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8 회: 넘버원 -- >
헨리는 문득 궁금증이 치솟았다.
"말씀중에 죄송한데, 범고래 장군의 약점이 [인간을 선제공격 하지 못하는거] 였나요?"
"콜록.콜록 바로 그렇네. 내 아들 자라장군을 포섭한 이유는 인간과의 교류를 단절시켜 버리려는 범고래 장군의 얄팍한 술수에 불과하지.
거북장군은 그것을 눈치채고 인간들을 수소문 한것이었고, 비로소 자네를 이곳에 파견하게 된거라네. 콜록콜록."
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제가 방금전에 범고래 장군과 겨뤄봤는데 저를 공격하던데요?"
"콜록콜록. 그,그건 자네가 먼저 선공을 취했기 때문에 반격을 한게 아닐까?
내가 알기론 범고래 장군은 인간을 상대함에 있어 절대로 선공을 취하지 못한다네. 아마도 내말이 맞을걸세 콜록콜록."
곁에 있던 ㅤㅂㅞㄺ구 또한 두비두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고보니 주인이 악에 받쳐 범고래 장군을 먼저 공격했었다.
범고래 장군은 가볍게 검을 쥐었고 반격을 한거지]
[그,그랬냐?]
[그렇다 주인.]
(그랬군. 고래들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퍼즐조각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게 하나더 생겨났다.
"그런데 범고래 장군이 왜 저를 죽이지 않고 포섭 하려고 한 걸까요?"
"콜록콜록. 이유는 매우 간단하네. 자네로 인해 용궁의 문이 열려버렸기 때문이지. 조만간 인간들이 몰려오면서 용왕님을 알현할터.
그렇게 되면 범고래 장군의 신변이 위험해진다네.
범고래 장군은 자네의 힘을 빌어 자신을 찾아오는 플레이어들을 척살하려고 한것일세. 그래야지만 범고래 장군 자신이 위협받지 않을 테니까."
두비두의 말을 들어보니 무척이나 치밀하고 간교한 범고래 장군이었다.
설마했는데 범고래 장군의 지능이 이정도일줄이야…
"정말 악독한 범고래 새끼군요. 이정도로 치밀한 새끼인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콜록콜록. 범고래 장군은 자라장군을 계략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네.
그 결과 자네가 이처럼 함정에 빠지고 만것이지.
이 모든것이 전부 범고래 장군의 계략일세."
자라장군이 직접 찾아와서 헨리를 데려가려고 한것도 범고래 장군의 계략이었고, 이중간첩 역할을 맡긴것도 바로 범고래장군이었다.
헨리는 치를 떨었다.
이토록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계략을 짤줄은 꿈에도 몰랐다.
"콜록콜록. 그,그러고 보니 좀전에 간수들이 2시간뒤에 다시 온다고 하던데, 그,그건 무슨 소리인가?"
"반란군에 가담하라고 하길래 시간을 달라고 했죠. 그러더니 2시간 뒤에 온다고 하면서 휙 사라지더군요."
두비두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콜록콜록. 저,절대로 반란군에 가담해서는 아니되네.
그, 그러니…"
"걱정마십쇼. 애초에 반란군에 가담할 생각따윈 전혀 없었으니까."
"그,그런가?"
"그나저나 큰일이군요."
"콜록콜록. 뭐, 뭐가 말인가? "
"지금 저는 자라장군에게 속박을 당해서 공격은 커녕 무기도 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
"콜록콜록. 소,속박이라… 여간 까다로운 기술이지.
하,하지만. 너,너무 걱정말게. 아까도 말했지만 범고래 장군은 절대 인간들에게 선공을 취할수 없… 콜록 콜록! 코올록! 우웨엑!!"
"어,어르신!? 어르신!"
두비두는 주먹만한 선혈을 왈칵 토해냈다.
기력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움직이며 이야기를 나눈 까닭이었다.
"허억허억. 거,거,걱정말게. 이,이정도로, 쓰,쓰러지진 않는다네."
헨리는 재빨리 활력스킬과 치유스킬을 겸하며 두비두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지극히 미비했다.
가만히 있던 ㅤㅂㅞㄺ구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헨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주인 큰일이다. 두비두의 생명력이 거의 바닥을 기고 있다.]
[힐을 넣었잖아? 그런데 왜!?]
[수,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것 같다. 갈수록 HP가 줄어들고 있다.]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두비두의 생명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고만 있었다.
간병스킬과 치유 스킬을 시전해도 HP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내 수명이 어,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로군. 하,하하하."
"주,죽기는 왜죽어요! 어르신 마음약해지지 마요!!"
"내,내몸은, 내,내가 잘안다네. 자,자네에게,마,마지막으로 부,부탁이 있는데 하,하나만. 들어줄..수,,"
"뭐,뭔데요! 들어줄테니 말해보세요!"
두비두는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품안에 있던 편지 한장과 증표 하나를 헨리에게 조심스레 내밀었다.
"이,이,이걸. 내 , 아, 아,아들놈에게, 좀, 저,전해주게나.
내, 내 이렇게. 부,부탁함세."
띵!
지하감옥의 NPC 두비두로부터 두비두의 편지와
두비두의 증표를 받았습니다!
"이,이걸 자라장군에게 말인가요?"
두비두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더니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면서 어렵사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휘청거리는 몸을 필사적으로 지탱하며 헨리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 피어 있었다.
"이,이봐요 어르신! 아픈양반이 왜 일어서고 난리입니까!?
빨리 누우십시오! 그래야 치료를…"
헨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두비두의 몸에서 하이얀 빛무리들이 파앗! 하며 쏟아져 나오더니 허공을 맴돌면서 헨리의 몸속으로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띵!
[지하감옥 NPC 두비두가 몸속에 각인된 속박능력을 전부 해제시켰습니다!
자라장군에게 받은 속박능력이 전부 없어졌습니다.
아이템을 착용하실수 있게 되었습니다!
털썩!
그와 동시에 두비두의 몸이 그대로 허물어졌다.
여타의 만화(들해곤볼)을 보면 누군가 죽었을때 소리를 내지르면 급격히 강해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래서 헨리는 두비두가 죽자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으아아아아!!!!"
간수들의 시선이 헨리에게 닿았다.
마치 저새끼 뭐지? 라는 표정이 가득하다.
"인간이 지하감옥에 있더니 조금 미친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런듯 싶다."
이내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매정한 간수들.
ㅤㅂㅞㄺ구 또한 간수들과 다를바 없었다. 헨리를 쳐다보더니 한심하다는듯 한마디를 툭 던진다.
[주인 미친건가?]
[쳇 역시 안되네.]
넘버원 세상에 혹여 숨겨진 기술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분노의 힘으로 말미암아 변신(?)이 되나 했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이고 만화는 만화였다.
헨리는 철창에 배꼼 고개를 내밀곤 간수들을 살폈다.
전방에 위치한 간수의 레벨은 250.
두비두가 죽을때 자라장군의 속박을 풀어줘서 아이템을 모두 장착할수 있게 되었지만 250짜리 몬스터를 쉽게 쓰러뜨릴순 없었다.
헨리는 곧바로 탈출하지 않고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이곳을 빠져나갈수 있을까?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첫째. 1시간을 기다리는거다. 두비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시간이 지난상태다. 약속한 두시간이 되려면 1시간을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범고래 장군을 만날수 있다.
둘째. ㅤㅂㅞㄺ구를 각성시키는거다.
ㅤㅂㅞㄺ구의 동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각성을 하게되면 자연히 탈출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각성을 하고 나서였다.
ㅤㅂㅞㄺ구가 각성하면 지하동굴이 무너질터.
지하동굴이 무너지면서 석벽이 간수들에게 떨어질수 있다.
그럼 간수들의 어그로가 헨리와 ㅤㅂㅞㄺ구에게 꽂혀 버린다.
현재 헨리의 레벨은 151인 상태.
그에 반해 상어간수들의 레벨은 자그마치 250이다.
헨리의 곁에 ㅤㅂㅞㄺ구가 있다곤 하나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공산이 컸다.
최악의 경우 놈들이 도망치면서 범고래 장군에게 상황보고를 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냥 안전하게 가야겠군.)
헨리는 고민끝에 1번을 택하기로 했다.
1시간만 있으면 놈들이 알아서 범고래 장군 곁으로 보내줄텐데 굳이 ㅤㅂㅞㄺ구를 각성시켜서 놈들의 어그로를 끌 필요는 없어보였다.
헨리의 시선이 두비두가 있었던 곳으로 향했다.
죽으면서 시체가 한줌의 재로 화한탓에 두비두는 재가 되어 있었다.
헨리는 무슨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두비두가 남긴 잿덩어리들을 마법배낭에 쓸어담기 시작했다. ㅤㅂㅞㄺ구가 물었다.
[주인 그건 왜 챙기는건가?]
[양지 바른곳에 묻어줄려고.]
범고래장군에게 속아 1년동안 지하감옥에서 지내온 두비두.
문득 그가 딱하게 느껴졌다.
양지바른곳에 묻어주면 두비두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수 있을것이다.
[주인에게 이런면이 있을줄은 몰랐군.]
[안어울리냐?]
[간혹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주인은 이중인격체라고 말이다.]
[이중인격체?]
[사악할땐 무척 사악하지만, 상냥할땐 무척 상냥한 그런 면모가 보인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녀석…]
[어찌보면 자라장군이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
범고래 장군의 계략에 빠져 하나뿐인 아버지를 잃게 되지 않았나?]
헨리는 왠지 모르게 동병상련의 느낌을 받았다.
자신또한 일찍이 부모를 여위고, 할매까지 잃지 않았던가?
혼자가 된지 오래였다.
자라장군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뿐인 아버지를 여위고 이제 혼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자라장군을 욕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자라장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