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98화 (98/378)

< -- 98 회: 넘버원 -- >

(단물이 있으면 빨아먹다가 단물이 없어지면 그때 내친다.

이게 바로 오딘이지.)

몬스터를 독식하는거야 상관없지만, 무엇보다 누구 밑에서 일한다는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헨리는 하고 싶을때 게임하고, 쉬고 싶을때 쉬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답이 절로 나왔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힘들것 같군요."

심사숙고 끝에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오딘이 예상밖이라는듯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했다.

"자네가 거절할줄은 꿈에도 몰랐군."

눈을 살짝 흘기는걸 보니 니까짓게 감히 내 요구를 거절해? 라는 그런 눈빛이다.

"이유라도 알고 싶군."

"별거 없습니다. 성격상 누구밑에 있는걸 싫어할 뿐이죠.

그리고 길드에 들면 길드 규정대로 행동 해야하지 않습니까?

저는 제가 쉬고 싶을때 쉬고, 놀고 싶을때 놀고, 사냥하고 싶을때 사냥하고 싶습니다."

오딘은 쓴웃음을 지었다.

말투를 보아하니 더이상 이야기를 해봤자 뜻을 꺾지 않을것 같아 보였다.

"그랬군. 자네의 의견은 충분히 들었네"

오딘은 그말을 끝으로 여관을 빠져나갔다.

오딘이 나가자 윤지가 재빨리 헨리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왔다.

"헨리오빠. 그 좋은 기회를 왜 거절하셨어요?"

윤지는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매우 아쉬워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잖아? 괜찮을 거야.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

오딘이 노리는건 단 하나.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였다.

오딘도 다른 길드장과 다를바 없었다.

정보를 캐내기만 한다면 가차없이 자신을 내칠터였다.

142짜리 플레이어가 오딘길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런입장에서 보면 차라리 넘버원에 계속 있으면서 친목을 다지는편이 훨씬 나아보였다.

소속된 학과생들이 만든 길드인만큼 최소한 사람들을 내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오스카."

길드지부에 도착한 오딘이 오스카를 불러세웠다.

"예 형님"

"지금 당장 레벨 150대 어쌔신 하나를 수소문해봐"

"예? 어쌔신이요?"

"그래."

오스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장 10분간 아무런 말도 없더니 느닷없이 150대의 어쌔신을 데려오라고 하는것이다.

"왜죠?"

"어쌔신에게 그놈을 철저히 감시하라고 시켜라. 확인해 봐야할게 있다"

방금전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캔을 해봤는데 레벨이 142였다.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뭔가 믿는 한수가 있어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토록 당당하게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오딘은 놈을 한번 미행해 보기로 했다마음같아선 자신이 한번 미행을 해볼까도 했지만, 랭커를 유지하려면 하루에 15시간 이상은 사냥에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무리였다.

게다가 놈의 레벨은 고작 142에 불과하다.

그것도 전사가 아니던가?

몸놀림이 빠른 150대의 어쌔신을 붙히면 충분히 미행할수 있을것이다.

*  *                *가볍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매번 그랬던것처럼 넘버원에 들어가니 ㅤㅂㅞㄺ구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주인 지금 들어왔나?"

"그래 밥좀먹고 샤워좀 하느라 조금 늦었다."

"그랬군. 그나저나 이제 상처는 아문건가?"

그러고보니 고블린상어에게 물어뜯긴 옆구리가 복원되어 있었다.

능력치 15퍼센트 감소 패널티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헨리는 먼저 마을 상점에 들려 방어구와 무기를 수리한뒤 잡화상점에서 물약을 사들고 라이올라의 장로, 레스피노를 찾아갔다.

이번에 새로 나온 라바나던전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라바나 던전은 각 마을의 장로를 통해 이동할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ㅤㅂㅞㄺ구가 알수 없다는 눈길로 헨리에게 물어왔다.

[주인 용궁에는 안가나?]

말미잘장군과 소라장군,그리고 오징어장군굴을 사냥하면서 느낀건

[드랍율이 지랄맞게 낮다] 라는 점과 몬스터들의 레벨이 제법 높다라는 점이었다. 더욱이 용궁에서 사냥을 하려면 여신의 공깃방울을 사들고 가야한다.

개당 5만원이나 하는 만큼, 퀘스트를 수행하는게 아니라면 굳이 용궁에서 사냥할 이유가 없었다.

헨리는 더불어 신지에게 실전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었다.

라바나 던전의 특성상 레벨 1부터 레벨 MAX까지 다양한 형태의 몬스터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충분히 경험을 쌓을수 있을것이다

[항상 마을에 두고 다닐순 없잖아? 신지를 수행시키면서 새로운 던전 탐방이나 해보려고 그래]

[그것도 그렇군. 좋은생각이다 주인]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레벨을 높히고 신지에게 경험을 쌓게 하는것이 중요했다헨리는 장로 레스피노를 통해 라바나 던전으로 이동했다.

새로나온 던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이 있었다.

용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용궁은 사람이 한명도 없었는데, 여긴 발 디딜틈이 없네]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이건 마치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 낑겨가는 그런 모습과 진배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입구지역을 좀 벗어나자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점이었다.

'백상아리 장군의 레벨이 200 이니까 일단 파티사냥을 좀 하면서 신지를 가르치자.'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구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헨리는 ㅤㅂㅞㄺ구와 신지를 대동한채 무리에 합류한뒤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레벨 150 STR 기사 놉니다!!]

[138 메디컬 서포터 놀아요. WIS량 높은 법사랍니다~!]

[127 다크나이트 놀아요! 공격력 버프 장착하고 있습니다!]

[148 인트마법사 아이스계열 놀아요~!]

"142 제국의 용사 놉니다아아!!!!"

헨리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왠 여인 하나가 헨리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갸름한 얼굴에, 오뚝한 콧날. 그리고 백옥같이 하얀피부를 지니고 있는 여성이었는데 허리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S라인을 형성하고 있었고, 헨리가 좋아하는 섹시미가 흐르다 못해 넘칠 정도였다. 더불어 빵빵해 보이는 가슴라인까지. 운동을 했는지 히프라인 또한 예술에 가까웠다.

말그대로 헨리가 좋아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환상의 여인이었다.

[저여자는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다 주인.]

ㅤㅂㅞㄺ구가 특유의 게슴츠레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를 올리자 헨리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제 아무리 순둥이라곤 하나, 한창 달아오를 나이다보니 저절로 여자에 대한 망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녀가 생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헨리에게 말을 건네왔다.

"파티를 구하시나봐요?"

"네. 그럼 그쪽도?"

"마침 잘되었네요. 저도 파티를 구하고 있었거든요.

저랑 같이 파티 하시겠어요?"

척보기에도 어그로를 매우 잘끄는 어쌔신류로 보였기 때문에 헨리는 별생각없이 수락하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녀가 어그로를 끌고 자신과 ㅤㅂㅞㄺ구가 공격을하면 쉽게 사냥할수 있을것이다.

(일단 1단계 작전은 성공인가?)

그녀의 닉네임은 윤하였다.

다행히 눈앞에 있는 초보는 자신의 정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하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했다.

(오스카 오빠가 놈을 미행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캐내라고 했어.

이렇게 된이상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놈의 비위를 조금 맞춰주는수밖에.)일단은 임무가 최우선 사항이었다.

그래야지만 월급이 나오고, 길드 공적이 오르는 것이다.

그녀는 정체는 바로 오딘이 보낸 세작이었다.

헨리를 미행하면서 놈의 대한 정보를 캐내는 것이 그녀의 주된 임무였다그 때문에 본캐를 잠시 접어두고 세컨으로 접속한 그녀가 아니던가?

아무것도 모르는 헨리는 보조 파티원을 구하기 위해 소리만 빽빽 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

[왜?]

[상대는 척보기에도 어쌔신류로 보이는데 왜 파티를 맺은거지?]

ㅤㅂㅞㄺ구의 물음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사실 헨리의 직업은 제국의 용사였지만, 스탯분배 상황을 보면 전사와 도적을 반반 섞어놓은 그런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어쌔신을 파티원으로 삼은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내가 잡으면 되니까 너무 걱정마라"

핏빛의 장검을 비롯해, 유니크 아이템 두개를 끼고 있었던탓에 공격력이 그렇게 약한건 아니었다.

*  * *

윤하는 엠틀란트 길드 지부에 들려 오스카를 만나고 있었다.

오스카가 자리에 앉자 윤하는 자신이 습득한 정보들을 모조리 그에게 일러주었다. 이야기를 듣고난 오스카가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제국의 용사인데도 불구하고 덱스량이 더 많다고?"

"같이 사냥을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죠. 다행히 자신의 특성에 대해 별다른 말없이 알려주더군요. 자세한건 잘 모르지만, 원래는 어쌔신 클래스로 전직을 하려고 했대요. 그런데 의도치않게 제국의 용사가 되어버렸다고 그러더군요.

"흠. 그래서 전사인데도 불구하고 힘보다 덱스량이 더 높다 이거구나?"

"그런셈이죠."

그제서야 수긍이 간다는듯 오스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정보는 없니?"

"아직까진 이게 전부에요."

헨리를 만난지 고작 1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 짧은시간동안 많은정보를 습득할순 없었다.

"아무튼 조금더 자세히 살펴보도록해."

"그런데 도대체 왜 그 초보자를 미행하라는거죠?

아무리 봐도 뭔가 특출난게 없어 보이던데."

단지 제국의 용사라는 칭호말곤 다를게 없어보였다.

가지고 있는 소환수도 흔해빠진 하얀 도마뱀이었고, 그렇다고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국민템으로 알려져 있는 아이템들만 착용하고 있을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왜, 오딘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윤하는 알수가 없었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희귀한 아이템들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래서 오딘형님이 관심을 가지게 된 거지.

아무튼 자세한건 나도 잘 몰라. 그저 오딘 형님이 시키는 거니까 하는거지."

"알겠어요. 명령이니 어쩔수 없죠."

"오딘형님이 지목한 만큼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공산이 커.

그러니까 성심성의껏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 알겠어?"

"네."

"그럼 나도 슬슬 사냥이나 하러 갈테니까 수고 하라고"

랭커를 유지하기 위해선 하루에 꼬박 10시간 이상 사냥에 임해야 했다.

그래야지만 랭커를 유지할수 있는것이다.

오스카가 길드지부를 벗어나자 윤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향한곳은 헨리가 있는 라바나 던전쪽이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헨리를 미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헨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야만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