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6 회: 전직을 하다 -- >
거진 하루만에 와보는 할란드 마을이었다. 헨리는 먼저 중앙광장에 있는 전직관들을 두루 쳐다보았다. 숨겨진 직업을 찾는것 보단 마음편하게 광장에 있는 전직관들에게 퀘스트를 받는게 나았다.
막 헨리가 그에게 다가가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넘버원 음성창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띵!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80시간이 지났습니다. 스루나의 퀘스트가 다시 진행됩니다!]
스루나가 목이 빠져라 헨리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스루나에게 가 보십시오.
그러고보니 퀘스트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헨리는 재빨리 스루나가 있는곳으로 뛰어갔다헨리를 알아본 스루나가 반갑게 그를 맞이해 주었다.
"정말 잘 오셨어요! "
스루나는 헨리를 보자마자 가슴안쪽에서 증표 하나와 주문서 하나를 꺼내더니 헨리에게 내밀며 말을 이었다.
"헨리님 덕분에 엘프족과의 관계가 완만히 해결되었답니다.
아버님께서 헨리님을 보고 싶어 하시니 꼭 아버지를 찾아주셨으면 해요!"
스루나의 말이 끝나자 캡슐 내부에서 다시금 퀘스트 알람소리가 들려왔다
띵!
[퀘스트가 다시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 아이템 스루나의 증표를 받으셨습니다.]
[퀘스트 아이템 스루나의 주문서를 받았습니다.
주문서를 사용하면 제국의 수도 콘도라로 이동할수 있습니다.]
스루나의 최종퀘스트입니다.
스루나가 건네준 주문서를 사용하셔서 제국의 수도 콘도라로 이동한뒤,
그녀의 아버지 베르니카 21세를 만나십시오.
베르니카 21세를 만나면 퀘스트가 최종적으로 완료됩니다.
베르니카 21세라면 넘버원 세상에서 인간들의 우두머리로 통하는 인물이다.
사회로 따지면 대통령 자리에 있는 최고위급 인사인 셈이었다.
* * *
이곳은 제국의 수도 콘도라였다. 국토의 대부분이 기름진 평원으로 이루어져있어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농업이 비약적으로 발달해 있었다.
헨리는 스루나가 건네준 주문서를 사용해 제국 남서부 지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걸음을 재촉해 콘도라의 남쪽 성문에 당도했다.
경비병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경계에 임하고 있었다.
경비병 하나가 다가와 헨리를 조사했다.
수도로 들어가는만큼 몸수색이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통과!"
위해될것이 없다고 판단한 경비병이 헨리를 무사히 통과시켰다.
헨리는 그제서야 성안에 발을 들여놓을수 있었다.
"우와!!"
[엄청나게 화려한 곳이군.]
베르니카 21세가 거주하고 있는 제국답게 수도 콘도라는 엄청나게 화려했다.
타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혼을 쏙 빼놓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ㅤㅂㅞㄺ구가 넌지시 한마디를 건네왔다.
[인간들은 사치를 매우 좋아하는 모양이군.]
"사치라기 보다는 제국의 수도라서 그렇겠지. 막말로 인간종족을 대표하는 황제가 살고 있는데 거지촌처럼 해놓을순 없을거 아냐?"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
"자 서두르자. 베르니카 21세가 날 엄청 기다리는것 같으니까."
[알겠다 주인.]
헨리와 ㅤㅂㅞㄺ구는 베르니카 21세를 만나기 위해 성중심부에 있는 궁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냐!?"
성문을 통과했을 때처럼 또다시 경비병들이 발목을 잡았다.
예상했던 반응이라 헨리는 순순히 자신의 목적을 경비병들에게 말해주었다.
"베르니카 21세. 즉 황제폐하를 만나러 왔습니다."
"뭐,뭐라고? 네가 황제 폐하를 만나러 왔다고?"
경비병들의 얼굴에 황당함이 묻어나왔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헨리를 요목조목 살펴보았다.
척보기에도 레벨은 51에 불과했다.
끼고 있는 아이템은 전부 40제 레벨의 레어아이템이 전부였다.
놈의 곁에는 하얀 도마뱀이 가방속에서 얼굴만 배꼼 내밀고 있다.
그런 녀석이 궁성에 어슬렁 거리면서 황제에게 알현을 청하는 것이다.
경비병들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더니 저마다 한마디씩을 내뱉었다.
"내 살다살다 별일을 다 겪어보는군. 고작 레벨 51짜리가 황제폐하를 알현하겠다니 말이야."
"500 레벨이 되어도 알현이 될까 말까인데 고작 51이 알현을 청해?"
"너같은 놈들이 얼마나 많은줄 알아?
혼쭐이 나고 싶지 않다면 썩 물러가라고!"
뭐,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예상했던 반응이다.
레벨 51짜리가 황제를 알현하는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경비병들이 역정을 내면서 몰아부치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마음씨 고운(?) 헨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고 가방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스루나에게 받은 증표였다.
헨리는 그중에서 제법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경비병에게 증표를 건네며 말했다.
그가 바로 경비대장 가온이었다.
"이건 베르니카 황제의 따님인 스루나 공주님의 증표입니다.
이걸 황제폐하께 전해주십시오."
경비대장 가온 NPC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헨리가 내미는 증표를 받아들었다.
그리곤 증표를 요목조목 살펴보았다.
황가의 물건이니 만큼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별하는것이다.
"이,이건!!?"
놀랍게도 스루나의 증표는 진품이었다. 경비생활을 하면서 증표들을 많이 보아온탓에 진짜배기를 쉽게 파악할수 있도록 황가에서 모종의 표식을 해두곤 했다. 51짜리 플레이어가 건넨 증표에는 그 표식이 박혀 있었다.
가온이 곁에 있던 경비병 하나를 불러세웠다.
"너는 지금당장 황궁으로 들어가 이 증표를 진상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가온의 시선이 헨리에게 닿았다. 그가 공손히 목례를 취하며 말했다.
"황제 폐하를 알현하기 위해 얄팍한 속임수를 쓰는 사람이 많다오.
무례를 용서하시오. "
증표가 진품인걸 확인하자 가온의 말투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괜찮습니다"
"그럼 잠시 기다리시오. 곧 사람이 나올테니까 말이오."
"그렇게 하지요."
대략 10분이 지나서였다.
철제갑옷을 갖춰입은 자들이 선두에 서서 걸어오고 있었다.
레벨이 사오백에 달하는 근위기사 NPC들이었다.
그들중 멋드러지게 구렛나룻을 기른 중년기사 하나가 가온에게 다가갔다.
경비대장 가온을 비롯해 모든 경비병들이 그에게 목례를 취해왔다.
그가 바로 제국의 근위기사단장 제로스였다.
제로스의 시선이 가온에게 닿았다.
"그래. 이 증표를 가지고 온 손님은 어디있지?"
"저쪽에 계신 분입니다."
제로스는 헨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헨리는 그를 살짝 흘겨 보았다. 척보기에도 베르니카 21세는 아니었다.
베르니카 21세는 마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철제갑옷을 두른걸보니 다른인물일 공산이 컸다.
"나는 제국의 근위기사단장 제로스라고 하오.
황제폐하께서 당신을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들어가십시다. "
헨리는 근위기사단의 철통같은 호위에 힘입어 무사히 궁성 내부로 들어왔다.
근위기사단장 제로스는 헨리를 데리고 대소신료들이 모여있는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황제를 비롯해 제국을 이끌고 있는 고위 귀족들과 여러 벼슬아치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황제 베르니카는 손수 자리에서 일어나 헨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헨리가 멀뚱히 서있자 제로스가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목례를 취하십시오."
예의를 차리라는 말이었다. 헨리는 재빨리 제로스가 시키는대로 따라했다.
눈앞에 있는 이방인이 예를 올리자 황제는 재빨리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대가 나의 딸 스루나의 증표를 가지고 왔는가?"
"그렇습니다 폐하."
"허허 그렇다면 자네가 엘프들에게 서신을 보낸 자로구먼."
"예. 그러하옵니다."
"허허 이토록 젊은나이에 그런 용기를 보여주다니! 정말 훌륭하도다!
자네의 활약 덕분에 우리 인간종족은 엘프종족들과 화합을 추친할수 있게 되었다. 모든 국민들을 대표하여 자네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내 마땅히 그대에게 크나큰 보상을 하려는바.
거절하지 말고 하사품을 받아주길 바란다."
헨리는 괜시리 머쓱해졌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자신의 힘으로 이뤄낸 퀘스트가 아니라 ㅤㅂㅞㄺ구의 힘으로 이뤄낸 퀘스트였다.
보상을 받아도 ㅤㅂㅞㄺ구가 받아야 마땅했다.
(ㅤㅂㅞㄺ구가 받든 내가 받든 어차피 내꺼다.
차라리 ㅤㅂㅞㄺ구에게 양보하는척 하면서 놈들에게 인심이나 사두자.)헨리는 재빨리 배낭에서 ㅤㅂㅞㄺ구를 꺼내들었다.
회의장에 있던 NPC들의 시선이 대번에 ㅤㅂㅞㄺ구쪽으로 쏠렸다.
"이 소환수는 뭔가?"
"상을 주시더라도 이녀석에게 주십시오.
모든 퀘스트는 이녀석이 수행했습니다."
헨리는 가증스럽게도 ㅤㅂㅞㄺ구를 위하는척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워낙 연기력이 뛰어난탓에 ㅤㅂㅞㄺ구마저 속을 지경이었다.
"허허? 이 소환수가 퀘스트를 수행했다고?"
"바로 그렇습니다."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 좀더 자세히 말해줄수 없겠는가?"
헨리는 황제에게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ㅤㅂㅞㄺ구에게 도움을 받은것과 ㅤㅂㅞㄺ구의 정체가 화이트 드래곤이라는 것을 전부 말해주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소신료들이 웅성웅성 거렸다.
대사자 직책을 맡고 있는 미첼란 NPC가 대승정을 보며 물었다.
"저,저 말이 사실일까요 대승정?"
대승정은 가만히 마법을 캐스팅한뒤 스캔을 펼쳤다.
놀랍게도 이방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눈앞에 있는 소환수에게 고위급 마력이 느껴졌다. 그것도 인간들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아니라 순수하게 드래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폐하. 이방인의 말은 모두가 사실입니다. 눈앞에 있는 하얀 소환수는 화이트 드래곤이 틀림없습니다."
"대승정이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 믿지 않을수 없겠구려."
황제는 그렇게 말한뒤 드래곤 ㅤㅂㅞㄺ구를 보며 가볍게 목례를 취했다.
피라미드 위치상 드래곤이 윗단계에 있기 때문에 예의를 차린것이다.
ㅤㅂㅞㄺ구또한 나름대로 황제라는 직책을 염두해서 베르니카 21세에게 하대하지 않고 목례로 대응했다.
"하하 그런데 꼴이 좀 우습게 되었구려."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의 말이 사실이라면 플레이어가 아니라 소환수에게 상을 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는게 문제였다.
이유인즉 녀석이 드래곤이기 때문이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피라미드 서열상 드래곤이 인간보다 위에 있다.
드래곤의 성정상 자신들보다 못한 인간에게 보상을 받는다는건자존심 상할수도 있는 일이다. 드래곤들은 말그대로 착취하고 갈취하는데 이력이 난 종족이다. 뺏으면 뺏었지. 인간에게 하사받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막말로 키우고 있던 개가 주인더러 잘했다면서 밥을 하사하는 겪이었다.
인간인 베르니카 21세가 드래곤에게 아이템을 하사한다라?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었다.
[ㅤㅂㅞㄺ구야. 황제가 너한테 보상품 주려나 본데. 그거 받을수 있겠냐?]
[주인 지금 농담하나? 내가 왜 인간들 따위에게 하사받아야하지?
그건 드래곤의 성정상 절대로 불가하다! 난 인간이 주는 하사품 따위받지 않겠다!]
[야 임마! 넌 내가주는건 잘받잖아!]
[주인은 나를 일깨워준 부모와도 같은 존재. 지금상황과는 엄연히 다르다.
한번더 말하지만 난 인간따위가 주는 보상품은 절대 안받는다.
그러니 주인이 받아라.]
"폐하. 모든 공적이 꼭 화이트드래곤에게만 있다는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입니다."
"그건 어째서요?"
"소환수는 말 그대로 소환수일 뿐입니다. 즉 플레이어가 명령을 내려야지만 움직일수 있는 매개체라는 것이지요.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받고 소환수를 이용해 퀘스트를 수행했으니 이건 플레이어에게 공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소환수보다 플레이어의 공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바. 보상을 하더라도 플레이어에게 하심이 옳은줄로 아뢰옵니다."
"그렇습니다 폐하. 보상을 하려면 플레이어에게 하시옵소서."
여러 대소신료도 대승정과 생각이 같았다.
황제 베르니카 21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궁녀를 시켜 보물상자 세개를 건네도록 했다.
"거기에는 각종 진귀한 아이템들이 들어 있네.
내가 주는 선물이니 거절하지 말고 받도록 하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황제 베르니카 21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소신료들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대소신료들은 들으라!!"
"예 폐하!"
"플레이어 헨리는 우리 인간종족을 위해서 목숨바쳐가며 엘프의 숲으로 뛰어들었다. 그로인해 우리 인간들은 천년의 세월동안 전쟁을 치뤄온 엘프들과의 단합을 이뤄낼수 있었고, 나아가 동맹까지 성사시켰다.
이것은 전적으로 헨리의 공이 가장 컸다고 할수 있는 부분이다.
짐은 헨리의 큰 공적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헨리에게 <구세주> 라는 칭호를 내림과 동시에 그를 <제국의 용사>로 임명하겠노라!"
"폐하의 뜻을 만천하에 선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