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44화 (44/378)

< -- 44 회: 엘프의 숲으로 -- >

"승일아~! 승일아!!"

방송국에 가기 위해 한창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있던 찰나였다.

갑자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방으로 고개를 배꼼 내밀었다.

"어 왜?"

"이거 여진이 한테 좀 갖다주고 와"

엄마가 내민건 잘 깎여진 사과조각과 귤.

아무래도 공부하는 여동생을 위해 손수 과일을 깎아주신듯 싶었다.

"아니 이걸 왜 내가 가져다줘? 엄마가 갖다주면 되잖아?"

"이것아 오빠인 네가 좀 갖다주면 덧나니? 잔말말로 얼른 갖다줘!"

"아 방송국 갈 준비 해야되는데."

"그거 갖다주는데 얼마 걸린다고 투덜거려? 얼른가!!"

쳇.

그럴거면 자기가 갖다주지..

이런건 꼭 날 시킨단 말야..

마지못해 접시를 들고 여진이가 있는 방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철컥.

문여는 소리에

고갤 돌려 나를 쳐다보는 여진이.

"야 엄마가 이거좀 먹고 하란다."

"그냥 두고가"

이내 관심없다는듯 책장을 뒤적뒤적 거리며 다시금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살며시 접시를 내려놓고 여동생이 무슨 공부를 하는지 잠깐 지켜봤다.

수학교재와 영어교재가 뒤섞여 있는 방안..

의아한건 고3 짜리 여동생이 고1 문제집을 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별일이다 너? 왜 갑자기 공부를 하고 난리냐?"

정확히 이틀전부터 갑자기 공부를 시작한 여동생.

이유를 물어도 아무런 대답없이 미친듯이 공부만 하고 있는중..

지금도 묵묵부답..

"공부하는데 방해돼. 그러니까 얼른 나가줘"

"...그러지 뭐. 아무튼 이왕 시작한거 열심히 해봐라.

모르는거 있으면 나한테 묻고."

막 방안을 빠져나가려던 찰나...

"잠깐만 오빠."

갑자기 나를 불러오는 여진이.

"왜?"

"오빠 S대 들어갈때 말야. 고3 석차랑 내신 등급이 어떻게 ㅤㄷㅚㅆ어?"

"흠..등급은 까먹었는데 반에선 3등정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묻는거냐?"

"그냥 궁금해서. 알았으니까 나가봐."

아무래도 S대를 지망하고 있는 모양인듯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의 내신등급과 성적을 물어볼 이유가 없었으니까.

"꿈이 크면 좋지. 꼭 S대 합격하길 바란다."

여동생에게 격려 어린 한마디를 남기고 방안을 후다닥 빠져나왔다.

*  * *

"라일락 길드에서 길드원 모셔요~ 전직 여부는 상관없지만~ 마법사 분들을 조금 우대해 드립니다~"

"전직하신분 길드원으로 받아들여줍니다~ 길드원끼리 모여서 게임할수있고요~ 저흰 사무실도 있어요~ 레벨은 최소 100부터 모십니다~"

"레벨 140 덱스 용병 놀아요. 어그로 끌어드리고요~ 한시간당 5만원 받고 일합니다~"

"온갖 잡템 다 삽니다. 시장가격보다 5퍼센트 비싸게 드려요!"

사방에서 외치기 소리가 들려왔다.

완전 시장에서 물건팔이 하는듯한 모습이다.

골라골라 아저씨를 빙의한 잡템전문 상인들도 여러명 눈에 들어왔다.

헨리는 그중에서 7퍼센트 비싸게 해준다는 상인에게 다가가 여지껏 먹어둔잡템을 모조리 넘겼다. 그러자 7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왔다.

[주인 배고프다. 밥좀 주라.]

"...벌써 먹이를 다 먹은거냐?"

[뱃속에 거지가 든 모양이다. 흑흑!]

한창 클때라서 많이 많이 먹는 모양이다이럴땐 사람이고 동물이고 다를게 없어 보인다.

칭얼대는 ㅤㅂㅞㄺ구를 잠시 배낭속에 밀어 넣고 헨리는 환수 전용 NPC인 스루나를 찾아갔다.

하지만 스루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벌써 이틀째였다.

도대체 이틀동안 어디를 갔기에 코빼기도 안보인단 말인가?

"아무래도 퀘스트 내용과 관련이 있는거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80시간뒤에 스루나를 찾아오라는 메세지 하나만 남기고 스루나는 모습을 감췄다. 이제 남은시간은 28시간이었다.

[그런것 같다 주인. 하지만 28시간 뒤면 오지 않겠나?]

"제길. 그럼 그동안은 다른 마을에 들려서 환수 먹이를 사야한다는 거잖아?"

플레이어들이 먹는 요리와는 달리 환수가 먹을수 있는 요리는 얼마 없다.

만든다고 해도 포만감을 많이 채워주지도 않았고, 더욱이 랜덤으로 요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초식 소환수의 먹이가 걸릴수도 있다.

ㅤㅂㅞㄺ구는 육식성이기 때문에 피치못할 상황을 제외하곤 육식을 먹어여만 한다.

이런저런 사정을 헤아려 봤을땐 요리를 만드는것보단 차라리 환수먹이상점에 들려 환수먹이를 구하는게 속편했다.

"일단 엠틀란트에 가자. 거기서 맛있는 먹이 사줄게."

[알겠다 주인.]

헨리는 엠틀란트에 가서 소환수의 먹이[대] 짜리를 300개를 사고 배낭속에 집어 넣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ㅤㅂㅞㄺ구는 소환수 먹이를 그자리에서 3개나 먹어치웠다.

"그러다가 돼지된다?"

[냠냠냠냠. 어차피 상관없다 주인. 레벨이 오르면 이제 먹이를 먹지 않아도 되니까 돼지가 되진 않을거다.]

"응? 그건 무슨말이야?"

[냠냠. 드래곤은 레벨 20 이 되면 먹이를 먹지않고 마나를 먹을수 있다.

즉 대기에 떠도는 마나가 먹이인 셈이지.

그러니 이제 3업만 하면 소환수의 먹이와도 안녕이다.]

"뭐,뭐라고!?"

그것도 모르고 비싼돈 주고 소환수의 먹이 대짜리를 300개나 사버렸다.

할란드 마을과는 달리 엠틀란트의 상인과는 친밀도가 낮아서 개당 120원에 구매해야 한다. 즉 300개를 샀으니 무려 삼만 육천원치를 산거였다.

헨리가 대뜸 ㅤㅂㅞㄺ구의 머리통을 한대 쥐어박았다.

"이자식아 그런건 미리 미리 말해야지!"

[주인이 멍청한거잖나! 그러게 환수에 대해 공부를 해뒀더라면…]

헨리는 다시한번 ㅤㅂㅞㄺ구를 쥐어박았다. ㅤㅂㅞㄺ구의 머리에 혹이 두개 생겨났다.

ㅤㅂㅞㄺ구가 울상을 지었다.

"야이 멍청한 도마뱀아! 나는 항상 노는줄 아냐?

캡슐 빠져나가면 공부 먼저 한다고!

넘버원 플레이어중에 나보다 공부 많이 하는새끼 있으면 나와 보라고해!"

헨리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캡슐 장치에서 빠져나가면 먼저 넘버원 공지사항과 이벤트 사항을 한번 둘러본뒤 레벨구간을 조사한다.

그리고 난 연후, 사냥하기 무난한곳을 골라서 사냥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환수를 키우면서 환수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헨리는 환수의 대한 정보를 찾을수가 없었다.

가지고 있는 환수가 넘버원 최초의 드래곤 몬스터라서 자료 자체가 전무했다. 그래서 언제 먹이를 먹이고, 또 어떻게 육성을 해야하는지 아무것도 알수 없었다. 오로지 본인 스스로가 해결해야만 했다.

"정령석에서 드래곤이 걸린 놈은 내가 최초란다. 최초!

다른 환수와는 달리 드래곤 소환수 육성법은 어디에도 없어!

이제 알겠냐?"

[흐음. 그릉가?]

ㅤㅂㅞㄺ구가 심드렁한 표정을 짓자 헨리가 다시한번 주먹을 꼬나쥐었다.

"으이구 매를 벌어라! 매를 벌어!"

빠악!

띵!

소환수 ㅤㅂㅞㄺ구가 삐쳤습니다.

소환수 ㅤㅂㅞㄺ구와의 친밀도가 1 하락하였습니다.

소환수 ㅤㅂㅞㄺ구와의 친밀도가 45가 되었습니다.

충성치도 45가 됩니다. 45/100

*  * *

(제발, 제발 잘 되야 할텐데…)

스루나는 두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오늘 벌어지는 회담으로 인해 모든것이 결정나기 때문이다.

엘프족장 아룬은 숲 초입지역에서 인간들을 맞이한뒤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아룬이 자리에 앉자 베르니카 21세도 자리를 함께 했다.

먼저 입을 연것은 아룬이었다.

"먼저 인간들을 대표하는 베르니카 21세께서 머나먼 리프레숲까지 와주신데 대하여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아닙니다. 마땅히 저희가 아룬님을 찾아뵈었어야 하는 일이었지요.

이렇게 만나주셔서 크나큰 영광입니다"

두 종족 모두 전쟁을 피하고 화합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이자리를 함께했다.

그때문에 쌍방의 조건만 맞는다면 무리없이 화합이 이루어질터였다.

먼저 조건을 요구한쪽은 인간들이었다.

"현재 많은수의 고위 엘프들이 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버프를 걸고 있습니다. 저희의 요구는 단 하나. 이것을 해지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엘프와는 달리 드래곤이 구사하는 버프는 버서커 모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버서커 모드가 발생하면 모든 몬스터들이 선공형으로 변하고 능력치가 상승된다. 그 때문에 몬스터의 레벨이 표기된것보다 더 높았고, 몬스터를 퇴치했을때 상승된 버프 효과만큼 추가적인 보너스 경험치를 얻을수 있었다.

하지만 엘프들의 축복은 달랐다. 추가적인 경험치는 커녕오히려 몬스터들의 생명력과 방어력만 더 늘어나 버리는것이다.

몬스터를 잡는다고 해도 추가적인 경험치 이득이 하나도 없다.

그 때문에 인간들은 엘프가 축복을 걸면 그 몬스터들을 상대하지 않고 다른 몬스터들을 사냥하곤 했다. 삼일전 오스카가 일렌시아에게 축복을 걸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었다.

"그것만 해주면 되는것입니까?"

베르니카 21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궁한것은 인간종족이기 때문에 더 큰 요구를 했다간 자칫 엘프들의 심기를 건드릴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 조건이 최선책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아주 쉬운 조건이라서 엘프족의 수호성자 아룬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아룬의 차례였다.

"인간의 영토에 있는 엘프들을 전부 우리에게 돌려주십시오."

"인간 영토에 있는 엘프라고요?"

"그렇습니다."

사실 아룬은 인간들의 영토에 엘프들이 한명도 없을거라고 굳게 믿어왔었다.

하지만 스루나의 서신으로 말미암아 그의 생각이 조금 변했다.

혹시나 싶었던 것이다.

더욱이 인간들은 엘프들보다 성욕이 왕성하고, 젊은 계집을 무척이나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볼때 엘프들은 인간들의 성 노리개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아룬은 생각끝에 그런조건을 내건것이다.

"그말씀은?"

"간단합니다. 인간종족이 장악한 영토를 수색하게 해주십시오.

거기에서 발견된 엘프가 있으면 저희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아룬의 요구조건에 몇몇 고위급 귀족들의 얼굴이 노래졌다.

엘프들을 몰래 숨겨놓고 몰래몰래 성 노리개로 삼은 자들이었다.

아리따운 엘프들을 빼앗길순 없는 노릇이라 그들은 돌아가자마자 엘프들을 꽁꼼 숨겨놓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인간들이 장악하고 있는 영토는 매우 넓습니다.

그런데 그런 광범위한곳을 정찰하면서 엘프들을 찾아내실수 있겠습니까?"

"걱정마십시오. 아티팩트를 만들면 금방 찾아낼수 있습니다."

"아티팩트?"

"엘프들에게만 반응하는 아티팩트들이지요. 이것만 있으면 수킬로 미터 내에 있는 엘프도 찾아낼수 있습니다.

베르니카 21세께선 수색을 도와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우리가 아룬님의 조건을 들어주면 화합을 맺어주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무척이나 간단한 조건이었다.

베르니카 21세는 생각할것도 없다는듯 아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제부터 엘프와 인간은 공동운명체이자 친구입니다. 앞으로 우리들은 절대로 엘프종족을 적대시 하지 않을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약조가 끝나자 스루나는 닭똥만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아버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이 추구한 인간과 엘프족의 화합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감동한 것이다.

베르니카 21세는 딸아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며 그녀를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스루나가 눈물을 그치자 베르니카 21세가 그녀에게 말했다.

"스루나야. 너에게 부탁이 있구나."

"무엇인가요 아버지?"

"이 모든 것은 너의 서신을 전해준 그 플레이어에게 있단다.

그 플에이어를 한번 보고 싶은데, 네가 주선좀 해줄수 있겠느냐?"

"아? 헨리님 말씀이신가요?"

"그렇단다. 그분에게 큰 보상을 해주고 싶구나."

"그점은 붙들어 매세요. 종종 저를 찾아오시곤 하거든요.

만나면 아버지의 서신을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그래 꼭 부탁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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