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1 회: 환상의섬 라이올라 -- >
츄아아아악!!
범고래 장군의 물대포 공격을 시발점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물대포의 명중률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다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지척에까지 다가 오더니 레벨이 제일 높은 300 STR기사를 격중시켜 버렸다. 데미지가 워낙 강했기에 300의 기사인 그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정도였다. 그 뿐만 아니라 STR 기사 곁에 있던 소서리스와 몇몇 마법사들은 거진 절반에 가까운 HP가 빠져버렸다. 단 한번 스쳤을 뿐인데 말이다. 300레벨 STR기사를 플레이 하고 있는 창식은 엄청난 공격력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눈앞에 있는 범고래 장군의 레벨은 단순히 167 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물대포 한방에 HP가 거진 3분의 1이 빠져 나가고 만것이다.
"제길 이럴줄 알았으면 CON을 위주로 올릴걸 그랬나?"
CON기사와 STR기사의 결정적 차이점은 데미지와 HP의 양이었다. CON 기사는 말그대로 전형적인 탱커 기사를 뜻한다. HP가 많기 때문에 언제나 선두에 서서 모든 공격을 받아주는 것이다. 또한 장검과 방패를 동시에 착용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방어력도 좋다. 그에 비해 STR기사는 CON 기사와는 달리 양손검을 착용해서 적을 베는 전형적인 딜러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때문에 HP의 양보다는 데미지를 주는데 보편화된 스탯을 가지고 있었다.
10분간의 브리핑을 통해 도출된 결론은, 생각보다 전투가 어렵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유인즉 원정대원들의 레벨 편차가 매우 심했기 때문이었다. 범고래 장군의 특성상 원정대원들의 평균 레벨에 따라 레벨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레벨을 평균적으로 따지면 고작 167에 불과했다. 그래서 300레벨인 소서리스와 창식은 범고래 장군이 매우 약할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범고래장군의 공격력은 실로 막강했다. 그래서 그들은 작전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먼저 167 이하의 마법사들과 격수들은 최대한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보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거리 투척용 무기를 사용해 어그로를 끈다던지, 아니면 버프마법을 걸어 준다던지, 일종의 서폿터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그리고 167 이상의 플레이어들은 원거리 투척용 무기를 사용하거나, 공격마법을 사용해 범고래 장군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전은 그런대로 잘 수행되었다. 범고래 장군은 이리 저리 날뛰고 있는 저레벨 유저들에게 신경쓰느라 딜러들을 공격하기는 커녕, 어그로만 빼앗기고 말았다. 그틈에 레벨 300의 나니아와 창식이 연달아 치명타를 가했다. 그러기를 어언 수차례. 범고래 장군의 HP게이지가 반이 되었다는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자 힘내자!! 이상태라면 한명의 전사자도 없이 라이올라에 갈수 있다!!"
헨리가 사기를 북돋우며 연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원정대원들의 사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한명의 전사자도 없이 라이올라에 갈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 범고래 장군을 상대하면서 교란했다. 다행히 어쌔신들의 DEX 수치가 높았던 탓에 범고래 장군의 어그로는 항상 어쌔신들에게로만 향했다. 이제 범고래 장군에게 남아 있는 HP는 고작 30퍼센트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사투가 펼쳐질 거예요. 모두 조심하세요!"
나니아의 경고성이 터져나왔다. 1차 전투당시 범고래 장군의 HP가 30퍼센트가 될무렵 녀석이 수많은 소환수들을 불러냈었다. 그래서 그걸 염두해 두고 경고 성을 날리는 거였다.
나니아의 말대로 녀석이 잠시 몸을 움츠러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수면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잠시후, 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범고래 장군이 다시금모습을 나타냈다. 그와 동시에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띵!! <범고래 장군이 소환수들을 소환해 냅니다!!>
<소환수들은 해양몬스터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종류는 랜덤으로 나타납니다.>
<소환수들에게도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을수 있습니다.>
<소환수들과 범고래 장군을 물리치십시오!>
파아앗!
파앗!
팟!!
쏴아아아~~ 쏴아아아!!
거친 파도와 함께 수십, 아니 수백마리에 달하는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범고래 장군의 수하인 돌고래 장군을 비롯해, 소라와 해파리, 그리고 꽃게와 상어까지 생전 처음접해보는 몬스터들이었다.
"저,저게 다 뭐야!?"
"뭐,뭐가 이렇게 많아!? 저걸 어떻게 상대하라고!?"
"나니아씨? 이건 말씀과 다르잖아요?"
나니아가 말해준 정보보다 더 많은 소환수들이 나타났으니 원정대원들이 당황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니아의 표정이 샐쭉해졌다. 설마하니 전보다 더 많은 소환수들이 나타날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녀였다. 헨리가 원정대원들을 보며 소리쳤다.
"어찌되었건 그게 중요한게 아냐! 일단 소환수들을 먼저 처치하자!"
소환수들이 노리는것은 플레이어들 보단 배였다. 배만 침몰시키면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죽일수 있기 때문이었다. 원정대원들은 배를 공격하고 있는 소환수들에게 반격을 가했다.
"형 차라리 범고래 장군을 먼저 잡는게 낫지 않아요?"
페이였다. 헨리는 잠시 생각했다. HP가 얼마 남지 않은 범고래 장군을 잡으려다 수많은 소환수에 둘러쌓여 배를 잃을수도 있었기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조건 소환수만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페이를 비롯한 저레벨 유저들은 비교적 레벨이 낮은 소환수들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소환수들의 레벨도 소울레이디가 상대했던 1차 전투때와는 달리 레벨이 고루고루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페이같은 초보들도 레벨이 낮은 몬스터들은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츄아아악!!
퍼어억!!
"아악!!"
"정혜야!!"
뾰족한 비명소리와 함께 레벨 130 짜리 인트 마법사 정혜가 범고래 장군의 물대포에 맞고 숨을 거두었다. 나니아에게 버프 마법을 걸어주다가 미처 범고래장군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첫 희생자가 나오자 원정대원들의 사기가 조금씩 줄어 들었다. 더욱이 몬스터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늘어만 가고 있었다.
"형 아무래도 소환수들을 먼저 잡는건 아닌거 같아요."
"차라리 범고래 장군을 먼저 처리하는게 나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오빠!?"
"크으..."
실수였다. 배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하에 소환수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리는것이 아니었다. 소환수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젠이 되어 공격을 해왔다범고래 장군은 틈을 노려 플레이어들에게 무지막지한 물대포 공격을 가했고, 그때마다 원정대원들은 죽을고비를 수차례 넘겨야만 했다. 아무래도 범고래 장군을 먼저 처치하고 소환수들을 박살내야 할것 같았다.
헨리는 먼저 부대를 둘로 나누었다. 167 이하의 부대에겐 배를 지키라 명령하고, 167 이상의 고레벨들에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여신의 공깃방울을 사용하게 한뒤 바닷속으로 뛰어들게 했다. 여신의 공깃방울 효과 때문에 물에서 자유로이 움직일수 있으니 한정된 공간에서 싸우는것 보단 드넓은 바다에서 싸우는게 낫다 싶어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었다.
(이상태로 전투가 지속되면 반드시 전멸하고 만다. 그러니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몬스터들이 포위를 하더라도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헨리는 도박을 한번해보기로 하고,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다. 레벨이 80대인데도 불구하고 덱스와 힘이 여타의 플레이어들보다 높기 때문에 손수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범고래장군에게 뛰어든 것이었다.
"형 힘내요!!!"
"형만 믿을게요!!"
"배는 저희가 꼭 지킬게요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