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9 회: 환상의섬 라이올라 -- >
배가 완성되었다. 크기가 자그마치 30미터에 달하는 대형 전투함선이었다.
철제 함선이 아닌 판옥선 형태의 나무함선이라 고전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겨왔지만, 외형적으로 내구력 하나는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기에 원정대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고 있었다. 배를 만들기 위해 장장 3일동안 얼마나많은 고생을 했던 그들이었던가? 이제는 출항하는 일만 남았기에 그들은 한사코 출항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쉬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이유인즉 바다의 조류 문제 때문이었다. 지금은 한창 썰물현상으로 인해 배가 완공된 곳에는 갯펄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출항할수 없었다. 헨리는 레일리에게 다가가 언제쯤 출항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대략 2시간 정도가 지나면 다시 물이 들어올거에요. 그때 바로 출발하면 될것 같아요."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자 헨리는 원정대원들을 전부 모은뒤, 앞으로의 일을 상의했다. 제일먼저 도출된 문제는 바로 노를 젓는 일이었다. 막말로 노를 젓지 않고선 배가 움직이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누가 격군(格軍)이 되어서 노를 저을래??"
헨리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누구하나 나서려는 이가 없는 것이었다. 그도그럴것이 3일동안 꼬박 밤을 새가면서 레일리를 도와 배를 만든 그들이다. 그런데 격군이 되어 노를 저으라니!? 이제는 더이상의 노역은 사양이었다. 한창 회의가 진행중일때, 레일리가 불쑥 끼어들며 헨리에게 말을 건네왔다.
"노를 저을땐 STR 수치와 DEX 수치에 따라서 배에 스피드가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즉 두가지 수치가 높은 플레이어가 노를 저을수록 함선의 스피드가 빨라진다는 것이죠. "
그말에 마법사들이 반색을 했다. 그들은 애시당초 str과 dex에 스탯을 투자하지 않기에 그런것이다. 그에 반해 어쌔신들과, 전사 클래스들은 울상을 지었다. 헨리는 레일리의 말대로 덱스와 힘이 높은 전사와 어쌔신들을 가려뽑았다.
숫자는 정확히 20명이었다. 헨리는 마법사들을 먼저 배위쪽으로 올려보낸뒤 격수계열 플레이어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최고 레벨 300을 비롯해서 최저레벨 45까지 각양각색이었다. 헨리는 그중에서 레벨이 제일 떨어지는 10명을 가려뽑았다. 거기에는 헨리 자신도 끼어 있었다.
"우리 10명이 격군이 되어 노를 젓고, 나머지 10명은 마법사들과 같이 보스몬스터를 대비해 전투를 치르자. 알겠지?"
"아 형! 이런게 어딨어요!!"
지적당한 페이 강승일이 크게 반발해왔다. 뿐만이 아니었다. 헨리에게 지적당한 나머지 8명의 플레이어도 각기 한마디씩을 뱉으며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헨리는 적당한 말로 그들을 타일렀다.
"레일리님이 말했다시피 보스몬스터가 나타나고, 그 녀석이 소환수들을 마구잡이로 소환해 낸다고 했잖아? 그럼 강력한 전사가 필요하지 않겠어? 아니면 너희가 녀석들을 잡을거야?"
페이를 비롯해 반발하던 무리들이 조용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몬스터, 아니보스 몬스터를 잡을 능력이 그들에겐 없었던 까닭이었다. 막말로 헨리가 라이 올라 원정대에 끼워준것만 해도 그들은 고개를 숙여 절이라도 해야할 판국이다. 그런데 고작 레벨 45짜리와 레벨 50 짜리들이 불만을 표출한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흠. 생각이 짧았네요 형. 미안해요."
"죄송해요 형"
"형 말대로 할게요."
"이렇게 불러주신게 어디에요. 형이 명령 내리는대로 움직일게요."
헨리는 그들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자 그들도 더는 딴지를 걸지 않고 헨리의 말에 복종했다.
(휴우 힘들군..)
고작 노를 저을 격군을 정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머리가 어지럽고 매우 힘이 들었다.통솔을 하는게 이렇게 힘들줄 알았다면 차라리 과대인 윤정이에게 지휘권을 양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시당초 그것은 불가능했다. 레일리를 발견한 사람이 바로 헨리였고, 그녀가 전적으로 헨리를 원정대장으로 명명했기 때문이었다.
1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헨리는 남은 1시간을 이용해, 원정대원들을 모두 이끌고 휴이라트 마을 중심부로 이동했다. 그들이 이동한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나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무기와 포션을 넉넉히 사두려는 이유에서였다. 헨리는 패를 두패로 나누었다. 격수파인 어쌔신 전사패거리와, 비격수파인 마법사군으로 패를 나누어, 비격수파에겐 포션과 식량을 맡겼고, 격수파는 자신이 이끌고 무기상점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무기상점에 도착한 헨리는 먼저 배에서 사용할만한 무기들을 가려뽑은후 그것들을 사들였다.
종류는 각양각색이었다. 화살과 활을 비롯해, 표창과 원거리 투척용 투창까지.
멀리서 쏠수 있는 무기라면 뭐든지 사들였다.
"바다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건 원거리 투척 무기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이것을 가지고 전투에 임하도록 해."
평소대로라면 필드에서 몬스터를 잡기 때문에 검을 휘두르면서 몬스터를 상대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상전투다. 더욱이 레벨이 몇인지도 모르는 해양 몬스터들을 상대해야한다. 상대적으로 원정대원들의 레벨이 낮기 때문에 해양몬스터들이 접근하기 전에 원거리 무기로 놈들을 때려 잡아야만 했다 그래서 헨리는 해상전투에 적합한 투척용 무기를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었다.
"오오 물이 들어왔다!!"
"우와 진짜다!!"
무기와, 식량, 그리도 마실 물을 사들고 배에 오르니 물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밀물이 들어온것이다. 그에 맞춰 헨리는 출항을 서둘렀다. 레일리 또한 재빨리 배에 올라탔다. 헨리는 인원을 점검해보았다. 레일리까지 총 31명이었다. 모든 인원이 탑승하자, 헨리는 비로소 돛을 펴 올렸다. 그러자 배가 바람을 받아 쏜살같이 해양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레일리는 감격스러운듯눈물을 살며시 내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헨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출항한건 잘된일이지만, 혹시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하셔야 해요. 정말 재수없으면 범고래 장군을 만날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놈들이 어느지점에서 출몰하는지 알수 없겠습니까? 그걸 정확히 알수 있다면 채비를 하고 녀석들을 맞을수 있을텐데.."
"그건 랜덤으로 지정되는거라서 정확히는 몰라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노를 저으러 내려가볼테니, 레일리께선 보스가 나타나면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네 헨리님."
헨리는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 노를 잡았다. 그리곤 페이를 비롯한 격군들을 격려하면서 호흡을 맞춘후 노를 젓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순풍이 겹치고, 돛을 올려 이동한탓에 별힘 들이지 않고 해상으로 나아갈수 있었다.
* * *
망망대해였다. 보이는건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고 있는 수평선뿐이었다. 잠시후, 그런 망망대해에 제법 규모가 큰 철제함선 한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는 어림잡아 30 미터에 달하는 대형 전투함선이었다.
함선을 이끌고 있는 통솔자는 레오나 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소울레이 디 길드 마스터였다. 그녀의 시선이 옆에 있던 아리따운 여성에게 닿았다.
여성의 정체는 세리나 라는 마검사 NPC였다. 헨리가 발견한 레일리NPC와 마찬가지로, 여행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발데스섬에 당도한 그녀를 레오나가 발견했고, 이처럼 라이올라섬에 데려다주는 퀘스트를 받아, 큰돈을 들여 철제함선을 사들인 것이었다. 현재 배에 타고 있는 인원은 전부가 소울레이디 길드원들이었다. 그녀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세리나 NPC를 데려다주고 라이올라에 당도한뒤, 거기에서 사냥을 하여 많은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었다.
(라이올라에서 드랍되는 아이템은 모조리 신규아이템일거야. 그말인즉 아이템을 먹기만 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수 있다는 말이지!)신규 아이템인만큼 희소성 면에서 엄청난 가치를 자랑할 것이다. 그 때문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터! 레오나는 그점을 이용해 한시바삐 라이올라 섬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기 세리나님?"
레오나의 부름에 세리나가 고개를 돌렸다.
"네 레오나님?"
"향해를 시작한지 거진 2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언제쯤 라이올라 섬에 도착할수 있을까요?"
세리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고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레오나의 시선이 대번에 그쪽으로 돌아갔다.
"서,설마 저 섬이!?"
놀랍게도 저 멀리 큼지막한 섬 하나가 보였다. 바로 저 섬이 그토록 찾아헤매이던 라이올라 섬이었다. 세리나가 빙긋 웃으며 레오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를 라이올라에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레오나님."
레오나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토록 찾아 헤매이던 라이올라 섬을 최초로 발견하게 되었으니 여간 기쁜게 아니었다. 이제 라이올라 섬에 당도해서 사냥을하고 득템을 하면 엄청난 돈을 손에 넣을수 있게 된다. 더욱이 패치로 인해 신규 던전에는 라이올라 마을 귀환주문서가 드랍된다고 들었다. 라이올라 귀환 주문서를 먹기만 하면 그 값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저기 있는 저 섬이 바로 라이올라니까 좀더 속력을 높히도록 해!"
"네 언니!!"
눈앞에 보이는 환상의섬의 자태에 소울레이디 길드원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이 여정을 떠나기 위해 장장 3일간 사무실에서 일하며 개고생을 한 그녀들이 아니었던가? 밥도 제대로 못먹고 주구장창 철제함선만 제작한 그녀들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고생도 끝이었다. 라이올라섬에 당도만 한다면 돈을 버는건 시간문제인 셈이기에 그녀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고 있었다. 이제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때였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도 잠시였다. 저 멀리 라이올라 섬을 눈앞에 두고 있던 찰나. 넘버원 내부에서 갑자기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사방이 빨간빛으로 물들더니 엄청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고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띵!!!<< 라이올라의 보스 몬스터 <<범고래 장군>>이 나타났습니다!!!>>
1분후 범고래 장군과의 해상전투가 시작됩니다! 모두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범고래 장군에게 패한다면 배에 타고 있는 모두가 죽게 됩니다!!
촤아아악!! 촤아아악!!
말뿐만이 아니었다. 저 멀리 20여미터에 달하는 범고래 한마리가 파도를 휩쓸며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소울레이디 길드원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설마하니 라이올라에 이동하면서 보스몬스터를 만날줄은 꿈에도 몰랐다.
레오나의 시선이 세리나에게 닿았다
"저건 뭐죠?"
"범고래네요."
세리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범고래라고요? 무슨 범고래가 저렇게 크다는 거죠!?"
"그러게 말이에요. 흔히 범고래는 6-9미터 길이인데, 저녀석은 엄청나게 큰 범고래군요. 그런데 저게 왜 나타난거지?"
헨리가 발견한 레일리 NPC와는 달리 레오나가 발견한 세리나 NPC는 범고래 장군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다. 레오나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는 범고래 장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호호 오히려 잘됐군요. 마침 몸이 근질근질한 참이었는데."
이유가 어떻든 눈앞에 나타난 몬스터는 "보스"다. 보스란 말은 잡으면 엄청난아이템을 드랍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새로 나온 신규 보스 몬스터가 아니던가? 레오나는 급히 닻을 내리게 한뒤 배를 세워 고정시켰다. 다행히 라이올라섬 부근이 수심이 낮았던 까닭에 닻은 무리없이 바닥에 꽂혔다.
세리나가 알수 없다는 눈길로 레오나를 바라보았다.
"왜 라이올라 섬으로 가지않고 닻을 내리는거죠?"
"먼저 저녀석을 잡고 갈게요.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레오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배안에 타고 있는 인원이 자그마치 30명이나 되어서였다. 더욱이 자신은 범고래 장군의 레벨보다 무려30이나 높은 330의 고레벨 유저가 아니던가? 저정도의 몬스터는 발로 컨트롤해도 잡을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닻: 배를 한곳에 멈추어 있게 하기 위하여 줄에 매어 물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갈고리가 달린 기구. 갈고리가 흙바닥에 박히어 배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돛: 배 바닥에 세운 기둥에 매어 펴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도록 만든 넓은
천. 바람을 받아 배를 가게 한다헷갈리실까봐 후기에 올립니다.
여러분 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