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93화 (93/378)

< -- 93 회: 넘버원 -- >

"꾸르륵! 꾸르륵!!"

닌자 거북이 한마리가 심해에 몸을뉘였다.

흡혈오징어에게 당해 생명력이 다 빨린 까닭이었다헨리는 재빨리 흡혈오징어에게 달려들어 핏빛의 장검을 휘둘렀다.

다른 거북이들도 동료의 복수를 해주려는듯 흡혈 오징어 무리쪽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번 전투로 인해 총 13마리의 사상자가 나왔다.

사망 일곱마리. 그에 반해 여섯마리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심해속으로 이동하면 할수록 몬스터들의 레벨이 높아졌다.

처음본 말랑말랑한 오징어는 레벨이 불과 110이었는데 이제는 140대의 흡혈오징어가 주를 이루며 헨리 일행을 습격했다.

간혹 140대의 튼튼한 오징어들도 습격을 감행했지만. 이처럼 많은 피해를 주진 못했다.

그런데 유독 흡혈오징어만 나오면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남아 있는 거북이는 총 78마리에 불과했다.

아직 오징어 장군을 만나보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사상자가 늘고 있으니 헨리의 걱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갔다.

"큰일이군.거북이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으니…"

[분석해본 결과 거북이들이 흡혈오징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것 같다 주인]

튼튼한 오징어와, 말랑말랑한 오징어, 그리고 독오징어를 비롯해다른 오징어들의 공격은 물리(STR)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독오징어가 독을 발사하긴 하지만 거의 물리데미지라고 봐도 무방할정도로 육탄공격을 많이 시도한다.

방어력이 높은탓에 거북이들은 물리 데미지는 거의 받질 않았다.

하지만 흡혈오징어가 등장하자 거북이들은 제대로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만 갔다.

방어력은 높지만 생명력이 적은탓에 흡혈오징어가 촉수를 꽂아 넣기만 하면 그대로 죽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헨리는 스스로 흡혈오징어를 상대하기로 하고, 나머지 오징어는 거북이들에게 맡겼다.

"ㅤㅂㅞㄺ구야. 이번에는 어떤 무리가 있냐?"

ㅤㅂㅞㄺ구가 스캔을 펼치며 전방에 있는 몹들을 탐사했다.

[140대의 몹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말인즉 여기에도 보스는 없다는 소리였다.

"포탈 위치는?"

[전방 48미터 지점이다. 일단 오징어 무리를 뚫어야 할것 같다 주인.]

"흡혈오징어 개체수는?"

[흡혈 오징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벨 145짜리 4마리가 있다.

레벨이 5나 올랐으니 주인도 조심해라.]

흡혈오징어에게 한번 흡혈을 당해본결과 무려 1000의 HP가 빠져나갔다.

그나마 다행인건 헨리의 HP가 거의 4천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3번정도는 어찌어찌 감당이 된다.

"좋다. 그럼 이쪽에서 먼저 선제공격을 감행하자!"

헨리는 거북이들에게 돌진 명령을 내렸다.

일단 방어력이 좋은 거북이들을 선봉에 세운뒤 흡혈오징어들만 노릴 심산이었다.

레벨이 10이상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오징어들은 헨리의 손에 속절없이 썰려나갔다. 공격력만 높지 HP가 무척 적었던 까닭이었다.

거북이가 몸빵을 해주고, 헨리는 막타를 챙겼다.

거북이들이 몬스터를 잡으면 경험치 습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깨알같이 막타만 챙긴것이다.

그러자 레벨업이 무척이나 쉬워졌다.

벌써 헨리의 레벨은 120에 육박하고 있었다.

심해의 오징어 던전에서 레벨을 무려 다섯개나 올린 것이다.

"흐흐 이거참 쏠쏠하군."

[매번 느끼지만 주인은 참 사악한거 같다. 치사하게 막타만 챙기다니.]

"멍청아 어차피 쟤네는 1회용 도우미라고. 그런 애들한테 경험치 줄바엔 내가 챙기는게 낫지!"

[흥. 사악한 주인!]

"ㅤㅂㅞㄺ구야 니가 뭘 모르나 본데. 착하면 병신소리 듣는게 우리나라 실정이야.

그러니까 이해해라 앙?"

[칫 그건 궤변이다 주인.]

마음같아선 ㅤㅂㅞㄺ구에게 한국사회를 한번 실감시켜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게 문제였다.

"나도 처음엔 안이랬어. 어릴땐 봉사활동도 하고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데?"

[근데 왜이렇게 타락한거지?]

타락이라는 말에 발끈한 헨리가 ㅤㅂㅞㄺ구의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았다.

[크윽..]

"타락까진 아냐 임마!"

[칫. 아무튼 빨리 몬스터나 잡아라 주인. 잡담하는 사이 거북이 하나가 죽고 말았다.]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흡혈 오징어에게 당해 거북이 하나가 또 죽고 말았다.

헨리는 재빨리 흡혈 오징어에게 달려들었다.

흡혈오징어가 헨리에게 촉수를 내뻗으며 공격을 시도했다.

헨리는 오징어의 촉수를 피한뒤 핏빛의 장검으로 오징어의 촉수를 먼저 잘라냈다. 공격할 수단이 사라진 오징어는 뒤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소라게와 마찬가지로 공격수단을 잃으면 방어적으로 임하는 인공지능이 부여된 까닭이었다.

"잘가라 멍청한 오징어야!!"

헨리의 칼질과 거북이들의 공격이 이어져 흡혈오징어는 그대로 증발하고 말았다.

* * *

"젠장 아까보다 훨씬더 어둡군."

ㅤㅂㅞㄺ구의 라이트와 ㅤㅂㅏㅊ의눈 스킬까지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했다.

포탈을 대략 15개 정도 타고 내려온듯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장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헨리는 거북이들을 이끌고 계속해서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어?]

ㅤㅂㅞㄺ구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헨리가 물었다.

"왜그래?"

[주인 전방을 봐바라. 뭔가가 있다.]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전방쪽에서 무언가가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다.

빛이었다. 오색찬란한 빛무리들이 물속에 붕 뜬 상태로 이리저리 이동하고 있는게 보였다.

ㅤㅂㅞㄺ구는 재빨리 스캔을 펼쳐보았다.

[주인. 저놈은 반디오징어다.]

"반디오징어?"

[그렇다. 레벨은 무려 150 이다 주인. 조심해라]

반디오징어는 발광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빛을 뿜어낼수 있는 오징어다.

크기는 대략 7센치 내외로, 오징어과에서 가장 작은 몸집을 지니고 있다.

헨리는 씨익 웃었다.

안그래도 어둠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는데, 대놓고 빛을 밝혀주니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흐흐 금방 죽여주마."

눈앞에 있는 반디오징어도 오징어이니 HP가 적을터였다.

더욱이 덩치가 매우 작은 몬스터가 아니던가?

헨리는 기세좋게 반디오징어에게 달려들었다.

얼른 처리하고 다음포탈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헨리가 달려들자 거북이들도 그를 따라 돌진을 감행했다.

"이야압!!"

반디오징어는 여유있게 헨리의 장검을 피해낸뒤촉수를 이용해 헨리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현재 헨리와 반디오징어의 덱스는 거의 호각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데미지를 전혀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제길! 이자식 엄청 빠른데?"

[주인 일단 거북이들에게 여길 맡기자. 다행히 방어력이 높아서 치명타는 피하는것 같다.]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거북이들은 반디오징어의 데미지를 가볍게 무시하고 있었다.

"그게 좋을것 같다."

헨리는 전투를 거북이들에게 맡겼다.

제아무리 반디오징어가 빠르다고 한들 수로 밀어부치는 거북이들의 공격을 전부 피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헨리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막타를 노리면서 경험치만 챙겼다.

다행히 거북이들의 힘을 빌려 반디오징어를 손쉽게 소탕할수 있었다.

[주인 이번 전투로 거북이 다섯마리가 죽었다.]

"젠장 또?"

제 아무리 방어력이 높다고 한들 수많은 반디오징어를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로 인해 사상자는 또 늘어나버렸다. 헨리의 곁에는 60여마리의 거북이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더이상 피해를 입는다면 퀘스트 수행에 차질을 빚게 된다.

[주인이 작전 없이 무턱대로 돌진해서 피해가 좀더 늘어났다.

이젠 신중하게 행동해야한다 주인.]

헨리도 깨달은게 있었던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빛을 띄었다.

그리곤 전열을 다시 재정비 한뒤 부상을 입은 거북이들에게 물약을 복용시켰다물약을 먹자 거북이들의 HP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들이 먹는 물약이라 그런지 효과는 미비한 수준이었다.

헨리는 다음방으로 이동하기 위해 거북이들을 이끌고 포탈에 올라섰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짙은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ㅤㅂㅞㄺ구는 주변을 스캔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탐지가 되질 않았다

"이상하다 주인. 아무것도 없다."

방안의 규모는 거의 야구장만한 크기였다. 그런 거대한 공간속에 아무것도 없다는게 매우 꺼림직했다.

"이렇게 드넓은 공간에 아무것도 없다는게 말이돼? 다시한번 스캔 펼쳐봐"

ㅤㅂㅞㄺ구는 다시한번 스캔을 펼쳐보았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포탈도 후방에 있는것 하나뿐이다.]

각각의 방마다 포탈이 두개씩 있었다.

전방에 하나. 후방에 하나.

하지만 이방은 후방에만 하나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방이 마지막 방이라는것을 의미했다.

헨리는 거북이들에게 방안을 샅샅히 수색 하라고 명령을 내린뒤, 자신도 방안을 이곳저곳 뒤져보았다.

"응? 뭐지 이건?"

센터 부근에 다달았을때 십각형 모형의 형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헨리는 십각형의 꼭짓점 부근으로 걸어갔다.

"왠 석상이지?"

랜턴과 비슷한 형태의 석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랜턴을 거기다가 꽂아 넣으라는듯 석상 일부가 깎여져 있었다.

[주인 이게 뭘까?]

"아무래도 이곳에다가 랜턴을 꽂아 넣으라는것 같은데?"

[랜턴을?]

헨리는 들고 있던 랜턴을 석상에 한번 끼워넣어 보았다.

놀랍게도 랜턴 자체가 알맞게 박혀 들어갔다.

"것봐 내말이 맞지?"

[오호 정말이군. 그럼 9개의 랜턴을 꽂아놓으면 되는건가?]

"넘버원 측에서 이유없이 석상을 만들진 않았을껄? 마침 랜턴도 딱 10개가 있으니까 한번 다 끼…"

헨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헨리가 랜턴을 끼워넣자 십각형 중심부에 새겨진 커다란 석상에서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십각형 도형이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