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4 회: 넘버원 -- >
"그러니까… 말미잘 장군이 계속 재생 스킬을 쓰는 바람에 생포를 하지 못하고 퇴각을 했다? 뭐 이런소리인가?"
"재생스킬은 둘째치고 어찌된 영문인지 장검자체가 계속 튕겨져 나오더군요.
혹시 말미잘 장군에 관련된 정보를 아시면 저에게좀 가르쳐주세요."
거북장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말미잘 장군은 그렇게 강력한 장군이 아니다.
더욱이 스킬 자체를 사용할수 없는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재생스킬과 검을 튕겨내는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니?
거북장군의 표정이 별안간 심각해졌다.
"아무래도 범고래장군이 말미잘 장군에게 스킬을 전수해준 모양이군."
"스킬을 전수했다고요?"
"전에도 말했다시피 범고래 장군은 무척이나 강한자라네.
각종 스킬을 사용할수 있으며 그것을 수하들에게까지 전수를 해주곤 하지.
아무래도 말미잘 장군이 범고래 장군에게 스킬을 전수받은 모양일세.
그렇지 않고선 납득이 되질 않아."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방법이 하나 있긴한데. 시간이 좀 걸리는게 흠이야. 그래도 한번 해보겠나?"
방법이 있다는 말에 헨리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C+ 급의 퀘스트를 깰수 있다는데 더이상 무얼 망설인단 말인가?
헨리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북장군을 재촉했다.
"자네 혹시 극지방에 대해 알고 있나?"
"극지방이요?"
용궁의 인사가 느닷없이 극지방을 언급하자 헨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극지방에 대해 알고 있긴 했다. 레오를 했을당시 극지방에서 아이스트롤을 잡아 그 모피를 비싸게 사고 팔았던 레오가 아니던가?
그래서 극지방에 관련된 기억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다.
"극지방에 얼음칼이라는 레어급 아이템이 있다네.
얼음 100개를 모아서 만드는 칼인데, 순간적인 마비효과가 깃들어져 있지.
자네가 극지방에서 얼음칼을 만들어 말미잘 장군에게 마비만 걸수 있다면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질걸세. 더욱이 말미잘장군은 여타의 장군들 보다 덱스가 무척 낮기 때문에 마비를 더욱 쉽게 걸수 있을테지."
"그,그러니까 저더러 머나먼 극지방까지 가서 얼음칼을 만들어오라는…?"
"바로 그렇다네. 내가 보기에는 지금 그 방법이 가장 최선일것 같네만."
헨리의 얼굴이 대번에 벌레씹은 얼굴이 되었다.
여기서 극지방을 가려면 일단 포탈을 타고 최북단 지역에 있는 루드비어마을로 이동했다가, 거기에서 꼬박 반나절을 걸어가야만 나오는 곳이다.
워낙 춥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적이 드물고, 더욱이 기습공격에 능한 아이스트롤들이 출몰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판금갑옷을 비록해 철제 갑옷은 절대 입지 못한다.
엄청난 냉기 때문에 갑옷 자체가 얼어붙어서 순식간에 깨져버리기 때문이었다.
즉, 도적들이 입는 상의나 하의를 걸치거나, 아이스트롤의 가죽같은 보온효과가 있는 아이템을 걸쳐야지만 극지방에 갈수 있었다.
(상,하의를 입었다간 얼어죽고 말거야. 그렇다는건 보온 아이템을 걸칠수 밖에 없다는건데…)
문제는 보온아이템의 가격이 무지막지 하다는 것이었다.
가장싼 여우가죽 방어구가 10만골드다. 그에 비해 아이스트롤의 가죽은 무려 200만원을 호가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헨리로 극지방을 가는것은 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레오로 극지방을 가야겠군. 얼음칼은 창고로 옮기면 그만이니까.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무척 빨랐다.
거북장군이 다급히 나가는 헨리에게 주의를 주었다.
[얼음칼을 구하면 바로 말미잘 장군을 잡도록 하게.
참고로 말해주자면 말미잘 장군은 무척 간사하고 화술에 능하다네 그러니 그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말고, 생포 하는 즉시 나에게 데려오게!]
헨리는 거북장군과의 대화를 마치고 레오로 접속한뒤.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루드비어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제일 무난한 호피 방어구를 50만원에 사들였다. 아이스트롤의 가죽보다는 보온력이 떨어졌지만, 호피 가죽의 보온력이면 레오로썬 충분했다.
"실명화살!!"
슈우우웅! 퍼억!
"사,살려주… 크아악!!"
플레이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레오가 던진 화살이 그의 눈가에 박혔다.
[플레이어 레오님에게 실명화살을 맞으셨습니다.]
[HP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초동안 실명상태가 됩니다.]
캡슐 내부가 온통 깜깜해지자 플레이어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생전 처음으로 PK를 겪어본 까닭에 도무지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전혀 몰랐다. 레오는 당황하는 플레이어에게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치명타가 잘 터지는 독화살이었다.
레오가 날린 독화살은 기가막히게도 플레이어의 기해혈(아랫배)쪽에 정확히 꽂혔다.
[플레이어 레오님에게 독화살을 맞으셨습니다.]
[HP가 줄어들었습니다.]
[2초동안 독이 퍼집니다.]
[독데미지로 인해 HP가 지속적으로 감소됩니다.]
[HP가 1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위험하니…]
안내멘트가 채 이어지기도 전이었다.
[플레이어 <레오>님에게 격살당하셨습니다.]
[아이템 <아이스트롤의 가죽>을 드랍하셨습니다]
[경험치를 5퍼센트 잃으셨습니다.]
[사망패널티로 인해 12시간 동안 <시온>을 플레이 하지 못합니다.]
[12시간 이후에 접속해주십시오]
그야말로 순삭이었다. 레오는 시온이 드랍한 아이스트롤의 가죽을 챙긴뒤 호피가죽을 벗고 아이스트롤의 가죽을 몸에 둘렀다.
아까보다 훨씬 따뜻해졌다. 역시 아이스트롤의 보온력은 극지방에서 단연최고였다.
"흐흐흐 운좋게 아이스트롤의 가죽을 먹었군. 핫핫핫!"
레오는 극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아이스트롤의 가죽을 걸치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격살하고 있었다.
혹시나 아이스트롤의 가죽을 드랍하지 않을까 싶어서 공격한 것이다.
레벨이 겨우 이삼백에 달하는 초보들(?) 이라서 그들은 제대로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레오에 발치에 몸을 뉘이고 말았다.
레오가 획득한 가죽은 여우가죽을 비롯해 호피가죽, 그리고 아이스트롤의 가죽을 포함해 총 4장에 달했다. 장장 6시간동안 PK를 하며 벌어들인수확품들(?) 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운이 매우 좋았다.
"후우 드디어 도착한건가!?
레오는 먼저 극지방 외곽지역으로 걸음을 옮긴뒤 몬스터들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아이스동굴로 이동했다.
아이스동굴에 들어서자 아이스 트롤을 비롯해 아이스 오크와 아이스 버그베어등 수많은 몬스터들이 레오에게 달려들었다.
레오는 실명화살과 독화살을 적절히 섞어가며 놈들을 처리해나갔다.
레벨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다보니 몬스터들은 제대로된 공격한번 하지 못하고 레오의 화살 한방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으하하하 드디어 다 구했다!!"
장장 1시간에 걸쳐 레오는 얼음덩이 100개를 구할수가 있었다.
드랍율이 워낙 낮다보니 시간이 제법 걸린 것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레오는 귀환스크롤을 찢은뒤 루드비어 마을로 이동했다. 그리고 대장장이 NPC 빙하에게 다가가 얼음칼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자네는 악명이 무척 높은자로군. 나는 악명이 높은자는 상대하지 않는다네 그러니 그만 내앞에서 사라져주게."
(쳇!)
항상 이런식이었다. NPC들에게 말을 건네더라도 회피하기 바쁘다.
패치가 된 이후부터는 텃세가 더욱더 심해졌고 아이템 조차 구매할수 없었으며
아이템을 만들수조차 없었다
이렇게 된이상 헨리로 얼음을 옮기고, 이곳에 와서 얼음칼을 만들어야만 했기에 레오는 다시금 헨리로 접속했다.
장장 7시간만에 복귀한 셈이었다.
[주인 어디갔다가 지금 왔나?]
"그냥 볼일이 좀 있었다. 그나저나 신지는 어디갔어?"
[아 신지 말인가? 배가 고프다고 징징거리더니 배낭에서 돈을 꺼내들고 밥을 사먹으러 갔다. 아마 지금쯤 용궁 잡화상점에서 배터지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을 것이다.]
"뭐라고오!!?"
가관이었다. 한놈은 허락없이 레오캔디를 먹고 각성을 하더니 또 한년은 제멋대로 골드를 덥석 집어들고 잡화상점에서 음식을 사먹고 있는 것이었다.
잡화상점에 가자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신지가 거기에서 과일과, 떡꼬치등을 사들고 우걱우걱 씹어먹고 있었다. 신지가 사용한 돈은 무려 2만골드!
헨리의 표정이 대번에 똥씹은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신지야아!!!"
"우와! 오빠왔어!?"
친밀도가 워낙 높아서 신지는 헨리를 보자마자 배시시 웃으며 와락 껴안겼다.
저렇게 해맑게 웃으니 차마 화를 내기가 뭐해서 헨리는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할뿐 잔소리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에 신지가 음식을 다 먹자마자 바깥으로 불러내 꾸짖었다.
"다음부터는 절대 오빠 배낭에 손대면 안돼. 그리고 돈도 함부로 쓰면 안되고.
알겠어?"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어..."
장작 두끼를 굶겼기에 일어난 불상사였다.
이로써 헨리는 신지와 동행하며 한가지 사실을 알아낼수 있었다.
배가 무지 고프면 돈을 함부로 쓴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오빠는 뭐하다가 이제 온거야?"
그말에 대꾸한건 ㅤㅂㅞㄺ구였다.
[볼일보고 왔대 신지야]
[볼일?]
"응 잠깐 화장실 다녀온거야. 미안해 신지야. "
ㅤㅂㅞㄺ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말이다 주인. 인간은 똥을 7시간동안 싸나?]
매번 느끼는거지만 이새낀 항상 매를 버는것 같다.
지금도 그냥 닥치고 있으면 될걸 괜히 사람 신경을 돋구고 있다.
헨리는 눈을 흘기더니 인정사정없이 ㅤㅂㅞㄺ구의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