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5 회: 타락한 신관 신드라 -- >
(스커드를 잡았을때와 비슷한걸?)엄청난 데미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드라는 상처하나 없는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깜짝 놀란 일행들은 영문도 모른채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djaak!!"
신지는 알수 없는 말을 신드라에게 외친후, 그녀에게 뛰어갔다.
몬스터였을때와는 달리 신드라는 온화한 미소로 딸아이를 와락 껴안았다실로 수년만에 상봉하는 모녀였기에 그들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재회를 만끽하고 있었다.
헨리는 모녀를 쳐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퀘스트라곤 하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이 전해졌다.
[띵! 라이올라 섬의 촌장 레스피노의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미지의 사원에 위치하고 있는 NPC 신드라를 만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그녀와 함께 대화를 나눠보세요]
안내창이 사라짐과 동시에 신드라가 딸아이를 가볍게 내려놓고 헨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고개를 꾸벅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반갑습니다 플레이어님. 저는 이 사원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NPC 신드라
라고 합니다.]
[당신의 고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제 딸아이를 만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촌장님의 부탁을 위해서 이곳에 온것입니다. 감사는 촌장님에게 하는
것이 도리일듯 싶군요.]
촌장이라는 말에 신드라의 얼굴에 미안함이 떠올랐다.
[그랬군요... 레스피노가 나를 위해서... 그럼 이걸 레스피노 촌장에게 전해
주실수 있을까요? ]
띵< 신드라의 편지를 받으셨습니다. 레스피노에게 전해주십시오!>
헨리는 편지를 받아든후 그녀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신드라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마음을 정한듯 헨리에게 다시한번청을 해왔다.
[신지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아쉽게도 저는 신지를 보살필수
없는 몸이랍니다.그래서 말인데, 혹 제 청을 하나 들어주실수 있을런지요?]
엄마라는 작자가 딸아이를 보살필수 없는 몸이라니? 헨리는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례 그녀에게 물었다. 어째서 신지르 보살필수 없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돌직구를 날려온 것이다.
[정확히 10년전, 마왕 케루빔에 의해 제 딸아이 신지가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차오르는 마기로 인해 타락하게 되어, 인간들을 공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끝에 이곳 미지의 사원을 보금자리로 삼아 숨어 들게 되었지요. 시시 때때로 이성을 잃고,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기 위해선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미지의 사원은 원래 페허가 아니었다. 오래전 라이올라 섬에 있었던 사원이었던 만큼 처음의 그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신드라가 거처로 삼은 뒤로 부터 사원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 차오르는 마기 때문에 타락한 신녀로 변모한 그녀가 온갖 마법을 마구잡이로 구사하고 신전을 파괴한 까닭이었다.
몸속에 있는 마왕 케루빔의 마기가 신드라의 천기보다 더 위력이 강해서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금씩 조금씩 마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신지를 데리고 있을수 없었다. 마인이 되면 자신의 딸조차 죽일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연유 때문에 저는 음지로 숨어들었고, 딸아이와의 만남도 가급적 자제한 것이랍니다.]
[그렇군요.]
그제서야 모든 정황이 이해가 갔다.
신드라가 왜 자신의 딸과 거리를 두었고, 이곳 미지의 사원에 처박혀 있는지 알것 같았다. 신드라가 어렵사리 다시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제 딸 신지가 헨리님을 잘 따르는것 같군요.]
당연히 그럴수밖에 없었다. 무려 열흘간 밥셔틀을 비롯해, 언어공부까지 시킨그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열흘간 지내면서 ㅤㅂㅞㄺ구와도 친해졌고, 헨리와 친한 윤지와도 친밀도가 20이나 오른터였다. 그래서 신지는 셋과 매우 친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저에게 아까 청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청이 뭔가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헨리가 먼저 물어오자 신드라는 굳게 결심한듯 자신의 딸신지를 번쩍 안아다가 헨리에게 내밀었다. 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어,어쩌라는거죠?]
[부디, 제 딸아이를 헨리님께서 보살펴 주실수 없겠습니까?]
[...예??]
혹시나 잘못들은건가 싶어 헨리는 한번더 물어보았다. 신드라는 다시한번헨리에게 딸아이를 보살펴달라고 청했다. 헨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청이라고 해서, 뭘 구해달라거나, 아니면 뭘 퇴치해달라거나 그럴줄 알았는데 자신의 딸아이를 보살펴 달라는 황당무게한 요구를 해오는 것이다.
[어,어째서 저같은 플레이어에게 딸아이를 맡긴다는 겁니까? 제가 나쁜놈일수도 있고, 딸아이를 죽일수도 있는...]
[신지와의 친밀도가 매우 높으시더군요. 게다가 헨리님은 제국의용사 칭호를 가지고 있는 구세주가 맞지 않습니까?]
[...]
[방금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곧 마기에 휩쌓여 완전히 마인이 될 몸이 랍니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이성을 잃어 딸아이를 죽일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합니다. 다행히도 헨리님께선 제 딸과 친하고 제국의 용사 칭호도 가지고 계시니 안심이 됩니다. 부디 이렇게 간청하니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말뿐만이 아니었다. 신드라는 정말로 고개를 땅바닥에 처박으며 헨리에게 간청을 올리고 있었다. 딸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정성에 헨리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하지만 쉬이 결정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신지를 데리고 다닌다면 밥셔틀을 비롯해, 녀석을 가르치고, 먹여야 한다.
물론 좋은점도 있었다. 녀석이 천계와 마계의 피가 섞인 반신반요이기 때문에 어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을지 알수 없다. 게다가 곁에는 드래곤 ㅤㅂㅞㄺ구가 함께 있으니, 두 녀석이 큰다면 큰 힘이 되어줄터였다.
장단점이 뚜렸해서 헨리는 한창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걸 들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신드라는 헨리가 심사숙고하자 다시한번 간청을 올렸다.
[아,알겠어요.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요.]
[정말이십니까?]
어머니가 닭똥만한 눈물을 흘리며 요구를 하는데 차마 매정하게 뿌리치기가 뭐해서 헨리는 어쩔수 없이 승낙을 하고 말았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신드라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아이를 보며 볼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리곤 이제부터 헨리를 따라 여행을 하고, 또 공부를 하고, 세상을 눈으로 둘러 보라고 일렀다. 하지만 신지는 엄마와 함께 있고 싶다며 떼를 썼다. 신드라는 딸을 계속 설득했다.
"정말이지 엄마? 1년만 있으면 나랑같이 살거지!?"
"응 신지야. 1년 있다가 돌아오면 엄마랑 같이 행복하게 살자. 알았지?"
"응 알았어 엄마."
"..."
계속 땡깡 부리는 신지를 설득하기 위해 신드라는 거짓말을 했다.
1년뒤면 신드라는 타락한 신드라로 완전히 변모할 것이다.
그러니 이게 마지막 만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지는 1년뒤에는 엄마랑 살수 있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며 마냥 좋아라 하고 있었다.
헨리는 괜시리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건가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지 않으니까요. 제 딸아이를 살릴려면 어쩔수 없는 일이랍니다."
"다른 방법은 없어요? 이를테면 신드라 당신의 마기를 없앨수 있는 방법이라던가. 그런거 말이에요."
"마왕 케루빔을 처치하면 마기가 절로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플레이어님의 힘으로 마왕 케루빔을 죽일순 없어요."
마왕 케루빔이라면 본캐릭인 레오로 싸워도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서 헨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힘든 조건이군요."
"지금은 이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해서 헨리님에게 신지를 부탁하는거랍니다.
부디 제 딸아이를 잘 부탁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라 했으니 뱉은말은 지켜야만 했다. 헨리는 곁에 있는 신지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러자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띵! 천상의 선녀 신드라의 딸 신지를 동료로 삼으셨습니다!
소환수와 마찬가지로 육성이 가능하며, 레벨을 올려 기술을 배울수 있고
여러가지 특기를 이용해 같이 몬스터를 상대할수도 있습니다.]
띵! 라이올라섬의 마을촌장 레스피노의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레스피노를 찾아가 퀘스트 보상을 받도록 하십시오!>
그말을 끝으로 신드라는 홀연이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드디어 길고긴 퀘스트가 끝이난 것이다. 헨리를 비롯한 일행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스몬스터 신드라를 퇴치했으니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았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역시나, 라이올라의 드랍율은 최악이었다. 어떻게 된게 드랍된아이템이 단 하나도 없었다. 헨리는 괜시리 일행들에게 미안해졌다.
아이템이라도 드랍되면 챙겨주면 되지만, 아이템이 드랍된게 없으니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덕분에 퀘스트를 잘 끝낼수 있었어."
헨리는 진심으로 일행들에게 고마워했다.
"그런데 오빠. 신지는 왜 오빠가 데리고 있어요? 신드라가 데려간거 아니에요?"
"그게 말야.."
헨리는 퀘스트 내용을 비롯해, 방금전 겪은 상황을 모조리 일러주었다.
이야기를 듣고난 페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헨리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소환수를 데리고 있는데 또 소환수를 키운다고요?"
"소환수가 아니라 동료야 동료."
"꼬마에게 밥을 먹이고, 레벨 올려서 같이 사냥하는거라면서요? 그럼 소환수랑다를바가 뭐에요?"
뭐, 저렇게 말하니 할말이 없는건 사실이었다. 어찌보면 같은 맥락이었으니까.
"어쩔수 없었어. 신드라가 울면서 간청하는데 매정하게 뿌리칠수도 없잖아?"
"하여튼 형은 너무 착하다니까요?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지"
레오였다면 지랄말라고 소리쳤겠지만, 지금 키우고 있는건 헨리였다.
게다가 제국의 용사와 구세주 칭호까지 가지고 있는 상태라, 철저한 선(善)을 상징해야만 했기에 어쩔수 없이 들어준 부탁이었다.
막말로 이런 꼬마를 키워봤자 뭘 하겠단 말인가?
"그럼 오빠 퀘스트는 전부 끝난거네요?"
"응 그런셈이지. 아무튼 정말고마워. 다음에 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내가 성심을 다해 도와줄테니까."
"네 오빠. 그럼 저흰 다시 사냥하러 가볼게요."
셋은 다시 사냥을 하러 갔다. 아직 10시밖에 되지 않아 조금더 플레이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헨리는 그들과는 달리 재빨리 귀환스크롤을 사용해서 마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곳은 바로 레스피노의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