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5 회: 전직을 하다 -- >
세마리의 홉고블린들이 달려들자 리나가 망설임없이 스태프를 치켜들었다.
"어쓰 오브 파이어!! (Earth of fire)"
시동어를 외치자 불기둥들이 화르르 솟구쳐 오르더니 근접해 있는 홉고블린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쓰 오브 파이어.
시전자를 중심으로 지면을 불태워 근접해있는 대상에게 피해를 주는 마법으로 화염마법중에선 드물게 방어용도로 쓰인다. 적진 한가운데에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인 위력을 발휘.
하지만 피아 구분없이 근처에 있는 모든대상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난전중에는 사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크윽!"
리나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토해졌다. 어쓰 오브 파이어를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시전한탓에 스플래쉬 데미지를 받은 까닭이었다.
"언니 괜찮아?"
"리나야 괜찮아??"
"호호 이정도 쯤이야. 으앗?!"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간 입었던 데미지가 무척이나 큰 탓이었다.
현재 그들이 있는곳은 엠틀란트 북서쪽에 위치한 홉고블린의 숲이었다.
고블린중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장평이 나있었던만큼 놈들의 공격력은 실로 막강했다. 무엇보다 홉고블린 주술사와 홉고블린 마법사의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한방 맞으면 거의 5분의 1정도의 HP가 빠진다. 그말인즉 다섯방 맞으면 죽는다는 소리였다.
(젠장. 너무 얕잡아 봤나?)
놈들의 레벨은 대개가 50이다.
레벨 33이던 헨리는 이틀동안 사냥하면서 연계퀘스트를 거진 완료시켰다.
그 탓에 그의 레벨은 50에 육박하고 있었다.
더욱이 연계퀘스트를 하면서 보너스 능력치를 많이 얻은탓에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스탯량이 월등히 높았다.
그때문에 윤지와 리나는 헨리를 데리고 홉고블린의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엇보다 녀석들의 HP가 적다는 단점과 놈들이 드랍하는 아이템의 드랍율이 높다는 장점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들은 한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놈들의 공격력이었다.
레벨이 낮고, 아이템의 드랍율이 무척이나 높은반면 녀석들의 공격력은 거의 70레벨을 상회하고 있었다. 레어 아이템으로 도배한 헨리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몬스터들이 원거리 공격을 구사하고 있었다.
재수없으면 몬스터들에게 일점사 당해서 죽을수도 있다.
더욱이 헨리의 파티는 마법사만 둘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법사의 HP가 적다는건 변하기 않는 사실이다.
그런 상태에서 홉고블린의 숲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고전하는건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쓰 오브 파이어를 시전한 상태에서 홉고블린 마법사의 일격데미지를 받았다. 리나는 곧 빈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윤지와 헨리는 이쯤에서 사냥을 종료하기로 하고 귀환스크롤을 찢었다.
마을에 도착한 셋은 먼저 회복 아이템을 사용해 HP를 복구시켰다.
헨리는 배워두었던 활력과 치유 스킬을 리나에게 퍼부었다.
그러자 넘버원 내에서 반가운 메세지가 전해져왔다.
띵!
[플레이어 헨리님의 치유 숙련도가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치유 레벨이 2로 상승하였습니다. 숙련도가 0.08 퍼센트가 됩니다!]
[치유량이 1.2배 상승하였습니다.]
[쿨타임이 1초 줄어듭니다. 총 59초로 적용됩니다.]
"우리가 너무 홉고블린을 만만하게 본거 같아요."
"애시당초 탱커 없이 간다는것 자체가 조금 무리이긴 했지.
나 또한 마법방어 아이템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으니까."
헨리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AD계열이 높은 방어력과 덱스 위주의 템이다.
마법에 관련된건 AP계수로 되어있기 때문에 마법사들을 상대하려면 마법방어아이템을 착용하고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 헨리의 AP계수는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홉고블린들에게 탈탈 털려버린 것이다.
"괜히 죄송하네요 오빠.
저희가 가자고 고집만 부리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사실 헨리는 그녀들이 홉고블린의 숲에 가자고 할때 선뜻 따라나서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법방어 아이템이 없었고, 파티원들중 HP가 높은 파티원이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리나와 윤지는 자신들의 마법력만 믿고 헨리를 설득했다.
매번 그녀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처지라서 계속 거부하기 어려웠던 터라 헨리는 마지못해 그녀들을 따라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였다적자가 무려 5만원이 넘게 나버렸다.
물약은 물약대로 다쓰고,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해버렸다.
"공격력만 놓고 보면 홉고블린들은 레벨 칠팔십대의 몬스터야.
물론 방어력은 무척 낮지만."
"이렇게 셀줄은 정말 몰랐어요 오빠."
"으...미안해요 오빠."
"괜찮으니까 너무 미안해 하지마.
결과적으로 내가 몸빵이 안되서 파티가 전멸당할뻔 한건데 뭘.."
만약 헨리가 전사계열로 가닥을 잡고 마법방어 아이템을 하나라도 맞췄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문득 전직을 너무 미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했다.
사실 전직을 늦게하던 빠르게 하던 넘버원 내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더욱이 전직을 해도 보너스 스탯을 주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직을 서두르지 않는다.
물론 특수직업이나, 영웅직업군들에게는 보너스 스탯을 주긴준다.
하지만 그런 직업은 무척이나 드문 직업군들이다.
넘버원 유저의 99.9퍼센트가 일반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헨리 본인도 일반직업을 택할 공산이 컸다. 1년전 레오를 했을때도 일반 직업군으로 전직한 그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에이어들이 전직을 하는 이유는 가닥을 잡기 위해서였다. 가닥을 쉽게 풀이하자면 길이라고 표현할수 있는데, 예를들어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라는 명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선생님이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교생실습을 나가고, 임용고시를 합격해야 선생님이 될수 있다.
말 그대로 테크트리를 탄다고 생각하면 훨씬 편하다.
넘버원 내에서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가닥<목표>을 잡고 거기에 대한 테크트리를 타고 있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리나는 현재 인트마법사<불>로 전직해서 불에 관련된 테크만 주구장창 올리고 있다.
헨리가 레오를 했을때도 독에 관련된 전직을 끝마치고 독을 주구장창 올린것과 마찬가지였다.
말그대로 전직이란 매개체는 가닥<목표>을 정하는 수단이었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전직을 하지 않고 레벨을 300까지 찍는 플레이어가 있겠는가?
그런 연유 때문에 헨리는 전직을 한사코 미뤄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가닥을 좀 잡아야할듯 싶었다.
어중간한 스탯은 오히려 독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오빠는 덱스 쪽으로 가닥을 잡으신거 같은데 도적계열로 전직 하시려고 그러세요?"
"마음같아선 다 올리고 싶은데, 그러기엔 시간이 안되고…
일단은 덱스 위주로 올려보려고 해. 컨트롤은 자신있으니까."
"그럼 거의 도적계열이겠군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도적계열은 기습에 능하고 몸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쉽게 끌수 있고, 등뒤를 후려쳐서 일격데미지를 수시로 꽂아넣을수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단점도 많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PVP가 강하지 않다.
게다가 HP가 낮은탓에 컨트롤이 무척이나 중요시 되는 직업중 하나였다.
즉 컨트롤을 못하면 그냥 쓰레기만도 못한 캐릭이 된다는 소리다.
그 때문에 도적계열은 쉽게 두가지 분류로 나뉘곤 했다.
충 OR 장인
충은 쓰레기(벌레)를 의미하고, 장인은 실력자를 의미한다.
다행히 헨리는 후자에 속했다.
선천적으로 컨트롤 게임을 무척이나 잘했던 까닭에 컨트롤 부문에서는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헨리의 컨트롤을 보면 누구나가 감탄사를 터뜨릴 정도였다. 레오를 했을 당시에도 플레이어들은 레오를 욕하면서도 그의 컨트롤 만큼은 칭찬했다. 뿐만 아니라 소환수 ㅤㅂㅞㄺ구에게도 칭찬을 들은 헨리였다.
"오빤 잘하실수 있을거에요. 어그로를 매우 잘끌고 컨트롤 실력도 일품이니까요"
"맞아요 오빠!"
"차라리 이참에 전직퀘스트를 하고 올래요 오빠?
저는 윤지랑 남아서 조금 쉬려고 하는데."
전직을 해도 무방, 안해도 무방이긴 했지만, 헨리는 일단 전직을 하는쪽으로 가닥을 잡고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할란드 마을로 향했다.
엠틀란트에는 도적 전직관이 없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