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9 회: 넘버원 -- >
라바나 던전은 모든 몬스터들이 1부터 MAX까지 지정되어 있는 만큼 몬스터들의 레벨을 직접 선택해서 던전에 들어갈수 있는 생소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가 레벨 100짜리 몬스터를 잡고 싶으면 던전 입장전에 레벨 100을 설정하고 입장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전세계에 퍼져있는 레벨 100짜리 몬스터들이 랜덤하게 던전내부에서 출몰한다. 단 한번 들어가는데 20분의 제한이 있었고, 하루에 총 5번 입장만 가능했다. 말인즉 하루 최대 100분동안만 라바나 던전을 즐길수 있다는 거였다.
처음 공지사항에 올라온 내용은 50-300 플레이어들이 즐길수 있게 만들었지만 패치를 통해 수정사항이 이루어져, 이제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즐길수 있는 별천지 던전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아이템 드랍율 또한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라서 사람들은 하루에 100분씩 꼭 라바나 던전을 돌며 사냥에 임하곤 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40분인가?"
[그렇다 주인]
헨리의 레벨은 벌써 144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한시간에 2업을 한것이다.
생각보다 레벨업이 무척 빨라서 헨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헨리는 생각끝에 나머지 40분 동안 사냥을 하는것 보단 신지를 수련시키는게 좋을것 같아서 그녀를 데리고 던전 내부로 진입했다. 몬스터들의 레벨은 신지 보다 10 높은 25레벨 몬스터들이었다. 옛날에 사냥한 대호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분포되어 있는 25레벨 몬스터들이 사방에 젠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젠이 많이 되었다고 좋은게 아니었다. 신지의 공격력이 워낙 낮다보니 한마리 한마리 어그로를 끌어주면서 사냥하기 쉽게 그녀를 도와주어야 했다.
"신지가 차라리 소환수였다면 편했을텐데.."
몬스터를 잡으면 ㅤㅂㅞㄺ구와 함께 경험치를 나눌수 있다. 경험치 비율 설정창을 이용해 소환수의 경험치 량을 늘릴수도 있다. 이 모든것은 ㅤㅂㅞㄺ구가 소환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 하지만 신지는 달랐다. 소환수라는 개념이 아닌, 일행이라는 개념이기 때문에 스스로 사냥을 하면서 레벨을 올려야만 했다.
"그래도 마족과 신족의 피가 반반섞였으니, 새로운 기술을 쓸수 있겠지."
만약 평범한 일행이었다면 이처럼 개고생하면서까지 레벨을 올려주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신지는 레벨 9때 새로운 기술인 [투시]를 사용했다. 물론 하루에 단 한번 사용할수 있다는 제약사항이 붙었지만, 사용할수 있다는게 어디인가?
그 때문에 헨리는 신지를 한번 성장 시켜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며 신지가 몬스터를 쉽게 잡을수 있도록 몬스터의 피를 최대한 깍아주었다.
하지만 검으로 때리면 무조건 한방에 죽어버렸다.
결국 헨리는 핏빛의 장검을 해제한뒤 손과 발을 이용해 몬스터들을 후려쳤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격투술의 레벨이 4까지 올라가 있었다.
다음날 헨리는 또다시 신지와 ㅤㅂㅞㄺ구를 데리고 라바나 던전을 찾았다.
먼저 60분은 자신에게 할애해야했고, 나머지 40분은 신지에게 할애하기로 한 헨리는 142짜리 메디컬 서포터와 150짜리 인트마법사와 동행하며 한창 사냥에 매진하고 있었다.
"체인 라이트닝!!
인트마법사의 외침과 함께 수십마리의 몬스터들 사이로 전기들이 줄기차게 뻗어나갔다. 바로 체인라이트닝이 발현된 것이다.
체인라이트닝은 최대 15마리의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줄수 있는 광범위한 마법으로 전격계 인트마법사에게 있어 생명줄과도 같은 기술이었다.
"웃!"
광역마법이다 보니 헨리에게도 스플래쉬 데미지가 들어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몸놀림이 워낙 빨랐던 탓에 많은 데미지를 받진 않았다.
그저 150의 HP가 빠졌을 뿐이다.
메디컬 서포터는 헨리에게 힐을 시전해주었다.
상처는 금새 아물었다.
"휴우."
체인라이트닝 한방에 10여마리의 몬스터들이 모조리 쓰러졌다.
헨리는 그틈에 비오듯 흐르는 땀들을 손으로 스윽 닦아냈다.
벌써 파티사냥을 한지 50분이 지났다.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고 한들 50분동안 무거운 플레이트 메일을 두르고 돌아다니면서 어그로를 끌려니 죽을맛이었다.
헨리가 숨을 헐떡이자 인트마법사와 매디컬 서포터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헨리와는 상반되게 그녀들은 매우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도그럴것이 가만히 앉아서 마법만 발현했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헨리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몬스터들을 모으고, 어그로가 풀리면 그 몬스터에게 다가가 스킬을 시전하며 다시금 어그로를 끌어왔다. 그러다보니 쉴틈이 없었다.
50분내내 농구 코트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운동을 한듯한 그런 느낌마저들 정도였다. 헨리는 자기 자신에게 활력 스킬을 퍼부었다.
초급 액티브 스킬 활력을 사용하셨습니다
기력이 30 상승합니다!!
활력의 숙련도가 0.11% 상승하였습니다!
활력을 사용하니까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헨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메디컬 서포터와 인트마법사가 적이 놀란 표정이었다.
"체력이 엄청나시군요."
"안힘드세요?"
"활력을 써서 기력과 의욕을 조금 회복시켰거든요. 거뜬해요"
"저,정말 대단하시네요."
"저,전사치고는 엄청난 스태미너를 자랑하시네요. 대단해요"
사실 그녀들은 헨리가 사냥을 제의했을때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다.
전사가 왜 인트마법사, 메디컬 서포터와 동행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무릇 전사들은 치유 마법사라고 불리우는 클레릭과 프리스트를 대동해서 사냥을 하곤 한다. 워낙 HP가 많다보니 두명의 힐러가 전사 곁에 붙는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헨리라는 제국의용사는 인트마법사와 메디컬 서포터를 구하고 있었다.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직업은 전사였는데, 스탯 배분이 도적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까닭이었다.
그러다보니 전사라기 보다는 도적에 가까운 이상한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인트마법사와 메디컬 서포터는 믿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제국의 용사를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사냥에 임했다.
결과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설마하니 전사의 몸놀림이 저토록 빠를줄은 상상도 못한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그로를 끄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헨리가 가하는 공격은 하나하나가 치명타와 직결되었다.
그러다보니 몬스터들의 어그로가 풀리지 않고 죄다 헨리쪽으로 몰려들었다.
간혹 체인트라이닝에 격중당해서 어그로가 풀리는 몬스터가 있을때면 헨리는 데스 블레이드와 파워 슬래쉬를 사용해 재차 어그로를 끌었다.
그러다보니 인트마법사와 메디컬 서포터는 당연히 편해질수 밖에 없었다.
(이 사람과 사냥을 하면 무척 편해질 거야. 어떻게 해서든 친추를 해야해!)(어그로 끄는 솜씨가 보통이 아냐. 이런사람과는 친구추가를 해서 친하게 지내야해)
더욱이 제국의 용사라는 이름값도 무시못한다. 헨리는 다른 플레이어와는 다르게 제법 이름을 떨치고 있는 용사다.
넘버원 인터넷 사이트에 헨리의 이름이 몇번 올라간것만 보더라도 능히 유명하다는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헨리와 친해지기 위해서 몬스터들이 드랍한 아이템을 제일먼저 헨리에게 내밀었다.
20만원짜리 강화주문서를 가감없이 헨리에게 건네는것이다.
원래의 규칙대로라면 메디컬 서포터가 가장 먼저 먹고, 그 다음이 어그로꾼 순서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포터가 헨리에게 강화주문서를 내밀었다. 헨리는 한사코 고개를 내저으며 서포터에게 강화주문서를 돌려주었다. 척 보기에도 매우 가난한 서포터다. 끼고 있는 아이템만 봐도 초보들이 끼는 그것과 아주 흡사했다.
괜한 동정심마저 들정도였다. 서포터가 괜찮다면서 헨리에게 다시금 건네주자 헨리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받았다.
"이거 안드시면 저 그냥 가버립니다?"
척보기에도 자신을 붙잡기 위해 두 여자가 성의를 보이는거였다눈치빠른 헨리가 그걸 모를리가 없었다.
그래서 헨리는 필살기를 사용했다.
서포터는 그제서야 마지못한듯 강화주문서를 배낭속에 밀어넣었다.
레오로 악명을 떨쳤다곤 하나, 초보들의 등골까진 빼먹지 않았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돕고, 현질해서 자만하는 새끼는 족쳐서 아이템을 갈취한다. 그게 바로 헨리, 아니 레오의 마인드였다헨리를 하면서도 그 마인드는 변함이 없었다.
"헨리님은 정말 착하신거 같아요."
"다른 파티들은 서포터가 한게 뭐있냐면서 아이템을 제일 늦게 주거든요.
간혹 아이템이 나오면 어그로꾼이나 전사가 먹고 파티를 쫑내는 경우도 있죠.
그런측면에서 생각해봤을때 헨리씨는 정말 착하신거 같아요."
"별말씀을요."
"아니에요. 헨리씨는 정말 대인배세요."
"여지껏 파티사냥하면서 헨리씨 같은분 처음봐요."
예쁘장한 여인이 칭찬해주니 싫지만은 않은 헨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