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2 회: 타락한 신관 신드라 -- >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장장 두시간동안 몬스터들에게 둘러쌓여길을 뚫느라 본의아니게 몸을 이리저리 굴린 까닭이었다. 정찰을 해서 신드라를 발견하기는 커녕 아직까지 신드라의 머리카락 한올도 보지 못한 상태.
10개의 방중 기껏해야 3개만 정찰했다.
3분의 2가 남았다고 생각하니 한숨만 절로 나왔다.
역시 괜히 D 플러스급 퀘스트가 아니었다.
[주인 퀘스트에 플러스가 붙으면 심사숙고해서 퀘스트를 진행하길 바란다.
플러스급은 알파 보상이 붙기 때문에 어지간히 힘들다.]
"야 그것보다 몬스터들이 죄다 선공형이라서 조금만 다가가도 공격해온다.
이거 지랄났네."
퀘스트 내용은 정찰을 하면서 신드라를 찾은 연후, 신지를 데려다주는 것.
바로 그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몬스터를 퇴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었다.
첫번째 방에는 몬스터가 중앙지역에 밀집해 있어서 그럭저럭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비켜갈수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방 부터는 쉽게 이동할수 없었다.
외곽지역을 비롯해 몬스터가 비어있는 곳이 단 한곳도 없어서였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자신의 레벨보다 20이나 높은 몬스터를 꾸역꾸역 상대해 가며 길을 뚫어야만 했다.
더욱이 퀘스트를 빨리 클리어 할수록 보상이 좋아진다고 레스피노가 말했다.
안그래도 이미 열흘이나 지체한 상황이라 헨리는 다급해질때로 다급해져 있었다.
(갑자기 마법사가 부러워지는건 왜일까?) 만약 헨리가 불속성 인트마법사였다면 무리없이 몬스터들을 퇴치하고 천천히 전진할수 있을 것이리라. 하지만 헨리는 힘보다 덱스가 높은 희귀한 전사캐릭터. 설상가상으로 사원의 몬스터들이 밤의 버프효과를 받아 30퍼센트는 강해져있는 상태라 애시당초 정면대결은 무리여서, 한쪽으로 몬스터를 몰아넣은뒤 재빠른 몸놀림을 이용해 놈들을 사정거리 밖으로 떼어놓아야 했다.
만에하나 길을 잘못 들어서기라도 한다면 크나큰 낭패를 치를수 있어서 헨리는 ㅤㅂㅞㄺ구의 스캔을 적극 활용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갔다.
그렇게 또다시 한시간이 흐르고 헨리가 7번째 방에 발을 디뎠을 때였다.
스캔을 펼치고 있던 ㅤㅂㅞㄺ구가 환하게 웃으며 헨리에게 보고를 올렸다.
[주인 전방 40미터 지점에 신드라로 추정되는 레벨 150의 몬스터가 감지됐다.]
사원 몬스터들의 레벨은 100-120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스캔에 감지된 몬스터의 레벨은 자그마치 150이었다. 헨리는 눈앞에 있는 몬스터가 오매불망 찾아헤매던 신드라 라고 확신했다.
새하얀 피붓결에, 자그마한 얼굴, 눈에 띄게 아름다운 미모가 차가운 달빛아래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눈동자는 데리고온 신지와 마찬가지로 적안을 가지고 있었는데, 양 어깨에는 악마의 그것과 같은 날개가 두개나 돋아나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헨리가 예상한대로 타락한 신녀 신드라였다.
(곁에 있는 몬스터가 너무많아. 일단 떼어놓고 신지를 마주보게 해야해)혹여 몬스터들에게 둘러쌓일까 두려워 헨리는 방을 지나쳐 왔을때처럼 재빠른몸놀림을 십분 활용해 몬스터들을 방 초입지역으로 몰았다. 다행히 이동속도가 현저히 빨랐던 탓에 몬스터들을 쉽게 따돌릴 수가 있었다. 이제 남아 있는 몬스터는 타락한 신녀 신드라 혼자 뿐이었다. 신지를 데려가기만 하면 퀘스트가 끝나기 때문에 헨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퀘스트를 수행하는데 열흘이나 걸렸지. 이제 드디어 종지부를 찍게 되는군!)헨리의 시선이 신지에게 향했다. 이제 신드라에게 보내줄때가 온 것이다.
헨리는 눈앞에 있는 신드라를 가리키며 신지에게 말했다저 사람이 너의 엄마니까 이제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말고 평생 행복하게 살라고, 그리고 착한 아이가 되라고 마지막 작별인사까지 건넸다. 신지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간 정이 들어서 헨리와 헤어지기 싫어 눈물을 쏟아내고 만것이다.
"나랑 있는것 보다 엄마랑 같이 사는게 좋을거야. 그러니까 얼른가"
신지는 망설이다가 결국 엄마의 곁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헨리는 드디어 퀘스트가 끝났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신드라의 곁에 신지를 데려다 줬음에도 불구하고 퀘스트 창이 뜨질 않았다. 아니 퀘스트 창이 뜨긴 떴다. 하지만 헨리가 혼자서는 도저히 수 행할수 없게끔 퀘스트가 갱신되고 말았다.
띵! <라이올라 섬의 촌장 레스피노NPC의 부탁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촌장 레스피노의 부탁으로 플레이어 헨리님은 NPC 신지를 타락한 신녀 신드라에게 데려다 주었습니다. >
<신녀 신드라가 몬스터로 변모합니다!>
< 몬스터로 변한 신드라를 퇴치하면 신드라가 NPC 상태가 되니 그때 말을 건넨후 신지를 그녀의 품에 안겨주십시오.>
<최종 목표: 신드라를 잡고 그녀를 NPC로 만드십시오!>
<시간은 무제한입니다!>
말인즉 일단 보스인 신드라를 퇴치한후 NPC 상태로 만들라는 소리였다.
상대는 레벨 150의 보스 몬스터. 그에 반해 자신은 레벨 90밖에 되지 않는전사. 아니 도적에 가까운 전사 유저였다. 설상가상으로 적은 밤의 버프 효과를 받아 능력이 30퍼센트나 상승된 상태다. 레벨도 30 퍼센트 증가했으니 실질 적인 레벨은 195라는 소리였다.
레벨차이가 무려 100 이상이 나자 헨리는 그만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195대 90. 덤벼들었다간 개죽음 당할게 뻔했기에 헨리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워져 가고만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까지 와 퀘스트를 포기할순없는 노릇이었다.헨리는 ㅤㅂㅞㄺ구와 함께 머리를 굴리며 방안을 모색했다.
"젠장 이렇게 되면 어쩔수 없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주인?"
헨리는 ㅤㅂㅞㄺ구의 물음에 대꾸도 하지않고 넘버원 길드창과 편지기능을 이용해동기생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자신의 활약으로 라이올라 섬에 오게 되었으니, 이정도의 도움은 줄거라고 생각해서 보낸 편지들이었다.
* * *
다른 고렙 길드원들은 한사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미지의 사원에 오는것을 꺼려했다. 이곳에 모인 이는 단 3명. 그것도 헨리가 잘 알고 지내는 패거리들이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윤지와 리나, 그리고 페이였다.
그들의 레벨은 어느덧 110을 돌파하고 있었다. 쉬지 않고 라이올라 섬에서 사냥을 하며 레벨을 올린탓에 헨리보다 무려 20이나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구원군이 3명이나 왔음에도 불구하고 헨리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신드라에게 걸려 있는 밤의 버프 효과 때문에 그녀의 레벨이 195로 상승해버린 까닭이었다. 그에비해 유저들의 레벨은 고작해야 111,110, 111, 90이었다.
4:1로 싸운다고 해도 이길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던가?
헨리는 ㅤㅂㅞㄺ구의 스캔정보를 토대로 신드라에 관련된 내용을 일행들에게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신드라는 마법계열 보스몬스터라서 HP는 그렇게 많지 않아. 대략 1만 안팎이라고 생각하면 편할거야. 게다가 공격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사용하는 마법은 언데드계열 마법이고, 주로 저주를 구사해 상대를 허약하게 만들곤 하지. 또 신드라가 구사하는 마법공격이 엄청 강해. 실험삼아 한 방 맞아봤는데 2천이나 닳더라"
"2천이라고요 형!?"
어쌔신인 페이의 HP는 고작 3300에 불과하다. 그에반해 헨리는 전사계열이라 DEX를 많이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HP량이 페이보다 조금 많은 실정이었다.
뭐, 그래봤자 도토리 키재기였지만 말이다.
문제는 마법사인 윤지와 리나였다.
예나 지금이나 비격수 계열로 취급받는 마법사들에게 있어 Hp가 적은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고 또 당연한 얘기일수밖에 없었다. 많아봤자 1500 내지 1800일 것이다. 단 한방에 뻗는다는 소리였다.
헨리는 그게 걱정이 되어 도무지 얼굴이 펴질줄을 몰랐다.
"오빠 지금 저희들 HP 때문에 걱정하시는거죠?"
눈치빠른 윤지가 그걸 모를리 없었다.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걱정 말라는듯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팡팡 치며 말을 이었다.
"레벨 110이 되면서 언니랑 마법[매직가드]를 배워 뒀어요. 그렇기 때문에 HP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요."
"뭐? 정말이야!?"
매직가드는 마법의 방패라는 말로, 피격체가 자신을 공격할때,매직가드 마법을 발동하면, HP대신 MP가 빠져나가게끔 하는 기술이었다.
필드사냥을 할땐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곤 잘 사용하지 않지만,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 할땐 필수마법이라서 그녀들은 돈을 몽땅 털어 매직가드 마법서 두권을 사서 배웠다. 이제 레벨을 적당하게 올렸으니 보스레이드를 조금씩 다녀볼까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헨리의 표정이 아까와는 달리 매우 밝아졌다.
"좋아 그럼 지금 당장 가볼까?"
"그렇게 해요 오빠. 저희도 보스를 한번 상대해보고 싶네요."
"레벨 195라고 해도 형의 말이 맞다면 충분히 공략 할수 있을거에요.형 얼른가요."
"어그로만 잘끌어줘요 오빠."
라이올라에 와서 일행들은 사냥만 주구장창 하면서 레벨업을 했다.
그래서 보스레이드는 이번이 생전 처음이었다. 녀석을 잡으면 뭐를 드랍할지 상당한 기대가 ㅤㄷㅚㅆ다. 그래서 일행들은 오히려 제일마냥 앞으로 나서서 헨리의 손을 잡아 끌기 시작했다.
"형 안내 부탁해요."
"그래."
사실 내일 아침에 잡을까도 생각해봤지만 학교에 가야한다. 학교를 다녀오면 거진 6시나 7시다. 밤의버프는 7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또 시일이 미뤄지게 된다. 퀘스트를 빨리 수행해야 좋은 보상을 받을수 있어서 헨리는 서 둘러 신드라를 퇴치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사원 내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리나와 윤지의 불속성 마법과,페이의 어그로와 자신의 어그로를 합하면 어찌어찌 상대는 될듯 싶어서 보무도 당당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