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8 회: 넘버원 -- >
"장로님. 정말 저 인간을 네크로맨서의 소굴로 들여보내실 작정이십니까?"
헨리가 떠난 직후 잡화상점에서 같이 일하고 있던 젊은이 하나가 촌장에게 물었다. 그의 이름은 케린NPC였다.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 케린?"
"저 인간의 레벨은 고작 170대입니다. 그에 반해 네크로맨서의 레벨은 300을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지로 보내다니요?
필시 죽음을 면치 못할 겁니다."
촌장의 표정이 문득 어두워졌다.
케린의 말대로 눈앞에 있는 인간은 절대로 퀘스트를 클리어 할수 없는 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퀘스트를 맡긴것이다.
사실 하이드 마을의 사람들은 네크로 맨서의 재물이 되어 하나하나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마법에 의해 모습이 변해버렸다곤 하나, 그들도 엄연히 생명체에 속한다.
네크로맨서는 종종 생체실험을 하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체들을 요구해왔다.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재물로 바쳐지고 말았다.
재물이 되지 않기 위해 저항도 해봤고 도망을 치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지만, 평범한 인간들이 네크로맨서에게 저항을 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거의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체불명의 이방인이 결계를 뚫고 마을로 들어왔다.
놀랍게도 상대는 인간이었다.
인간은 절대로 결계를 뚫지 못한다는 성설을 꿰뚫고 이곳에 들어온 것이다.
처음에는 이방인에게 많은 기대를 했었다.
이방인이 네크로맨서를 퇴치해주면 자신들의 삶을 보장받을수 있을테고 다시금 평화롭게 살아갈수 있지 않을까? 라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방인의 레벨은 고작 177밖에 되질 않았다.
그에 반해 네크로 맨서의 레벨은 무려 300을 넘어서고 있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결국 촌장은 이방인을 재물로 삼기로 하고 그에게 퀘스트를 맡겼다.
네크로맨서에게 재물이 되어주면 당분간은 마을사람들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때문에 레벨제한이 있는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서스럼없이 이방인에게 퀘스트를 맡긴 것이다. 말그대로 네크로맨서의 재물이 되라는 의도에서였다보물을 준다는 말도 전부다 거짓말이었다.
이방인을 꾀어내기 위한 거짓말 말이다.
헨리는 그 사실도 모른채 보물을 준다는 말에 속아네크로맨서의 동굴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선 어쩔수가 없다.
게다가 상대는 고작 이방인이다. 이방인의 죽음따위 우리가 알바 아니야."
"하,하지만!"
"촌장님이 이방인을 죽이고 싶어서 저런 결정을 내린거라고 생각해?"
케린의 시선이 옆에 있는 여성에게 닿았다.
네크로맨서의 저주를 받은 린이라는 NPC였다.
"그래도 그렇지. 마을에 들어온 이방인을 네크로맨서의 재물로 쓴다는게 납득이 가질 않아!"
"그럼 너는 마을 주민들보다 이방인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거니?"
"그,그건…"
"촌장님도 어려운 결정을 내리신거야. 그러니까 너는 촌장님의 결정을 따라야 해 알겠니?"
"……"
촌장은 공허한 눈빛으로 이방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뿐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어떻게 네크로맨서의 결계를 뚫고 이곳에 들어왔을까?)
띵! 하이든 마을에 위치하고 있는 미지의 동굴을 발견하셨습니다!
네크로맨서 <쟈딘>이 거처로 삼고 있는 위험한 동굴입니다.
각종 언데드 몬스터와 박쥐들이 출몰하고 있으며 동굴의 내부가 지극히
어두우니 기습공격에 조심하십시오.
[띵! 미개척 던전 <<미지의 동굴>>을 발견하셨습니다!]
아직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미개척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경험치 5천과 더불어 명성치 500 이 상승합니다!
[추가 혜택으로 미지의 던전에서의 드랍율 1.2배 상승효과와 함께
경험치 또한 1.2배 상승합니다. 지속시간은 60분입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을 하시겠습니까?
헨리는 생각할것도 없이 아니오라고 외쳤다.
역시 자신이 예상한대로 최초의 퀘스트였다.
"아무래도 이곳인가 본데?"
동굴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켈론에게 받은 지도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빛이 발하는걸 보니 이곳에 네크로맨서가 출몰하는것이 틀림없었다.
이제는 동굴에 들어가서 네크로맨서를 찾아 죽이기만 하면 된다.
"일단 ㅤㅂㅞㄺ구를 좀 깨워야겠군."
ㅤㅂㅞㄺ구의 스캔을 사용하면 놈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수 있다.
그럼 시간도 아낄수 있고, 퀘스트를 빨리 수행할수 있게 된다헨리는 마법배낭의 덮개를 풀어헤치고 ㅤㅂㅞㄺ구를 깨우려 했다.
그때였다.
[후아암~ 잘잤다아~~]
잠에서 깨어난 ㅤㅂㅞㄺ구가 마침 마법배낭의 덮개를 풀어헤치고 고개를 배꼼 내밀고 있었다.
"어? ㅤㅂㅞㄺ구 너 이제 일어났냐?"
ㅤㅂㅞㄺ구가 기지개를 쫙펴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달리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것이 여간 꺼림직했다.
[흐아암~~그렇다 주인. 그런데 여긴 어디지? 왠지 기분이 나쁜곳이다]
헨리는 마을에서 퀘스트를 받은 내용을 ㅤㅂㅞㄺ구에게 전부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네크로맨서 퇴치퀘스트를 받은건가 주인?]
"응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
[흐음 그렇게 된거였군. ]
"네크로 맨서를 찾으려면 너의 힘이 필요해. 그러니까 스캔좀 펼쳐줘바."
백구가 팔짱을 끼며 으스댔다.
[훗. 나의 힘이 필요한건가 주인?]
"응 빨리 펼쳐봐"
잠시후, 스캔을 펼치던 ㅤㅂㅞㄺ구가 헨리에게 보고를 올렸다.
[근방 100미터 이내에는 네크로맨서로 보이는 존재가 없다.
그저 150대의 박쥐들이 있을 뿐이다.]
"150의 박쥐쯤이야 눈감고도 잡을수 있지 흐흐흐"
[방심은 금물이다 주인. 게다가 동굴내부가 지극히 어두우니 조심해서 진입해야 한다.]
"알아 임마."
헨리는 동굴로 진입해 들어갔다.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동굴 내부는 지극히 어두웠다.
헨리는 배워 두었던 빛의눈을 사용했다.
그러자 시야가 아까보다 조금 밝아졌다.
대략 20여미터 정도 이동했을까?
[주인 박쥐떼다!]
ㅤㅂㅞㄺ구의 경고성이 들려왔다.
동굴에 진입하자마자 박쥐떼가 헨리를 덮쳐온 것이다.
모두 선공형 몬스터들이었다.
헨리는 먼저 박쥐의 숫자를 가늠해 보았다.
자그마치 열마리에 달했고 레벨또한 155였다.
그에 반해 헨리의 레벨은 177이었다.
1:1로 싸우면 쉽게 처리할수 있는 몬스터들이었지만, 놈들은 무려 열마리가 떼를지어 헨리를 덮쳐오고 있었다.
10대 1로 싸우면 HP손실이 어마어마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각개격파 식으로 놈들을 무찔러야 했다.
마음같아선 ㅤㅂㅞㄺ구에게 박쥐들을 맡기고 싶었다.
하지만 동굴이 워낙 비좁은 탓에 백구가 각성체로 변신하지 못한다아이스 실드는 둘째치고 광범위 마법도 펼칠수 없다.
철저하게 헨리 혼자서의 힘으로만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것이다.
다행히 동굴 내부에 숨을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헨리는 빠른 몸놀림은 십분 활용해 철저하게 기습 위주로 박쥐들을 교란시키면서 뒤치기를 감행했다.
넘버원의 특성상 뒤치기를 감행하면 무조건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지기 마련이다. 박쥐들은 헨리가 내지른 기습공격에 제대로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에 몸을 뉘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