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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49화 (49/378)

< -- 49 회: 때론 간사하게 -- >

"헨리오빠 드디어 전직 했네요?!"

"이제 전직 했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스탯만 올리면 되겠어요"

리나와 윤지는 진심으로 헨리의 전직을 축하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원해서 한 전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헨리는 도적계열 쪽으로 전직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전사계열쪽으로 하고 말았다.

이게 전부 베르니카 21세의 만행(?) 때문에 벌어진 사단이었다.

넘버원의 특성상 전사니 도적이니 해도, 스탯 능력치에 따라 직업의 특성을 조금 변형시킬수 있기 때문에 직업이 전사라고 해도 크게 상심할 일은 아니다. 덱스를 올려서 도적처럼 키울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지 뭐랄까? 기분이 조금 그렇다고 해야하나? 막말로 베르니카 21세가 너 전사하셈. 이렇게 해서 전사가 된거라 기분이 조금 언짢은게 사실이었다.

(황제라서 내가 참는다.)

"정말 축하해요! 헨리오빠 덕분에 우리도 버프를 받게 되었어요!"

그저 구세주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뿐인데, 넘버원에선 통크게도 온갖 버프를 플레이어들에게 전부 걸어주었다.

리나와 윤지는 재빨리 헨리의 손목을 잡아챘다.

"버프 시간이 있으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사냥해서 레벨을 올려야 해요.

이제 헨리오빠도 전직을 하셨고, 어느정도 강하시니까 슬슬 파티사냥에 열을 올려봐요."

한동안 퀘스트만 집중한 탓에 헨리또한 레벨업이 절실했다.

더욱이 24시간 버프까지 받은 상태!

1분 1초라도 낭비할순 없었다.

셋은 할란드 동남쪽에 위치한 풍요의 초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풍요의 초원에는 그렘린이라는 몬스터가 출몰하고 있었다.

외관이 미어캣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몬스터였는데 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강력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던터라 한마리씩 유인해서 잡아야만 했다.

그렘린의 레벨은 헨리보다 높은 55를 형성하고 있었다.

드랍하는 아이템은 강화주문서를 비롯해, 각종 장비템을 드랍하며, 드랍율이 제법 높은 까닭에 이미 많은사람들이 풍요의 초원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헨리는 사람들이 뜸한 지역을 골라 자리를 잡은뒤매번 그랬던것처럼 제일 가까이 있는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그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비선공형 몬스터인 그렘린이 갑자기 선제공격을 감행해 온것이다.

어찌어찌 피하긴 했지만, 놈이 선공을 가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터라

헨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눈앞에 있는 그렘린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새빨간 광채를 줄기줄기 내뿜고 있는것이 매우 사나워보였다.

곁에 있던 리나가 말했다.

"아무래도 버서커 모드가 발현된 모양이에요."

"버서커모드?? 혹시 전에 여우와 늑대를 잡았을때처럼 말야?"

"그렘린들이 빨간 광채를 내뿜고 있고, 선공형으로 바뀌었다는건 버서커로 돌입했다는 증거죠. 아무래도 휴식기를 취하고 있던 블랙 드래곤 아르키우스가 잠시 깨어난 모양이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할란드 전역에 버서커 모드가 발현될수 없어요."

곁에 있던 윤지가 리나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드래곤 원정대가 아르키우스의 레어에 도착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위협을 느낀나머지 버서커 모드를 발현시킨거 같아요"

헨리가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드래곤 원정대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헨리오빠가 구세주 칭호를 받고 넘버원 전역에서 버프가 생겨났잖아요?

그틈에 크라우드라는 사람이 혈맹원들을 인솔하면서 아르키우스의 레어로 이동했어요"

"크라우드 혈맹원들이 블랙 드래곤을 잡으러 갔다는거야??"

"카오틱 플레이어를 조사하러 광장에 갔다가 우연찮게 원정길에 오르는 사람들을 봤거든요. 사람들이 말하는걸 들었는데 그분들이 블랙드래곤을 잡으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라면 웜급에 이른 성룡이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작 크라우드 놈들이 아르키우스를 잡겠다고 설치는것이다.

헨리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가 다시 윤지를 보며 물었다.

"혹시 원정대로 나선 인원은 몇명이었어?"

"한 오십명 정도 되어보였어요. 기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대검을 착용하고 있더라고요"

검은 흔히 두가지로 나뉜다.

장검(한손검)과 대검(양손검)이 바로 그것이었다.

장검은 방패와 같이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방어력을 높히면서 안정적인 사냥을 추구하는데 특화되어있다.

반면 대검은 방패 자체를 착용할수가 없다.

즉 공격력을 극대화 시켜 몬스터를 빠르게 처리하는것이 대검이 갖는 가장큰 장점이었다.

윤지가 봤을때 크라우드 혈맹원들은 거의 전부다 대검(양손검)을 착용하고 있었다.

(흠 이상한걸..?)

헨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래곤을 상대하려면 무엇보다 마법방어력과, 방어가 높아야한다.

그런데 공격력이 높은 대검을 착용했다라?

납득이 가지 않는게 사실이었다.

헨리는 혹시나 싶어 다시금 윤지에게 물어보았다.

"놈들의 레벨이 대충 몇인지 알아?"

"전부 300 이상이라고 하더라구요.

빛의주문서를 안써봐서 자세히는 몰라요.

저도 듣기만 했어요."

300레벨이 50명이라는 소리에 헨리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오딘이 400레벨 10여명을 데리고 갔다가 패퇴한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최소 300레벨이 50명이다. 더욱이 놈들은 장검을 버리고 대검을 선택했다. 대검을 들었다는건 방어를 포기하고 오로지 공격에만 치중하겠건데...드래곤들이 강력하다고 한들 50명에 달하는 인간들을, 그것도 최소 레벨이 300인 녀석들을 쉽게 감당할수는 없을터.

아르키우스 녀석 고생 꽤나 하겠군.)레벨이 최소가 300이라는 거였다. 즉 50여명 전부가 300레벨을 훨씬 상회한다는 말이 된다. 더욱이 크라우드 혈맹은 방어력은 둘째치고 공격력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집단이다.

기사들의 90퍼센트가 대검을 차고 있는것만 봐도 잘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헨리 덕분에 넘버원 내부에서 공격력 30의 버프까지 곁들여져있는 상태였다. 전투는 여러모로 아르키우스에게 불리한 조건들이었다.

*  * *

칠흑같이 어두운 레어안.

보이는 것은 오로지 어둠뿐이었다.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대기중에 떠돌고 있는 어둠속성 마나들을 끌어 모으며 신체의 모든 감각이 깨어날때까지 기다렸다.

아르키우스는 오래전 웜급에 들어선 드래곤이었다.

이제 천년의 세월만 있으면 에인션트 급에 달하는 만큼, 웜급 클래스에서는 단연 최강의 드래곤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수장이자, 현재 수면기에 들어가있는 칼립스의 충실한 심복인 그는 삼백년전 마나를 다스릴줄 아는 소드 마스터라는 존재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가 가지고 있는 인간들의 대한 증오심은 다른 드래곤과 비교 할수 없을만큼 지대했고, 강력했다.

바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존재들에 대한 순수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가증스러운 인간들!"

시간이 지나고 모든 감각기관들이 깨어나자 아르키우스는 먼저알람 마법을 설치하며 인간들의 침공에 대비했다.

알람 마법이 레어 곳곳에 설치되자 그는 비로소 할란드 전역에 버서커 마법을 발현시켰다.

할란드 마을의 몬스터들은 아르키우스가 구사하는 어둠의 원소에 잠식당해 버렸다. 이성이 존재 하지 않는 광전사로 탈바꿈 된것이다.

그로인해 몬스터들은 난폭해졌고, 또 강력해졌다.

일이 뜻한바대로 흘러가자 아르키우스는 흉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향한곳은 수정구슬이 놓여져 있는 장소였다.

방안에는 무려 수백개에 달하는 수정구슬들이 놓여져 있었다.

자신과 패밀리어 계약을 맺은 동물들이 수정구슬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보내왔다.

"응? 저놈들은?"

아르키우스의 눈매가 좁혀졌다.

수정구슬 하나에 무려 50여명에 달하는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이곳은 레어의 초입지역이로군. "

상대는 척보기에도 자신을 노리고 온 드래곤 슬레이어 군단이었다.

아르키우스는 스캔을 펼치며 놈들의 전력을 분석했다.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어렸다.

7개월전 찾아온 오딘이라는 인간과 비교하면 어른과 아이수준의 전력차이였다.

저정도 전력이라면 굳이 본체로 화하지 않아도 놈들을 쓸어버릴수 있었다.

"심심하던 찰나에 잘되었군. 안그래도 여흥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르키우스는 곧바로 레어 부근으로 이동했다. 대응 마법진이 있었던 탓에 이동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시각 크라우드의 길드 마스터 크라우드는 혈맹원들을 독려하며 아르키우스의 레어로 진격하고 있었다.

레어 부근에는 아르키우스의 가디언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종류도 다양했다. 레벨 1짜리 슬라임을 비롯해, 중형몬스터의 대표격인오우거와, 트롤, 게다가 그 보기 힘들다는 리치까지 보였다.

가디언들은 아르키우스를 지키기 위해 눈앞에 있는 인간들에게 달려들었다.

버서커 마법까지 걸려있는 상태라서 몬스터들은 한층더 날카롭게 그들을 공격해왔다.

하지만 애시당초 몬스터들 따위가 크라우드 혈맹원들의 상대가 될순 없었다.

일단 레벨차이가 무려 150이나 넘게 났다.

더욱이 그들이 끼고 있는 아이템은 공격력에 특화된 아이템들이었다.

마법사들이 헤이스트를 걸어주면서 힐을 퍼부으니 몬스터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휴우! 잠시 쉬고 다시 진격하도록 한다!"

몬스터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낸 크라우드는 레드 길드원과 더불어 모든 혈맹원들에게 휴식명령을 내렸다.

대략 10분간의 휴식이 이어지고 다시금 행군이 시작되었다.

아르키우스의 레어에 가까워질수록 몬스터들의 레벨또한 판이하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150대의 몬스터들이 나타난 반면 이제는 레벨 250대의 몬스터들 까지 나타나 그들을 방해하기에 이르렀다.

"크아아악!"

버서커 리자드맨에게 일격을 허용한 기사하나가 맥없이 쓰러졌다.

마법사가 재빨리 다가가 힐을 퍼부었지만, 이미 쓰러진 기사를 되살릴수는 없었다.

"젠장 결국 첫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만것인가?"

"모두 대검을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방어가 취약한 상태입니다.

그 상태에서 버서커 리자드맨에게 일격을 허용했으니 당연히 죽을수밖에요."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후퇴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크라우드는 혈맹원들을 독려해가며 아르키우스가 있는 레어 안쪽으로 접근해들어갔다. 그 상황에서도 몬스터들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4번째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을때, 어느덧 크라우드 곁에는 단 서른명의 인원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무려 이십에 달하는 전력을 잃어버리자 원정대원들의 얼굴에는 착잡함만이 짙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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