에 가자 응?"

"위,위대한... 드,드래곤 종족이 이,,인간이 만든 벼,병원 따위를 가다니?

마,마,말도 되지 않는다. 나,나,난 괜찮으니 거,걱정마라"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다.

헨리가 버럭 성질을 냈다.

"야임마 니 말투가 안괜찮잖아!"

"거,걱정마라. 시,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ㅤㅂㅞㄺ구의 처량한 모습을 보자 헨리는 너무도 분해서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있었다.

"이런 개씨발 새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같은 종족을 이렇게 피떡으로 만드는거냐? 이게 도대체 말이 돼!?"

"……"

"ㅤㅂㅞㄺ구야 내가 힘을 길러서 꼭 복수해주마!

이건 남자대 남자로 하는 약속이다!"

"주,주인 호,혼자선 무,무리다.

그,그리고 이 빚은 내,내가 스,스스로 갚을거다. 주,주인은 나서지 마라."

"씨발.."

ㅤㅂㅞㄺ구의 모습을 보자니 계속해서 욕만 해대는 헨리였다.

그도 그럴것이 ㅤㅂㅞㄺ구의 모습은 성한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전신이 검푸른 피멍들로 물들어 있었고, 불에 그을린 탓에 용의 비늘(스케일)도 조금이지만 일그러져 있었다.

레드 드래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생겨난 상처들이었다.

레드드래곤은 무척이나 강했다. ㅤㅂㅞㄺ구가 공격을 가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헨리가 내지른 백상아리 장검에 격중당해도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드래곤 비늘이 강철보다 단단한탓에 검상 자체를 낼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표적이 된 헨리를 지키기 위해 ㅤㅂㅞㄺ구는 온몸을 불사르며 레드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방에 불과했다.

레드 드래곤이 발사한 헬파이어 한방에 ㅤㅂㅞㄺ구의 육중한 동체가 그대로 허물어졌다. 이어진 레드 드래곤의 몸통박치기와 꼬리치기에 힘없이 무너져버린 ㅤㅂㅞㄺ구.

단 세방의 일격에 대지에 몸을 눕히고 만것이다.

ㅤㅂㅞㄺ구가 쓰러지자 헨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다시한번 레드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백상아리 장검은 드래곤의 비늘조차 꿰뚫지 못했다.

레드 드래곤이 장난스럽게 만들어낸 파이어볼 한방에 헨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소멸되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12시간전에 있었던 일들이었다.

헨리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오늘 겪은 일들을 반드시 배로 갚아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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