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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88화 (88/378)

< -- 88 회: 넘버원 -- >

집에 도착한 헨리는 곧장 넘버원에 접속했다.

아직까지 클리어하지 못한 소라장군 퀘스트를 클리어 하기 위해서였다.

헨리가 접속하자 ㅤㅂㅞㄺ구와 신지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빠 왔어?"

[오늘은 조금 늦었군 주인.]

"아 볼일이 좀 있어서 말야."

[또 똥싼건가?]

"…너 똥 나오도록 존나 처맞아볼래?"

[하하하. 농담이다 주인. 그런데 뭘한건가?]

"그냥 윤지랑 같이 밥좀 먹고왔어.매번 밥해먹기 귀찮아서 말야"

[흐음 밥이라… 하긴 주인은 건강에 좀 신경써야 할것 같다.

게임을 하더라도 뭐라도 좀 든든히 챙겨먹고 해야하는데 주인은 너무 안먹는다이제부터라도 게임시간을 좀 줄이길 바란다.]

어떨때 보면 게임내에 존재하고 있는 ㅤㅂㅞㄺ구가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도 어머니가 대신 해줘야 할 말을 ㅤㅂㅞㄺ구가 대신 해주고 있었다.

ㅤㅂㅞㄺ구의 말에 헨리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대놓고 티를내진 않았다.

"널 괴롭히기 위해 게임시간을 좀더 늘려야겠다 임마!"

[역시 주인은 매우 사악하군.]

헨리는 마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넝마가 되어있는 방어구들을 수선하고, 날이 갈려있는 핏빛의 장검을 수리하기 위해서였다. 물약도 거의 다 떨어진 상태라서 충전을 해야만 한다.

헨리는 잡화상점에서 갖가지 요리 재료들을 사들고 음식을 만들어 신지에게 먹였다. 며칠동안 이짓만 하다보니 이제는 완전히 요리사가 다 된 기분이었다배가 불렀는지 신지가 만족스러운 빛을 띄며 헨리에게 다가와 뽀뽀를 쪽 하고 해주었다.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나저나 마을은 정말 썰렁하네. 아직도 사람들이 용궁을 못찾은건가?"

간혹 좀비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혼자서 마을을 돌아다니는 경우를 종종 볼수있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그런 느낌 말이다.

아직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거라곤 용궁 NPC와 물고기들이 전부였다.

물론 헨리에게는 무척이나 좋은 상황이었다.

용궁 아이템을 전부 독점할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으니까

"그나저나 지랄이네. 내가 혼자서 소라장군을 잡을수 있을까?"

[찾기 퀘스트인데 왜 굳이 소라장군을 잡으려 하지?]

"연판장을 찾는거잖아? 그 중요한 물건을 설마 졸개들이 가지고 있겠냐?

내가 생각하기엔 틀림없이 소라장군이 가지고 있을거야."

헨리는 단순하게 소라장군이 연판장을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ㅤㅂㅞㄺ구 또한 헨리와 생각이 같았는지 헨리의 말에 수긍하는 빛을 띄었다.

[하긴 그렇기도 할것 같다 주인. 설마 졸개들에게 그 중요한 연판장을 맡겨놓겠나?]

"내말이 그말이지. 일단 소라장군을 한번 만나봐야겠다.

한번 싸워보고 안되면 다른수를 생각해봐야겠어"

[주인의 레벨은 108이다. 거북장군이 말하길 소라장군의 레벨은 150대라고 하던데 괜찮겠나?]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알겠지. 한번 부딪혀 보기나 하자."

[너무 대책없이 나서는것 같다. 차라리 윤지나 리나를 불러서 동행하면 어떻겠나? 그녀들도 용궁의 존재를 알면 매우 기뻐할거다]

ㅤㅂㅞㄺ구가 느닷없이 윤지를 거론했다.

헨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도 윤지랑 좀 지내봐서 알거 아냐? 윤지는 성격이 곧고 매우 착해.

그리고 거짓말을 못하지. 막말로 내가 윤지랑 리나를 용궁으로 데려왔다고 치자. 그럼 우리 길드원들이 가만히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십중 팔구는 윤지에게 어디냐고 물을거 같은데?

그럼 윤지가 뭐라고 말을 할까?"

[그야 당연히 용궁이라고 하겠지. 거짓말을 못하니까.]

소문은 소문을 낳는법이다. 이럴땐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게 상책이었다.

막말로 라이올라 섬을 발견했을때도, 나몰라라 하고 제할일만 하던 녀석들이 아니던가? 놈들에게 굳이 용궁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진 않았다.

왜냐고? 괘씸해서. 더욱이 MT까지 간마당이었고 윤지는 아파서 골골거리고있다. 그래서 부르기가 좀 뭐한게 사실이다.

"말이 좀 이상한대로 샜는데, 일단 소라장군을 한번 상대해보고, 추후에 일은 그때가서 생각하자"

[알겠다 주인.]

"신지야 가자!"

"응 오빠."

*  * *

[주인 위험하다! 빨리 피해라!]

소라장군이 발사하는 뾰족한 소라껍질이 복부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헨리는 재빨리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뾰족한 소라껍질은 아슬아슬하게 헨리의 옆구리를 스치고 소라동굴 구석에 처박혔다.

콰콰콰쾅!!

회백색 먼지기둥들이 사방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먼지로 인해 동굴의 시야가 전부 가려질 정도로 소라장군의 뾰족한 소라껍질은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헨리는 절로 위축이 되었다. 어느정도 강할거라곤 예상했지만 이정도로 강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크윽. 이 망할 거북장군 새끼! 이건 말이 다르잖아!"

거북장군이 말하길 [소라장군은 방어력만 높지 공격력은 그렇게 세지 않다네]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방어력은 둘째치고 공격력 또한 실로 무지막지 할정도로 엄청나게 강했다. 방금 뾰족한 소라껍질이 허리를 스쳤는데도 HP가 400 이나 빠져버렸다. 단지 스쳤는데 저만큼의 데미지를 받은 것이다.

<<인간따위가 감히 나에게 덤벼들다니! 죽어라 인간!!>>

소라장군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뾰족한 소라껍질을 헨리에게 쏘아붙혔다.

날아오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서 피하는것도 버거울 정도였다.

결국 헨리는 또다시 뾰족한 소라껍질에 자상을 남기고 말았다.

[HP가 450 줄어들었습니다.]

"크윽. 젠장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놈을 쓰러뜨릴수 있는거지!?"

[주인 혼자서는 무리다. 일단 후퇴하는게 좋을것 같다.]

"야임마! 공격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나더러 후퇴하라고? 그게 말이 되냐!?"

남아있는 물약은 아직 1700개. 그때문에 헨리는 싸움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헨리가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ㅤㅂㅞㄺ구가 다시한번 헨리를 설득했다.

[지금 주인의 힘으로 소라장군을 퇴치하는건 불가능하다. 일단 레벨을 좀더올리고 150이 된 연후에 잡아야한다.]

"난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거든? 잘봐라. 내가 어떻게 저놈을 족치는지!"

ㅤㅂㅞㄺ구의 음성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녀석이 견고 스킬을 쓰면 주인만 위험해진다!]

"<견고> 따위 개나 줘버리라고해 임마!"

헨리는 ㅤㅂㅞㄺ구의 조언도 무시하고 소라장군에게 달려들었다.

소라장군이 가소롭다는듯 헨리를 보며 비웃었다.

<<너의 공격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소라장군의 몸에서 섬광과 같은 하얀 빛무리들이 발산되었다.

소라장군이 [견고] 스킬을 발동시켜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헨리는 크게 도약을 하면서 일도양단의 수법으로 소라장군의 껍질을 가격했다.

"하아앗!"

까아앙!

[소라장군에게 1의 데미지를 입히셨습니다.]

견고 스킬이 적용되자 헨리의 공격은 아무런 데미지조차 주지 못하고 계속 튕겨져만 나왔다. 헨리는 분통이 터졌다. 말미잘 장군때도 그랬고, 뭐만 하면 데미지가 박히질 않는 것이다.

"젠장! 왜! 왜 안박히는거야 왜!"

헨리는 설마 싶어 핏빛의 장검 상태를 한번 확인해보았다.

<<핏빛의 장검>> 유니크 아이템

무기 타입: 장검 <방패와 같이 착용할수 있습니다.>

공격력: L:200-250 S:300-350 내구력:7849/10000

STR:30 상승.

DEX:10상승.

CON:20상승

수리가능. 사망시 10퍼센트 확률로 아이템을 드랍합니다.

모든 직업군 사용 가능// 사용제한:X 레벨제한: 50 이상.

아이템 강화 실패시 1성부터 파괴됩니다.

희대의 흑마법사 데몬솔로가 만든 핏빛의 장검입니다.

데몬솔로의 소환수 데스나이트가 착용하던 검으로,

생명체의 혈액을 흡수할수 있다고 하여 핏빛의 장검이란 이름이 붙혀졌습니다.

(단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할땐 혈액흡수 불가) 특수능력치:

1)핏빛의장검이 피격체에게 격중할때마다 포인트가 조금씩 오르며, 포인트 수치가 100 이 되었을때, 100의 체력을 회복할수 있습니다.

동시에 200의 데미지를 상대에게 돌려줍니다.

2)핏빛의 장검에 격중당한 몬스터들은 20퍼센트 확률로 출혈데미지를 입습니다. 출혈이 심할경우 상대가 죽기도 합니다.

(언데드 몬스터에겐 해당사항이 없습니다.)(이상해 능력치는 그대로인데 도대체 왜 데미지가 1밖에 안박히는 거지?)소라장군은 빅사이즈의 크기다. 즉 핏빛의 장검L 데미지가 적용되야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데미지가 1밖에 박히질 않는 것이다.

사실 견고 스킬은 상대방의 레벨이 소라장군보다 낮을때 <평타공격시>

데미지가 무조건 1만 박히도록 설정이 되어있었다.

즉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가 소라장군을 잡으려면 무조건 스킬로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헨리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소라장군에게 데미지조차 입히질 못하는거였다.

<<네놈의 힘으로 나를 쓰러뜨리는건 무리다>>

소라장군이 뾰족한 소라껍질을 발사하려던 찰나.

신변의 위협을 느낀 헨리가 먼저 선수를 쳤다.

단지 녀석의 공격을 늦추고자 막무가내로 전개한 공격이었다.

"파워 슬래쉬!!"

<<크어억!>>

그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파워 슬래쉬에 맞고 소라장군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난 까닭이었다.

여지껏 1의 데미지를 받던 녀석이. 이번에는 300의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헨리 본인도 이상황을 인지 못하고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ㅤㅂㅞㄺ구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한거지 주인?]

"어? 그,그냥 파워슬래쉬 스킬을 쓴것 뿐인데?"

<크윽 이 망할인간이 감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죽어라 인간!!>

소라장군의 등뒤에서 거대한 껍질이 살며시 벌어지더니 갑자기 물대포두방이 헨리의 몸쪽으로 날아들었다. 워낙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터라헨리는 물대포 한방을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크어억!"

우당탕탕탕!!

헨리는 온몸으로 지면을 쓸면서 볼썽사납게 동굴 구석탱이에 처박혀 버렸다.

[소라장군의 물대포에 격중당하셨습니다. HP가 1200 감소 하였습니다.]

물대포 한방에 1200의 HP가 빠져버렸다.

역시 말미잘 장군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정도로 막강한 몬스터였다.

[출혈 효과가 10초동안 발생합니다. HP가 지속적으로 2퍼센트씩 깎입니다!]

"우웩!"

헨리는 붉은 핏덩이들을 하나둘 토해냈다.

공격을 맞으면서 벽에 처박히고, 치명타까지 터진터라 출혈효과가 발생하고 만것이다. 물약을 벌컥 벌컥 들이켰음에도 불구하고 출혈효과 때문에 물약으로 채워지는 HP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닳고 있었다.

더욱이 쿨타임 5초까지 걸려있는 상황이라서 연달아 물약을 먹을수가 없었다.

<<흐흐흐! 마무리다 건방진 인간!>>

[주인 위험하다! 지금 당장 후퇴해야한다!]

"크으윽!"

소라장군은 주력 스킬인 뾰족한 소라껍질 세발을 헨리쪽으로 날렸다.

헨리는 핏빛의 장검을 들어 뾰족한 소라껍질 하나를 간신히 쳐낼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서 날아온 후속타를 끝끝내 막아내지 못하고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하필 그 타이밍에 수하 몬스터들이 젠까지 되어버렸다.

순간적으로 각성의 비약을 먹을까도 생각해봤지만, 헨리는 한번 참기로하고 두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잘가라 인간!>>

전방으로 쏘아지는 물대포 두발.

그리고 많은 수의 몬스터들.

사방에서 붉은빛이 번쩍거렸다.

데미지를 받았다는 메세지가 캡슐 내부에서 울려퍼졌다.

정확히 네번 들었을때 캡슐 내부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캡슐안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용궁의 보스몬스터 [소라장군]에게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경험치 3퍼센트를 잃으셨습니다.]

[아이템 강화주문서를 드랍하셨습니다]

[사망패널티로 인해 12시간 동안 <헨리>를 플레이 하지 못합니다.]

[12시간 이후에 접속해주십시오]

그 메세지를 끝으로 헨리의 모습이 감쪽 같이 사라져버렸다.

헨리가 두번째로 맞는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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