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4 회: 오엑스 퀴즈 -- >
"그럼 본격적으로 수업에 돌입할테니 어제 조교가 나눠주었던 프린트물을 펼치도록."
그 말에 스물다섯에 달하는 아이들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막말로 첫날에 수업을 하는게 도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너무도 당연한 사고방식 덕분에 개중에는 프린트물은 커녕, 필기도구를 가져오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
거진 50퍼센트에 달하는 비율이었다.
황찬영 교수는 출석부를 치켜든뒤 필기도구가 없는 학생들을 모조리 체크한후 -1을 써넣었다.
말그대로 감점처리를 해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프린트물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1을 체크표시했다.
"프린트물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이 거의 90퍼센트군. 과대!"
교수의 부름에 윤정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교수님."
"혹시 조교들이 프린트물을 나눠주지 않았던가?"
"아닙니다. 어제 수강신청을 하면서 나눠줬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왜 학생들이 프린트물을 가지고 오지 않았지?"
"그,그게.. 아마 첫날이라서 간단히 소개만 하고 수업이 끝날줄 안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그말에 황찬영 교수가 불같이 성을 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가지고온 프린트물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정신상태가 썩어 문드러졌군!
내가 이런 학생들을 면접에서 뽑았다니!! 기가차서 말이 나오질 않는군!"
"죄,죄송합니다."
황찬영 교수는 윤정이 곁에 있던 윤지를 보며 앞으로 나오라고 일렀다 그리고는 스물 다섯명중 유일하게 프린트물을 가져온 그녀에게 +1 점을 하사한뒤 조교실에 가서 프린트물을 복사해오라고 말했다.
윤지는 프린트물 24장을 복사해온뒤 그것을 학생들에게 일일히 나누어주었다.
그 때문에 수업 시간이 20분이나 지체되고 말았다
"처음이니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겠다.
프린트물을 받았으니 모두 프린트물을 보도록!"
비쩍 마른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황찬영 교수의 눈빛은 무척이나 강렬했고, 또 인상적이었다.
그는 학생들 앞에서 마법개론에 대해 열변을 토해내며 강의를 이끌어나갔다.
첫날에 쉬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미 엎어버린지 오래였던터라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더욱이 교수님에게 이미 마이너스 2점을 받은 상황이다.
절대평가인 만큼 마이너스3점을 더 받게 된다면 에이 플러스는 물건너가고 만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보다 더 집중하면서 황찬영 교수의 수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혹시나 차감된 점수를 다시 매꿔주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때문이었다.
S대 교내식당.
"교수님 성격 장난 아닌데요 형?"
"그러게 말야. 난 프린트물 집어던질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학생들에 대한 실망감이 무척 크셨나봐요.."
밥을 먹는 와중에도 이야기의 중심에는 황찬영 교수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첫날부터 빡세게 수업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저 형식상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그에 맞춰 1학기 동안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준다고 생각했기에 별 준비없이 수업에 임한 것이다.
그래서 필기도구를 비롯해 프린트물을 가져오지 않았던게 아닌가?
"형 마이너스 2점이죠?"
"너도냐?"
"네 ㅋ.. 윤지야 너는 플서1 점 아니야?"
"응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윤정이 너는?"
"나도 마이너스 2점..ㅋㅋ...."
"그나저나 윤지 너도 대단하다. 어떻게 프린트물이랑 필기도구를 다 챙겨왔냐.."
페이의 물음에 윤정이가 대꾸했다.
"윤지 얘는 어릴때부터 필기도구랑 학습도구를 떼놓지 않고 살았거든 그래서 그런거야."
"대단하다 윤지야."
"뭘요. 그냥 기본에만 충실했을 뿐인데.."
"하긴.. 그렇기도 하겠네."
의당 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필기도구를 비롯해 가방정도는 챙겨서 강의실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첫 강의라서 그런지 학생들의 90퍼센트는 가방은 커녕필기도구도 지참해 가지 않았다.
아무리 선수시험을 치지 않는다고 공고를 띄웠기로서니 필기도구를 챙기지 않고 강의실에 들어간것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어찌보면 교수님의 심정도 약간 이해가 되었다.
"5교시부터 임폴턴트 정보학 수업인데 이건 또 어떻게 해요??"
"한번 데인게 있으니까 일단 프린트물을 준비해서 가보자.
이번 수업이 끝나면 교과목을 알려줄테니까 그때 책사면 되잖아?"
"프린트물 있어요 형?"
모두의 시선이 윤지에게 돌아갔다.
"윤지야 너 있지?"
"네 저는 다 챙겨왔어요."
"다행이네. 그럼 학과 사무실에 가서 복사좀 하자. 괜찮겠지?"
"그럼요."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윤지의 프린트물을 복사한뒤5교시가 시작되는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게왠걸..
1교시 황찬영 교수의 수업때와는 달리 간단하게 일정소개만 하고 끝내버리는 김창진 교수가 아니던가!?
"교재는 [넘버원 가이드 정보]를 사시면 됩니다.
다음시간에는 그 교재로 공부를 하면서 강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시간에 뵙기로 하고, 이만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 "
"…… "
"…… "
닭쫓던개 지붕 쳐다보는 겪이랄까...
왠지 모를 허탈함만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었다.
* * *
3월 6일.
날씨가 춥다.
존나게 무척 춥다.
그래서 따스한 패딩점퍼를 걸쳐입고 등굣길에 올랐다.
걷고 걸어서 학교에 도착하니 어느덧 8시가 되어 있었다.
드르륵!
교실문을 열고.. 내자리가 있는 맨뒷자리...아니지..
맨 앞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엉덩이를 내려 놓았다.
그러자 나를 에워싸는 베프녀석들...
내가 3일 연속으로 앞자리에 앉자..
저마다 주둥이를 놀리며 나를 까기에 빠쁘다...
"야 강여진 진짜 너 미쳤냐?"
"와 골때리네 이년. 너 갑자기 왜그러는거냐?? 앙?"
"야 이년아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데 도대체 왜그러는거야!?"
"헐!? 너 설마 죽을병에 걸.."
....망할년들의 주둥아리를 손바닥으로 콕콕 찍어 누른뒤...
가방속에 있던 고1, 고2 문제집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가관이야 가관!!
이년 진짜 미쳤네!! 라고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면서 나에게 삿대질을 해대는 베프녀석들...
윤랑이라는 년은 내 얼굴 앞에서 뻐큐 손가락 한개를 치켜들더니..
여진아~ 이거 몇개게? 라고 지랄을 떠는중...
"한개자나 이년아!!"
"흠... 정신머리는 말짱한거 같은데.."
"야 너 진짜냐? 진짜 공부 다시 시작한거야!!?"
"뭐엇!!?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공부라는 말에 치를 떠는... 아니 발작을 일으키는 나의 친구들..
그렇다.
내가 있는 이곳 S고교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에...그러니까 ...머리에 공부라는 단어가 없어야지만 올수 있는그런...특수(?)한 학교였다..
그래서 공부라는 단어에 저토록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와 강여진! 너 죽을병 걸렸구나! 그치!? 내말이 맞지!!??"
"아냐. 진짜 공부할거야. 1등해서 S대 가고 말거야"
"아주 미쳤구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이년아 우리학교에서 S대 간 사람은 여태껏 단 한명도 없었다구!
그런데 니년이 S대를 가겠다고!?"
"목표를 잡았으니까 노력은 해봐야지"
"하아…… 진짜로 미쳤네 이년..."
친구들이 뭐라하던 상관 없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건 오로지 S대 입학 뿐이었다.
S대에 입학해서 강혁오빠에게 고백을 하는게 최우선 목표였다.
그것 때문에 친오빠에게도 미리 언질을 해뒀다.
강혁오빠에게 들이대는 여자들은 오빠가 꼬셔달라고 말한것이다.
공부를 위해., 아니 미래를 위해 1년동안 참기로 했다.
S대 입학식에 가지 않은것도 흔들리는 마음을 추슬리기 위해서였고 괜히 강혁오빠를 봤다간, 집중력이 흐트러질수도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거였다..
그만큼 지금의 나에게는 S대에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 * *
3월 6일 오후 6시 20분.
신도림 지옥철역..
"잠시만요! 잠시만요!!"
신도림 지옥철을 막고 있는 아줌마 군단을 헤집고 집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6시 20분...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40분이었다.
40분안에 캡슐에 들어가지 못하면 오엑스 퀴즈 이벤트를 할수 없게 되는 것이다.
40분이나 남았는데 뭘 저렇게 서두르지!? 라고 생각할수 있겠지만, 어제 깜빡하고 패치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패치 시간까지 계산하면 지금 캡슐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매우 촉박한 시간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제발! 제발 빨리돼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패치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7시가 넘어가면 오엑스퀴즈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7시 이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넘버원에 접속해야만 했다.
게이지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고, 비로소 퍼센 테이지가 100퍼센트를 가리켰다. 시간은 벌써 6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패치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넘버원에 접속했다.
새하얀 빛무리와 함께 헨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헨리(?)를 확인한 플레이어들이 사납게 으르렁 거렸다.
헨리(?)는 알수 없다는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저것들이 왜 저렇게 날 쳐다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