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0 회: 넘버원 -- >
"흐으음."
헨리는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라장군을 쓰러뜨릴만한 비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된이상 어쩔수 없이 소라장군보다 레벨을 더 높게 올려야만 했다.
넘버원의 특성상 몬스터보다 레벨이 높으면 그 몬스터를 좀더 수월하게 잡을수 있다. 이점은 PC게임과도 매우 흡사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헨리는 일단 레벨을 올리는쪽으로 가닥을 잡고 소라동굴을 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싶어 바위틈을 뒤져도 보고, 소라껍데기를 훑어도 봤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연판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ㅤㅂㅞㄺ구야. 뭐 짐작가는거라도 없냐?"
[짐작가는거라니?]
"용궁을 찾을때처럼 연관된 무언가가 있다거나 아니면…"
[없다 주인. 그냥 찾아라]
ㅤㅂㅞㄺ구가 딱잘라 말했다. 저 건방진 놈을 한대 쥐어박을까 했지만 마음씨 좋은 헨리는 한번 참기로 하고 묵묵히 소라들을 학살했다.
평균적으로 레벨 105를 형성하고 있었던탓에 소라들은 애시당초 헨리의 상대가 될수 없었다.
간간히 중간보스급의 소라게들만이 헨리에게 위협이 될 뿐이었다.
[플레이어 헨리 님의 레벨이 112가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업으로 인해 스탯 3개가 생성되었습니다.]
어느덧 사냥을 하다보니 112가 되었다.
헨리는 스탯 3개를 모조리 DEX쪽에 투자한뒤 몸놀림을 빠르게 만들었다.
또다시 지루한 사냥이 이루어졌다.
ㅤㅂㅞㄺ구는 단순히 스캔만 펼칠 뿐이었고, 헨리는 장검만 휘두를 뿐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ㅤㅂㅞㄺ구가 눈을 빛내며 헨리에게 경고성을 알려왔다.
[주인 조심해라 후방 5미터 지점에서 소라게 두마리가 빠르게 접근중이다.]
"뭐라고? 아까 스캔에 안잡혔잖아?"
[방금 막 젠이 된것 같…주인 위험하다 피해라!]
고개를 돌려보니 소라게가 내뱉은 물대포 줄기가 헨리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헨리는 가까스로 물대포를 피해냈다.
"망할것들이 기습을 해오네?"
[주인 조심해라. 소라게의 레벨은 130이다. 게다가 두놈이다]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이 좋기 때문에 헨리가 전혀 꿀릴게 없었다.
"하아앗!"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헨리는 장검을 치켜들고선 소라게의 집게를 먼저 공략했다수색작업을 펼치면서 소라게들을 많이 상대해본터라 소라게의 약점을 쉽게 파악할수 있었다.
댕강!
핏빛의 장검에 격중당한 집게가 그대로 잘려나가자 소라게가 뒤로 슬금슬금물러났다. 공격 수단을 잃은 소라게는 물대포로 저항하며 헨리에게 위협을 가해왔지만, 소라장군이 구사하는 것과는 달리 물대포의 속도가 현저히 느린탓에 눈 감고도 피할수 있을 정도였다.
헨리는 마무리를 가하기 위해 소라게에게 달려들었다.
멀쩡한 소라게 한마리가 헨리의 등뒤에서 다시 물대포를 발사했다.
[주인 놈이 후방에서 공격해 온다!]
"알아 임마!"
헨리는 재빨리 물대포를 피했다.
물대포는 헨리를 벗어나 동료 소라게 쪽으로 날아갔다.
"끄으윽!"
소라게는 동료 소라게가 쏜 물대포에 맞아 빈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틈을 노려 헨리는 핏빛의 장검으로 일격을 가했다.
그러자 소라게가 맥없이 축 늘어졌다.
이제 남아있는 소라게는 단 한마리였다.
헨리는 소라게의 집게를 먼저 제거한뒤 놈의 껍질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데미지가 반정도 밖에 안박혔는데, 112가 되고나니100퍼센트의 데미지가 박혔다.
어느덧 껍질 해체작업이 끝났다.
껍질을 해체하면 이후에는 식은죽 먹기였다.
본체에 데미지를 가하면 그대로 쓰러지는 것이다.
"휴우. 역시 놈들의 약점은 집게였어."
집게를 공략하면 놈들은 이상하게 뒷걸음질을 치곤했다.
무조건 도망만 치는 것이다.
아무래도 공격장치인 집게가 떨어져 나가면 재생될때까지 방어적으로 임하게끔 인공지능이 부여된 모양이었다.
[그런데 주인 저게 뭐지?]
"응?"
[두번째 소라게가 죽으면서 뭘 드랍했다. 한번 봐바라.]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소라게의 시체 사이에서 하얀 물체가 두둥실 떠있었다.
헨리가 정체불명의 물체를 집어들자 넘버원 내부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띵! 신비한 진주 아이템을 습득하셨습니다!
<용궁의 반란.2>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소라장군이 숨겨놓은 연판장을 찾으셔야 합니다.
소라동굴을 샅샅히 뒤져서 소라장군의 연판장을 찾아
거북장군에게 건네주십시오]
신비한 진주를 사용하시면 어떤 몬스터가 연판장을 들고 있는지 알수
있게 됩니다. 신비한 진주를 사용해 보세요!
시간제한X
난이도:C+급
용궁퀘스트는 연계퀘스트로 이루어집니다.
지금은 현재 용궁퀘스트 제2단계(1)을 수행중이십니다.
신비한진주: 소라장군이 숨겨놓은 연판장의 위치를 알수 있게 해주는
신비한 진주입니다. 아이템을 사용하시면 몬스터의 이름이
비춰짐과 동시에 어떤 몬스터가 연판장을 들고 있는지 알수
있게 됩니다.
"뭐,뭐야 이거?"
헨리는 무척 얼떨떨했다. 중간보스인 소라게를 잡았을 뿐인데 갑자기 퀘스트가 갱신된 까닭이었다.
사실 소라장군의 연판장 퀘스트는 무척이나 쉬운(?) 퀘스트였다.
먼저 중간보스 소라게를 잡아 신비한진주를 획득한후, 신비한 진주를 클릭해서 그 몬스터를 잡으면 끝이 나는것이다.
하지만 생전 처음 용궁에 와본터라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헨리였다.
[아무튼 다행이다 주인. 이로써 퀘스트는 거의 끝난것과 다름이 없다.]
헨리는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지만 아직까지 방심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심호흡을 한번 한뒤 신비한 진주를 사용해보았다.
띵!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신비한 진주가 몬스터 NO.127을 가리킵니다.
몬스터 127번은 해초에 위치한곳에 자리를 하고 있으니
해초 근방을 수색해주십시오.
<몬스터 앞에서 신비한 진주를 사용시 몬스터 고유의 넘버가 나타납니다결론은 127번 몬스터를 잡으라는 거였다.
헨리는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소라에게 신비한 진주를 사용해보았다.
띵! 몬스터의 고유넘버는 17입니다.
[17번이란다 주인. 빨리 127번을 찾아라.]
"아씨 이걸 또 언제 찾고 있어?"
무척 쉬운퀘스트인줄 알았는데 또 다른 함정이 깔려 있었다.
헨리는 분통이 터졌다. 도대체 127번 몬스터를 어디에 가서 찾는단 말인가?
아니 찾는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건 자명한 이치였다.
[괜히 C+ 퀘스트가 아니다 주인. 그러니까 퀘스트를 수행하려면 빨리 127번을 찾아라.]
"에휴!!"
* * *
띵! 몬스터의 고유넘버는 38번 입니다.
띵! 몬스터의 고유넘버는 72번 입니다.
띵! 몬스터의 고유넘버는 94번 입니다.
띵! 몬스터의 고유넘버는 19번 입니다.
띵! 몬스터의 고유넘버는 422번 입니다.
띵! 몬스터의 고유넘버는 192번 입니다.
띵! 몬스터의 고유넘버는 328번 입니다.
"아아아아악!!!"
한시간 동안 수색에 열을 올렸지만, 100번대의 몬스터를 보는것도 힘이 들 지경이었다. 소라장군의 동굴이 워낙 넓은것도 한몫했고, 무엇보다 몬스터들의 개체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서 쉽게 발견할수가 없었다.
결국 헨리는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가만히 있던 ㅤㅂㅞㄺ구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주인]
"왜?"
[퀘스트 내용에 해초 근방을 수색하라고 했는데 주인은 왜 해초 쪽으로 가질 않는건가?]
분명히 퀘스트 내용에는 <해초 근방을 수색>하라고 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헨리는 해초쪽으로 가기는 커녕 몬스터들이 밀집해 있는곳으로만 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ㅤㅂㅞㄺ구는 설마싶어 헨리에게 그 사실을 일러주었다. 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무슨소리야? 해초 근방을 수색하라는 내용이 어디있다고 그래?"
[퀘스트 내용을 다시한번 자세히 봐바라]
띵!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신비한 진주가 몬스터 NO.127을 가리킵니다.
몬스터 127번은 <<해초에 위치한곳>>에 자리를 하고 있으니
<<해초 근방>>을 수색해주십시오.
몬스터 앞에서 신비한 진주를 사용시 몬스터 고유의 넘버가 나타납니다.
"……"
ㅤㅂㅞㄺ구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헨리를 쳐다보았다.
순간 기분이 상했지만 ㅤㅂㅞㄺ구에게 화를 내봤자 자신의 무지함만 드러낼 뿐이었다.
헨리는 스리슬쩍 ㅤㅂㅞㄺ구의 시선을 회피하며 해초가 있는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