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109화 (109/378)

< -- 109 회: 넘버원 -- >

"나와라 인간!"

1시간이 지나고, 고래간수들이 헨리를 끌어냈다.

헨리는 잠자코 그들을 따라갔다.

대략 10분정도 이동하자 범고래 장군의 궁궐이 모습을 드러냈다.

간수들은 고래 근위병사들에게 헨리를 인도한뒤 다시금 지하감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헨리는 근위병사들 손에 이끌려 범고래장군의 처소로 이동했다.

범고래 장군이 반갑게 헨리를 맞아들였다.

"그래 결정은 내렸는가?"

헨리의 시선이 범고래 장군이 아닌 자라장군에게 닿았다.

"당연히 결정을 내렸지. 하지만 대답을 하기 이전에 자라장군과 단 1분만이라도 대화를 하고 싶어. 놈에게 쌓인게 무척이나 많거든?

그러니 내 요구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

자라장군에게 속아 이곳에 끌려온만큼 자라장군에게 쌓인게 많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범고래 장군은 흔쾌히 헨리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더욱이 상대는 속박에 걸려 있어서 넝마 하나만 걸친 상태가 아니던가?

개수작을 부리더라도 자라장군이 충분히 제압할수 있을터였다.

헨리와 자라장군은 책상머리에 앉았다.

헨리는 스리슬쩍 범고래 장군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한눈판 사이에 자라장군에게 두비두의 편지와 증표를 넘겨줄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범고래 장군은 완전히 방심을 하고 있었다.

마침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잠시 방을 비워두기 까지한 범고래장군이었다.

(좋았어!)

지금이 절호의 찬스였다.

헨리는 범고래 장군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두비두에게 받은 증표와 편지를 자라장군에게 내밀었다. 자라장군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인간이 내민 증표를 어디서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띵!

두비두의 증표와 두비두의 편지를 자라장군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자라장군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놀라는것도 무리가 아니지. 당신의 아버지가 나에게 부탁을 했으니까"

"부,부탁이라니? 무,무슨 소리인가?"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간략하게 말해주지.

이건 당신의 아버지 두비두가 부탁한거야. 나더러 증표와 편지를 당신에게 전해 주라고 하더군."

"아,아버지는?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소?"

"두비두가 말하길 거기에 모든게 적혀 있다고 하더군.

그러니 잠자코 편지를 한번 읽어봐 자라장군."

헨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자라장군이 황급히 편지를 펼쳐보았다.

자라장군의 동공이 급격히 커졌다.

(이,이건 혈서가 아닌가?)

두비두의 피로 쓴 편지.

바로 혈서였다. 자라장군은 빠르게 편지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충(忠)은 무릇 효(孝)보다 중요한 법이니라.

나의 목숨은 이미 경각에 다했으니 눈앞에 있는 인간을 도와 범고래 장군을 격퇴하도록 하거라. 나의 편지를 믿지 않을까 하여 이렇게 나의 증표를 곁들여보낸다. 꼭,범고래 장군을 퇴치하여 용왕님에게 못다한 충성을 다 바치도록하여라……]

내용은 그렇게 끝나 있었다.

"1분이 지났네. 이제 슬슬 대답을 해줘야 할듯 싶군"

헨리와 자라장군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언제 왔는지 곤룡포를 뒤집어쓴 범고래 장군이 씨익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헨리는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났다.

범고래 장군의 약점은 인간을 선제공격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십분 활용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배신은 내 체질에 맞지가 않아서 말이야.

아쉽지만 범고래 장군. 당신의 제안은 받아들이질 못하겠어"

범고래 장군이 조금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예상외군. 내 의견을 받아들일줄 알았는데 말야."

"본캐릭이었으면 받아들였겠지. 하지만 이건 세컨 캐릭이거든 이것마저 카오로 만들순 없어서 말이야."

"흐흐흐 그렇군. 그렇다면 어쩔수 없지. 지금 당장 네놈을 없애버리는 수밖에"

"멍청하기는… 너의 약점을 이미 파악해서 알고 있다.

인간들에게 선제공격을 하지 못한다면서? 그런데 네놈이 날 죽일수 있을까?"

"멍청한건 바로 네놈이지 크크큭"

범고래 장군은 예상과는 달리 음흉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자 나와라! 몬스터들이여! 저 가증스러운 인간을 죽이고 나와 함께 용궁으로 진격하도록 하자!!!"

범고래 장군의 포효와 함께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띵!

범고래 장군이 용궁의 몬스터들을 소환해 냈습니다!

소환된 몬스터는 말미잘과 더불어 오징어, 상어, 소라들입니다!

소환된 몬스터 100마리를 모조리 처치하셔야 합니다!

인간을 선제공격 하지 못하는 만큼 범고래 장군이 몬스터들을 소환해낸듯싶었다. 범고래 장군이 기세좋게 소리쳤다.

"크핫핫핫! 네놈이 제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넝마 하나만을 걸친 상태에서 이 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할순 없을것이다! 크핫핫핫!"

마음같아선 백상아리 장검을 치켜들고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라장군이 범고래 장군의 의심을 사고 만다.

속박 스킬 자체가 범고래 장군과 자라장군만 시현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헨리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기로 했다.

"ㅤㅂㅞㄺ구야 너의 힘을 보여줘라!!"

"알겠다 주인!"

각성명령을 받은 ㅤㅂㅞㄺ구가 마법 배낭속을 빠져 나왔다.

범고래 장군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크큭. 고작 도마뱀 새끼로 무얼 하겠다는 것!? 아, 아니!?"

범고래 장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찬란한 빛무리들이 갑자기 ㅤㅂㅞㄺ구의 몸을 감싸더니 하늘위로 둥실 떠올랐다.

ㅤㅂㅞㄺ구의 몸체가 하얀 빛무리들 사이에서 점점더 커지더니 거의 7미터에 달하는 모습으로 화했다.

변신이 끝나자 빛무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화이트드래곤으로 변모한 ㅤㅂㅞㄺ구가 대지에 쾅! 하고 착지했다.

화이트 드래곤이 출현하자 몬스터들은 대번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범고래 장군 또한 엄청 놀란 모습이었다.

하얀 도마뱀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지상최강의 종족이라 불리우는 드래곤이었다.

띵!

[화이트 드래곤의 기세에 잠식당해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매우 느려졌습니다.]

[화이트 드래곤의 기세에 잠식당해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20퍼센트 하락합니다!

[범고래 장군이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능력치가 10퍼센트 하락합니다!]

ㅤㅂㅞㄺ구는 헨리에게 드래곤의 축복과 아이스 실드를 펼쳐주었다.

헨리는 재빨리 ㅤㅂㅞㄺ구 등뒤로 숨어버렸다.

[몬스터가 많으니 광범위 마법으로 쓸어버려야 겠다.]

마나량이 풀로 채워져있는 만큼 광범위 마법을 한번 사용해도 후유증은 없을터! ㅤㅂㅞㄺ구가 커다란 아가리를 좌악 벌리자, 차가운 얼음속성 마나들이 ㅤㅂㅞㄺ구의 입주변으로 속속히 모여들었다.

ㅤㅂㅞㄺ구는 모여든 얼음원소들을 몬스터들이 모여있는 중심부 쪽으로 가차없이 쏘아붙혔다. 발현된 마법은 화이트드래곤의 전매특허인 아이스 브레스였다.

촤아아아아! 슈아아아!!

워낙 광범위한 마법이라서 100여마리의 달하는 몬스터들은 죄다 아이스브레스에 격중당하고 말았다. 더욱이 물속성 몬스터들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에 50퍼센트의 추가 데미지가 작용했다. 체력 약한 오징어들과 말미잘들은 아이스브레스 한방에 숨을 거두었고, 그나마 튼튼한 소라와 백상아리들은 죽음을 면하긴 했지만 빙결상태에 걸려 옴싹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지고 말았다ㅤㅂㅞㄺ구는 얼어 붙어 있는 몬스터들에게 다가가 꼬리치기로 물리데미지를 가했다.

얼려 있는 상태에서 엄청난 물리데미지가 전해져오니 더이상 버틸래야 버틸수가 없었다. 얼음이 산산 조각 나며 백상아리들과 소라들이 그대로 증발하고 말았다. 범고래 장군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설마하니 놈이 드래곤을 소환수로 삼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헨리의 시선이 범고래 장군에게 닿았다.

척보기에도 놈은 겁을 집어 먹고 있었다.

범고래 장군을 처리하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ㅤㅂㅞㄺ구야! 지금 당장 범고래 장군을 처치…"

헨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각성체로 변신한 ㅤㅂㅞㄺ구가 갑자기 무릎을 털썩 꿇으며 괴로워 하기 시작했다.

ㅤㅂㅞㄺ구에게 이상현상이 생긴건 바로 그때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습을 줄여가더니 이내 30센치에 달하는 새끼용으로 돌아오고 만 것이다. 뜻하지 않은 변수가 작용하자 헨리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이렇게 되면 범고래장군에게 덤빌수가 없다.

새끼로 돌아온 ㅤㅂㅞㄺ구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헨리에게 말했다.

[크윽. 주,주인 너,너무 힘들다.]

마나소모량이 높은 드래곤의 축복과, 아이스 실드, 게다가 아이스 브레스를 연달아 사용한 탓에 ㅤㅂㅞㄺ구의 마나는 거의 바닥을 기고 있었다.

마나량이 모자르자 ㅤㅂㅞㄺ구의 각성이 저절로 풀려버리고 말았다.

7미터에 달하는 드래곤이 다시 30센치에 달하는 새끼 드래곤으로 화한 것이다.

(그,그렇군! 아직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거야 그래서 각성이 저절로 풀린거지!)눈치빠른 범고래 장군은 한눈에 ㅤㅂㅞㄺ구의 상태를 파악했다.

그의 입가에 다시금 미소가 어렸다.

무려 100마리의 달하는 몬스터를 잃긴 했지만, 자라장군이 곁에 있었다.

자신은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나 자라장군은 다르다.

인간에게 선제공격을 감행할수 있는것이다!

범고래 장군이 기세좋게 자라장군에게 명령을 내렸다.

"놈은 이제 드래곤을 쓸수 없소. 기회는 지금이오 자라장군!

지금당장 놈을 처치하도록 하도…"

범고래장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자라장군이 대뜸 범고래 장군을 뒤에서 와락 끌어 안았다.

범고래 장군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이게 무슨 짓이냐 자라장군!!?"

"이제 모든것이 끝났다! 나는 더이상 너를 주군으로 받들지 않겠다!"

"뭐,뭐라고!!? 미,미쳤느냐 자라장군!?"

"이렇게 딱 달라붙어 있으면 제 아무리 너라고 해도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할것이다! 각성체로 변신할수도 없겠지!!"

범고래장군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이자식! 네가 이렇게 나오면 네 아비 두비두를 죽여버리고 말겠다!"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 범고래 장군!!"

"뭐,뭐라고!?"

범고래 장군은 다시한번 크게 놀랐다.

자라장군이 헨리를 보며 소리쳤다.

"빨리! 빨리 이놈을 죽이시오 인간! 나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오!"

범고래장군의 레벨과 힘이 자라장군보다 더 높다.

그러다보니 버티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헨리는 자라장군의 말대로 재빨리 범고래 장군에게 다가갔다.

범고래 장군이 살짝 일그러진 표정으로 헨리를 쏘아보았다.

"흥! 어차피 네놈은 아이템을 착용할수 없는 몸이다!"

자라장군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 상태라서 속박을 해제 시킬수도 없다.

그때문에 범고래 장군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가 방어구를 비롯해 백상아리 장검을 무리없이 착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

범고래 장군은 두 눈이 툭 튀어 나올정도로 놀랐다.

"자,자라장군은 분명히 속박해제를 펼치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하여!?"

"지하감옥에 있을때 두비두가 나의 속박을 풀어주었다!"

"뭐,뭐라고!? 두,두비두가!?"

두비두는 전대 자라장군직을 맡고 있던 인물이다.

그 때문에 속박을 시전할수도, 그리고 해제할수도 있었다.

그제서야 모든 정황이 이해가 갔다. 범고래 장군은 이를 갈았다.

이렇게 되면 보통일이 아니다.

인간의 레벨이 낮다고 한들 백상아리 장군의 검이 급소를 통타하면 자신은 살아남지 못한다. 범고래 장군은 급기야 최후의 발악을 시도했다.

몸의 근육을 팽창시켜 자라장군을 튕겨낼려고 하는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