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1 회: 넘버원 -- >
화이트 드래곤 사건(?)으로 말미암아 라바나 던전에는 한가지 괴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최종 보스 몬스터가 화이트 드래곤이라는 다소 엉뚱한 소문이었다.
그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은 헨리와 같이 사냥 했던 인트마법사 첼리와 메디컬서포터 제나였다. 그녀들은 소속된 길드원들에게 라바나던전에서 겪었던 일들을 상세히 말해주었다.
"에이 라바나에 보스가 어디있다고 그래?"
"화이트 드래곤이 보스라고? 첼리야 너 뭐 잘못먹었니?"
"정말이라고요! 저랑 제나가 똑똑히 봤어요!"
"저희가 왜 길드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진짜로 봤다니까요?"
"흐음 말하는걸 보니 정말인것 같기도 하고……"
"정말인것 같은게 아니라 정말이에요! 제가 할짓이 없어서 오빠들에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저는 단지 길드에 보탬이 되고자 고급정보를 알려주는 거라구요!
"하기사 두사람이 봤다면 거짓말은 아닌거 같은데……"
처음에는 그녀들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첼리와 제나가 너무 완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다보니 믿지 않을수가 없었다. 더욱이 화이트 드래곤을 본 사람이 한사람이 아니라 두사람이었다. 설마하니 둘다 뭘 잘못 봤을리는 없을터였다.
몇몇 길드원들은 그 소문을 토대로 지인들에게 화이트 드래곤 소식을 전해주기 도했다. 그러다보니 괴소문은 소문을 타고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었다. 특히나 라바나 던전에서는 이미 화잿거리가 된지 오래였다.
두세사람이 머리만 맞댔다 하면 화이트 드래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이 그거 들었어? 라바나 던전에 화이트 드래곤이라는 보스가 있다더군"
"뭐라고 화이트 드래곤?"
"화이트 드래곤이라면 최북단에 위치한 에레니아 말곤 없을텐데!?"
"소문을 듣자니 새끼 드래곤이라고 하더군. 크기는 고작 5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 아무래도 넘버원측에서 깜짝 보스를 만든듯 싶어."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라바나 던전 자체가 각지의 몬스터들이 랜덤하게 출몰하는 설정이니까 말이야."
"그럼 다른 종류의 드래곤들도 나오려나?"
"다른 드래곤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고, 현재는 화이트 드래곤 하나만 출몰했다더군. 좌우지간 조심들해. 제아무리 새끼 드래곤이라고 해도 우리보단 강할테니까 말야."
"그래야겠군. 그나저나 화이트 드래곤이라. 한번 보고 싶은걸?"
"흐음. 화이트 드래곤이 출몰했다라?"
제법 깔끔한 방안이었다. 방안에는 오스카가 편지 한장을 훑어보고 있었다.
바로 윤하가 보내온 편지였다. 편지에는 화이트 드래곤 소식과 더불어 현재 헨리를 추적하면서 라이올라를 통해 해저도시에 왔다는 보고가 적혀 있었다.
오스카는 궁금했다. 놈이 라바나에 있다가 왜 갑자기 해저도시로 걸음을 옮겼을까? 레벨업을 하기에는 라바나가 최적이다.
해저도시에 등장한 신개척 도시들은 사람들의 평판상 아이템 드랍율도 낮았고, 무엇보다 라바나 던전보다 경험치를 덜 준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뭐… 그놈도 생각이 있으니 해저도시로 갔겠지.
일단 추후보고를 좀더 지켜봐야겠군."
꾸깃.
* * *
헨리는 레벨 150이 라이올라 섬을 거쳐 해저도시를 찾았다.
용궁자체에는 여신의 공깃방울을 팔지 않는다.
그래서 여신의 공깃방울을 사고 용궁으로 이동하려는게 헨리의 속셈이었다.
사실 헨리는 레벨 180까지 라바나 던전에서 레벨업만 하려고 했다.
180을 찍고 백상아리 장군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전적으로 ㅤㅂㅞㄺ구 때문이었다.
ㅤㅂㅞㄺ구가 레벨 30을 찍으면서 아이스 계열의 마법을 모조리 독파했고, 그에 따른 보조 버프 마법까지 배웠다.
아이스 실드와, 드래곤의 축복등이 그것들이었다.
게다가 ㅤㅂㅞㄺ구또한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할수 있게 되었으니 이쯤에서 백상아리장군을 처치할수 있을것 같았다.
더욱이 현재 ㅤㅂㅞㄺ구의 레벨은 35를 찍은상태!
헨리는 그간 아껴두었던 레오캔디 전부를 ㅤㅂㅞㄺ구에게 먹였다.
레오캔디의 특성상 먹으면 레벨이 무조건 1씩 오르기 때문에 레벨 35가 된 것이다. ㅤㅂㅞㄺ구의 파괴력은 레벨 30때 보다 곱절이나 뛰어 있었다.
5렙이나 업한탓에 스탯또한 250개나 생성되었다.
헨리는 ㅤㅂㅞㄺ구가 요구한대로 WIS와 INT 그리고 CON 에 ㅤㅂㅞㄺ구의 스탯을 찍어주었다스탯량만 따지고 보면 헨리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ㅤㅂㅞㄺ구의 힘은 무척이나 강해진 상태였다. 이 정도라면 백상아리 장군은 물론이거니와 범고래 장군도 상대할수 있을것이다.
"여신의 공깃방울 5개만 주세요."
"총 25만 골드 입니다."
헨리는 25만 골드를 지불하고 상점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이제는 포탈을 타고 용궁으로 가야만 한다.
[주인. 아까부터 윤하라는 여자가 자꾸 따라오고 있다. 어쩔거냐?]
ㅤㅂㅞㄺ구가 슬그머니 뒤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윤하를 잊고 있었다.
사실 헨리는 ㅤㅂㅞㄺ구의 스캔으로 말미암아 그녀가 계속 접근해 오고 있다는것을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다.
처음에는 같은 길을 가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는 것이다.
이건 100퍼센트 미행이었다.
[라이올라까지 따라온걸 보면 정보망이 치밀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행하는꼴을 보니까 단순히 좋은 의도는 아닌거 같아.
저런 사람은 무시하는게 최고지.
이젠 따라오고 싶어도 못올걸? 흐흐흐]
현재 용궁을 발견한 사람은 헨리 혼자 뿐이다.
그때문에 용궁으로 이어지는 포탈도 헨리만 사용할수 있었다.
헨리의 모습이 텔레포터 앞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헨리가 사라지자 일단의 어쌔신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딘의 첩자인 윤하가 이끄는 패거리들이었다.
윤하는 텔레포터에게 다가가 방금전 플레이어가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텔레포터는 굳게 입만 다물고 있을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흥 그래봤자지!)
이럴때는 돈이 최고다. 넘버원 자체에도 뇌물 효과가 적용되기 때문에 NPC들은 뇌물을 먹으면 정보를 하나하나 알려주기도 한다.
윤하가 금화 1000개를 내밀자 텔레포터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아잉~ 텔레포터니임~ 방금전 유저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세영!"
애교까지 떨어왔다.
남자 텔레포터의 얼굴이 잘익은 홍시마냥 붉게 달아올랐다.
마음같아선 방금전 떠난 유저의 목적지를 알려주고 싶었지만 상대는 미개척 던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개척 던전은 활성화가 되지 않은만큼 절대로 발설해선 안된다.
"상대는 당신이 발견하지 못한 던전에 갔소. 그러니 더는 묻지 마시오."
텔레포터는 그렇게 대꾸하고 천골드를 냉큼 뺏어가 버렸다.
윤하가 그를 보며 다시금 물어왔다.
"제가 발견하지 못한 던전이요?"
"그렇소."
미개척 던전을 발견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라바나 던전을 버리고 이곳 해저도시에 올 까닭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느정도 퍼즐조각이 맞춰졌다.
(그럼 더이상의 수색은 무의미하겠어.)미개척 던전으로 내뺀놈을 무슨수로 다시 찾는단 말인가?
윤하는 여기서 수색을 종료하기로 하고 길드 지부로 걸음을 옮겼다.
지부에는 오스카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
"해저도시의 미개척 던전이라고?"
윤하는 여태껏 수집한 정보들을 빠짐없이 보고했다.
이야기를 듣고난 오스카는 그제서야 수긍이 간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미개척 던전을 발견해서 말미잘 장군의 갑옷과 각성의 비약을 습득할수 있었던 거다. 라바나에서 사냥을 하지 않고 해저도시로 이동한 이유도 바로 미개척 던전 때문이었다.
(그렇다는건 미행이 불가능하다는 거잖아?)오스카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미개척 던전으로 들어갔으니 그 던전을 찾지 않는이상 더이상의 수색은 불가능했다.
"아무튼 수고했어 윤하야. 이제부터 본캐릭으로 복귀하도록 해."
"이걸로 임무 끝이에요?"
"미개척 던전에 들어간 놈을 니가 미행하게?"
윤하는 말문이 막혔다.
오스카의 말대로 미개척 던전에 들어간 이상 놈을 미행하는건 애시당초 무리였다. 놈은 간사하게도 미개척 던전을 등록하지 않고 혼자서 독점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놈을 미행할수 있단 말인가?
"오딘형님께 보고 올릴테니 그렇게 하도록해. 며칠 쉬어서 렙업도 못했잖냐."
"알겠어요 "
"공적에 대해선 형님께 잘 말해놓을테니 걱정말고."
윤하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공적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연봉을 지급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호호 고마워요 오빠."
"아무튼 수고했다."
오스카는 오딘에게 그간 파악한 정보들을 모조리 편지에 옮겨 실었다.
오딘이 편지를 확인한것은 정확히 5시간 뒤였다.
사냥을 하느라 편지가 온것을 미쳐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오딘은 오스카의 편지를 읽어보았다.
(역시 미개척 던전을 독점하고 있었군.)말미잘의 갑옷과 각성의 비약이 경매장에 올라왔을때부터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정말로 미개척 던전을 발견했을 줄이야…
이렇게 된이상 더이상의 미행은 무의미했다. 오딘은 편지를 불태워 버린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향한곳은 라바나 던전이 있는 방향이었다.
화이트 드래곤이 나온다는 소문을 들어서 직접 한번 모습을 보고자 라바나 던전으로 향하는 것이다.
(크기가 5미터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 정도라면 내가 충분히 잡을수 있을것이다.)웜급에 이른 성룡은 잡지 못하지만 헤츨링 정도는 오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때문에 오딘은 라바나 던전에서 보스로 활동(?) 하고 있는 화이트 드래곤을 잡기 위해 라바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화이트드래곤이 죽으면 어떤템을 드랍할지 매우 궁금하군.)오딘은 알지 못했다.
라바나 던전에서 출몰한 화이트드래곤이 몬스터가 아니라 소환수였다는것을.
그리고 그 소환수가 오래전에 라바나 던전을 떠났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