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89화 (89/378)

< -- 89 회: 넘버원 -- >

"뭐 괜찮아. 때론 이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으니까."

20만원짜리 강화주문서를 드랍한게 못내 아쉬웠지만 헨리는 그 상황을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그동안 용궁에서 사냥하며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20만원은 그야말로 껌값이었다.

300만원에 올려놓은 각성의 비약은 어떤 호구가 사가지고 가는 바람에 300에 팔수 있었고, 말미잘 장군의 갑옷도 무려 1500만원에 팔렸다.

경매장에 올리자마자 순식간에 팔린것이다.

생전 처음보는 아이템이라 그런지 말미잘 장군의 갑옷을 사간 플레이어는 헨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플레이어는 말미잘 장군의 갑옷을 용궁과 연관짓지는 못했다.

그 덕분에 헨리는 용궁에 관련된 비밀을 발설하지 않을수 있었다.

물론 발설할 생각은 애초에도 없었다.

혼자 독점하기도 바쁜데 뭣하러 남들에게 고급정보를 알려준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이번 죽음을 계기로 사뭇 깨달은게 있어서였다.

"독점이 좋긴 하지만, 안좋은점도 반드시 있어. 그건 바로 정보가 전무하다는거지"

용궁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 보니까 보스들이 무슨 스킬을 쓰는지 전혀 알수 없었다. 만약 보스들이 무슨스킬을 사용하는지 알수만 있다면 쉽게 퀘스트를 클리어 했을수도 있었다.

지금도 소라장군의 능력을 모르고 덤볐다가 개죽음을 당했던 헨리가 아니던가?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미리 도망쳤다면 죽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과욕이 화를 부르고 말았다. 용궁퀘스트를 빨리 클리어해서 좋은 보상을 받고, 그 보상품을 플레이어들에게 팔아야겠다는 생각만 해서 무리하게 소라장군을 잡으려다가 죽은것이다.

"그때 각성의 비약을 한번 써볼걸 그랬나?"

각성의 비약:

복용시 플레이어의 모든 능력치가 200퍼센트 상승합니다.

지속시간은 단 <<10초>>입니다.

하루에 한번만 복용할수 있으며 능력치를 200퍼센트

상승시켜 주는 만큼 짧은 시간안에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수 있게 해주는

특급 아이템입니다.

만약에 각성의 비약을 사용했더라면 충분히 잡았을 것이다.

문제는 잡고 나서다. 사실 퀘스트 내용이 소라장군 퇴치였다면 분명히 사용했을거다. 하지만 연판장을 찾는 퀘스트이다보니 망설여진게 사실이었다.

막말로 비약을 먹고 소라장군을 잡았다고 치자. 그런데 연판장이 안나온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그 허탈감은 말로 형용할수 없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300만원에 팔린 아이템이니 함부로 쓰기에도 매우 아까운아이템이었다. 그래서 헨리는 그 중요한 순간에도 각성의 비약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 * *

"역시나 없는건가?"

헨리의 죽음을 계기로 나는 오랜만에 PC에 접속한뒤 넘버원 사이트를 둘러보았다. 가만히 있는것보단 자료조사를 하면서 넘버원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찾고 있는 정보는 다름아닌 용궁정보였다.

하지만 용궁에 관련된 정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넘버원 공지에 올라와 있는 기본정보만 있을뿐이었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아직 용궁을 발견한 놈이 나밖에 없으니까.

아이고오 머리야…"

소라장군 퀘스트를 깬다고 해도 아직 남아있는 퀘스트는 많다.

거북장군이 말하길 반란의 주동자는 범고래 장군이라고 했다.

그말인즉 범고래장군까지 퀘스트가 이어진다는 소리다.

범고래장군은 또 무슨 스킬을 쓸지, 그 수하놈들은 얼마나 강력할지, 이 모든 정보를 헨리 혼자서 전부 파악해야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시리 뒷골이 땡겨왔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금요일이네?

오랜만에 진영이를 불러다가 은근슬쩍 물어볼까??"

강진영은 넘버원 기획팀에서 게임에 관련된 스토리 텔링과 아이템을 새롭게 만들고 밸런스 조절을 담당하고 있는 고급 인력이었다.

때문에 이녀석을 캐내면 용궁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알아낼수 있을것 같았다.

"한 7시쯤에 전화해보면 되겠지?"

현재 시각은 오후 5시. 한창 일을 하고 있을 시간대라서 두시간동안 TV를 보며 뒹굴 거리다가 7시가 되자마자 강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전화연결이 한번에 이루어졌다.

[이야~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지강혁씨가 왠일로 나한테 전화를 다한거냐?]

[그냥 잘 살고 있나 싶어서 전화해봤다. 잘지내곤 있냐?]

[나야 뭐 상사새끼한테 맨날 갈굼 받으며 살고 있지. 너는 직장 구했냐?]

[입에 풀칠은 하고 있다.]

[오? 그럼 직장 구했다는거네?]

[그건 그렇고, 너 오늘 시간 되냐?]

[시간? 시간은 왜?]

[전에 너한테 거하게 얻어먹었잖냐. 그래서 이번엔 형이 한번 사줄려고 그러지]

[오오 정말이냐? 너 돈도 얼마 없잖아?]

[월급 들어와서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다.]

[우와 이새끼 이거 출세했네? 그럼 한번 얻어먹어볼까?

몇시에 어디에서 만날까?]

[그냥 강남에서 보자 너 회사도 강남이잖아. 8시에 강남 2번출구로 와라]

[그럼 그때 보자.]

*  * *

불금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거의 발디딜 틈조차 없어보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알바생들은 땀까지 삐질삐질 흘려가면서 일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일단 여기에 앉자."

운좋게 손님 두명이 자리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를 꿰찬뒤 진영이가 좋아하는 양념치킨 한마리와 맥주 자이언트(3000)을 주문했다. 진영이가 넌지시 나에게 물어왔다.

"도대체 무슨일을 시작한거야?"

"여태 그게 궁금했냐?"

"프로그래머 일을 한달하고 거의 백수로 살았잖아?

취업하기 상당히 어려웠을텐데 덜컥 취업이 ㅤㄷㅚㅆ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그런다."

"그냥 인터넷 취업사이트에서 안드로이드 계열 개발부 쪽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그게 덜컥 돼버렸지 뭐냐. 프로그래머로 일한 경력을 서술했더니 바로 뽑더라"

아직까지 백수라고 하면 이것저것 캐물을것 같아서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다행히 진영이는 내말을 전부 믿는 눈치였다.

"그래? 아무튼 정말 축하한다. 이제 백수생활 탈출했으니 여자 만나서 장가갈일만 남았구나"

"ㅋㅋ 장가는 무슨. 아무튼 밥도 못먹고 일하는걸 보니 너도 참 고생이 많다.

근데 양념치킨 한마리로 배가 차겠냐?"

원래는 뷔페집에 들려서 밥을 먹고 술집에 오려고 했다.

하지만 진영이가 곧장 호프집으로 오자고 해서 이렇게 오고 말았다.

"술이 곧 밥이요, 밥이 곧 술이지."

"명언인데?"

"내가 좀 철학에 관심이 많잖냐 ㅋㅋㅋ"

"철학은 개풀. 그나저나 일은 할만하냐?"

본격적으로 썰을 풀었다.

바로 용궁에 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밑밥을 투척한 것이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일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신경쓸게 많아서 스트레스 탈모가 올 지경이다. 밸런스 잡는게 왜이렇게 힘든지 원."

"그렇구나. 하긴 밸런스 잡기가 쉬운일은 아니지. 나도 안드로이드게임 만드는데 밸런스 잡기 무척 어렵더라."

"안드로이드 앱을 말하는것 같은데? 그거 앵간히 어렵지 않아?"

"무척 어렵지. 마음같아선 때려치우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또 백수가 되니까마지못해 다니는거지 뭐."

"에효 아무튼 말도 마라. 밸런스 문제 때문에 미치겄다."

"밸런스 하니까 갑자기 생각난건데 너 전에 나한테 레오라는놈 이야기 하지 않았냐? 그놈이 또 밸런스 망치던?"

"새끼 기억력은 무척 좋네."

"내가좀 좋긴 하지. 아무튼 그놈이 또 말썽 부리냐?"

"어찌된 영문인지 요즘은 잠잠하더라고"

"그런데 왜 표정이 어두워?"

"어휴 말도마라. 넘버원 직업 밸런스가 맞춰졌나 싶었는데 다른 사건이 터지더라고. 특히 신규던전에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끊이질 않고 있지."

"신규던전?"

"이번 패치를 통해 새로 나온 미개척도시를 말하는 거야. 이거에 대해선 할말이 정말 많은데 함부로 발설하기가 좀 그러네. 워낙 중대사항이라서 말야.

"넘버원을 안하는 나에게도 발설하기 좀 그런가보네?"

"마음같아선 이야기하고 싶어 미치겠는데, 잘못걸리면 회사에서 짤릴수도 있거든. 그러니 이해해라."

"니 밥줄이 걸린문젠데 그건 당연히 이해해야지. 너무 신경쓰지마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괜히 녀석을 불러낸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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