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6 회: 타락한 신관 신드라 -- >
10년전까지만 해도 라이올라섬은 평화롭고 매우 아름다운 섬이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진귀한 식물들과,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섬 주변에서 노닐며 그 아름다움을 한층더 눈부시게 비춰주고 있었다.
라이올라 섬에도 창조주 벨제부로님의 명을 받든 신녀 하나가 머물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신드라였다.
쭈글쭈글한 노인네가 아닌 미색과, 어진 마음을 겸비한 그녀가 신녀의 일을 자청하면서 마을사람들을 보살피자, 라이올라 섬에 살고 있는 뭇 사내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사모해 마지 않았다. 개중에는 꾀병을 부려 그녀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하는 무리들도 생겨났다.
한동안 라이올라 섬에는 평화가 계속 찾아왔다. 하지만 영원한 평화는 없다고 했던가?
어느날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사방에서 낙뢰가 울려퍼지며 하늘이 열렸다. 대마왕 루시퍼가 준동. 지상세계에 강림 한 것이다. 드라이언이 살고 있는 라이 올라섬에 어둠의 군단을 소환시킨 대마왕 루시퍼는 곧바로 공격명령을 내렸고, 드라이언은 여러 드래곤들과 맞서 마왕의 군대와 싸웠다.
졸지에 라이올라섬은 드래곤과 마왕군단의 전장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들에게 전해졌다. 말 그대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었다.
신드라를 비롯한 인간들은 드래곤과 합세해 마왕군단에게 검을 겨누었다. 쳐들어 온쪽은 마왕군단이기 때문에 그들을 몰아내야만 다시금 평화가 찾아온다고 믿어서였다.
결국 전쟁은 드래곤과 인간들의 승리로 그 막을 내렸다.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은 이례적으로 신녀 신드라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인간과 드래곤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드래곤로드 드라이언은 신녀 신드라에게 머리를 살며시 숙이기 까지 했다.
사실 신녀 신드라는 인간이 아니었다. 천상계에서 내려온 선녀가 바로 그녀의 본 모습이었던 것이다. 인간들과는 달리 드래곤은 무언의 기운을 감지할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단박에 신드라의 정체를 알아본 것이다.
신드라는 그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고, 드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인후다시금 수면기에 접어들었다.
대마왕 루시퍼를 무찌르고 난뒤, 라이올라 섬에 평화가 찾아왔다. 인간들의 만면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어났고, 생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깨지고 말았다.
한 마왕의 비정한 마음 때문에 또다시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신녀님!! 신녀님!!"
"무슨일이신가요?"
청년은 한 남자를 등 뒤에 업고 있었다. 신드라의 시선이 사내의 등뒤쪽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업혀 있는 사내는 크나큰 중상을 입은채 피를 철철철 흘리고 있었다. 신드라는 그를 침상에 뉘인뒤, 지혈을 하고 약초를 사용해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차도가 있어서인지 정체불명의 남자는 사경을 헤맨끝에 이틀만에 눈을 뜰수 있었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여긴.."
"아. 치료를 하기 위해서 신전으로 잠시 데리고 온거랍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회복될테니 걱정마시어요."
미소를 지으며 생긋 웃는 신드라의 모습에 정체불명의 남자는 그만 혼이 빨려들어가는듯한 느낌을 받고 말았다.
며칠이 지났다. 신드라의 말대로 정체불명의 남자는 금세 체력을 회복할수 있었다. 신드라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남자의 회복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이었다.
"회복력이 좋으시네요"
"하하 남아도는게 체력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호호. 하지만 아직까지 무리해선 안되요. 그러니까 며칠만 더 신전에서 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신녀님."
"그럼 전 이만."
"크아악!! 머리가 아파 미치겠군!!"
사내는 신전을 황급히 빠져나갔다. 신성력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 계속 있으면 머리가 깨져 미칠것만 같아서 도무지 신전에 있을수가 없었다.
너른 들판에 나가 찬바람을 맞으니 그제서야 좀 살것 같았다.
"하긴. 마왕이 신전에 있는다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
놀랍게도 사내의 정체는 마왕이었다. 전쟁당시 자신이 죽였던 마을 사람의 모습을 폴리모프해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의 헬파이어에 격중당해 치명상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래서 어둠에 숨어 상처를 조금씩 조금씩 치유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신성력이 깃들어 있는 이곳 라이올라 섬에서 일각의 시간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빨리 마계로 돌아가야만 했다. 대마왕 루시퍼님의 뒤를 따라야만 자신이 살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대마왕의 뒤를 따르지 못했다. 아니 따를수가 없었다.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에게 일격을 허용한터라루시퍼는 그만 마계로 강제송환되고 만 것이었다. 지금 당장 드래곤 일족과 싸운다면 자신도 그꼴을 면치 못할것이다. 그래서 마왕 케루빔은 할수 없이 라이올라에 머물며 때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처가 조금씩 벌어졌다. 어찌된 영문인지 체력은 고사하고 점점 힘이 빠지는 것이다. 결국 마왕 케루빔은 마음씨 좋은 인간들의 손에 이끌려 신녀 신드라의 치유를 받고 체력을 회복시킬수 있었다.
문득 케루빔은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마기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있어 신성력이 깃들어 있는 이곳 라이올라는 최악의 장소다. 그런데 왜 나의 힘이 돌아온 걸까..?"
신성력과 어둠은 극상성이다. 더욱이 자신을 치료해준 신녀 신드라는 신성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케루빔은 그 사실이 너무 궁금했다.
"이곳 라이올라는 마기를 정화시킬수 있는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어요.
아마도, 그 이유 때문에 당신의 마기가 정화되어, 치료가 가능해진것 같아요"
케루빔의 시선이 뒤쪽으로 팩 돌아갔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신녀 신드라가 생긋 웃는 낯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어떻게?"
"당신의 상처를 보니 헬파이어에 그을린 흔적이 있더군요. 제아무리 강인한 인간이라고 한들 드래곤의 헬파이어에 격중당하면 무사할수 없죠. 마계의 마물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신드라는 멍청히 서있는 케루빔을 보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저는 당신을 마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제 말이 맞나요?"
"...네, 네년은 내가 마왕인것을 알고도 날 치료해 주었던 말이냐?"
도무지 믿기 어려운 소리라 케루빔이 버럭 화를 냈다. 신드라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그의 말을 받았다.
"마계에 사는 마물이든, 마왕이든, 목숨은 소중하고 고귀한 법이랍니다."
"이,이년이 감히 나에게 설교를 하다니!! 죽고 싶은 게냐!"
정체가 탄로난 이상 눈앞에 있는 신녀를 죽여 없애도 별다른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케루빔은 제법 강경한 자세를 취하며 그녀를 압박하려 했다.
하지만 신드라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생긋 웃기만 할뿐이었다.
"우,웃지마라!! 웃지 말란 말이다!!"
자신을 치료해줄때부터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눈앞에 있는 케루빔이 마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따스히 대해주면서 정성을 다해 상처를 보살펴 주었다. 그 때문에 케루빔은 차마 신녀 신드라를 공격할수가 없었다.
"저는 싸움을 원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마계로 조용히 돌아가 주세요"
케루빔은 아무런 말없이 침묵만으로 일관했다.
신드라는 케루빔이 조용히 돌아갈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신전으로 향했다.
"휴. 무척 피곤하구나."
마왕을 치료하면서 마나를 많이 사용한게 화근이었다. 인간과는 달리 실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소모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녀는 온몸이 노곤한것을 느끼고 오랜만에 잠을 청하기 위해 침상으로 향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알람마법을 설치해 놓는것도 잊지 않았다. 설치한 알람마법은 총 3개에 달했다.
"알람마법을 설치해 두었군."
설치된 알람마법의 숫자는 세개였다. 그 때문에 제거하는데 상당량의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잠시후, 신녀의 방에 정체불명의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마왕 케루빔이었다.
가볍게 알람마법을 해지시킨 그는 곤히 자고 있는 신드라에게 다가갔다.
워낙 피곤했던터라 신드라는 기척을 느끼지도 못하고 편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내 너를 마후로 만들어서 마계로 데려가겠다!"
마왕 케루빔은 무방비 상태의 신드라를 그대로 덮쳐버렸고, 그녀를 타락시키기 위해 마기를 그녀의 몸속으로 밀어넣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것은 그때였다. 어둠의 기운이 몸안으로 물밀듯이 밀려오자 신드라는 재빨리 눈을 치켜떴다. 제일 먼저 눈에띈건 마물 한마리였다.
놀랍게도 마물은 자신을 겁탈하면서 은밀한 그곳으로 마기를 꾸역꾸역 밀어넣는중이었다. 기겁을 한 신드라는 재빨리 마물을 밀쳐내곤 옷으로 나신을 가렸다. 마왕 케루빔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흐흐흐 너의 몸속에 상당량의 마기를 주입시켰다. 너는 곧 타락하여 내 부하가 될 것이다!"
"이 가증스러운.."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마왕 케루빔은 자신을 배신했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신드라는 스태프를 집어들고 마왕을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면대결은 애시당초 무리였다. 가지고 있는 마나의 양이 훨씬 적었고, 케루빔의 힘이 워낙 세서 1:1로는 도저히 이길수가 없는 상대였다. 결국 신드라는 인간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신전을 빠져나왔다.
"괴,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다!!"
"신드라 님을 보호해라!!!"
마왕 케루빔은 숫적 열세와 더불어 이곳이 라이올라 섬이라는걸 생각해서 가볍게 준동하지 않고 퇴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드래곤들이 몰려올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케루빔은 어둠의 힘으로 아공간을 열어제끼곤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 그때는 너희들은 단 한명도 살려두지 않으리라!"
"하아아.."
"시,신녀님!!"
"신녀님 정신차리세요!!"
"신녀님!!"
"신드라는 그 이후로 10개월동안 마기를 억지로 억누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죠."
"그럼 그 아이가 바로.."
레일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마녀라고 불려지고 있는 신지라는 꼬마아이에요. 신드라와 케루빔 사이에서 태어난 비운의 아이지요."
"천계의 천사와, 마계의 마왕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녀석도 무척 기구한 운명이군요."
"신드라가 급변한것은 그 이후부터랍니다. 그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완전히 타락해 버렸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까지 선한 마음이 남아 있어 자기 스스로 사원안에 들어가 나오질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타락한 신드라에게 희생당한 마을 사람을이 제법 되기에 사람들은 신지에게 화풀이를 하는것이죠."
"신지를 죽일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요?"
"그건 저희 할아버지께서 말리고 계세요. 어찌되었건 지난 10년의 세월동안 신드라 신녀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나마 다행인건 신지에게는 마기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는 거에요. 아무래도 신드라 신녀님이 10개월동안 마기를 억누르면서 아기에게 전해지는 마기를 사전에 차단한것으로 보여요"
"대관절 그게 가능한겁니까?"
"신드라 신녀님은 인간이 아닌 천계의 선녀랍니다.
인간의 상식에서 생각할수 없겠지요."
"흐음..그렇군요. 아무튼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레일리의 설명이 막 끝날 무렵이었다. 레일리의 할아버지 레스피노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헨리와 레일리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피노를 맞이했다
"그래 이야기는 좀 들으셨소?"
"덕분에 잘 들었습니다 촌장님."
"그랬구려. 그럼 이제 신드라와 신지의 관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겠구려"
"그렇습니다."
"녀석의 운명은 무척이나 기구하지.. 보는 내가 다 마음이 아프다오..쯔쯧"
레스피노는 혀를 끌끌차며 신지의 기구한 삶을 한탄하고 또 한탄했다.
"아참 내 정신좀 보게나. 그대에게 줄것이 있어서 내 직접 찾아왔다오.
이걸 받으시구려"
"이게 뭡니까 어르신?"
레스피노가 건네준것은 커다란 종이 한장이었다.
"내 손녀딸에게 듣기로, 제국의 용사께서 라이올라 섬에 대한 정보조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소이다."
"그렇습니다만?"
"이건 라이올라 섬 지도라오. 혹 도움이 될까 싶어서 주는 것이니 사양치 말고 받아주시오."
지도라는 말에 헨리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정말로 라이올라 섬의 지도를 저에게 주시는겁니까?"
"5년동안 행방불명된 내 손녀딸을 구해주셨소. 그러니 아무말 하지말고 받아주 시구려."
띵!
<라이올라 섬의 촌장 레스피노 NPC로 부터 라이올라 섬 지도를 받으셨습니다>
지도가 있는 이상 손쉽게 라이올라 섬을 여행할수 있습니다!
"용무가 끝났으니 난 이만 나가보겠소. 손녀딸과 대화를 더 하던지, 지금당장 섬을 둘러보던지 하고 싶은대로 하시구려."
"가,감사합니다 어르신!"
"험험 그럼 난이만."
"정보조사를 하는데 있어 큰도움이 되실거에요. 좋은 여행이 되시길 빌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