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74화 (74/378)

< -- 74 회: 타락한 신관 신드라 -- >

헨리는 여지껏 ㅤㅂㅞㄺ구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거대한 동체 때문에 눈에 띄는건 물론이고, 사람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받을것 같아서 미연에 방지를 하고자 매번 배낭속에 꼭꼭 넣어 다녔다.

다행히 스캔 마법을 펼치는데 아무런 하자가 없었기에 ㅤㅂㅞㄺ구 또한 별다른 반발없이 헨리의 말을 들으며 그렇게 지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탐색 마법과는 달리 ㅤㅂㅞㄺ구가 구사하는 공격마법들은 본체로 변신해야 발현할수 있다는 제약사항이 따른다.

물론 매직 미사일 같은 아주 기본적인 마법은 미니언 상태에서도 쏠수 있지만 그 공격으론 신드라에게 대항할수 없었다.

말 그대로 공격을 하던 버프를 걸던 일단 변신을 해야 강력한 마법을 구사할수있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ㅤㅂㅞㄺ구는 크나큰 결심을 내리고 본체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찬란한 빛무리들이 ㅤㅂㅞㄺ구의 몸을 칭칭 둘러싸며 하늘위로 둥실 떠올랐다.

ㅤㅂㅞㄺ구를 감싸고 있던 하얀 빛무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거대지더니 거진 2미터에 달하는 크기로 자라났다.

잠시후 하얀 빛무리들이 조금씩 사그라 들면서 화이트드래곤으로 화한 ㅤㅂㅞㄺ구가 쿠웅! 하며 대지에 발을 내디뎠다.

헨리를 비롯해, 페이와 윤지, 그리고 윤정이까지, 나아가 신드라를 포함해전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대번에 ㅤㅂㅞㄺ구쪽으로 향했다.

[주인 뒤는 내게 맡겨라.]

"..."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제법 묵직한 음성이었다. 도저히 ㅤㅂㅞㄺ구의 목소리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위엄 있는 목소리라서 헨리는 순간적으로 얼떨떨했다.

사실 주인인 헨리도 ㅤㅂㅞㄺ구의 각성모습은 생전 처음 접해봤다무엇보다 화이트 드래곤을 소환수로 사용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넘버원 플레이 어중 헨리가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환수 육성법을 아무리 뒤져봐도 드래곤 육성법은 찾을수 조차 없었다. 헨리는 소위 말하자면 [꼴리는대로]

ㅤㅂㅞㄺ구를 키워왔다. 레벨업을 하면 ㅤㅂㅞㄺ구에게 물어서 뭐를 올려줄까? 라고 물었고 뭐 하고 싶어? 밥 먹을래? 라고 물은뒤 무조건 ㅤㅂㅞㄺ구의 의사를 존중해 주며 키워온 것이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그렇게 육성했지만, 이번 사실로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드래곤이 본체로 화할때 목소리를 비롯해, 모든것이 엄청나게 변한다는 것이었다. 힘과 지능, 지혜, 운, 공격력, 방어력, 기술, 기력등등! 뭐하나 빠지는게 없을정도로 ㅤㅂㅞㄺ구의 능력치는 대폭 상승되어 있었다(그런데 녀석이 어떻게 변신을 할수 있었던 거지?)헨리는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녀석의 레벨은 사원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고작 19레벨에 불과했다.

예전에 ㅤㅂㅞㄺ구가 말하길 레벨이 최소 20은 되어야 각성체로 변신할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변신을 하게 된 걸까?

(설마?)

헨리는 혹시나 싶어 스탯창을 열어 ㅤㅂㅞㄺ구의 능력치를 확인해 보았다.

놀랍게도 녀석의 레벨은 20 이 되어있었다.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19였는데 자신도 모르는사이 1업을 해버린 것이다. 헨리가 눈을 치켜뜨면서 ㅤㅂㅞㄺ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눈치 빠른 ㅤㅂㅞㄺ구가 순순히 실토했다.

"주인 허락없이 레오캔디 하나를 먹었다. 다 주인을 살리기 위해서 그런거니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여,역시.."

마법배낭에 있는 레오캔디의 숫자는 9개. 본래는 10개였다. 1개가 빈걸 보니 녀석이 말이 맞는것 같았다.

사실 ㅤㅂㅞㄺ구는 처음부터 신드라와 일행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다가, 상황이 극박하게 흘러가자 냅다 레오캔디를 먹은 거였다. 레오캔디의 특성상 먹기만하면 소환수의 레벨이 1 오른다. 때문에 헨리는 퀘스트로 받은 레오캔디 10개를 매우 아끼고 있었다. ㅤㅂㅞㄺ구의 레벨이 높아지면 그때 몰아서 먹일 생각이라아끼고 또 아낀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너무나 급박해지자, ㅤㅂㅞㄺ구는 자신의 인공지능을 이용해 레오캔디를 먹고 레벨 20 이 되자마자 INT를 전부 올린다음 각성체로 변신해 이 자리에 섰다. 그게 바로 ㅤㅂㅞㄺ구가 각성할수 있었던 이유였다

[잔소리는 전투가 끝나고 듣겠다. 지금은 전투에 집중하자 주인]

ㅤㅂㅞㄺ구의 말이 백번 옳았기에 헨리는 아무런 말없이 핏빛의 장검을 지팡이 삼아어렵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페이 또한 아까 받은 공포효과가 사라졌는지 위험에 처한 헨리를 살리기 위해 죽을둥 살둥 신드라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는 중이었다.

"죽어라 이 망할 마녀자식!!"

페이가 내지른 단검이 신드라의 옆구리에 박혔다. 덱스가 워낙 높아서 신드라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치명상이 아닌터라 반격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녀는 손을 들어 페이의 얼굴을 냅다 후려쳤다. 페이의 HP가 순식간에 800 이나 깎여 나갔다.

마법사인 신드라의 물리공격이 이처럼 강할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페이의 놀라움은 한층 더했다. 신드라는 이 기회에 페이를 죽여버리고자 어둠의 마나를 끌어모은뒤 다크 에로우를 시전했다.

"이,이런!?"

신드라의 캐스팅 속도가 매우 빨라, 다크 에로우가 지척에까지 접근해 들어왔다. 현재 남아 있는 HP는 고작 1000 에 불과했다. 다크 에로우에 격중당하면 무조건 죽는것이다.

"느,늦었다."

페이는 두눈을 질끈 감고, 다가올 고통에 대비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통이 느껴지질 않았다. 페이는 살며시 눈을 떴다. 놀랍게도 무언의 하이얀 기운들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크에로우를 한번 막아내더니 기운들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기운을 생성시킨 장본인은 드래곤 ㅤㅂㅞㄺ구였다. ㅤㅂㅞㄺ구가 사용한 마법은 드래곤 쉴드라는 방어 마법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무조건 한번 막아주는 효과를 지녔다.

(맘에 들진 않지만 어쩔수 없지.)사실 ㅤㅂㅞㄺ구는 페이를 살릴까 말까 고민했다. 첫번째 이유는 이상하게 녀석이 맘에 들지 않아서였고, 두번째는 녀석의 능력이 주인보다 높다는거에 있었다.

미운놈이라곤 하지만 지금은 단합해서 신드라를 쓰러뜨리는게 중요했다.

막말로 자신의 주인인 헨리가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10일동안 개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주인을 위해서라면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고, 페이가 살아서 어그로를 끌어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무지막지한 템빨로 인해, 헨리보다 월등히 높은 능력치를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잘했어 ㅤㅂㅞㄺ구야!"

헨리가 ㅤㅂㅞㄺ구를 칭찬했다. 만약 그 공격으로 페이가 죽었더라면 어그로를 끄는데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이다. ㅤㅂㅞㄺ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방어를 했으니 이젠 공격을 할 차례였다. ㅤㅂㅞㄺ구의 손에서 새하얀 얼음덩이가 생성됨과 동시에, 윤지와 리나도 비로소 캐스팅을 마쳤다.

두개의 화염구와 하나의 아이스빔이 신드라에게 쏘아졌다.

신드라는 헨리와 페이에게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개의 마법이 쏘아지자 그녀는 기겁을 하고 얼른 쉴드를 펼쳤다. 하지만 쉴드만으론 세개의 마법을 모조리 막아낼수 없었다. ㅤㅂㅞㄺ구가 먼저쏜 아이스빔은 어찌어찌 막아냈지만 리나와 윤지가 날린 두방의 화염 마법은 그대로 허용하고 말았다.

"끼야악!!"

페이와 헨리가 가하는 치명타와, 리나와 윤지가 가하는 마법공격.

게다가 ㅤㅂㅞㄺ구의 아이스빔까지. 여러 공격을 허용한터라 어지간한 신드라도 실신 직전까지 몰리고 말았다. 그 증거로 신드라의 동체가 크게 휘청거렸다.

데미지를 입혔다는 증거였기에 헨리 일행의 사기는 완전히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주인 신드라의 HP가 10퍼센트밖에 남지 않았다!]

"놈이 데미지를 받았어! 얼른 마무리 해"

털썩 주저앉은 신드라를 향해 페이가 재빨리 그녀의 목을 노리고 단검을 찔러넣었다. 데미지를 많아 받아 완전히 지쳐 있었던 까닭에 그녀는 페이의 검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제 남아있는 신드라의 HP는 고작 5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자 신드라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더니 무릎을 털썩 꿇으며 목을 축 늘어뜨렸다. 헨리는 그녀의 숨통을 끊기 위해 핏빛의 장검을 높히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자,잠시만요!"

가만히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적안의소녀 신지가 난데없이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신드라의 몸에서 변화가 찾아왔다일행들에게 입은 상처는 온데간데 없어졌고, 빨간색 닉네임 표시창이 점점 노란색 표시창으로 바뀌어 가더니 이내 퀘스트 NPC로 탈바꿈 되어 버렸다그순간 넘버원 내부에서 퀘스트 갱신창이 떠올랐다.

띵! <타락한 신드라가 NPC로 변신하였습니다.

신드라와 함께 대화를 나눠보십시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