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1 회: 넘버원 -- >
"이게 뭐하는짓이냐 이리우스?"
"헨리를 죽일순 없습니다. 그러니 공격하지 말아주십시오"
"뭐라고!?
죽여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오히려 인간을 감싸고 도는 이리우스의 모습에 에레니아는 기가 막히는걸 느꼈다.
그때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일라익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크큭 네놈이 이리우스였군. 과연!"
"레드 드래곤인가?"
"봉인당했던 네놈이 아직까지 살아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나저나 꼴이 말이 아니군. 5천년동안 봉인 당해서인지 헤츨링과 다를바 없는 모습인걸?"
일라익은 이리우스와 같은 시기에 태어난 레드 드래곤이다.
이리우스가 봉인당하지 않고 레드드래곤과 성장을 같이 했다면 덩치도 비슷 했을것이다. 하지만 봉인의 여파 때문인지 이리우스의 성장은 무척이나 더딘 상태였다.
에레니아가 이리우스에게 일라익을 소개시켜 주었다.
"너와 같은 시기에 태어난 레드드래곤 일라익이다."
일라익이 이리우스를 보며 으르렁 거렸다.
"같은 드래곤 종족원을 공격하긴 싫다. 그러니 꺼져라."
"무슨 소리냐?"
"눈앞에 있는 놈은 인간이다. 나와 에레니아 님은 인간들을 말살하라는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님의 명을 받들고 이곳에 왔다.
그러니 비켜라."
"비키지 않겠다면?"
"그렇다면 너를 때려 눕힐수밖에!"
말뿐만이 아니었다. 일라익의 손끝에서 새빨간 불길이 토해졌다.
헨즈 이그니션이 발동한 것이다.
헨즈 이그니션은 손끝에서 불길을 만들어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기술로 레드 드래곤들이 주로 구사하는 전유물이었다.
퍼어억!
생각치도 못한 기습공격에 ㅤㅂㅞㄺ구는 그만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우당탕탕!
ㅤㅂㅞㄺ구가 볼썽사납게 나무등걸 속에 처박혀 버렸다.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나무가 우지끈 하며 부러져 나갔다.
"ㅤㅂㅞㄺ구야!!"
헨리가 재빨리 ㅤㅂㅞㄺ구쪽으로 달려갔다.
에레니아가 일라익을 흘겨보며 소리를 빽 질렀다.
"이놈 일라익! 감히 같은 종족원을 죽이려고 하는것이냐!"
일라익의 시선이 에레니아에게 닿았다.
"드래곤들의 규율을 어기려는건 아닙니다. 그저 철없는 화이트드래곤에게 벌을 내리려는 것 뿐이지요. 죽이진 않을테니 걱정마시길."
드래곤들의 규율중 하나가 드래곤이 드래곤을 죽일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드래곤들은 왠만해서는 싸움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왔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달랐다.
눈앞에 있는 이리우스는 인간들과 동화된 돌연변이 드래곤이다.
더욱이 인간을 보호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된이상 힘으로 찍어 누를수 밖에 없었다.
"우웩!"
ㅤㅂㅞㄺ구가 붉은 선혈을 왈칵 토해냈다.
고통스러웠는지 녀석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헨리는 ㅤㅂㅞㄺ구에게 활력스킬과 치유 스킬을 퍼부으며 기력을 돋아주었다.
ㅤㅂㅞㄺ구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ㅤㅂㅞㄺ구는 결연한 표정을 짓더니 비장한 얼굴로 주인인 헨리를 쳐다보았다.
[주인. 도망가라.]
[뭐,뭐라고?]
느닷없이 도망가라는 ㅤㅂㅞㄺ구의 말에 헨리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녀석의 파괴력은 보통이 아니다. 더욱이 상대는 둘이 아닌가?
놈들은 주인을 노리고 있으니 얼른 도망가라.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겠다!]
[너,너는 어쩌고?]
[드래곤들은 종족원을 절대 죽일수 없다는 규율이 있다.
그러니 나는 걱정마라. 나는 절대 죽지 않는다.]
넘버원의 특성상 소환수가 죽으면 플레이어와는 달리 더이상 살아날수가 없게된다. 드래곤들의 규율이 있다곤 하지만 헨리는 여전히 불안했다.
[얼른 가라 주인!]
헨리는 아무런 대꾸없이 ㅤㅂㅞㄺ구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크게 결심한듯 드래곤들이 있는곳으로 성큼성큼걸어갔다.
[주,주인?]
[시발! 까짓거 드래곤이랑 한번 붙어 보지 뭐!]
[말도 안되는 소리마라 주인. 괜히 개죽음만 당할뿐이다!]
[어차피 귀속아이템을 끼고 있어서 드랍되는 아이템은 없다!
까짓거 한번 붙어보자! 죽기밖에 더하겠냐!]
도망을 치기엔 이미 글렀다
이렇게 된거 이판사판이었다.
헨리의 고집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ㅤㅂㅞㄺ구도 더이상은 강요하지 않고 자리에서 어렵게 일어났다.
[어쩔수 없군. 그럼 나도 최선을 다해 주인을 보호하도록 하겠다]
ㅤㅂㅞㄺ구는 그 말을 끝으로 각성체로 변신을 시도했다.
찬란한 빛무리들이 ㅤㅂㅞㄺ구의 몸을 감싸더니 하늘위로 둥실 떠올랐다.
ㅤㅂㅞㄺ구의 몸체가 하얀 빛무리들 사이에서 점점더 커지더니 거의 9미터에 달하는 모습으로 화했다.
변신이 끝나자 파아앗! 소리와 함께 빛무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화이트드래곤으로 변모한 ㅤㅂㅞㄺ구가 대지에 쾅! 하고 착지했다
"호오? 나랑 싸워보겠다는 것이냐?"
레드 드래곤 일라익이 조소를 띄며 말했다.
곁에 있던 에레니아가 이리우스를 보며 꾸짖었다.
"네 이녀석! 너의 어머니인 일렌시아 언니 또한 인간을 증오했거늘감히 인간의 편을 들어 우리 종족원들을 등한시 하겠다는 것이냐!?"
ㅤㅂㅞㄺ구가 공손히 대꾸했다.
"송구합니다 에레니아님."
"지금 너의 행동은 우리 드래곤 종족 모두를 욕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 가증스러운 인간을 버리고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너라!"
"저의 뜻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ㅤㅂㅞㄺ구가 고집을 부리자 에레니아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암만봐도 천년전에 죽었던 자신의 언니 일렌시아와 너무도 흡사한 모습이었다.
[뭐라고? 너혼자서 루시퍼를 추격하겠다고?]
[그렇습니다 로드.]
[우리는 승리했고, 마왕군단은 저 멀리 마계로 퇴각하고 있다. 그런데 왜굳이 루시퍼를 추격하려는 것이냐? 설마 이리우스 때문인가?]
[제 아이를 꼭 구하고 싶어요]
드래곤들은 자손이 귀해서 어린 시기에 있는 드래곤들을 철저히 보호하는 경향이 있다.
화이트 드래곤 일렌시아는 여타의 드래곤들보다도 그것이 더욱 심했다.
때문에 아기를 건드린 루시퍼를 용서할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헤츨링은 이미 정령석에 봉인이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정령석을 찾아 봉인을 풀어야만 했다.
일렌시아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드래곤 로드는 끝끝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추격을 했다가 루시퍼의 매복지계에 걸려 크나큰 낭패를 볼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골드 드래곤이라 그런지 생각이 원체 많아서 생겨난조심성이었다.
일렌시아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아기를 되찾기 위해 단신으로 다크포탈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퇴각하고 있는 마왕군단에게 온갖 마법들을 퍼부으며 정령석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마계의 생물들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발록과 킹스 나이트, 그리고 데스나이트를 비롯해 마계의 고위급 기사들이 일렌시아에게 달려든 것이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드래곤들이 합류해서 망정이지, 일렌시아는 다크 포탈속에서 자칫 뼈를 묻을뻔 했다.
(피는 속이지 못한다고 똥고집 한번 대차군.
그나저나 이일을 어쩌면 좋지?)
인간을 죽여야 하는데 이리우스가 인간을 감싸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에레니아의 시선이 일라익에게 닿았다.
놈은 이미 각성체로 변신을 끝마친 상태였다.
일라익의 크기는 자그마치 20여미터에 달했다.
그에 반해 이리우스의 크기는 고작해야 9미터 밖에 되질 않았다.
5천년의 세월 동안 봉인을 당한 탓에 일라익과 나이가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몸집에서부터 차이가 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