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78화 (78/378)

< -- 78 회: 넘버원 -- >

월요일 아침 . 매우맑음

보무도 당당히 가방을 챙겨들고 학교로 향했다.

예상했던것처럼 신도림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빼곡하다.

괜히 지옥철 지옥철 하는게 아니었다. 이리낑기고 저리 끼깅기기를 수십차례.

우여곡절끝에 학교에 도착하고, 1교시 강의시간에 맞춰 강의실에 들어갔다.

점심을 먹고, 또다시 수업을 들으니 어언 5시가 되어있었다.

이제 집에 가면 6시가 되어있겠지. 참 하루가 빠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오빠 어디가요!?"

나를 부여잡는 정체불명의 손가락. 자세히보니 윤지다.

"어딜가긴 어딜가? 집에 가야지?"

"오빠 오늘 정강있다는말 못들었어요?"

정강. 쉽게 말하면 학과에서 하는 모임을 말한다.

정강 있다는 소식을 못들었는데, 도대체 언제 소문을 퍼진걸까?

"지하 1층에서 정강하니까 지금 같이가요."

어쩌다보니 윤지에게 지하 1층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윤지의 말대로 지하 1층 101호실에 넘버원 학과생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형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네는 녀석들.

여자아이들도 나를 보자마자 고개를 굽신굽신 거린다.

나이가 스물셋이다보니 완전 교수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자 그럼 소집을 한 이유를 말할게요"

과대 윤정이가 앞으로 나서서 연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모인 이유는 바로 이후에 있을 MT 계획 때문이었다.

MT는 모텔을 말하는게 아니라 대학에서의 모임이다.

그러니까 2박3일동안 놀러를 가서 친목을 다지고, 재미있게 논다는 취지하에 설립된 일종의 학과의 축제이자 놀이일정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MT에 가고싶진 않았다. 2박 3일간 뻘짓 하는것도 그렇고, 그 시간동안 넘버원을 플레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막말로 오티를 갔었던 지난 2박 3일동안에도 페이를 비롯한 몇몇 아이들과만 친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많고, 매사가 진지하다보니 재미없는 형으로 낙인이 찍힌듯 싶다.

그리고 이런말 하면 속이 좁은듯 보이지만, 녀석들은 좀 간사하다.

라이올라 섬을 발견하는데 큰 공을 세웠지만, 막상 내가 도와달라고 할때면 나 몰라라 하면서 외면하기 일쑤였다. 도움에 청한것은 오로지 윤지와 윤정이, 그리고 페이 뿐이었다. 나머지 놈들은 그저 형식적인 인사만 해오고 지들이 급할때만 나를 찾는다. 특히나 정보조사를 할때 가장 심했다.

아무래도 제국의 용사 칭호 때문에 정보조사에 용이한 나를 이용해 먹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녀석들과 이번기회에 친해지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기적인 성향이 어디로 튀진 않을것 같았다.

그래서 MT에 가기가 싫었다.

"오빠 당연히 갈거죠?"

윤정이가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가기가 싫어서였다.

내가 조금 망설이자 윤정이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는 애들이랑 다 친해서 무조건 갈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윤정이는 내가 애들과 다 친한줄 아는 모양이다. 하기사 사람마다 보는 시각차이가 있으니,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지.

"언제까지 결정해야해?"

"지금당장 결정하셔야 해요 오빠. 그래야 엠티 조도 짜고, 장소도 결정하고 게임도 결정할수 있으니까요"

뭔가 급박한 느낌이 들었지만, 과대는 윤정이다. 지가 잘 알아서 하겠지.

"으음. 아무래도 못갈거 같은데."

"에이 왜그래요 오빠? 같이 가요~"

내 성격상 한번 고집을 부리면 왠만해선 잘 꺽질 않는다. 그래서 참 단호하시네요 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다.

윤정이에게 확실히 의사표현을 하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침은 벌써 8을 가리키고 있었다.

간단하게 저녁밥을 차려먹고 못다한 용궁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다시금 넘버원 세상에 접속했다.

그러자 ㅤㅂㅞㄺ구와 신지가 반갑게 헨리를 맞이해주었다.

[주인 오늘은 살짝 늦었군. 무슨일이라도 있었나?]

"오빠 배고파요 밥좀 해줘요 ㅠㅠ"

헨리는 신지의 요구대로 채취스킬을 사용해, 근처에 있는 요리재료들을 채취한뒤, 음식을 만들면서 ㅤㅂㅞㄺ구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고난 ㅤㅂㅞㄺ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기초의 모임에는 왠만하면 가는것이 낫지 않은가? 우리 드래곤종족원들도 모임이라면 무조건 참석하고 본다.]

[별로 썩 내키지가 않아서 말야.]

[뭐,주인도 생각이 있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녀석..]

한창 ㅤㅂㅞㄺ구와 이야기 하다보니 어느덧 요리가 완성되어 있었다.

헨리가 만든 요리는 바로 라이올라 짬뽕잡채였다.

각종 풀때기들과 당면을 섞어 만든 요리로, NPC와 소환수 모두가 먹을수 있는 맛있는 요리였다.

신지는 헨리가 만들어준 요리를 맛있게 먹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역시 헨리 오빠가 해주는 요리가 으뜸이었다.

(매번 요리를 해주려니 이것도 엄청난 일이네..)소환수는 소환수 상점에서 파는 음식을 그냥 먹이기만 하면 알아서 포만감이찬다. 하지만 신지같은 경우는 소환수와는 달리 NPC이자 동료로 인지된탓에 소환수 먹이를 먹일수가 없었다. 무조건 요리를 해다가 바쳐야 하는것이다.

그래서 헨리는 끼니때마다 신지에게 요리를 해먹여야 했다.

그 덕분에 어느덧 요리스킬은 레벨 5가 된지 오래였다.

[꺼윽 잘먹었다. 역시 주인의 요리솜씨는 일품이다.]

[녀석 밥을 먹어서인지 어제완 달리 좀 쌩쌩해 보이네? 오늘 많이 쉬었냐?]

[덕분에 푹쉬었다. 그나저나 용궁에 대해 좀 알아보았나?]

[말도마라. 넘버원 회사측에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아직 용궁던전을 발견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용궁을 찾기 무척 힘들거 같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넘버원 고객상담실에 전화를 걸었다용궁 던전에 관련해서 뭘좀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였다.

하지만 상담원은 질문사항을 전부 묵인해버렸다.

아직 용궁을 발견한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에 정보를 공유할수 없다는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말인즉 아무도 용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젠장 큰일이네. 용궁을 어디서 찾는담?]

미개척 던전. 그것도 새로 나온 용궁을 도대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마음같아선 친구인 진영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렇게 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수 없다!"

[주인 어쩌려고 그러나?]

헨리는 생각끝에 라이올라 남서지점을 전부 둘러보기로 했다.

레일리가 그랬던것처럼 남서지점을 전부 훑어보고, 그래도 안되면 포기할 생각이었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렇게 된이상 그수밖에는 없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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