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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107화 (107/378)

< -- 107 회: 넘버원 -- >

"놔아! 놓으라고 이자식아!!"

"정말 시끄러운 인간이군!"

"얼른 들어가라 인간!"

헨리는 감옥안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연신 발버둥을 쳐댔다.

하지만 밍크고래의 힘을 고작 인간따위가 감당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더욱이 아이템 효과가 전부 사라져서 str 수치는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밍크 고래는 헨리를 집어 던지다시피 감옥 안으로 밀어넣었다.

헨리의 가녀린 몸뚱아리가 그대로 지하석실안에 곤두박질 쳤다.

쿠우웅!

"크윽. 이,이자식이 사람치네?? 내 이놈들을 그냥!!"

헨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도주를 하려면 지금이 기회다. 그런만큼 없는 힘도 쥐어짜내야 할 판국이었다.

하지만 밍크고래들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밍크고래는 헨리가 달려들기 전에 재빨리 감옥 철창을 잠궈버렸다.

철컹철컹! 철컹철컹!

"이자식들아! 놔달라고! 놔아!!"

"잠자코 있어라 인간!"

"2시간 뒤에 풀어줄테니 얌전히 있어라!"

밍크고래들은 이내 볼일없다는듯 지하감옥을 빠져나가 버렸다.

헨리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살다살다 몬스터에게 생포 당해 지하감옥에 갇힌건 또 처음이었다.

레오로 플레이 했을때도 경험해 보지 못한것을 헨리로 다 경험해 보는것이다.

"젠장! 젠자앙!!"

[주인 진정해라. 화낸다고 될일이 아니다.]

[야임마 너라면 진정하게 생겼냐!?]

[아무튼 진정하고 대안을 찾아보자.]

[ㅅㅂ 그나저나 존나 어둡네. 왜이렇게 어두운거야? 그리고 이 냄새는 뭐야!?]

지하감옥에 비춰진 불빛이라곤 횃불 하나가 전부였다.

습기가 가득한 지하감옥이라 그런지 사방팔방이 이끼로 가득했고, 온갖 비린내들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이런 감옥에서 1시간도 아니고 2시간이나 썩어야 하는것이다.

헨리는 분통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군!!)

그런 와중에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헨리의 시선이 ㅤㅂㅞㄺ구에게 향했다.

"ㅤㅂㅞㄺ구야 너 여기서 각성해봐. 지금 당장!"

[각성을 하라고? 이 좁은곳에서 말인가?]

"그래!! 네 덩치로 이곳을 무너뜨리고 탈출하자.

그리고 24시간 후에 다시 여기에 오는거야!"

지하감옥의 높이는 고작해야 3미터 안팎이다.

ㅤㅂㅞㄺ구의 동체가 7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변신을 하면 지하감옥을 무너뜨릴수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헨리는 ㅤㅂㅞㄺ구에게 변신을 강요했다.

ㅤㅂㅞㄺ구가 문득 걱정스런 빛을 띄며 말했다.

[지하감옥을 무너뜨리면 주인에게 데미지가 전해진다.

잘못하면 주인이 지하벽돌에 깔려 죽을수도 있다.

그런데 괜찮겠나?]

헨리는 거의 넝마 하나만 걸친 상태다.

자라장군의 속박 때문에 무기는 둘째치고, 방어구조차 착용하지 못하는 몸이었다. 그런상황에서 지하감옥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데미지를 입거나, 최악의 경우 죽을수도 있었다.

헨리가 염려 붙들어 매라는듯 큰소리를 빵빵 쳐댔다.

"니가 아이스 실드로 날 감싸주면 돼. 2천의 데미지를 흡수할수 있으니 지하감옥이 무너져도 난 살수 있어."

[오오 그렇군!]

해결책이 나오자 ㅤㅂㅞㄺ구가 망설임없이 배낭속을 빠져나왔다.

도주로를 파악하기 위해 ㅤㅂㅞㄺ구는 먼저 스캔을 시전하면서 간수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지하감옥을 뚫고 도망을 친다고 하더라도 놈들이 없는곳으로 도망쳐야하기 때문에 위치파악은 필수였다.

[응?]

ㅤㅂㅞㄺ구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졌다.

"왜그래?"

[주인. 근처에 무언가가 있는것 같다.]

스캔을 시현해 본 결과 간수들을 제외하고 뭔가가 감지됐다.

그것도 바로 자신들의 등 뒤에서 말이다.

ㅤㅂㅞㄺ구의 시선이 등 뒤쪽으로 향했다.

헨리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뒤쪽으로 돌아갔다.

"콜록.콜록. 콜록."

"…"

"…"

"콜록. 콜록. 콜록."

시간이 지날수록 기침소리는 더욱더 뚜렷하게 전해져왔다.

ㅤㅂㅞㄺ구와 헨리는 서로를 마주보기만 할뿐 감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가지 못했다.ㅤㅂㅞㄺ구는 잽싸게 마법배낭속으로 몸을 숨겼다. 겁을 먹은 것이다.

ㅤㅂㅞㄺ구가 고개를 배꼼 내밀며 물어왔다.

[어,어쩌지 주인?]

[서,설마 몬스터인가?]

간혹 지하감옥에 사나운 몬스터들을 감금 시켜놓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헨리의 얼굴이 대번에 창백해졌다.

하필이면 넝마만 걸치고 있는 상태에서 몬스터라니…

ㅤㅂㅞㄺ구가 나지막히 말했다.

[기침을 심하게 하는걸로 봐서 몸이 안좋은것 같다.

몬스터라고 해도 쉽게 때려눕힐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놈은 기침을 콜록콜록 하고 있었다.

병에 걸린게 틀림없었다.

헨리 본인도 넝마를 걸치고 있지만, 곁에는 ㅤㅂㅞㄺ구가 있다.

병에 걸린 몬스터 쯤이야 둘이서 힘을 합치면 어찌어찌 처리할순 있을 것이다.

[ㅤㅂㅞㄺ구야 일단 라이트 마법으로 놈의 정체부터 까발려봐.]

ㅤㅂㅞㄺ구는 헨리의 명령대로 배낭에서 폴짝 뛰어내린뒤 라이트를 시전했다.

다행히 라이트는 1서클 초급 마법이라서 각성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현할수 있었다.

[자라!? 자라잖아?]

[그,그렇다 주인]

눈앞에 있는 존재는 분명 자라였다.

체념 섞인 눈빛으로 벽에 몸을 기댄채 연신 기침만 콜록콜록 내뱉고 있었는데 간혹 기침속에 피가 섞여 나왔다. 척보기에도 깊은 병에 걸린듯 싶었다.

자라의 시선이 헨리와 ㅤㅂㅞㄺ구에게 닿았다.

"허허. 내 살아생전 인간을 보게 될줄이… 콜록! 콜록!"

자라의 이름은 두비두. 척보기에도 NPC가 틀림없었다.

그 증거로 자라의 닉네임이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넘버원의 특성상 빨간색은 몬스터를 의미하고 노란색은 NPC를 의미한다.

지강혁이 그 사실을 모를리가 없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아파 보이는 두비두의 모습에 헨리는 괜시리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두비두는 정신을 살짝 잃은듯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헨리는 배워 두었던 치유스킬과 활력스킬을 두비두에게 퍼부었다.

"이, 이봐요. 정신좀 차려봐요."

"으으으.."

두비두가 정신을 차렸다.

활력 스킬과 치유 스킬이 효과를 발휘한듯 싶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헨리와 ㅤㅂㅞㄺ구가 그의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어 주었다.

ㅤㅂㅞㄺ구는 센스있게 주인의 가방을 허리 받침대로 삼아 두비두가 편하게 기댈수있게끔 배려했다.

"콜록.콜록. 고,고맙소. 시,신세를 졌구려. 그,그런데 인간이 어찌하여 이곳에 오게 된 것이오?"

두비두가 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헨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이야기 하자면 길지만, 바로 당신네들 자라 종족에게 속아서 이지경이 되었습니다."

"자라종족이라… 콜록. 콜록.이,이야기가 듣고 싶은데, 자,자세히좀 말해주시겠소?"

어차피 24시간 속박이 걸려 있는 마당이다.

헨리는 그간에 있었던 정황들을 두비두에게 전부 말해주었다.

두비두가 대뜸 헨리와 ㅤㅂㅞㄺ구에게 고개를 숙여왔다.

"내 아들놈이 그대에게 크나큰 죄를 지은 모양이구려.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예에? 아들이라고요!?"

"콜록콜록. 그,그렇소. 자라장군은 바로 내 외동아들이자,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유일한 혈육이라오.

이 못난 애비가 범고래장군의 포로가 되어, 자라장군이 용왕님을 배신한듯싶소이다.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콜록콜록!!"

설마하니 두비두의 아들이 자라장군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무엇보다 두비두 자신이 범고래 장군의 포로가 되었다니?

"자세히 말씀좀 해주시겠습니까?"

"콜록콜록. 나,나도 그대에게 들은것이 있으니 그,그렇게 하리다."

두비두는 처연한 표정으로 자신이 이곳에 갇히게 된 연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1년전.

범고래장군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두비두는 거리낌없이 그의 초대에 응했다.

예전부터 친목을 다져온 사이였고, 무엇보다 범고래 장군의 속셈을 몰랐던터라범고래 장군이 내민 술잔을 거침없이 받아들었다.

그로인해 자라장군은 평소와는 달리 대취하고 말았다.

자라장군이 대취하자 범고래 장군은 그제서야 검은 속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수하들을 시켜 자라장군을 지하감옥에 처넣은뒤용왕에게 자라장군의 행방불명 소식을 전했다.

한달을 기다려도 자라장군은 끝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로인해 두비두의 아들이 차기 자라장군이 되었다.

범고래 장군은 10대 장군들중 비교적 충성심이 적은 백상아리 장군을 비롯해오징어 장군에게도 마수를 뻗었다. 물론 자라장군도 그 대상이었다.

하지만 자라장군은 단칼에 범고래 장군의 요구를 묵살해버렸다.

범고래 장군의 특성상 <인간에겐 절대로 선공을 취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 때문에 인간이 용궁의 일에 개입하게 된다면 골치 아파질것이 자명했다.

그러다보니 자라장군과 거북장군의 포섭이 매우 시급해졌다.

그들만이 인간과 교류를 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범고래 장군은 먼저 자라장군을 포섭하기 위해 그를 두비두가 있는곳으로 데려갔다.

아버지를 확인한 자라장군은 범고래 장군을 죽여버리려 했으나, 범고래 장군의 수하들이 두비두의 신변을 맡고 있었던 까닭에 경거망동 할수 없게 되었다.

"나를 따르게 자라장군. 그렇다면 아버지를 살려줌과 동시에 거병이 성공하면 자네에게 막대한 직책을 부여하도록 하겠네"

살아있는 혈육이라곤 아버지 두비두 밖에 없어서 자라장군은 어쩔수 없이 범고래 장군과 뜻을 함께 하게 되었다.

범고래 장군의 다음목표는 거북장군이었다.

거북장군만 설득하면 인간과의 교류를 완전히 차단시킬수 있었다.

범고래 장군은 지극정성으로 거북장군을 대하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거북장군은 완강했다.

반역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수하로 파견한 고래가 두동강이 되어서 돌아오고 말았다. 이렇게 된이상 속전속결로 용궁을 쓸어버린뒤 왕좌를 차지해야만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범고래 장군이 제일로 두려워 하는 인간이 개입하고 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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