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5 회: 넘버원 -- >
용궁에서 루드비어까지의 포탈비용은 자그마치 3만원이나 했다.
거리가 그만큼 멀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비싼것이다.
헨리는 루드비어에 도착하자마자 계정창고에서 얼음 100개를 꺼내들고 대장장이 NPC 빙하에게 다가갔다.
빙하는 헨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레오를 대했을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허허 자네는 루드비어 마을에 처음 온듯 하군. 나는 NPC 빙하라고 하네 만나서 반갑구먼."
"하하 안녕하세요!"
(개새끼 레오를 했을때 얼음칼 만들어줬으면 6만원 아낄수 있었는데…)방금전 다녀간 악명높은 유저가 눈앞에 있는 유저라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한 빙하NPC였다. 그가 다시금 넉살좋게 말했다.
"좌우지간 나를 찾아온것으로 보아 뭔가 용무가 있는듯 한데 무슨 볼일인가?"
"다름이 아니라 얼음칼을 만들고 싶어서 빙하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빙하 NPC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음칼!?"
"네"
빙하 NPC가 헨리를 한번 스윽 훑어보며 말했다.
"흐음. 자네의 레벨은 암만높게 잡아봐도 100대 전후인거 같은데…"
그의 얼굴에 불신의 빛이 짙게 서렸다.
"자네가 200레벨 몬스터가 드랍하는 얼음을 구해올수 있겠는가?"
헨리는 거두절미 하지 않고 얼음 100개를 그에게 내밀었다.
빙하 NPC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설마하니 눈앞에 있는 초보가 얼음 100개를 구해올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이걸 어떻게 구한거지?"
"사람들에게 샀습니다."
[레오로 구했다 개새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헨리는 그말을 억지로 삼킨뒤아무렇게나 둘러댔다. 지금 중요한건 얼음을 어떻게 구했느냐가 아니라 얼음칼을 만드는일이다.
"허허 돈이 꽤나 많은 양반이로군. 이 비싼걸 전부 샀다니…"
사실 얼음은 그렇게 비싼 아이템이 아니다.
개당 2000원 이면 충분히 살수 있는것이다.
얼음칼의 효율성이 거의 전무하다 시피 해서 얼음의 가격은 생각보다 무척이나쌌다.
(만약 말미잘 장군퀘스트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얼음의 시세가 무척 뛸거 같군.)
아직까지 용궁에 관련된 퀘스트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얼음의 가치를 거의 쓰레기 취급하고 있었다. 만약 퀘스트가 활성화 된다면 얼음의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뛸것이다.
지금이라도 얼음을 사재기 해서 나중에 되판다면 엄청난 이문을 남길수
있을터였다
헨리는 빙하 NPC에게 수수료 3만원을 건넨뒤 얼음칼을 건네받았다.
얼음칼 (레어아이템)
타입: 검
공격력:20
내구력100/100
수리불가능/ 거래가능/ 교환가능 /레벨 1부터 사요가능
무게:10
북극의대장장이 빙하NPC가 만들어준 얼음칼입니다.
25퍼센트의 확률로 특수기능: 마비 를 시전할수 있습니다.
(단 플레이어에게는 시전이 불가능합니다. 몬스터에게만 가능)능력치는 보잘것 없었다. 무엇보다 수리가 되지 않는다는점에서 마이너스요소가 충분했다. 하지만 마비를 걸수 있다는점 때문에 말미잘 장군을 상대하기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아이템이었다.
헨리는 빙하NPC에게 꾸벅 인사를 건넨뒤 루드비어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중앙광장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개가 아이스트롤을 죽여 일확천금을 노리고자 하는 인물들이었다.
헨리는 그들을 상대로 얼음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헨리가 부른 가격은 본래의 시세보다 다섯배나 껑충뛴 만원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얼음을 파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얼음이 나와도 돈이 별로 안되서 얼음 자체를 먹지 않은 까닭에 수요가 얼마 없었던 것이다.
헨리가 사들인 얼음은 고작해야 18개에 불과했다.
이래가지곤 사재기를 하기는 커녕 시간낭비만 한 꼴이 되고 말았다.
역시 장사는 체질에 안맞는 모양이다.
(에라이. 그냥 용궁에 가서 퀘스트나 하자.)
* * *
헨리는 ㅤㅂㅞㄺ구와 신지를 이끌고 물약을 단단히 챙겨든뒤 말미잘 동굴로 이동했다더이상 시간을 끌면 언제 사람들이 용궁에 발을 들여놓을지 아무도 몰랐기에 서두른다고 서두른 것이었다.
운좋게도 20여분만에 말미잘 장군을 발견할수 있었다.
헨리는 일단 말미잘 장군을 내버려두고 거치적 거리는 졸개들부터 하나하나처리해나갔다. 그 순간 반가운 메세지가 전해져왔다.
띵! 동료 <신지>의 레벨이 10이 되었습니다! 스탯이 30개 생성됩니다.
신지는 스탯 30개를 전부 INT에 투자했다. 그 모습에 헨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설마하니 신지 스스로가 스탯을 올릴줄은 꿈에도 몰랐다.
"너 스스로 스탯량을 조절할수도 있는거니?"
"응 오빠."
ㅤㅂㅞㄺ구는 레벨업을 할때마다 헨리가 스탯을 올려주어야 하지만, 신지는 제 스스로 올려버린다. 바로 그 차이였다.
"근데 왜 인트를 올렸어?"
"엄마가 마법사니까."
아주 간단명료한 대꾸라서 헨리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그,그렇구나."
"나 레벨 10 되면서 엄청 쌔졌어. 나도 오빠를 도와줄게."
말뿐만이 아니었다. 신지는 말미잘 장군에게 다가가 마법을 캐스팅 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화살 하나가 생성되었다.
어디서 많이본 마법이다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신드라가 사용한 다크 에로우였다. 신지는 다크에로우를 말미잘 장군에게 쏘아붙혔다. 헨리와 ㅤㅂㅞㄺ구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초리였다. 하지만 해진 데미지는 고작 50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레벨이 낮다보니 인트가 낮았고, 그래서 공격력이 매우 형편없었던 것이다.
신지가 멋쩍은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뒤로 살며시 물러났다.
"오빠 나 구경하고 있을게. 미안."
"으이구.. "
레벨 10짜리에게 기대한 헨리 자신이 어리석었다.
헨리는 ㅤㅂㅞㄺ구와 함께 말미잘 장군을 향해 돌진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말미잘장군이 촉수를 뿌려가며 반격을 가해왔다.
헨리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가볍게 공격을 피한뒤 핏빛의장검을 말미잘 장군의 몸안에 꽂아넣었다.
푸슉!
"키이익!"
괴성과 함께 말미잘 장군이 휘청거렸다. 크리티컬 데미지를 받은탓에 생각보다 데미지가 컸다. 말미잘장군은 순순히 당할수 없다는듯 재차 공격을 감행해왔다. 촉수가 뻗어나가자 안쪽에 빈틈이 생겨났다.
헨리는 그틈에 다시금 안쪽으로 파고들어 말미잘 장군을 공격했다.
대략 30여번정도 칼질을 하자 ㅤㅂㅞㄺ구가 소리쳤다.
[주인 놈의 HP가 30퍼까지 줄어들었다!]
ㅤㅂㅞㄺ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말미잘 장군이 전과 마찬가지로 변신을 시도했다.
몸체는 거의 두배 가까이 커졌고, 발산하던 자줏빛 광체는 더욱더 진해졌다.
변신하는 틈을 노려 공격을 감행해볼까도 했지만 말미잘 장군의 변신이 너무급작스럽게 이루어진탓에 헨리는 그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이 순간을 위해 7시간동안 개고생을 하며 얼음칼을 만들어놓은 헨리가 아니던가!? 헨리는 핏빛의 장검을 대신해 얼음칼을 장착한후 말미잘 장군에게 돌진했다. 말미잘 장군이 촉수를 내뻗으며 헨리의 돌진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헨리가 어느정도의 피해를 감수하고 개돌을 감행한 탓이었다.
"좋았어! 이야압! 야아압!"
접근하는데 성공한 헨리는 가차없이 얼음칼을 휘둘렀다.
한번 휘두를때 마다 얼음칼의 내구도가 1씩 깍여나갔다.
헨리는 내구도 아까운줄 모르고 마비가 걸릴때까지 주구장창 패대기질만 할뿐이었다.
"얍! 얍! 걸려라 걸려! 이야압!"
[고유능력 마비가 발동됩니다. 지속시간은 3초입니다.]
헨리가 정확히 4번의 타격을 가할때 반가운 메세지가 들려왔다.
비로소 마비를 거는데 성공한 것이다.
헨리는 다시 핏빛의 장검을 치켜들고 말미잘 장군에게 열심히 휘둘렀다.
아까와는 달리 검이 튕겨나가지 않고 말미잘 장군의 몸속에 깊숙히 박혔다. 말미잘 장군의 커다란 동체가 휘청거렸다. 핏빛의 장검 데미지가 박히고 있다는 증거였다. 기세가 오른 헨리는 데스 블레이드와 파워 슬래쉬를 연달아 시전하며 놈의 HP를 10퍼센트 미만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얼음칼과 핏빛의 장검을 갈아끼우며 마비를 걸고 패대기를 하길 수차례!
드디어 놈의 HP를 10퍼센트 미만까지 깎을수 있었다.
그러자 반가운 메세지가 넘버원 내부에 울려퍼졌다띵! 말미잘 장군의 HP를 10퍼센트 미만까지 깎으셨습니다!
그와 동시에 말미잘 장군이 이유없이 축 늘어지면서 커다란 공깃방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공깃방울 안에 늘씬한 미녀 하나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바로 말미잘 장군이 인간으로 형상화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