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65화 (65/378)

< -- 65 회: 타락한 신관 신드라 -- >

밤시간대라서 사원에서 출몰하고 있는 언데드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무려 30퍼센트나 올라가 있었다. 사원 몬스터들의 특성상 오후 7시가 지나면 능력치가 상승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능력치가 오른만큼 잡았을때 획득하는 경험치의 양도 증가했다. 더욱이 헨리일행은 사원을 최초한 발견한 덕분에 1.2배 버프효과까지 받은 상태. 오르는 경험치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띵!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플레이어 헨리님의 레벨이 84가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사냥을 한지 고작 20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토록 빨리 레벨업을 한 것이다. 헨리는 엄청난 레벨속도에 입을 쩍벌리며 놀라워했다.

본토에서 사냥을 했더라면 1시간 가량 꼬박 몬스터를 잡아야 레벨업이 될까말까다. 하지만 여기서는 단 20분만에 레벨업을 한 것이다.

사실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레벨이 100 이고, 밤시간 버프를 받아서 획득하는 경험치의 양이 매우 많았다. 그래서 레벨업이 무척이나 빠른 것이었다.

사냥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어그로를 끌고 파티원들을 통솔하는 일이다. 헨리의 어그로는 매우 정확했고, 리나와 윤지의 마법공격력은 실로 막강했다. 그래서 빠른 렙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더욱이 사원 몬스터들의 공격력이 막강하다곤 하지만, 움직임이 매우 느린 좀비형 언데드 몬스터라서 발로 컨트롤 하지 않는 이상 공격을 허용할 이유가 없었다. 레벨이 낮은 페이도 손쉽게 피할정도이니 더 말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만큼 이곳 미지의 사원은 레벨업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하는법.

"어떻게 단돈 1원도 안떨어지지?"

사냥을 한지 어언 20분째. 본토와는 달리 라이올라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할때드랍되는 골드의 수급량이 제로에 가까웠다. 말인즉 몬스터를 죽여도 골드자체가 떨어지질 않는다는 말이었다. 현재 헨리일행이 취한 골드의 양은 단돈 1천골드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드랍율 1.2배 버프효과까지 받은 마당인데 드랍된 아이템은 단 한개도 없었다.

"사냥에는 적합하지만, 돈을 모으기에는 썩 좋지 않네요"

윤지였다. 그녀또한 헨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저런말을 하는 것이었다.

윤정이와 페이도 그녀의 말에 적극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빛을 띠었다.

"어차피 버프시간 동안만 사냥하기로 했잖아? 그때까지만 해보자 레벨업은 빨라서 좋네."

남은 버프시간은 고작해야 5분남짓. 그때까지만 사냥하고 이곳을 빠져나가 다시 정보조사를 하려는것이 헨리의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듯 헨리가 불쑥 소환수 ㅤㅂㅞㄺ구를 쳐다보며 물어왔다.

"ㅤㅂㅞㄺ구야. 스캔 펼쳐서 레벨이 제일 높은 몬스터좀 찾아봐라"

"뭘 하려고 그러지 주인?"

"5분동안 몬스터를 잡느니, 보스를 잡아서 아이템이나 먹어보려고 그래"

"그렇군. 알겠다 주인"

ㅤㅂㅞㄺ구는 헨리의 요구대로 스캔마법을 극대화 시킨뒤 탐색에 열을 올렸다.

잠시후 스캔을 해지한 ㅤㅂㅞㄺ구가 헨리에게 보고를 올렸다.

"이곳에 있는 몬스터중 레벨이 제일 높은 녀석은 110의 몬스터다. 보스로 보이는 녀석은 전혀 없다."

출몰하는 몬스터들은 대개가 100에서 110대의 몬스터다. 그런데 ㅤㅂㅞㄺ구의 스캔망에 110의 몬스터들만 눈에 띄었다. 그말인즉 보스가 없다는말과 진배 없었다.

결국 헨리는 남은 5분동안 해골들과 좀비들을 쓸면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5분의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헨리는 일행들과 함께 다시 지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해가 저물었네요."

"와 엄청 깜깜해!!"

사냥을 하면서 좀비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30퍼센트 증가된것을 보고 오후 7시가 넘었다는 사실을 그전부터 알고 있었던 헨리였다. 그래서 그는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헨리가 일행들에게 물었다.

"어쩔까? 조금더 조사할까? 아니면 해산하고 내일 다시 만날래?"

밤이라서 각별히 신경에 신경을 써야만 했기에 헨리는 잠시 던전탐방을 뒤로 미루려고 했다.

본토였다면 의당 사냥을 더 하거나 보스를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생전처음 접해보는 라이올라 섬이었다. 레오로도 와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몬스터가 출현하고 또 무슨 몬스터가 선공형 몬스터인지 전혀 알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헨리는 레벨이 고작 84에 불과했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의 기습공격을 받고 죽을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라이올라 섬에 와있는 플레이어들도 경계 대상이었다.

막말로 그들이 나쁜마음 먹고 PK라도 시전하는 날에는 꼼짝없이 당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레벨이 낮은만큼 최대한 사리면서 플레이 해야 했기에 헨리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이게 전부 레오를 1년간 플레이하면서 겪은 경험들이었다.

"저는 좀더 조사해볼래요."

"저도요 오빠"

"저도요."

헨리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조금더 라이올라 던전을 살펴볼 요량인듯 싶었다.

그러자 헨리가 파티장 자리를 윤정이에게 건네주었다.

"오빠 진짜 그만하게요?"

"그만하는건 아니고 마을이나 좀 둘러보려고. 혹시 알아?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제국의 용사 칭호 덕분에 라이올라 NPC들과의 친밀도가 전부 플러스 50인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말을 걸면 새로운 퀘스트를 받거나, 운이 좋다면 놀라운 정보를 캐치해낼수 있었다.

"마을에서 정보를 캐치해내는것도 조사의 하나거든. 나는 마을로 가서 조사를 해볼게. 너희는 좀더 던전을 알아보던지 해."

"그러죠 뭐."

"그럼 먼저 가볼게요 형. 내일 봐요"

"기습하는 몬스터가 있을수 있으니까 조심해서 다녀. "

"네 걱정마요 오빠."

*  * *

"오오오!! 레일리야! 너 정말 레일리가 맞느냐!!"

"흑흑! 할아버지이!!!"

레일리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나왔다. 그녀의 가족들은 이산가 족 상봉이라도 한것 마냥 하나같이 닭똥같은 눈물을 뿌리며 레일리를 반겨주었다.

행방불명된지 어언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녀의 어미 푸르나는 딸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의당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비롯한 친인척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레일리는 5년만에 다시 라이올라 섬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아무런 탈없이 생생한 얼굴로 말이다.

"흑흑 하늘이 도왔구나 하늘이 도왔어!!"

"휴이라트에서 만난 원정대원들이 성심성의껏 도와주어 무사히 돌아올수 있었어요."

레일리는 눈물을 한가득 머금고 할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제 앞으론 할아버지의 말을 거역하지 않을게요. 두번다시 이곳에서 나가지도 않을게요."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 그런데 너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원정대원들은 어디있느냐? 내 이럴게 아니라 그들에게 크나큰 보상이라도 해야 마땅하거늘!"

"라이올라 섬에 대해 조사할게 있다면서 모두 해산해 버렸어요. 그래서 이곳에 저 혼자만 당도하게 된거구요"

레일리의 할아버지 NPC 레스피노가 아쉽다는듯 혀를 끌끌찼다.

"쯔쯔쯔. 저런. 아쉽게 되었구나."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이올라 섬에 있으니까 필시 마을로 올거에요보상은 그때해도 늦지 않아요."

여행객들에게 필요한건 포션과 수리공구다. 방어구를 고치고, 물약을 사려면 어쩔수 없이 마을에 와야만 하는 것이다. 레일리와 레스피노는 그때를 노리기로 했다.

한창 레스피노 일가가 레일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였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마을 사람들이 레스피노의 집을 찾아와 레일리가 무사히 돌아온것을 축하해 주었다. 레스피노는 마을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함과 동시에 대대적으로 크게 잔치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전부 레일리가 살아 돌아온 것을 자축하는 잔치였다.

*  * *

아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두박짜 쏙에~ 아! 사랑도 있고! 눈물도 있꼬오~슬픔도 이이이있네에에에~~

"와하하하!!"

"두박자 한번 잘 부르는구려!!"

한구절 한고비이이이이~~~

마을에는 연신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촌장의 단하나뿐인 손녀딸이 5년만에 고향땅을 밟아서였다.

5년전.

마을사람들은 촌장의 손녀딸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누구나가 그렇듯 손녀딸이 죽었을 거라고 가정했다. 여지껏 마을에서 행방불명된 사람치고 살아돌아온 이가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전례가 오늘 깨지고 말았다. 나쁜 전례가 깨졌기 때문에 촌장은 흥에 겨워 춤을 추면서 놀자판을 벌였고, 마을 사람들은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촌장이 베푸는 잔치에 임하고 있었다.

"이 마을은 뭐지?"

마을에 당도한 이는 방금전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헨리였다. 헨리는 곁에서 거나하게 술판을 벌이고 있는 노인NPC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마을에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노인 NPC 프레온이 헨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뭔가를 깨달은듯 허허거리기 시작했다.

"제국의 용사 칭호를 가지고 있는 이방인 이었구려. 이거 영광이외다. 제국을 구한 구세주를 여기에서 만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하하 과찬이십니다."

띵!<라이올라의 NPC 프레온이 플레이어 헨리님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프레온 NPC와의 친밀도가 50 상승합니다!>

"그래 용사께선 어느 마을에서 오셨소?"

"저는 휴이라트 국경에서 배를 타고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마을에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헨리가 재차 묻자 프레온이 그제서야 답을 해주었다.

"하하 이르다 뿐이겠소!? 당연히 좋은일이 있지! 암 있고야 말고!"

"혹 그게 무슨일인지 저에게 일러 주실수 있겠습니까?"

프레온 NPC가 선심쓰듯 헨리에게 말했다.

"촌장에게는 매우 어여쁜 손녀딸이 하나 있소이다. 그 손녀딸이 5년만에 이곳라이올라 섬에 돌아왔다오. 그것도 아주 생생한 모습으로 말이지.

그 때문에 촌장이 흥에 겨워 잔치를 벌이고 있는거라오."

"아 그렇군요?"

"자! 너무 서있지 말고 당신도 한잔 쭉 들이켜보구려. 이래뵈도 라이올라섬에서 나는 피오린 꽃으로 담근 술이라오. 한잔 먹으면 활력이 샘솟을 것이오."

마침 포만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서 헨리는 프레온 NPC가 주는 피오린 주를 한잔 들이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포만감이 전부 채워지는 효과가 발동했다.

"엄청나군요.포만감 60 이 전부 차버렸습니다.정말 효과가 끝내주는 술이군요"

"하하 그야 이르다 뿐이겠소? 이곳 라이올라 섬의 재료들은 모두가 신비로운것들 뿐이라오. 혹 시간이 난다면 채집스킬을 통해 여러가지 재료들을 어울러요리라도 만들어 보시오. 그렇게 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수 있을 거외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허허 그럼 난 촌장과 함께 춤이나 추러 가보겠소. 좋은 여행 되시구려"

"아 예 어르신"

"험험!"

헨리는 프레온 NPC를 뒤로하고 잔치에 모인 NPC들에게 다가가 친목을 다지면서 여러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몇몇 NPC들은 라이올라에 관련된 정보들을 거리낌 없이 알려주었고, 또 어떤 NPC는 제국의 용사 칭호를 보더니 사인을 해달라며 아우성을 부리기도 했다. 헨리는 묵묵히 NPC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헨리가 NPC들과의 친밀도 유지를 위해서 잔치자리를 어슬렁 거리고 있을때였다

"에잇! 저리 꺼지지 못해!!?"

와장창 소리와 함께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잔치가 워낙 흥겹다 보니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많이 없었다. 단지 소리가 들려온 주위만 조금 소란스러울 뿐이었다. 마침 헨리도 그자리에 있었던 터라 헨리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거기에는 왠 여자아이 하나와, 노인 하나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

"이 망할 마녀야! 당장 꺼지란 말이다!!"

"으아앙!!"

"이년이 꺼지라는데 자꾸!!"

"으아아앙!!"

NPC가 소리치면 소리칠수록 여자아이는 더 크게 울뿐이었다. 아이가 계속해서 울어대자 노인은 어쩔수 없다는듯 잔칫상에서 가래떡 하나를 집어들더니 마치 개에게 던져주는것 마냥 풀밭에 휙하고 던져버렸다. 여자아이는 재빨리 가래떡을 집어든뒤 그것을 입속으로 가져갔다.

"먹고 냉큼 꺼져라 이년아!!"

아무런 말없이 가래떡을 집어 먹고 있는 꼬마아이. 그 모습을 보자 헨리는 왠지 모르게 마음한편이 아련해져 왔다.

[아무리 게임상이라곤 하지만 너무하는군. 도대체 무슨일 때문에 꼬마아이를 저토록 무자비하게 대하는거지?]

[가서 물어보는게 좋을것 같다 주인.]

한편으로는 괜한 호기심이 들어서, 헨리는 ㅤㅂㅞㄺ구의 말대로 여자아이에게 가래떡을 던져준 노인 NPC에게 다가가 연유를 물어보았다. 노인 NPC 데프트가 성을 내며 헨리의 말을 받았다.

"잔칫상 음식을 훔쳐먹으려고 하기에 혼을 낸것 뿐이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오!? 누구길래 참견을 하냐 이말이오!!"

"아. 저는 휴이라트에서 온 이방인입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하군요."

데프트의 시선이 헨리의 머리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제국의 용사라는 칭호가 큼지막하게 씌여있었다. 칭호를 확인하자, 데프트의 언성이 눈에 띄게 확 줄어들었다.

"험험! 그대가 바로 제국의 용사였소? 제국의 용사가 라이올라 섬에 왔다고 들었지만, 정말로 왔을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하하 그러셨습니까?"

"내 살아생전에 제국의 용사를 보게 될줄이야.. 아무튼 크나큰 영광이구려."

띵!< 라이올라 섬의 NPC 데프트와의 친밀도가 50 상승하였습니다!>

"좌우지간 소리친건 미안하게 되었소. 하지만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것이니 이해해주면 좋겠소"

"그랬군요. 그나저나 데프트님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실수 있겠습니까?"

조금 뜻밖이라는듯 데프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국의 용사가 나에게 부탁이라? 어디 들어나 봅시다 그려"

"방금전 대화를 얼핏 들었는데, 꼬마아이에게 마녀라고 소리를 치시더군요."

"마녀를 마녀라 부른것뿐이라오.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소이다."

"제가 궁금한건 그 아이에 대해서입니다. 그 아이가 왜 마녀라고 불리는지 그이유가 매우 궁금하니 사연을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건 제가 알려드리겠어요. 원정대장님"

청아하고 고운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헨리와 데프트의 시선이 대번에 뒤쪽으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헨리가 잘아는 여인 하나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