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50화 (50/378)

< -- 50 회: 때론 간사하게 -- >

(좋지 않군..)

레드 길드마스터 유레카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을 호위하는 주력 기사들을 대부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곁에 남아있는 정예플레이어는 단 일곱명에 불과했다.

레오나를 비롯해 소운이 곁에서 자신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지친기색이 역력했다.

드래곤을 만나더라도 이기기는 커녕 데미지를 입힐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마스터님. 일단 병력을 물리는게 어떻겠습니까?"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몬스터들은 더욱더 흉폭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드래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드래곤을 만나면 쉽사리 도망치지도 못한다.

퇴각을 하려면 지금이 최선책이었다.

크라우드는 유레카의 말마따나 잠시 병력을 뒤로 물리기로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몬스터들의 공격력이 너무 막강했고, 드래곤을 만나더라도 쓰러뜨린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퇴각하는쪽으로 가닥을 잡은것이다.

(아르키우스를 만나기도 전에 전력의 반을 잃다니..

드래곤을 너무 얕잡아 봤군..)

만에하나 50여명의 용사들이 전부 살아있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고작 스물아홉명만 있을 뿐이었다.

"꾸웨엑!!"

"꾸어억!"

트롤과 오우거들이 단말마의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맥없이 고꾸라졌다.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에게 당해 일격에 쓰러진 것이다.

몬스터를 쓸어버린 플레이어의 정체는 바로 레오였다.

헨리는 혹시나 싶어서 잠시나마 레오로 접속했다.

만에하나 놈들이 드래곤을 잡게 되면 많은 아이템을 드랍할터였고.

그틈을 노려 뒤치기를 가한다면 제법 값진 아이템들을 건질수 있을거라생각했다.

사실 레오는 레드놈들과의 약속을 지킬생각이 전혀 없었다.

제우스 길드와 레드 길드가 빈틈을 보이길 기다렸다가 철저하게 뒤를 후려칠 생각이었다. 아쉽게도 제우스는 보스레이드보단 사냥을 하면서 길드원들의 레벨을 높히는 쪽으로 방침을 세워둔터라 습격이 용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드놈들은 달랐다.

그들은 현재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를 노리고 있는 상황!

뒤치기를 통해 엄청난 이득을 볼수 있기에 레오가 그 좋은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그는 재빨리 요레이의 망원경을 꺼내들었다.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레오가 볼멘소리를 내며 틱틱 거렸다.

"젠장 녀석들이 안보이는군. 좀더 깊숙히 들어가봐야하나?"

망원경의 시야에 놈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건 아르키우스의 레어안으로 좀더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레오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레어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드래곤에게 발각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죽을 공산이 매우컸다.

제 아무리 랭커라곤 하나 드래곤과의 정면승부는 애시당초 무리였다.

"흠 어쩌지? 그냥 헨리를 할까? 아니면 레오를 할까?"

솔직히 여기까지 온이상 그냥 돌아가는것도 찜찜했다.

더욱이 헨리로 플레이하면서 얻은 천사의 지팡이가 흥정을 통해서 1500만원에 팔린 상태.

아이템 하나 드랍당한다고 손해볼건 없었기에 레오는 결국 전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까지 와서 퇴각하라니? 정말입니까 마스터님!?"

"드래곤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데..."

"엄청 허무하군요.."

"정말 이대로 돌아갈겁니까?"

혈맹원들은 서로를 보며 웅성웅성 거렸다.

소운을 비롯해 풍월 길드마스터의 풍월이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드래곤 레이드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었던가? 타임을 재면서 놈의 활동시간을 조사했고, 레어 부근에 어떤 몬스터들이 출몰하고, 아르키우스의 약점이 뭔지 철저하게 조사했던 그들이다.

조사 기간만 해도 무려 한달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드래곤을 상대해 보지도 않고 퇴각이라니?

"정말로 퇴각하는겁니까!?"

"전력의 반을 잃었습니다. 일단 물러났다가, 다음기회를 노리도록 합시다."

"괜한 고집은 수명을 단축시킬뿐입니다."

"마,말도 안됩니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그냥 퇴각이라뇨!?"

풍월이 크게 반발했지만, 다른 마스터들은 완강했다.

결국 풍월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그들의 의견에 따라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화가난 풍월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이런 미친!!)

작전명령권이 크라우드에게 있는만큼 경거망동 할순 없었다.

크라우드가 내심 좋은말로 그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다음을 기약하십시다 풍월 마스터."

"..알겠습니다. "

풍월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크라우드는 혈맹원들을 둘러보며 크게 소리쳤다.

"전원 귀환하도록 한다!"

명령이 내려진 이상 따라야만 했다.

풍월은 별수 없이 자신의 배낭속에서 귀환스크롤을 꺼내들고

과감히 찢어버렸다

그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새하얀 빛무리들이 풍월의 몸을 감싸려는 찰나 피이익!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튀어버리고 만 것이다.

귀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풍월의 얼굴에 당혹감이 물들었다.

옆에 있던 크라우드를 비롯해 모든 혈맹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귀환스크롤을 찢었음에도 불구하고 귀환자체가 이루어지질 않았다.

"이,이건?"

"뭐,뭐지 이건?"

"다,다시 한번 스크롤을 찢어봅시다."

크라우드의 설득아래 모든 플레이어들이 다시한번 귀환스크롤을 찢었다.

찬란한 빛무리들이 플레이어들을 감싸려는 찰나, 또다시 피이익! 하며 빛무리들이 사방으로 튀어버렸다.

크라우드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젠장! 아무래도 드래곤이 마법 왜곡장을 펼쳐놓은듯 합니다!"

마법왜곡장.

쉽게 말해서 마법 주문을 훼방놓는 장치를 뜻한다.

10서클에 달하는 대 마법사가 돼야지만 마법왜곡장을 설치 할수 있다.

"마법 왜곡장이라고요?"

"도,도대체 누가 왜곡장을 설치했단 말입니까?"

"바로 내가 설치했다."

대답은 등뒤편에서 들려왔다. 혈맹원들의 시선이 전부 뒤쪽으로 향했다.

짙디짙은 흑발에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청년이 바위산 위에 둥실 떠있었다.

(서,설마 저녀석이 드래곤인가?)무엇보다 녀석의 머리색깔이 마음에 걸렸다.

드래곤의 특징중 하나가 바로 인간으로 폴리모프 했을때 종족의 고유색이 머리색으로 그대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머리가 흑발인걸 보니 척보기에 블랙드래곤 일족으로 보였다.

크라우드가 더듬더듬 그에게 물었다.

"브,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인가?"

아르키우스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눈앞에 있는 인간이 자신의 정체를 똑바로 짚어내서였다.

"바로 맞췄다. 내가 바로 할란드를 지배하고 있는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다.

가증스러운 인간들이여. 잘도 내 영토를 침범하였구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자 혈맹원들이 검을 꼬나 쥐었다.

풍월의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드래곤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던 그들이었던가?

막 돌아가려던 찰나였는데 놈이 제발로 나타나 준것이다.

풍월이 선봉에 나서며 길드원들을 전방에 배치시켰다.

본격적으로 드래곤 사냥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르키우스가 어이없다는듯 코웃음 치며 그들을 조롱했다.

"너희같은 버러지들을 상대하는건 이녀석들로도 충분하다."

아르키우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뒤편에 있던 바위산들이 들썩 들썩 거렸다. 원정대원들은 넋을 놓고 바위산이 움직이는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잠시후 수백에 달하는 스톤골렘 군단이 만들어졌다.

더욱 놀라운건 스톤 골렘들의 레벨이 죄다 300 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르키우스가 손을 들어 원정대원들을 가리켰다.

"스톤골렘들이여. 너희들의 힘을 저 가증스러운 인간들에게 보여주도록 하거라!"

명령과 동시에 수백에 달하는 스톤골렘 군단이 혈맹원들에게 덤벼들었다.

"흥! 골렘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마친 상태다!"

무려 한달간 아르키우스를 조사한 혈맹원들이다.

놈이 무슨 마법을 구사하고, 어떤 몬스터들을 소환해내는지 이미 오래전에 파악했다.

크라우드가 혈맹원들에게 손짓을 건넸다.

그게 무슨신호였는지 혈맹원들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골렘의 특성상 움직임이 둔하기 때문에 거리를 벌려서 마법으로 처리하려는 것이 그들의 속셈이었다. 사전에 짜맞춘 수화 덕분에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진형을 갖추면서 자리를 잡았다.

제 아무리 골렘이 강하다고 하나, 맞추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법이다.

움직임이 느린 단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마법으로 처리하면 손쉽게 말살할수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움직여 주는군."

풍월이 한것 처럼 아르키우스도 손짓을 건넸다. 그것이 무슨 신호였는지, 필드에서 노닐고 있던 버서커 몬스터들이 갑자기 전장쪽으로 속속히 모여 들었다.

몬스터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붉은빛이 감도는 광채를 내뿜으면서 혈맹원들을 한겹 두겹 에워싸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의 종류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놀을 비롯해 리자드맨과 리치, 그리고 홉고블린을 비롯해 트윈헤드 오우거의 모습도 보였다. 더욱이 몬스터들의 개체수가 헤아릴수 없을정도로 많았다. 혈맹원들 보다 무려 이십배나 많은 숫자였다.

"시간 끌것 없다. 바로 없애버리도록 하라!"

아리키우스의 명령이 전해지자 수많은 몬스터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스르릉!

크라우드가 검을 치켜들고 혈맹원들에게 목이 터져라 명령을 내렸다.

"겁먹지 말고 진형을 갖춰 몬스터들을 말살하라!!"

*  * *

요레이의 망원경으로 드래곤과 크라우드 혈맹의 전투를 지켜보는 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레오였다. 어렵사리 크라우드 길드원들을 찾아낸 그는 경거망동 하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일단 싸움이 벌어지고 나서 쌍방이 팽팽해지면 그때 전장으로 뛰어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싸움이 너무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전장으로 뛰어들래야 뛰어들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드래곤의 마력이 저토록 강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크라우드가 이끄는 혈맹원들은 드래곤이 구사하는 헬파이어 한방에 그대로 소멸되었고, 몇몇 유저들은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말미암아 피떡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결과는 원정대원들의 완패였다.

개중에는 아이템을 떨군 대원들도 몇 있었다.

아이템을 보자 레오의 눈에 탐욕의 빛이 서렸다.

"떨군 아이템은 망자의 장검과, 천사의로브, 그리고 파이어 스태프군."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저걸 줍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드래곤의 헬파이어가 자신을 노릴것이다.

더욱이 몬스터들의 수가 워낙 많아서 아이템쪽으로 접근하기도 매우 힘들어 보였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한가지뿐이었다.

바로 기다리는 것이다.

*  * *

"우하하하! 죽어라! 죽어라 그렘린 자식들아! 으하하하!!"

거의 반정도 실성한 헨리였다.

그래도 기분은 꽤나 좋아보였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ㅤㅂㅞㄺ구가 슬며시 헨리에게 물었다.

[주인 기분이 상당히 좋아보인다.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는건가?]

"암 있고말고! 하하하하!!"

망자의장검을 비롯해, 드래곤의 레어에서 3개의 아이템을 획득할수 있었다.

전적으로 드래곤이 그 자리를 재빨리 벗어난 덕분에 운좋게 먹은 아이템들이었다. 레오는 곧바로 경매장에 가서 그 아이템들을 올려놓았다.

가격은 20퍼센트 할인한 80퍼센트의 가격!

그 때문에 사람들은 레오가 올려놓은 아이템에 관심을 가졌다.

본 시세보다 20퍼센트나 싸게 파니 군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것이다.

덕분에 세개의 아이템은 금세 팔렸고, 헨리는 세시간을 투자해서 2400만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쥘수 있었다.

그래서 기분좋게 사냥에 임하는 중이었다.

"자 이제 슬슬 퀘스트를 하면서 능력치를 좀 상승시켜 볼까나!?"

그렘린 밭에서 장장 5시간동안 프리로 사냥을 했다.

그러다보니 사냥이 조금씩 질리기 시작했다.

이럴때는 종종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게임이 안질리는법이다.

헨리는 퀘스트를 받기 위해 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헨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몇몇 플레이어들이 그를 알아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와 헨리님이다!"

"구세주 헨리님이 나타났다!!"

구세주 칭호를 얻으면서 넘버원 세상 전체에 버프효과가 쏟아진 상황이다.

더욱이 세계후로 헨리의 이름이 거론된 까닭에 그의 이름은 넘버원 자체에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상태였다.

몇몇 초보유저들이 그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다.

개중에는 300레벨이 넘는 플레이어들도 헨리를 보며 아는척 해왔다.

대개가 고맙다는 인사치레의 말들이었다.

몇몇 플레이어는 사냥하는데 쓰라면서 물약을 건네주기도 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받아둬서 나쁠건 없었기에 헨리는 공손히 물약을 받아챙겼다.

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NPC들 또한 헨리를 무척이나 반겨왔다.

용사 칭호를 받으면서 NPC모두에게 친밀도 상승 50을 받은터라헨리를 전부 호의적으로 대하는것이다.

용사 칭호 덕분에 아이템도 쉽게 구매할수 있었고, 판매할때도 조금높은 가격에 되팔수 있게 되었다.

여러모로 용사 직업이 많은 도움을 준것이다.

전적으로 ㅤㅂㅞㄺ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ㅤㅂㅞㄺ구가 없었다면 애시당초 칭호자체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헨리는 귀엽다는듯 ㅤㅂㅞㄺ구의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환수의 먹이 특대를 내밀었다. ㅤㅂㅞㄺ구가 기다렸다는듯 먹이를 낼름 받아먹었다.

[자! 이제 퀘스트를 하러 가자 ㅤㅂㅞㄺ구야!]

[알겠다 주인!]

ㅤㅂㅞㄺ구의 우렁찬 대답아래 둘은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할란드 광장중심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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