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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122화 (122/378)

< -- 122 회: 넘버원 -- >

"사실 저는 수련을 하기 위해서 잠시 하계에 내려온 상태입니다."

"수련이라고? 무슨 수련을 말이지?"

"바로 데스나이트 제조 수련이지요."

"데,데스나이트?"

"그렇습니다 마왕님. 마왕님도 아시다시피 이곳 동굴에는 듀라한과 스켈레톤 병사들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서든 데스나이트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계를 벗어나 이곳 인간계에서 정착하게 된 것이지요."

데스나이트.

어둠의 군단장으로써 언데드 최강의 몬스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고급 기사였다.

다른 언데드와는 드물게 지성을 보유하고 있는 존재다.

문제는 데스나이트를 만드는게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데스나이트를 만들기 위해선 마나를 다스릴줄 아는 고위급 기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질좋은 데스나이트를 만들수 있는것이다.

헨리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마나를 다스리는 인간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눈에 보이지 않았다.

단지 돌침대 위에 몇개의 뼈다귀들만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군. 데스나이트를 제련하려면 질좋은 기사의 육신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보이는걸?"

"저는 기사를 재료로 쓰기보다는, 살아있는 마을 사람을 재료로 써서 데스나이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마을 람들을 재료로 쓴다고?

그렇다면 데스나이트를 만들어 낸다고 한들 질이 무척 떨어질텐데?"

"먼저 인간들을 대상으로 데스나이트를 제련해본뒤, 기사를 생포하여 만들 생각이었지요. 쉽게 말씀드리면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습 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할듯 합니다."

"그말은 너의 숙련도가 미천하다는 건가?"

쟈딘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어렵사리 대꾸했다.

부끄러운 것이다.

"그,그렇습니다 마왕님."

만약 데스나이트 제련 숙련도가 높았다면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하지 않았을 것이다.

쟈딘은 데스나이트를 제련하다가 실패하면 마을 사람들을 잡아왔고, 또 실패하면 또 마을사람들을 잡아다가 실험을 감행해왔다.

그러기를 어언 수십차례.

그럼에도 불구하고 쟈딘은 아직도 데스나이트 제작을 성공하지 못한 상태였다.

"고위급 기사의 육신이 있다고 한들, 제대로된 데스나이트를 만들수도 없는 처지이지요. 그래서 마을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습을 해온것입니다.

만약 마을사람들을 대상으로 데스나이트를 만들수만 있다면 그때부터 고위급 기사를 구하러 다닐 생각입니다."

"그랬군."

그제서야 모든 정황을 이해한 헨리였다.

그의 눈이 살짝 빛났다.

이제 모든걸 들었으니 놈을 처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일단 놈의 곁에 많은 수의 스켈레톤 병사와 듀라한이 있다는게 문제였다.

헨리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좋다. 그럼 내가 너를 좀 도와주도록 하마!"

"그,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네크로맨서들의 꿈은 데스나이트를 소환해내는것이 아니더냐?

내가 나의 순수한 마력을 너에게 전달해주겠다.

이건 마왕(?)의 명예를 걸고 하는 약속이다."

"커억!? 저,저,정말이십니까!?"

"어허! 내가 마왕의 명예를 건다고 하질 않았느냐!?"

마왕이 명예를 건다는데 혹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쟈딘은 오체투지를 하면서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흑흑 감사합니다 마왕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것이다.

드림 컴투르라고 했으니까!

"드,드림 컴투르? 그,그게 무엇입니까?"

"설명하기 귀찮으니 네가 알아서 생각하도록. 좌우지간 빨리 스켈레톤과 듀라한을 저 멀리 물리도록 해라!"

쟈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마력을 건네주면 되지 왜 병사들을 뒤로 물리라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어,어둠의 마력을 공급해 주는것이 아니었습니까?"

마왕(?)이 인상을 쓰며 네크로맨서의 머리통을 한대 후려갈겼다.

따악!

"크억!"

"이 멍청한놈! 마력을 전해 주려면 엄청난 집중력이 요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저 해골 새끼들이랑 듀라한 새끼가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질게 아니더냐!"

그제서야 마왕의 깊은 뜻(?)을 헤아린 쟈딘이었다.

그는 재빨리 스켈레톤과 듀라한을 저 멀리 쫓아내버렸다.

[주인 스켈레톤과 듀라한이 100미터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다.]

100미터 지점이라면 충분히 먼거리였다.

단숨에 네크로맨서를 제압하고 도주할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남아있는건 헨리와 네크로맨서 둘뿐이었다.

(켈론 자식이 나한테 구라친게 얄밉긴 하지만 일단 퀘스트가 우선이니까 쟈딘을 먼저 죽여야겠군.)마음같아선 네크로맨서에게 마을을 전멸시키라고 명령을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인간종족이 아니던가?

차마 동족이 죽는걸 지켜볼수가 없었다.

그래서 헨리는 마음을 고쳐먹고 네크로맨서 퇴치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방심은 금물이다. 속전속결로 승부를 봐야한다.)

1:1 상황을 만들었고, 더욱이 바싹 붙어 있는 상태였다.

재빨리 검을 빼어들어 놈의 목을 치기만 하면 된다.

막 헨리가 백상아리 장검을 빼어드려던 찰나였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봐 쟈딘"

"예 마왕님."

"마나가 대기중에 떠있는건 너도 잘 알고 있지?"

"그야 당연하지요 마왕님."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벗어.

"예?"

"옷 다 벗으라고."

옷을 벗으라는 소리에 쟈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황당한 것이다.

"나의 어둠의 마력은 그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마나를 흡수하려면 온몸으로 체득을 해야해.

머릿속으로만 체득을 할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

막말로 네가 15000의 마나량을 감당할순 없을거 아냐?"

현재 쟈딘의 마나량은 불과 7800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마왕의 마나량은 무려 15000 이다.

15000에 달하는 마나를 받아 들이자니 마나통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은 마나통을 늘려야만 했다.

"마나통을 늘리는 대법을 시전한뒤 너의 마나를 늘려야해그럴려면 혈을 짚어야 하지. 너도 네크로맨서 이전에 한때는 인간이었을거아냐?"

"그,그렇지요."

"그러니까 마나통을 먼저 늘리자고. 벗어."

생각해보니 이건 둘도 없는 기회였다.

마왕이 손수 어둠의 마력을 주입해 주는만큼 실로 엄청난 기연을 얻은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답이 간단하게 나왔다.

(마나를 늘릴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고 말겠다!)결국 쟈딘은 신발을 제외하고 모두 벗어버렸다.

바닥이 워낙 차갑기 때문에 신발을 벗게 되면 발이 꽁꽁 얼어붙어서 신발만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왕(?)도 그것까지는 제지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쟈딘이 벗어놓은 방어구들쪽에 닿았다.

마왕(?)은 당연하다는듯이 쟈딘이 벗어놓은 쟈딘의 로브와 쟈딘의 모자 그리고 쟈딘의 지팡이를 마법배낭 속에 밀어넣었다.

아이템을 챙기고 난 직후였다.

마왕(?)의 얼굴에서 살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제 때가 된것이다.

놈을 처치할 그 때가 말이다!

헨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검을 치켜들고 쟈딘에게 돌진했다.

쟈딘은 그제서야 뭔가가 이상하다는것을 깨달았다.

옷을 전부 챙기는것도 그렇고, 갑자기 놈이 가지고 있던 마법배낭에서 하얀 생물체가 툭 튀어나왔다.

놀랍게도 정체불명의 하얀 생물체에게 15000의 마나량이 느껴졌다.

마왕의 봉인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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