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2 회: 넘버원 -- >
"사람이 어떻게 한명도 없냐"
이틀만에 다시 찾은 용궁.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질 않았다.
독식하는게 좋긴 하지만 너무 썰렁하니 영 재미가 없었다.
"리나랑 윤지에게 이곳을 알려줘버릴까?"
헨리는 오죽했으면 사람들을 불러들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나와 윤지는 아쉽게도 불속성 인트마스터와 메디컬 서포터다.
상성상 불은 물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알려줘도 여기서 사냥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라바나 던전은 레벨업이 매우 잘 되기 때문에 200까지는 거기에서 사냥할 공산이 매우컸다.
"일단 거북장군에게 가봐야겠군."
거북장군의 처소로 이동하니 거북장군이 헨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오 어서오게. 정말 오랜만이군!!"
거북장군이 헨리를 슬쩍 훑어보았다.
전과는 달리 레벨이 부쩍 오른 모습이었다.
"꽤 성장을 한 모양이군."
"용궁 퀘스트를 클리어 하기 위해서 레벨업을 좀 했습죠."
거북장군이 반색하며 말했다.
"오오!! 그럼 지금당장 백상아리 장군을 퇴치해 줄수 있는가?"
헨리가 기다렸던 말이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거북장군이 거북이 70여 마리를 헨리에게 내어주었다.
1차 습격당시 130여마리의 거북이를 잃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70여마리의 거북이만 지원받을수 있었다.
"마음같아선 병사를 더 붙혀주고 싶네만, 용궁을 지켜야 해서 말일세.
그러니 자네가 이해하게"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는 꼭 백상아리 장군을 퇴치하고 오겠습니다!"
헨리는 자신만만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곁에는 각성한 ㅤㅂㅞㄺ구가 있었다.
벌써 레벨이 35다. 사용할수 있는 얼음계열 마법은 무궁무진했고 버프효과까지 깃들여져 있다. 막말로 드래곤이 자신을 수호해주고 있는데 뭐가 두렵겠는가?
"마을에서 기다리구 있어.알았지?"
"나도 따라가면 안돼 오빠?"
레벨이 고작 20에 불과한터라, 데리고 갔다가 죽기라도 하면 엄청난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다. 아직까진 무리라서 헨리는 좋은말로 신지를 설득했다.
쥐어진 골드또한 20만 골드에 달했다.
"이걸로 밥 사먹고, 여관에서 쉬고있어. 용궁퀘스트 다 깨면 그때 데리러 올게
"힝.."
백상아리 장군과 범고래 장군의 레벨이 200전후 이다보니 신지를 데리고 다니기가 꺼려졌다. 그래서 헨리는 용궁 퀘스트를 다 클리어 하고 나서 신지를 수 련시킬 생각이었다.
헨리는 거북이 70여마리를 대동한채 백상아리 장군굴로 향했다.
헨리의 시선이 ㅤㅂㅞㄺ구에게 닿았다.
"ㅤㅂㅞㄺ구야 너 본체로 변신해라."
[본체로 말인가?]
"그래."
헨리는 여지껏 ㅤㅂㅞㄺ구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만약 드래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골치 아파질것 같아서 일부러그런 사실을 숨겨왔다. 하지만 던전이 용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굳이 ㅤㅂㅞㄺ구의 정체를 숨길 이유가 없다.
던전 내에 사람이 한명도 없으니 마음껏 변신을 해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ㅤㅂㅞㄺ구가 본체로 화하지 않으면 마법 발현에 크나큰 차질을 빚게 된다.
공격을 하던 버프를 걸던 일단 변신을 해야 마법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ㅤㅂㅞㄺ구는 헨리의 명령대로 본체로 변신을 시도했다.
찬란한 빛무리들이 갑자기 ㅤㅂㅞㄺ구의 몸을 감싸더니 하늘위로 둥실 떠올랐다.
ㅤㅂㅞㄺ구를 감싸고 있던 하얀 빛무리들이 점점더 커지더니 거의 7미터에 달하는 크기로 자라났다.
잠시후 화이트드래곤으로 화한 ㅤㅂㅞㄺ구가 쿠웅! 하며 대지에 발을 디뎠다.
"크르르르!!"
ㅤㅂㅞㄺ구를 본 거북이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적으로 인식했는지 ㅤㅂㅞㄺ구를 보며 공격자세를 취하는 거북이들도 몇 있었다.
헨리가 재빨리 거북이들을 말렸다.
"저놈은 우리 편이야. 그러니까 전혀 경계하지 않아도 돼."
헨리는 ㅤㅂㅞㄺ구를 거의 우러러 보고 있었다.
레벨이 5가 오르더니 몸크기가 2미터나 더 불어나버렸다.
"이제야 좀 멋드러졌네. 처음에는 진돗개 새끼인줄 알았는데 말야."
알에서 나왔을때만 해도 이게 개새끼인지 드래곤 새끼인지 긴가민가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완전한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흥. 내가 성체가 되면 주인은 이제 나를 받들어야 할거다!]
"받들기는 개풀. 아무튼 버프나 좀 걸어줘바"
[알겠다 주인]
ㅤㅂㅞㄺ구는 짤막한 양 팔을 들어 거북이들과 헨리에게 드래곤의축복을 걸어주었다.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띵!
[화이트 드래곤이 드래곤의 축복을 걸어주었습니다!]
드래곤 축복의 영향으로 모든 능력치가 5퍼센트 상승합니다!
생명력과 마나력이 각각 500씩 상승합니다!
마법 저항력이 1퍼센트 상승합니다!
[드래곤의 축복 지속시간은 1시간입니다!]
* * *
드래곤의 축복도 받았고, 거북이들도 70여마리가 뒤따르고 있었다.
거북이들의 레벨도 예전과는 달리 150이 되었다.
퀘스트의 특성상 플레이어의 레벨에 따라 거북이들의 레벨도 변하기 때문이다.
헨리는 방어력이 좋은 거북이들을 선두에 세운뒤 상어장군굴 안쪽으로 진입해들어갔다. 오징어 장군때와는 달리 던전 자체가 제법 밝았다.
심해에서 기습공격을 가해오는 오징어들과는 사뭇 다른양상이다.
조심해야 할것은 단 하나. 바로 상어들의 근접공격이었다.
상어들은 날카로운 이빨로 상대를 물어뜯는 근접 공격을 가해왔는데,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방어력이 좋은 거북이들도 한번 물어뜯길때마다 거의 500 에 가까운 물리 타격을 입었다.
특히 고블린상어 같은 경우는 피격시 출혈효과마저 일으킨다.
예전에 한번 고블린상어에게 물어뜯겨 1시간동안 능력치 15퍼센트 감소 페널티를 받은 헨리가 아니던가?
상어장군굴 초입지역이라 그런지 고블린상어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이질 않았다
포탈을 정확히 세번 탄 상태다.
예전에는 여기까지 오는데 100여마리의 거북이를 잃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5마리만 잃었을 뿐이다.
거북이들도 레벨업을 통해 많이 강해졌고, 무엇보다 ㅤㅂㅞㄺ구가 드래곤의 축복을 비롯해 각종 버프효과를 걸어주고 있어서 사냥이 손쉽게 이루어졌다.
포탈에 들어서자마자 ㅤㅂㅞㄺ구가 전방에 나섰다.
상어들은 드래곤의 존재를 보는것 만으로도 겁을 집어 먹고 뒤로 주춤주춤물러났다.
상대가 드래곤이니 만큼 본능에 이끌려 몸을 사리는 것이다.
띵! [던전에 있는 상어들이 화이트드래곤의 기세에 잠식당했습니다!]
상어들의 능력치가 10퍼센트 감소합니다!
상어들의 평균 레벨은 180이다. 그에 반해 헨리가 이끄는 정규공격대는 불과 150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이들은 상어들을 상대로 한치의 밀림도 없이 싸움을 해나가고 있었다.
전적으로 ㅤㅂㅞㄺ구의 활약 덕분이었다.
ㅤㅂㅞㄺ구가 버프를 걸어줘서 거북이와 헨리가 강해진 반면 상어들은 ㅤㅂㅞㄺ구로 인해 10퍼센트의 디버프 효과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상어들이 조금씩 밀리는 것이다.
헨리와 거북이들은 기세를 몰아 상어들을 때려눕힌뒤 다음 포탈로 이동했다.
이제 슬슬 고블린 상어가 나올때가 되었다.
그러니 조심해서 이동해야만 한다.
(고블린 상어다!!)
헨리의 예상대로 포탈을 타고 입구쪽으로 진입해 들어가니 이중턱을 가진 고블린상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헨리는 다시한번 ㅤㅂㅞㄺ구를 최전방에 내세웠다.
던전안에 있던 상어들은 드래곤의 모습을 보자마자 또다시 디버프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드래곤의 존재를 알고 겁을 집어 먹은 것이다.
상어들의 능력치가 10퍼센트 감소한 상태!
ㅤㅂㅞㄺ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헨리에게 아이스 실드까지 장착시켜 주었다.
ㅤㅂㅞㄺ구의 레벨이 35가 되면서 아이스 실드의 효과또한 무척이나 강력해졌다.
데미지를 무려 2천이나 흡수시켜 주는 것이다.
현재 헨리의 HP는 거의 5천에 육박하고 있다.
실드까지 장착한 상태라면 7천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자 눈에 뵈는게 없어졌다.
고블린 상어가 물어뜯는다고 해도 실드가 막아주니 걱정이 전혀 없었다.
헨리는 기세좋게 핏빛의 장검을 들고 고블린 상어에게 달려들었다.
제 아무리 방어력이 좋다곤 하나 고블린 상어의 출혈 데미지를 받는다면 거북이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거북이를 잃을바엔 자신이 직접 나서서 고블린 상어를 처리하는게 훨씬 나았다.
헨리는 고블린 상어를 전담으로 맡아서 해치웠고, 나머지 거북이들은 ㅤㅂㅞㄺ구와 함께 다른 상어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숫자가 제법 되다보니 일거에 격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ㅤㅂㅞㄺ구의 시선이 밀집해 있는 상어들 쪽에 닿았다.
모여있는 상어는 정확히 40 여마리.
하나하나 처리해도 되지만, 뭉쳐있는 만큼 범위마법을 펼치면 좀더 수월하게 처리할수 있을것이다.
[모두 물러서라]
ㅤㅂㅞㄺ구의 그 한마디로 인해 거북이들이 질서정연하게 뒤로 물러났다.
상어들의 눈동자가 급격히 커졌다.
드래곤의 양손날에 뭉쳐진 냉기들을 보고 나서였다.
ㅤㅂㅞㄺ구의 양손에는 거의 2미터에 달하는 얼음덩어리들이 줄기차게 생성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얼음덩어리들은 더욱 커졌다.
ㅤㅂㅞㄺ구의 음성이 헨리에게 닿았다.
[주인 잠시 물러서라.]
캐스팅 시간이 긴걸보니 어마어마한 마법을 발현시킬 모양이었다.
헨리는 재빨리 ㅤㅂㅞㄺ구 뒤쪽으로 몸을 빼냈다.
주인이 몸을 빼자 ㅤㅂㅞㄺ구는 캐스팅 해두었던 광범위 마법을 발현시켰다.
[눈앞에 있는 적들을 모조리 말살할 지어다! 블리자드!!(blizzard)]
블리자드.
화이트드래곤과 블루드래곤만이 시전할수 있다는 마법으로, 보통 복수의 적들을 상대로 구사하곤 한다.
확률적으로 상대를 냉각시키면서 빈사상태에 빠뜨리는 패시브 효과가 곁들어져 있다.
시동어와 함께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상어떼가 있는 곳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워낙 많은 얼음덩어리가 날아오다보니 피하는건 애시당초 무리였다.
상어들은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몸으로 버티기를 시도했다.
백상아리를 비롯해 제법 몸이 단단하다고 장평이 나있는 고래상어는 블리자드에 격중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HP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에반해 청상아리와 고블린상어는 블리자드의 공격한방에 빈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몇몇 상어들은 패시브 효과를 받아 얼음속에 갇힌채꽁꽁 얼어버린 상태였다.
[주,주인 이때다. 빠,빨리 적을 섬멸해라]
헨리가 그 좋은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거북이들에게 돌격명령을 내린 헨리는 선두에 서서 제일 까다로운고블린 상어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빙결상태에 빠진 상어들은 볼것도 없었고, 빈사상태에 빠진 상어들 마저도 헨리의 장검아래 숨을 거두고 말았다.
거북이들도 2인 1조로 나뉘어 상어들을 한마리씩 상대했다.
블리자드의 여파로 인해 상어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말그대로 학살에 가까웠다.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거북이들은 단 한마리도 죽지 않았다.
그에반해 상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퇴치당한 상태였다.
전적으로 ㅤㅂㅞㄺ구가 블리자드를 잘 꽂아넣어서 거머쥔 대승리였다.
[ㅤㅂㅞㄺ구 너 엄청 쓸만…]
[크윽.]
갑자기 ㅤㅂㅞㄺ구가 신음을 흘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깜짝 놀란 헨리가 재빨리 ㅤㅂㅞㄺ구에게 다가갔다.
[얌마 너 왜그래?]
[브,블리자드를 썼더니 몸에 무리가 온듯 싶다.
아직까지 범위마법을 구사하기에는 레벨과 마나량이 매우 부족한 모양이다.]
레벨이 불과 35다.
마나량도 고작 1만을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그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범위마법을 펼친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헨리는 배워두었던 활력 스킬을 십분 이용해 ㅤㅂㅞㄺ구의 기력을 회복시켜주었다.
잠시 쉬자 기력이 돌아왔는지 ㅤㅂㅞㄺ구가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냐?]
[후우. 조금 쉬니 괜찮다 주인. 하지만 더이상 범위마법은 사용하지 못할것 같다. 마나 소모량이 너무 심하다.
현기증이 치밀어 오른다.]
ㅤㅂㅞㄺ구라는 존재가 곁에 있는것만으로도 몬스터들은 10퍼센트의 디버프를 먹고 들어간다.
때문에 ㅤㅂㅞㄺ구가 굳이 범위마법을 펼치지 않아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었다
[그냥 버프 효과만 펼쳐줘. 그리고 간간히 단일 공격마법만 시현하고 말야.]
블리자드 사건(?)을 계기로 ㅤㅂㅞㄺ구는 자신의 마나량이 얼마나 낮은지 절실히 깨달았다. 무리를 하는것보단 주인의 말대로 하는게 백번 나아보였다.
[알겠다 주인.]
[움직일순 있겠냐?]
[당연하다.]
대기중에 있는 얼음속성 마나를 흡입하니 정신이 말짱해졌다.
더욱이 마나 회복량이 높았기 때문에 1천의 마나가 금세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